<-- 34. 전장을 달리는 드레이크 -->
척후도 없고, 그 어떤 정탐 활동도 없었다. 그만큼 드레이크 기병대의 기동은 신속했다. 그들은 한 방향만 보고 말을 달렸고,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골드레이크에 올라탄 김선혁이 있었다.
“부대 속도 줄여.”
한참을 내달리던 그가 주둔지를 나온 이후로 처음으로 부대의 속도를 줄였다.
“그대로 정지.”
그 여상스러운 지시에 클라크가 크게 복창하며 후열의 기병들에게 명령을 전달하려다가 도로 입을 다물었다. 달리는 내내 거대한 드레이크의 등만 보고 달리던 기병들이 이미 그를 따라 자연스럽게 멈춰 선 탓이었다.
“기마 상태로 휴식한다.”
여력을 남겨두고 달리긴 했지만, 무거운 철갑을 온몸에 두르고 달렸으니 아예 피로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의 지시에 기병들이 고삐를 잡고 있던 손목을 털어내며 빳빳하게 굳은 관절을 풀고 말의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 적입니까?”
갑작스러운 휴식 지시에 클라크가 다가와 물었다.
“서북쪽 방면에 기병 50기 정도가 남하중이다. 이대로 가면, 곧 적의 척후와 만나게 되겠지.”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휴식하고 있던 기병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떻게 하기는.”
김선혁은 그런 기병들을 둘러보며 단호한 어투로 대답했다.
“전부 밟아줘야지.”
그의 말에 짧은 휴식이 끝이 나고 기병들이 말안장에 채워져 있던 자신의 무기를 챙겨들었다.
“척후부터 밟고, 바로 적 본대를 처리한다. 무장은 자유, 단 기동력을 우선한다. 척후를 처리하는 건 선두의 1개조다.”
발 빠른 경기병, 그중에서도 몸을 가볍게 만든 적의 척후를 어떻게 중갑의 기병이 추격하여 섬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이에 대해 질문하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대원들의 신임 중대장에 대한 신뢰는 확고했다.
“가자.”
그의 말에 기병들이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래대로라면 너른 평원 멀리 퍼졌을 말발굽소리가 희한하게도 근처를 맴돌다 사라졌다. 하다못해 대규모의 기병대가 이동할 때면 으레 생겨나는 흙먼지도 낮게 깔려 금세 흩어질 뿐이었다.
‘주인님 뜻대로.’
그 모든 게 바로 바람의 하급 정령, 아티야의 힘이었다. 아마도 적들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기병대가 바로 지척에 당도하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이미 자신의 부대원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언제라도 돌격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가 되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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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본대와 떨어져 따로 이동중이던 적의 척후는 그들이 육안으로 확인이 될 때까지 전혀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나마 눈으로 봤을 때는 이미 창을 길게 내민 적의 선두가 삐져나와 돌격을 하고 있었으니, 미처 속도를 올려 달아날 새도 없이 창에 꿰어 절명하고 말았다.
그 모든 것이 김선혁이 의도한 바였다. 그는 너른 평원에 이따금씩 존재하는 구릉을 이용해 철저하게 부대의 이동을 숨겼고, 그 결과 적의 척후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음.”
본대에 합류한 선두의 기병들의 몸에서 풍겨져 오는 미세한 피 냄새에 그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벌써 몇 번이나 맡아본 혈향이지만, 이 비릿한 냄새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 냄새에 취해 넋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때의 그와 달랐다. 두 번의 전투와 몇 번에 걸친 결투, 그리고 뤼겐부르크에서의 경험은 그를 성장시켰고, 그는 더 이상 전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부대. 다시 이동.”
그의 한마디에 몸 바짝 낮추고 있던 드레이크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줄지어 서 있던 기병들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평원을 가로질렀을까.
척후가 당했는지도 모르고 남하중이던 적 경기병대와 마주쳤다. 그들은 그 어떤 징후도 없이 침묵 속에서 나타난 기병대를 보고는 경악했고, 그 선두에 선 거대한 괴수의 존재감에 완전히 혼이 나가버렸다.
감히 교전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곧바로 반전하여 달아나려는 적 기병대를 본 김선혁이 짧게 속삭였다.
“울어라! 골디!”
그의 말에 이제껏 턱을 꽉 깨물고 포효를 참고 있던 골드레이크가 광포하게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평원 전체로 퍼져나가는 괴수의 포효에 재빠르게 달아나려던 적 기병대의 발이 묶여버렸다.
말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쳐들고,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있던 기병 몇이 그대로 말 위에서 굴러떨어졌다. 남은 기병들이 발에 힘을 주고 제 애마를 진정시킨다고 애를 썼지만, 그들이 가까스로 놀란 말을 진정시켰을 때는 이미 드레이크 기병대의 선두가 지척까지 접근한 후였다.
“돌격!”
엉망진창으로 얽혀버린 적 기병들의 대오를 보며 김선혁이 짧게 지시하자, 겨드랑이에 창을 끼운 기병들이 창을 찌를 듯이 내밀었다.
가장 먼저 적에게 도달한 것은 당연하게도 골드레이크에 올라탄 김선혁이었다.
“으으.”
말에서 굴러 떨어져 반쯤 넋을 놓고 있던 적 기병이 얼빠진 얼굴로 이쪽을 바라본다. 끔찍한 괴수의 모습에 겨우 돌아오려던 정신이 도로 완전히 날아가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콰직.
골드레이크는 그런 기병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힘주어 몸을 낮추거나 할 것도 없이 거대한 몸으로 그대로 깔아뭉개버린 것이다. 그리고 바로 기다란 목을 틀어 바로 곁에 있던 기병을 들이받았다.
용케도 무기를 잡고 적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던 용맹한 녹테인의 기병이 커다란 머리통에 들이 받혀 날 듯이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엉망으로 우그러진 흉갑을 보건대 보나마나 즉사였다.
크아아아아악!
오랜만에 흉성이 터진 골드레이크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
사방으로 휘젓는 꼬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드레이크와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말을 내달리던 클라크는 저도 모르게 창을 잡은 손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대체...”
그런 그의 눈에 사방의 적들을 물고 뜯고 난동을 피우는 드레이크의 모습이 보였다. 마구잡이로 날뛰어대는 괴수들 앞에서 적들은 저항할 의지조차 보이지 못했고, 그저 짓밟히고 물어뜯기며 학살당할 뿐이었다.
“끄악!”
“사, 살려줘!”
창을 늘어트린 채 멍하니 괴수를 바라보던 녹테인의 병사는 창 한 번 내지르지 못한 채 괴수의 발에 짓밟히고 말았다. 바로 곁에서 동료의 죽음에 울부짖으며 창을 찔러가던 병사는 드레이크의 억센 턱에 그대로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클라크와 기병대원들은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말을 멈춰 세운 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아야 했다.
“이건 악몽이야...”
끔찍한 학살의 한가운데에서 실성한 듯 한 병사가 혼잣말을 반복했다. 병사는 괴수에게 학살당하는 동료들의 처참한 모습에 완전히 미쳐버린 듯했다. 병사는 악몽에서 깨어나기를 바랐지만, 악몽은 병사에게 죽음이라는 결말을 내려주었다.
형체도 없이 짓뭉개진 병사 위로 괴수가 몇 번이나 발을 굴렀다.
크악!
들리는 것이라고는 비명과 포효뿐,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용맹한 드레이크 기병대원들이 신음을 내뱉었다.
“이게 용기병...”
기병의 전투 교리를 완벽하게 무시한 돌격, 적의 종심에 침투하여 안에서부터 대열을 무너트리는 그 새로운 전투방식에 기병들은 전율했다.
“정신 차려! 뒷 조부터 전진해서 적 퇴로 차단! 선두는 그대로 대기!”
클라크는 멍하니 전투를 지켜보던 대원들을 윽박질러 혹시 모를 적의 도주를 차단했다. 필요한 지시였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지시는 무의미하기도 했다.
용기병과 괴수는 단 한 명의 탈주도 허용하지 않았으니까.
**
“급봅니다!”
연일 펼쳐지는 전투에 비상대기중이던 사령부는 갑작스레 뛰어들어오는 전령을 보고는 표정이 굳었다. 오늘은 또 어떤 마을이 불에 타올랐고, 보병대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을까, 와락 걱정부터 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전령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드레이크 기병대가 50여기에 달하는 적 기병대를 섬멸했습니다!”
처음으로 들려오는 낭보에 맹스크 사령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오! 드라흔 자작이!”
“아군 피해는?”
환호하는 참모들을 제치고 사령관이 아군의 피해를 물었다. 전령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전무!’라고 외치는 순간 참고 있던 사령관도 환호하고 말았다.
“급봅니다!”
승전보에 기뻐할 새도 없이 또 다른 전령이 사령부를 찾았다. 드물게 기쁜 소식에 한창 달아올랐던 사령부의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낭보였다.
“적 기병 25명 섬멸, 아군이 승리했습니다!”
“오오오!”
연이은 승전보에 참모들이 환호하는 사이, 격앙된 말투로 전령이 보고를 이어갔다.
“24연대 소속 보병중대 7개가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며 전진중입니다.”
“24연대라면 혹시...”
애초에 24연대와 연계작전 중에 독자적으로 떨치고 나온 드레이크 기병대다. 당연하게도 움츠리고 있던 24연대 소속 보병 중대들이 전진하고 있다면 그 주역은 빤했다.
“적과 교전했던 부대는 드라흔 자작의 드레이크 기병대입니다!”
“역시!”
혹시나가 역시나였고, 사령부는 새로운 구세주의 탄생에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아군 피해는 전무! 적 기병대 완전 섬멸입니다!”
이번에도 아군의 피해는 전무했다. 아무리 무장에서부터가 차이가 나는 중갑 기병대라고 해도 전례에 없는 전과였다.
그 다음날에도 계속해서 전령들이 사령부를 찾았다. 모두가 드레이크 기병대의 승전보를 알리는 전령들이었다. 그렇게 드레이크 기병대가 섬멸한 적 기병의 수가 어느덧 1개 중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정도면 후방은 정리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아무리 기동력에서 우위를 잡은 녹테인의 병사들이라고 해도 너무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최후방을 교란하는 적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침투한 적들은 모두 드레이크 기병대에게 섬멸 당했다.
문제는 안정된 지역과 맹스크 요새 사이의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적 기병대의 규모는 4개 중대 규모로 연일 약탈당한 마을과 피해를 입은 보병대에 대한 보고가 끊이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숨통이 트이겠어.”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후방에서 드레이크 기병대가 설치면 설쳐댈수록, 자유롭게 사방을 헤집고 다니던 적 기병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위축된 것이다.
“사령관님! 급봅니다!”
전시 상황에 급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근래 들어 빈번해진 급보에 사령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승전보를 전해온 전령들과는 다르게 전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을 보았던 탓이다.
“흩어졌던 적 기병들이 중대 규모로 다시 뭉쳐, 동진중입니다!”
“다시 적들이 뭉쳤다면, 정확한 규모는 어떻게 되지?”
참모의 질문에 전령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최소한 3개 중대! 최대 4개 중대 규모입니다!”
그 말을 들은 참모들이 벌떡 일어났다.
“그 정도 규모면...”
“국경을 넘어와 활동 중이던 기병 전력의 9할 이상입니다.”
사령관이 그 말에 버럭 역정을 냈다.
“순찰대들은 대체 뭘 했길래, 적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나!”
“적 기병대의 약탈을 막느라 순찰대 역시 한계 이상으로 말을 혹사하며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범위가 늘어난 만큼 어느 정도 느슨해지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 아마도 적들이 그 틈을 파고든 모양입니다.”
참모가 변명처럼 주워섬긴 말에 맹스크 사령관이 침음을 내뱉었다. 이 넓은 지역 전체를 지키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은 자신이었다. 그 와중에 기동력이 있는 병력들이 전부 한계까지 운용되었고, 적들에게 허점을 보이고 말았다.
이제 와서 남 탓을 할 수는 없었다.
“병력을 다시 집결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4일. 그것도 전선에 넓게 퍼진 기병대만을 모은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모아봐야 겨우 견제나 가능할 뿐, 적들을 완벽하게 몰아내려면 3개 연대 규모의 보병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보병들까지 하나로 규합시키려면 최소한 10일은 걸릴 겁니다.”
한 때는 차라리 적이 하나로 모여주기를 기다렸다. 그랬다면 속 시원하게 한 차례 치고받는 것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최대한 병력의 분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정신을 차려보니 대부분의 연대가 중대 규모로 쪼개져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당장 하나로 모인 적 기병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당했군요. 놈들이 노린 건 처음부터 이런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개 중대 규모의 기병대라면 연대 규모의 보병대라고 해도 순식간에 짓밟히고 만다. 그 말은 곧 적이 향하는 곳이 어디든지 간에 막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과 같았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렇게 부대를 모아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장 서부 방면의 영지들이 위험해지기는 했지만, 서부의 귀족들은 거듭된 전란으로 단련이 될 대로 된 군인들이었다. 그들이라면 피해를 입더라도 어떻게든 버티고 마침내 영지를 재건할 것이다. 이미 숱한 역사가 서부 귀족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설마 중부의 곡창지대를...”
“그건 불가능하다. 만약 저들이 중부의 곳간을 털어낸다고 해도, 다시 국경을 넘을 방법이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중부군을 넘을 수조차 없겠지.”
중부 방면에 진출해 있는 중앙군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중부 방면 중앙군은 전선이 뚫릴 경우를 대비하여 최후의 보루로 남겨진 왕국의 최정예들이었다. 중앙 기사단의 기사들과 마법사단의 마법사들 역시 대부분이 이쪽에 속해 있었다.
아무리 초인들의 투입을 꺼리는 왕국이라도 중부를 노리고 파고든 적을 상대로 힘을 아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대체 뭘 노린 걸까요. 설마 영지 몇 개 털자고, 저 난리를 피웠을까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사령관은 문득 적들의 움직임이 판이하게 달라진 시점이 언제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설마, 기병대 하나 잡자고 중대 규모의 기병대를 다섯 개씩이나...”
똑같은 생각을 떠올린 것인지 참모 하나가 무심코 의문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그냥 기병대가 아니지. 녹테인의 자랑이던 사스테인을 잡아먹은 기병대다.”
마치 때를 기다린 듯이 집결하여 동진중인 적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드레이크 기병대를 노리고 있었다. 적들이 노리는 것은 필시 복수가 분명했다.
“드라흔 자작은 현재 어디에 있지?”
“마지막으로 보고를 받은 게 재정비를 위해 22연대와 합류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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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건 좋지 않은데.”
그 시각 연일 이어진 전투의 피로를 푸느라 22연대의 주둔지에 머물고 있던 김선혁은 사방에서 옥죄어오는 적의를 느끼고는 굳어버리고 말았다.
언제 이렇게 모여들었지?
얼추 잡히는 적의 기척만 해도 최소한 3개 중대 이상, 게다가 그중에 께름칙한 느낌을 가진 기운들이 다수 느껴졌다. 온몸의 감각이 교전을 피해 물러나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휴. 이것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녹테인의 마수를 피해 도망쳐 합류한 인근 마을의 주민들, 부상당해 주둔지에 남겨진 병사들, 그들을 지키기 위해 남은 2개 중대의 보병들까지. 도망치려면 그들을 모두 버리고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