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파종된 자들
“어, 당신······? 여긴 어떻게?”
“설명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일단 저 시커먼 놈부터 처리하고.”
어안이 벙벙한 유리아 앞에 선 러셀이 크라이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무릎을 짚으며 피를 뚝뚝 흘리고 있던 유리아를 한손으로 번쩍 안아 크라이의 안장에 올렸다.
“꺅! 뭐, 뭐하는 거예요!”
“내상 입으셨잖습니까. 그거 그대로 놔두면 나중에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피똥 쌀 겁니다. 피똥 싸는 취미가 있지는 않으시지 않습니까?”
“피, 피똥이라니, 무슨, 무엄한······.”
말도 제대로 못하며 어버버거리던 그녀를 보고 피식 웃은 러셀은 크라이의 궁둥짝을 가볍게 내리쳤다.
“안으로 들어가 있어.”
이히히힝!
알겠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 크라이가 획하고 움직였다. 뭔가 말을 하려 했던 유리아는 엄마야! 소리를 지르며 크라의 위에 상체를 수그려 그 목을 부여잡았다.
크라이가 겅중겅중 뛰면서 잔해를 밟아 성벽 안쪽으로 들어서는 걸 확인한 러셀이 고개를 돌렸다.
검은 안개가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때 뒤늦게 절벽을 내려온 제스가 헉헉거리며 말했다.
“아니, 천천히 좀 가지, 왜 산까지 올라갔다가 빙 둘러 오신겁니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야. 엘레노아는?”
“여, 여기 왔습니다.”
엘레노아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다가왔다.
“뭘 그렇게 떨어?”
“노, 높은 곳은 무섭······. 그렇게 말도 없이 내려가버리시면 어떡합니까?”
“사람이 죽을 판이었는데 빨리 와야지.”
그때 지척까지 다가온 검은 안개가 갑자기 넓게 퍼지면서 푸확 하고 소리를 냈다.
당장 제스가 사각 방패를 꺼내든 채 눈을 날카롭게 뜨고, 엘레노아가 기도문을 외웠다.
대검을 든 러셀은 땅에 두 발로 선 채 기수식을 취했다.
“온다. 저게 진짜 하일른인지 아닌지는 싸우면서 판단하지. 너희들은 잘 하는 거 해.”
제스가 의뭉스런 표정으로 러셀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저 시체들을 다 막습니까? 칼리아 님이나 렉시 님, 하다못해 아엘라시스 님도 없는데······.”
“걱정마. 지원군이랑 같이 올 테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죽음의 기사가 소리 없는 포효를 내질렀다. 포효인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죽음의 기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들자마자 물러서 있던 시체와 좀비들이 일제히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정면으로 치닫고 오는 죽음의 기사를 향해 마주 달려가는 러셀을 보며 제스가 중얼거렸다.
“그 지원이란 거 당장 안 오면 우리 다 여기서 죽을 겁니다.”
곧 검은 안개와 하얀 뼈, 썩은 살점의 해일이 그들을 향해 덮쳐왔다.
***
“그러니까 이게 그 지원군이라고?”
렉시가 의심스런 눈길로 아엘라시스의 손에 들린 것을 바라보았다. 얼핏 보면 그건 특색 없는 주머니,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약간 거친 질감, 두툼한 두께, 줄로 오므렸다가 필 수 있는 입구를 가진 평범한 가죽 주머니였다.
그 주머니는 햇수로 2년 전, 러셀이 칼리스덴의 꺼진 지하 구덩이에서 찾았던 주머니였다.
이스메니오스의 방에서 아엘라시스가 알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을 때, 한 낡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주머니.
아엘라시스가 말했다.
“응. 러셀이 내가 있던 방에서 찾았던 주머니라고 했어.”
“네가 있던 방?”
아엘라시스의 말에 렉시는 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그 주머니를 유심히 살펴보던 칼리아가 별안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잠깐 줘보겠느냐?”
“응.”
아엘라시스의 손에서 넘겨받은 주머니를 요모조모 살피던 칼리아는 곧 살짝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의 입구를 열고는 손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주머니는 그 크기에 걸맞지 않게 칼리아의 팔을 어깨까지 집어삼켰다.
“헤에엑? 뭐, 뭐야? 괜찮아?”
가죽 주머니가 칼리아의 팔을 집어 삼킨 것 같은 모습에 화들짝 놀란 렉시가 칼리아를 잡아 끌었다. 그러자 칼리아는 평범하게 팔을 빼낼 수 있었다.
“뭐야? 멀쩡하네?”
“이건 아공간 주머니로구나. 그것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깊은 공간을 가진. 이런 보물이 있었다니······.”
“이게?”
렉시가 칼리아의 손에서 주머니를 빼앗아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아까처럼 렉시의 팔도 깊숙이 들어갔다.
안을 휘젓는 듯한 몸짓으로 상체를 휘적거리던 렉시가 놀랍다! 라는 얼굴로 손을 꺼냈다. 그녀의 손에는 금화와 보석이 쥐어져 있었다.
“헐······. 러셀 이 자식, 겁나 부자였네······ 그 여관비랑 숙박비가 어디서 나왔나 싶었는데······. 아니아니, 그것보다. 저 언데드 군대를 상대할 수 있는 게 여기 있다는 게 뭔 말이야?”
“나 줘. 내가 찾으면 손에 잡힌다고 했어.”
“네가?”
렉시가 다시 주머니를 아엘라시스에게 건넸다. 주머니를 받은 아엘라시스가 자신의 작은 손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잠시 후, 그녀가 꺼낸 것에 칼리아는 다시 놀라서 휘둥그레진 눈을, 렉시는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건······.”
“뭐야 이게? 이빨이잖아? 악어 이빨인가? 그런 것 치고는 좀 큰데?”
아엘라시스가 꺼낸 것은 그녀의 손바닥보다 커다란 이빨이었다. 원래는 하얬을 이빨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색되고 낡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단단함이나 끝의 날카로움은 전혀 퇴색되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단검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파르토이······. 심어진 자들. 과연, 러셀이 왜 방법이 있다고 한 건지 알겠다.”
“뭔데? 이게 뭔데 그래?”
“보면 알 것이다. 아엘라시스? 어떻게 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해보겠느냐?”
아엘라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언데드 군대의 오른편, 산등성이에 형성된 넓은 공터였다.
중간에서 툭 빠져나온 암석이 마치 절벽의 끄트머리처럼 바깥쪽으로 길게 솟아나 분지같은 지형을 형성한 것이었다.
아엘라시스는 주머니에서 꺼낸 한 개의 이빨을 왼손으로 쥐고 자신의 오른손바닥을 폈다.
획!
다음 순간, 그녀는 이빨의 끝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찔렀다.
단검 대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외견이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이빨은 손쉽게 아엘라시스의 손바닥을 찔러 피를 냈다.
웬만한 쇠붙이도 그녀의 피부를 상하게 어렵다는 것을 보면 놀라울 정도의 날카로움이었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찢기며 선홍빛의 선혈이 방울지며 떨어졌다. 그러자 지켜보던 칼리아가 저도 모르게 입술을 혀로 핥았다가 횡급히 코를 가리며 두어발짝 물러났다. 렉시는 그런 칼리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엘라시스에게 집중했다.
손바닥에 피를 낸 아엘라시스는 왼발로 바닥의 흙을 파낸 다음 이빨을 그곳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다시 발로 파낸 흙을 덮었다.
그 위로 아엘라시스의 오른손이 올라갔다. 주먹을 쥐어 힘을 주자 손바닥에서 핏방울이 방울지며 떨어졌다.
최초의 핏방울이 떨어지자 넓은 분지 전체에서 일순 둥- 하는 소리가 울렸다.
렉시가 당황하고 칼리아가 낮추는 사이, 아엘라시스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멍한 눈과 표정으로 핏방울을 흙에 떨어뜨리는데 집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핏방울이 떨어졌다. 그후 그녀는 물러났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아엘라시스가 심은 씨앗이 싹을 틔우려는 몸짓을 보였다. 그 몸짓은 그녀와 칼리아, 렉시가 서 있는 지름 몇 백미터의 분지 전체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마치 흙으로 이뤄진 물결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수백 수천 년간 어떤 외부인에게도 침범당한 적 없던,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드드드드드드드-!
산사태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격하게 산이 흔들리고 땅이 흔들렸다. 요동치는 땅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렉시가 두 자루의 곡도를 뽑아 바닥에 꽂고, 칼리아는 피로 만든 혈창으로 몸을 지탱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아엘라시스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렸다.
“항거할 수 없는 공포에 몸을 던진 자들이여, 단단한 비늘에 칼을 휘두른 자들이여, 위대한 명령을 거부한 자들이여, 일어나라! 죽음에서 그대들을 다시 부르노라! 용의 전사들이여!”
거칠게 흔들리던 하얀 눈을 뚫고 새하얀 손뼈가 솟구쳤다. 뒤이어 팔뼈가, 그리고 두개골과 빗장뼈, 척추, 골반이 빠져나왔다.
처음에는 해골의 모습이었던 그것들은 몸이 빠져나오는 시시각각 근육과 피부가 덮이기 시작했다.
텅 비어 있던 갈비뼈 안쪽에 붉은 심장이 생겨나고, 양쪽에 허파가 자라났다.
기도와 식도, 내장이 형성되고 푸른 신경계가 줄기를 뻗는 것처럼 위와 아래로 이어졌다.
붉은 근육이 덮이고 그 위로 다시 피부가 덮이는 과정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완전히 부활한 그들은 오른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무기 종류는 다양했다.
거검, 대검, 장검, 소검, 창, 방패, 검창, 도끼창, 전투 도끼, 전쟁 망치 등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로 혼성 되어 있는 그들은 갑옷이나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알몸이었다.
가진 키나 덩치, 외모 또한 천차만별이었지만 공통된 것이 하나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었다.
용에게 겁없이 덤벼들었다가 영혼을 저당 잡힌 대가로 다시 부활하는 것을 계약한 전사들.
완전한 무표정과 무감정한 얼굴은 무뚝뚝한 전사의 얼굴을 그대로 이식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기질적이었다.
하얀 눈을 머리나 어깨에 얹어둔 용아병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차츰 근육을 긴장시켰다.
달아오른 몸에 의해 곧바로 녹은 눈이 물이 되어 흐를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그들 주위로 회오리쳤다. 그때 아엘라시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만.”
그들이 있는 곳은 산의 중턱이었고, 눈보라가 불었다. 아래로는 까마득한 절벽과 가득 찬 시체들이 의미없는 괴성과 귀곡성을 끊임없이 내뱉고 있어 무척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아엘라시스의 목소리는 눈보라와 귀곡성을 뚫고 선명하고 명확하게 용아병들의 귀에 내리꽂혔다.
“너희들이 나의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 또 그 어머니에 이르러 계약한 것을 알아.”
아엘라시스의 말에 서로를 쳐다보던 용아병들 중 한 명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 용아병이 아엘라시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우리가 왜 싸우는지 또한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린 용이여.”
여자 용아병의 말에 모든 용아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엘라시스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너희들이 서로 싸워서 한 명만 남기는 것은 가장 자격 있는 자를 고르기 위함이란 것이지. 알아.”
“그렇다면······.”
“하지만 네 말대로, 나는 용이다.”
여자 용아병의 말을 끊고 아엘라시스가 공중으로 한뼘 날아올랐다. 모든 용아병의 고개가 그녀를 향해 따라 올라갔다.
“나의 어머니, 그리고 그 어머니, 또 그 어머니에 이르러 내게까지 내려온 계약의 주인으로서 명한다. 자격 싸움은 잠시 멈추고 아래를 봐.”
그녀의 명령에 용아병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산 아래를 쳐다보았다.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가공할 육체 능력을 지닌 덕분에 용아병들은 선명하게 언데드들을 볼 수 있었다.
척추를 꼬리처럼 휘저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해골, 벤시, 레이스. 그리고 해골과 좀비, 드라우거, 구울이 수천이 넘는 규모로 절벽과 산 사이의 사잇길을 매운 채 어떤 요새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 진격을 막는 무리는 언데드 군세에 비하면 한줌밖에 안 될 정도로 작았다.
그러나 요새에서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황금빛의 해일이 수백의 언데드를 그대로 정화하며 분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자청빛이 번쩍이면서 검은 안개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수십의 용아병들이 모두 눈에 이채를 반짝일 정도로 수준 높은 싸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와 대검을 휘두르는 남자였다.
기사가 초당 수십 번이 넘는 검격을 내지를 때마다 남자 또한 그 모든 공격을 흘려내거나 쳐내면서 대검을 뻗어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용아병들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다시 아엘라시스를 보았다. 아까의 그 검은 머리카락 여자 용아병이 대표로 다시 말했다.
“보았소.”
“너희들이 가장 자격 있는 자를 뽑았다 하더라도 저 아래의 시체들 군세가 있으면 오래 살지 못할 거야. 계약 내용은 그게 아니잖아? 자격을 증명하고, 살아가는 것. 이렇게 짧게 살다 가는 게 영혼을 바치면서까지 얻고 싶은 전부는 아니었잖아?”
“······.”
아엘라시스의 말에 용아병들은 제각기 무기를 든 채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알몸의 남녀들이 섞여 있었지만 문란이라는 글자는 감히 침범하지도 못할 만큼 쌀쌀하고 차가운 공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그때 한 남자 용아병이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그들 아래의 시체들을 가리켰다.
“용의 말씀이 맞다. 우리의 계약은 이행되어야 한다. 저 해골들을 쳐 부순 후에.”
용아병들은 한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산의 중턱에 나란히 선 용아병들이 무기를 앞으로 내밀었다.
훤히 드러난 알몸에 눈과 칼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용아병들은 질주를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수십 마리의 말이 한꺼번에 달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 웅장한 소리에 해골과 좀비에 맞서던 케트니오라 성당의 병사, 사제, 기사들이 두리번거렸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야?”
“어, 저, 저기!”
산과 절벽에 반사되었기에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헷갈린 것도 잠시. 곧 성당의 사람들은 왼편의 산에서 내려오는 눈구름을 볼 수 있었다.
“사, 산사태다!”
“물러나!”
“멍청아, 저기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데 물러나긴 물러나······ 허억?”
그건 눈사태가 아니었다. 서른 명이 넘는 알몸의 남녀 전사들이었다.
하나같이 무표정한 채 섬뜩한 날붙이들을 꼬나쥐고 달려오는 그들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저, 저게 무슨······.”
“다 벌거벗고 있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거세된 것처럼 달려오는 서른의 알몸 전사, 용아병들은 거침없는 기세로 시체 군대의 우측면을 창끝처럼 찔러 들어갔다.
콰과과과광!
썩은 팔다리와 하얀 뼈가 회색으로 젖은 하늘을 향해 비산했다.
어깨로 떨어지던 죽음의 기사의 칼을 대검으로 빗겨낸 러셀이 기사를 걷어찼다.
그가 있는 자리에서는 망자들의 군대에 일어난 소요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마안은 손쉽게 죽음의 기사 너머를 알아보았다.
“잘 썼나 보군.”
카가각!
죽음의 기사는 싸움에 집중하라는 것처럼 맞대고 있던 칼에 힘을 실었다.
똑같이 검은색의 검신이었지만, 검은 사기와 마력을 풀풀 날리는 죽음의 기사의 칼날이 조금 더 우세를 점하며 러셀의 대검을 내리 눌러왔다.
러셀은 힘을 겨루려는 듯 밀고 들어오는 죽음의 기사에게 맞대응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다리와 허리가 유연하게 비틀리는 것과 동시에 통나무 같은 왼다리가 죽음의 기사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쾅!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음의 기사가 나가떨어졌다. 나가떨어진 기사를 향해 러셀은 콧김을 한 번 내쉬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시커먼 투구부터 벗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