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 푸어-66화 (66/305)

<-- 29. 몬스터 사냥꾼 -->

예상치 못했던 것일까. 몬스터 사냥꾼은 일순간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페어리 드래곤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김선혁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설마 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몬스터 사냥꾼이 기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얼굴, 필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영주 앞이라고 참고 있는 것이리라.

“들은 거야 많지만, 영주님의 나이에 들으시기에는 다소 유치할 것 같은데 말입죠.”

방자함도 이 정도쯤 되면 아무리 영주의 권위에 무감각한 김선혁이라고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줄리앙.”

“네. 자작님.”

그가 부르자 줄리앙이 냉큼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영주 모독죄는 형벌이 어떻게 되지?”

“눈으로 모독했으면 눈을 뽑고, 입으로 모독했으면 혀를 뽑습니다.”

단호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대답, 김선혁은 몬스터 사냥꾼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는군.”

차라리 구차하게 협박과 으름장을 늘어놓았다면, 몬스터 사냥꾼도 그다지 겁을 집어먹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고는 지독할 정도로 단도직입적이었고, 그래서 더욱 효과적이었다. 건들거리던 몬스터 사냥꾼의 태도가 대번에 달라진 것이다.

“다시 묻지. 페어리 드래곤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나?”

“없습니다.”

“아는 것도 없는 놈이 왜 비웃었지?”

몬스터 사냥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도 그가 이렇게까지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방금 전의 무례를 콕 짚어 질책을 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하기야, 다른 귀족이었다면 하찮은 몬스터 사냥꾼 따위가 자신을 비웃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워서라도 제 입으로 다시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귀족이 아니었다. 체면보다는 실리를 중요하는 성격이었고, 그렇기에 꺼릴 것이 없었다.

“비웃지 않았습니다.”

“그럼 내가 없는 일을 구실 삼아 지금 생트집을 잡고 있다는 거야?”

아니라고 대답을 하자니 자신이 비웃은 걸 인정해야 했고, 또 그렇다고 하자니 영주를 생트집이나 잡는 작자로 모는 꼴이었다. 몬스터 사냥꾼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흘려댔다.

“대답 안 해? 이제는 영주의 말이 말 같지 않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뭔데. 비웃은 거야? 아니면 내가 트집 잡는 거야?”

사람 갈구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병장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의 병장이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그의 말에 몬스터 사냥꾼이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못 배워먹은 놈이 영주님의 심기를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요.”

“진짜 비웃었었나 보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일세.”

되도 않을 말장난이라 해도 상대가 생사여탈권을 쥔 귀족 쯤 되면 그게 마냥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용서해주십시오!”

“죽을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어수룩하고 꽉 막힌 시골 귀족을 떠올리고 왔을 게 분명한 몬스터 사냥꾼이 그의 말에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아니면 목숨 값을 내든지.”

웃음기 싹 빠진 음성에 몬스터 사냥꾼의 낯빛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설마 귀족씩이나 되어서 몬스터 사냥꾼 나부랭이를 삥 뜯을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는 돈으로 목숨값을 셈할 생각이 없었다.

“아는 대로 전부 말해봐. 신화 속의 용과 닮았다면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처음부터 페어리 드래곤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 동화에나 나올 정도면 페어리 드래곤은 사라진 용과 거의 비슷한 취급일 게 뻔했다. 그렇다면 아쉬운 대로 다른 용의 아종에 대한 정보라도 얻어야 했다. 어차피 페어리 드래곤을 찾는 이유도 아룡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였으니까.

“용과 닮은 몬스터라는게...”

“드레이크 같은 거 있잖아?”

완전히 주도권을 잃은 몬스터 사냥꾼은 그의 말에 필사적으로 머릿속 어딘가에 있을 정보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원하시는 게 드레이크에 대한 정보인지요?”

“드레이크도 좋고, 페어리 드래곤도 좋고. 어느 쪽으로 할까?”

“드레이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몬스터 사냥꾼이 허겁지겁 자신이 아는 바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원체 희귀한 드레이크인지라 말하는 것들이 전부 뜬소문에 가까운 것들뿐이었다.

“북쪽 어느 영지에서 드레이크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몬스터를 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 그게 어딘데?”

“그 프로스트베그문트였나 어디였나 하는 곳이었는데. 늙은 드레이크를 목격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구체적인 소문이라고 말하는 게 하필이면 골드레이크의 얘기였다.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에 기대는 실망이 되었고, 고스란히 표정에 드러났다.

“흠...”

그가 인상을 찌푸리자 몬스터 사냥꾼이 다시 필사적으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필사적으로 늘어놓았다.

**

“오! 딕슨. 어떻게 됐어?”

“돈 냄새 좀 나디?”

몬스터 사냥꾼들은 어수룩한 시골 영주를 상대로 틀림없이 한 건 하고 돌아왔을 자신들의 리더 딕슨을 다그쳤다.

“어떤 새끼야. 여기 영주가 사정 조또 모르는 이방인 새끼라고 한 놈이.”

그런데 딕슨의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왜? 왜 그러는데?”

“나 지금 영혼까지 탈탈 털리다 왔거든? 뭐 그딴 영주새끼가 다 있어! 어디 시장통 껄렁패 같은 놈이 귀족이랍시고...”

딕슨은 욕설을 내뱉으며 영주의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페어리 드래곤? 애새끼들 듣는 그 동화 속의 페어리 드래곤? 그딴 게 세상에 어디 있어.”

“용은 또 뭐야. 차라리 요정을 잡아오라면 차라리 덜 황당하겠구만.”

“내 말이!”

패거리들은 영주가 찾는 것이 페어리 드래곤이라는 사실에 황당한 얼굴을 해보였다.

“어디 모자란 놈 아니야? 애도 아니고 페어리 드래곤을 찾아. 뭐 마술 부리는 뿔이라도 갖고 싶다는 거야 뭐야.”

“페어리 드래곤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드레이크나 비슷한 놈에 대한 정보라도 달란다.”

딕슨은 영주에게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고 겨우 저택을 빠져나온 것이라며, 동료들의 의견을 구했다.

“가만, 딕슨. 이거 돈 냄새가 나는데?”

“지금 누구는 죽다 살아왔구만. 헛소리 할래?”

“왜, 거 기억 안 나? 저기 동부의 페터슨 남작이든가. 사내아이를 낳는데 좋다고, 일각수(Unicorn)의 뿔을 찾아서 우리가 구해다 줬잖아.”

야비하게 생긴 사내 하나가 그렇게 일각수를 언급하자, 패거리들의 얼굴이 묘해졌다.

“대충 비슷한 놈 하나 잡아다가 비싸게 팔아넘기자는 거지?”

“바로 그거지. 뭐가 어려워. 어차피 페어리 드래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사람 있어? 대충 날개 붙이고 뿔 달아서 주면 되는 거 아냐? 그런 쪽에서는 또 내가 전문가잖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페터슨 남작이라는 자도 제대로 된 일각수의 뿔을 얻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근데 벌써 모른다고 했는데?”

“그거야 다시 말 맞추면 되는 거고. 동료들 중에 페어리 드래곤에 대해 아는 놈이 있었다. 이 한 마디면 되는 거 아냐?”

“역시 딕슨보다 왈도가 낫구만. 차라리 왈도를 보낼걸 그랬어. 그랬으면 이렇게 일이 복잡해지지도 않았을 텐데.”

이제는 완전히 작당모의가 되어버린 몬스터 사냥꾼들의 대화, 누가 들을 새라 점점 목소리가 낮아져 갔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겠지만,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창문도 꽉 닫힌 건물 안에 순간 바람이 스쳐갔다.

“잘 했어. 아티야.”

‘별 말씀을요. 언제든 맡겨주세요.’

몬스터 사냥꾼들의 대화를 고스란히 전해준 아티야가 까르륵, 웃고는 허공중에 녹아들었다.

“이것들이 기회를 줬더니, 사람을 가지고 놀아?”

김선혁은 줄리앙의 말마따나 완전히 범죄자나 다름없는 몬스터 사냥꾼들의 행동거지에 한숨을 내쉬었다.

“영주님. 제 동료가 마침 페어리 드래곤에 대해 알고 있었습...”

“잡아.”

때마침 돌아온 몬스터 사냥꾼 딕슨이 희소식이라도 있다는 듯 지껄여대는 것을 본 그가 곧장 줄리앙에게 명령했다. 그의 명령을 받은 줄리앙이 다시 대기하고 있던 드레이크 기병대의 대원들에게 눈짓을 하니, 덩치 큰 기병들이 대번에 사냥꾼들을 포박했다.

“여, 영주님! 갑자기 왜...”

“광산으로 보내서 죽을 만큼 굴려.”

어지간하면 적당히 혼찌검을 내주고 돌려보냈겠지만, 아티야가 전해준 사냥꾼들의 대화 중에는 라인펄 영지의 처녀들에 대한 범죄 모의도 있었다. 뼛속까지 썩은 불한당들을 그대로 풀어주자니 세상에 끼칠 해악이 보통이 아닌지라, 그는 독하게 마음 먹고 사냥꾼들을 한창 공사 중인 광산으로 보내버렸다.

“역시, 쉽지 않나.”

처음부터 쉬울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사기꾼이 꼬이니 맥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사냥꾼들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줄리앙의 말 대로였다. 딕슨 패거리 이후로 영지를 찾은 몬스터 사냥꾼들 중 대부분이 몬스터 사냥꾼이라는 이름이 아까운 사기꾼들이었다. 개중에는 같지도 않은 짐승의 부산물을 희귀한 몬스터의 일부인양 비싼 값에 팔아넘기려는 자들도 있었고, 어리숙한 시골 영주를 털어먹을 생각에 혈안이 된 자들도 있었다.

방법도 행색도 제각각이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죄질이 가벼운 자는 적당히 두들겨 패서 돌려보냈고, 죄가 무거운 자들은 모조리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 광산으로 보내버렸다.

그쯤 되니 김선혁은 자신이 용의 아종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는 것인지, 왕국의 쓰레기들을 청소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몬스터 사냥꾼들을 모아들였다. 그리고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이루어 그는 진짜 몬스터 사냥꾼다운 사냥꾼 사내를 만날 수 있었다.

“호오.”

날카로운 눈매, 척 보기에도 다부진 체구, 신비로운 빛이 도는 갑주, 사내는 흔한 사기꾼들과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달랐다.

“찾으시는 게 뭡니까.”

묵직한 목소리까지, 딱 자신이 생각했던 몬스터 사냥꾼의 모습과 부합되는 사내의 첫인상에 김선혁이 조금은 기대하는 얼굴을 해보였다.

“페어리 드래곤을 찾고 있다.”

“흠...”

사내는 그의 말을 비웃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섣불리 입을 나불대지도 않았다. 그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을 뿐이었다.

“페어리 드래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 드레이크나 그 비슷한 몬스터도 좋다.”

김선혁의 말에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잠시 동료들과 상의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흔한 뜬소문 하나 입에 담지 않고, 그저 진중한 얼굴로 시간을 달라는 사내에게 김선혁은 하루의 시간을 주었다. 사내가 떠나자 그는 곧장 아티야를 소환했다.

“아티야.”

‘네. 주인님. 다녀올게요.’

이제는 알아서도 척척 잘하는 아티야가 쓱, 하고 사라졌다.

**

사내는 진짜 몬스터 사냥꾼이었고, 다른 사냥꾼들이 영주를 등쳐먹을 궁리를 할 때, 사내의 패거리만이 유일하게 진지한 태도로 영주의 의뢰에 대해 토론했다. 아티야를 통해 그 사실을 전해들은 김선혁은 설레는 마음으로 사내의 말을 기다렸다.

“와이번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역시나 사내는 그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그는 마침내 원하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북방 유목민들이 살아가는 초원 어딘가에 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꼭대기에 와이번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내는 덤덤하게 자신이 들은 바를 이야기 해주었고, 영주의 의향을 물었다.

“만약 원하신다면, 소문을 추적하여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보겠습니다.”

“얼마나 걸리지?”

김선혁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희귀한 몬스터의 사냥이라는 건, 시일을 기약할 수 없는 법입니다.”

“성공 가능성은?”

“그것 역시 모르겠습니다.”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는 대답이었지만, 김선혁은 그래서 도리어 사내의 말에 믿음이 갔다. 대뜸 호언장담을 하거나 허황된 말을 늘어놓았다면, 그도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이름이 뭐지?”

“트리스탄입니다.”

“좋아. 트리스탄. 자네에게 와이번의 수색을 의뢰하겠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와이번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사내, 트리스탄이 물었다.

“찾게 되면, 생포해옵니까? 아니면 죽여서라도 데리고 와야 합니까?”

그 질문에 김선혁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무조건 산 채로.”

원하는 것은 살아있는 아룡이었지, 죽어 가죽만 남아 거실에나 장식할 장식품이 아니었다.

“만약 생포가 불가능하다면 위치만이라도 파악해도 좋아.”

그의 말에 트리스탄이 알았노라 대답하고는 패거리와 함께 저택을 떠났다.

**

트리스탄이 떠나고도 몬스터 사냥꾼들은 계속해서 영지를 찾아왔다. 그간 광산으로 끌려간 사기꾼들에 대한 소문이 돌았던 것인지 그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사기꾼이 아닌 진짜 몬스터 사냥꾼들이 찾아오는 빈도가 늘어났다.

김선혁은 그렇게 방문한 사냥꾼 패거리들 중에서도 제법 능력이 있어 보이는 자들을 다섯 패거리 정도 추려 의뢰를 맡겼다.

“페어리 드래곤이 있다던 동쪽 숲부터 수소문을 해보도록.”

“와이번을 찾아라.”

다른 임무를 띈 패거리들이 영지를 떠났고, 김선혁은 그들이 온 사방을 헤집고 다니는 동안 영지를 돌보거나 스스로의 심신을 단련하며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었다.

“광산 노역에 동원되었던 딕슨이라는 작자가 영주님을 뵙기를 청합니다.”

이른 오후 줄리앙이 찾아와 건넨 말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딕슨?”

“가장 먼저 영지에 찾아왔던 사기꾼 패거리의 리더가 딕슨이라는 이름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그제야 기억이 떠올랐다. 딕슨은 동부의 어느 영주에게 일각수의 뿔이랍시고 엉뚱한 물건을 팔아먹은 전적이 있는 사기꾼이었다.

“그 자가 왜? 반성했으니 이제 풀어달라고라도 하든가?”

“자작님께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보나마나 되도 않을 말을 늘어놓을 테지. 광산의 일이 덜 고된 모양이야.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있는 걸 보니.”

김선혁은 딕슨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딕슨은 포기하지 않고 그 뒤로도 몇 번이나 간청을 넣었다.

“감독관에게 주의를 줘야겠습니다. 한낱 사기꾼의 말에 휘둘려서 자작님의 심기를 어지럽게 해서야.”

“흠.”

문득 그는 호기심이 들었다. 이번에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내심 궁금해진 것이다.

결국 그는 광산에서 노역중이던 딕슨을 저택으로 불러들였다.

“여, 영주님을 뵙습니다.”

딕슨은 처음 영지를 찾아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저분했지만 나름 탄탄했던 육신은 그간의 고된 노동으로 비쩍 곯아 있었고, 바짝 엎드린 태도 그 어디에도 예전의 불량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들오들 몸을 떠는 그 모습이 차라리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용서의 여지는 없었다. 딕슨의 죄는 사기뿐이 아니었다. 심문 중에 제 입으로 이실직고한 죄목만 해도 강간과 살인, 방화 등등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작자였다.

그래서 그는 조금도 그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그래. 광산 일은 할만 해?”

몇 달 사이에 완전히 망가져버린 사기꾼은 그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용서를 빌었을 뿐이다.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지금 바로 광산으로 돌려보내주지.”

그의 말에 딕슨이 황급히 자신의 용건을 밝혔다.

“영주님께서 찾으시는 몬스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걸리는 놈이 있어서...”

김선혁은 이번에는 이 사기꾼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서, 서펜트라 불리는 놈을 남쪽 바다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요.”

========== 작품 후기 ==========

*3연참 원고를 연성했으나, 막상 쓰고 보니 글이 너무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도저히 올리지 못하고 새로 썼습니다. ㅜㅜ 양해 부탁드립니다. 컨디션이 폭발하는 날, 부족한 원고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ㅜㅜ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글쟁이의 가장 좋은 단백질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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