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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마안기사-109화 (110/225)

109화 전초

“러셀 님!”

제스의 큰 소리에 선술집 내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러셀과 그 일행에게 쏠렸다.

“와, 뭐야? 저 덩치들?”

“하나는 오크네? 지들 잡으러 온 거 모르나?”

“야이 병신아. 피부 색깔이 다르잖아. 쟤네들은 그린 스킨 아냐.”

“그래?”

“뒤에 꼬맹이는 졸라 예쁜데. 어디 귀족인가.”

“궁금하면 말 걸어보던가.”

“네가 해봐, 임마.”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지만, 러셀에게는 다 들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시선과 목소리들이다.

선술집 안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대략 스물이 넘어 보였고, 모두 용병인 듯했다. 토벌대에 합류를 위해서던가, 아니면 라함 영지의 사정을 듣고 의뢰를 찾아 온 자들.

러셀과 그 일행을 보면서 속닥거리긴 했지만, 시비를 걸거나 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러기에는 러셀과 카이의 분위기가 너무 압도적이기도 했지만, 영지 내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자체적인 분위기도 엿보였다.

“와, 이게 얼마 만입니까!”

벌떡 일어나 있던 제스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러셀을 맞이했다. 밤색의 머리카락에 밤색 눈동자. 이곳저곳 전투의 상흔이 가득한 갑옷. 얼굴에도 이전에는 없던 작은 흉터가 이곳저곳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러셀을 맞이하는 표정에는 반가움과 기쁨이 서려 있었다. 새삼 느꼈다. 이 세계 또한, 다른 사람들이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러셀도 씩 웃고는 팔을 뻗었다.

“오랜만이다.”

그가 오른손을 내밀자 제스가 양손으로 덥석 잡았다.

“예! 정말 오랜만입니다. 6개월, 아니 7개월만인 것 같은데. 잘 지내셨습니까?”

“그럭저럭.”

두 사람은 적당히 손을 흔들었다가 놓았다. 굽혔던 허리를 세우며 제스는 놀람을 감췄다.

‘그때보다 더 보이지 않아.’

러셀의 외형은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묶은 꽁지 머리. 그 아래의 잘생긴 얼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이외의 것은 하나도 모르는 자가 러셀이었다. 말하는 투나 행동거지를 보면 절대 평범한 집안의 자식이 아니다. 분명 비범한 귀족이라 생각할 정도의 분위기가 러셀에게는 존재했다.

거기다 실력 또한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제스가 처음 러셀을 만났을 때, 그는 구울 수십 마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처치한 구울이 무더기로 쓰러져 있었고, 기괴한 괴물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공격 한 방에 나가떨어질 때, 제스와 같이 추적을 하고 있던 선배 성기사, 하일른과의 합동 공격으로 괴물을 쓰러트렸다.

게다가 하일른도 러셀의 온전한 실력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건 늑대 수인 울카와의 대련이나 언데드와의 전투, 그리고 협곡에서 악마와 싸울 때 증명된 바였다.

어떻게 이긴 것인지 그 과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러셀이 악마 로고스를 이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거대한 묵색 대검으로 목을 쳐 날려버렸으니.

“앉으시죠. 식사는 하셨습니까?”

“하고 왔지만, 또 못 들 것도 없지. 카이, 괜찮나?”

카이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괜찮소. 안 그래도 조금 부족한 참이었거든.”

아엘라시스가 손을 들었다.

“난 배불러. 맥주만 줘.”

러셀과 일행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식탁은 커다랬고, 새로운 손님들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다.

마구간 앞에 서 있던 주근깨 소년이 주문을 받고 떠났다. 러셀은 각자 일행을 소개했다.

“여긴 카이. 보시다시피 오크지만, 그린 스킨은 아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루테온 교의 성기사, 제스라고 합니다.”

“카이요. 반갑소.”

카이와도 악수를 나누던 제스는 순간 흠칫하는 기색을 보였다. 제스는 카이를 유심히 살폈다.

“이 기운······. 신성력이 조금 느껴지는군요. 혹시 사제십니까?”

“사제는 아니오. 대전사, 라고는 할 수 있겠소만.”

“대전사라면.”

제스가 놀란 눈으로 카이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커다란 키와 근육질 덩치, 갈색 피부 위에 희미하게 드러난 검은 문신들.

“오크들의 신, 불칸의 대전사시군요.”

이번에는 카이가 놀란 눈이 되었다.

“불간을 아는군.”

“신을 따르는 자들은 신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는 자들이니까요.”

“루테온 교는 다른 신들, 특히 아인종들의 신을 배척하는 것으로 알고 있소만.”

제스가 손을 거두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몇몇······, 아니 대다수의 다른 종교들이 그렇긴 하지요. ”

“흠.”

제스는 곧 아엘라시스하고도 눈을 맞췄다. 백발의 머리카락을 어깨 아래까지 기른 소녀. 얼굴은 손바닥만하고, 그 안의 이목구비는 황금 같은 비율로 오밀조밀 채워져 있다.

머리카락처럼 약간 색이 바랜 눈썹과 큰 눈, 회청색의 눈동자, 앙증맞은 코와 빨갛고 작은 입술. 인형보다도 더 아름다운 소녀였다.

제스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러셀 님, 혹시, 이 아이가?”

“맞아.”

“이야, 반가워! 혹시 나 기억하니?”

맥주를 홀짝이던 아엘라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구?”

“기억 못 하나? 그, 왜. 빙계에서 온 악마랑 같이 싸웠잖아. 나랑 하일른 경이랑, 울카 님이랑. 얼음에, 벼락에······.”

러셀에게 사라넨이 인사했다.

“아까 인사드렸지만, 다시 인사드립니다. 사라넨입니다.”

“러셀이다. 당신이 마그나가르타의 친구라고.”

“······그렇습니다.”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는군. 나이 들어보이지도 않고.”

마그나가르타는 오랜 세월 동안 달의 여신, 일루나를 모신 늑대 신수이자 신도였다. 사라넨이 그녀의 친구라고 말할 정도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을 산 존재일 텐데.

지금 러셀의 앞에 앉아있는 사라넨에게서는 그만한 연륜이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라넨은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가 안 들어 보이는 건 장생종의 숙명이죠. 그녀처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진 않은 건 맞아요. 그래도 친구였던 건 사실이에요. 그녀가 달의 여신의 신도가 되기 위해 북쪽으로 떠나기 전에 맺었던 인연이었죠. 이후로도 가끔씩 숲과 숲의 연결을 통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고.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던 건, 그녀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 것과 악마의 봉인이 점점 풀리고 있다는 소식이었어요.”

“······.”

“이후 그녀가 신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다른 늑대 친구들로부터 듣게 됐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러셀, 당신의 존재도 알 수 있었어요.”

사라넨이 말했다.

“저는 드루이드입니다.”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인간이 지닐 수 없는 순수한 자연의 기운이었으니.

러셀이 제스를 보니 그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듯했다. 사라넨이 이어서 말했다.

“근래 이 근처의 산맥과 숲의 마력이 기이하게 변질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어요. 평범했던 동물들이 마수화가 진행되고, 죽었던 시체들이 일어나서 배회하고. 정상적인 경우가 아니죠. 태양신 교회에 요청을 넣은 건 그 때문입니다.”

그는 마안으로 제스를 바라보았다. 제스는 아엘라시스, 카이에게 자신이 러셀을 처음 만났을 때의 모험을 실감나게 말하고 있었다.

“처음 러셀 님을 만났을 때 난 아직 정식 성기사는 아니었어. 그때는 내 사수 되시는 하일른 님이랑 같이 첫 임무에 나서고 있었지. 임무 내용은 헤로케닌이라는 흑마법사이자 악마 숭배자였는데, 이 개자식이 지난 번에 들린 마을에서 주민들을 몰살한 게 딱 포착이 되가지고···.”

성기사의 힘은 신성력에서 나오고, 신성력은 신이 내려주는 힘이다. 스스로가 정진하고 깨우치는 마력과는 성질이 다르다.

본질은 마나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는 하나, 신성력은 신의 본질에 가까운 힘으로 완전히 뒤바뀌어버린다. 그 힘은 신이 어떤 속성, 혹은 개념을 관장하고 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제스가 믿는 신은 이 대륙 사람들 대부분이 따르는 태양신, 루테온. 악마에 가장 상극이기도 하고, 빛의 힘을 이용한 가호나 축복, 방어에도 효력이 상당하다.

그의 자색 눈이 제스의 주변에서 흐르는 힘의 흐름을 육안으로 보기 시작했다.

제스의 정수리로부터 위로 이어지고, 또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노란 빛의 선이 보였다.

그 선은 제스 하나만 갖고 있지 않았다. 선술집 내부에 자리한 사람들 중에서도 심심찮게 비슷한 노란 선이 보였다. 저들 또한 루테온을 믿는 자들인 것이다.

다른 색깔의 선들도 있었지만, 그게 어떤 신의 것인지는 짐작 가지 않았다.

저게 신과 신도를 잇는 선인가. 그러나 믿는 것과는 별개로, 그 노란 선으로부터 힘을 받는 사람은 제스 한 사람 뿐이었다.

신으로부터 성력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조건은 무엇일까. 세례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일까.

믿는 것만으로 성력을 쓸 수 있다면 개나 소나 쓰고 다녔겠지만, 성력을 쓸 수 있는 사제 또한 그리 많지 않다. 마력에 대한 적성을 타고나 마법사나 기사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는 사람들이 적은 것처럼.

그건 그렇고, 이제는 저런 선들까지 볼 수 있다. 그의 마안은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러셀이 보고자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나와 마력의 흐름을 꿰뚫고, 마법의 원리와 그 구성 술식을 육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며, 어떤 마도구가 보호하고 있던 간에 그 모든 방벽을 통과해서 그 속의 내부를 볼 수 있게 한다.

처음 이 눈을 자각했을 때는 걸어다니는 인체 모형들 때문에 괴롭고 불편하기만 했는데.

마력에 대한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이 이상 가는 치트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기적이었다.

러셀은 시선을 돌려 카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깃덩이 두 개를 해치우고 스튜를 퍼먹는 오크의 반들반들한 대머리 위에도 이어져 있는 선을 볼 수 있었다. 색깔은 붉었다. 저게 불칸의 선인 것 같았다.

“내 얼굴에 뭐 묻었소?”

“아니. 머리가 반짝여서 무심코.”

풉, 하고 아엘라시스가 맥주를 뿜었다. 저녁이 되면서 종업원들이 다 녹은 촛대를 교체하고 새로 불을 붙이면서 선술집 내부는 점점 환해져갔다. 그만큼 빛이 반사되는 카이의 머리통도 번쩍거렸다.

“······이건 내가 직접 민 거요. 머리카락이 안 나는 게 아니란 말요.”

“스튜나 먹어라.”

카이는 궁시렁거리면서 숟가락으로 남은 스튜를 떠먹었다.

***

밤하늘 아래의 숲. 짙은 뿌연 안개가 베일처럼 나무 사이를 흐느적거렸다. 무성한 나뭇잎과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달빛이 닿을 때마다 안개는 희게 출렁이면서 교태롭게 나무를 감쌌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그 안개를 뚫고, 여러 무리가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통과하고 있었다. 안개 속의 무리들은 윤곽이 불투명해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였다.

곧 축축한 안개를 초록 피부의 손이 휘저으며, 한 오크가 나타나 말했다.

“준비는?”

“거의 끝났습니다, 대주술사님. 모든 우룩크들을 집결시키는 중입니다.”

켈파그의 물음에 다른 주술사가 대답했다. 그들은 제각기 커다란 늑대에 올라타 있었다. 황소만한 크기의 늑대다.

다이어 울프. 보통의 늑대보다 두 배에서 세 배는 큰 덩치에, 가진 힘 또한 무시무시한 늑대. 주술과 마법의 힘으로 탄생한 교배종이었다.

다이어 울프의 낮은 울음과 끈적한 침이 흙바닥에 떨어졌다. 다이어 울프와 그 위에 탄 오크들이 숲을 거닐고 있었다.

“결국 투메룬은 죽은 건가?”

“예. 생명 반응이 끊어졌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누가 죽였는지는?”

“그게 확실치가 않습니다. 마력을 추적하려 해도 전혀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희와 같이 겔리오투스님의 마력을 받았다면 감지가 되어야 할 텐데.”

카이의 성력으로 악마의 마력이 정화되었으니 감지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두 오크가 그 사실을 알리는 만무했다.

“됐다. 애초에 단독 행동을 즐겨하던 놈이다. 시키지도 않은 산장 습격을 하겠다는 것과 제멋대로 정령들을 포획, 마도구로 만드는 것까지. 하여튼 마음에 드는 구석 없던 놈인데, 차라리 잘 되었지.”

거기다 켈파그를 제외하면 겔리오투스의 마력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놈이기까지 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그의 자리를 위협했을 것이었다.

켈파그의 입장에서는 투메룬이 아예 죽어버린 것이 더 나았다.

“그래도, 투메룬을 죽일 정도의 실력자가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비? 여기서 대비를 더 어떻게 한단 말이냐?”

켈파그가 쏘아보자 의견을 냈던 오크 주술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넘칠 정도의 제물을 희생시켰다. 이 이상 시간을 들이면 도리어 인간 쪽의 세력이 강성해질 터. 기회는 지금이다.”

“알겠습니다.”

그들의 앞에는 이지를 잃은 그들의 옛 동족, 회색 피부의 괴물들이 비척거리며 걷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고, 얼굴과 피부에 굵은 혈관이 돋아난 모습. 척 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우룩크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주술에 의해 자유의지를 잃은 짐승들, 그리고 고블린과 임프, 코볼트들이 날붙이를 들고 있다.

악마의 마력으로 강화된 짐승들은 몸집이 거대해지고 근육이 과도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린 스킨 괴물들 또한 오크 주술사들의 지속적인 제물 바치기와 희생으로 얻어낸 마력을 바탕으로 강화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압권인 것은 역시 트롤들이었다. 3미터에서 4미터 사이의 커다란 키에 배가 불룩 튀어나온 괴물들.

사지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공격이 아니면 모든 상처를 재생해버리는 놈들이 큼직한 나무 몽둥이를 든 채로 후열에서 터벅터벅 걸었다.

그 수가 다섯에 달했다. 보통 한 마리의 트롤이 산 하나를 차지하고 영역을 구축한다는 것을 미루어보면, 지금 여기에 다섯마리나 있는 것이 얼마나 상식적이지 않은 일인지 알 것이다.

마수, 그린 스킨들의 군대가 바닥을 짓밟으며 진군했다. 벌레들은 숨을 죽였다.

“좋아······.”

켈파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원래의 주술사들이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정신 지배. 기껏해야 작은 초식 동물에게만 먹힐 조악했던 주술이, 지금은 고블린과 우룩크, 심지어 트롤까지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 배경에는 당연히, 오크 주술사들이 새로이 모시게 된 지배자. 겔리오투스가 있었다.

대악마라 칭해도 부족함 없는 이 강력한 존재는 그들에게 지식을 선사했다. 생명을 다루고, 시체에서 백을 뽑아내며, 그 시체들과 다른 생명들을 제물로 바쳐 얻을 수 있는 붉은 색의 생명의 돌.

효율이 좋지 않아 수십 마리를 갈아 넣어야 겨우 한 조각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전사에게 이식하면 신체 능력이 말도 안될 정도로 강해지고, 주술사에게 이식하면 마력과 주력이 상승한다.

투메룬을 죽인 것이 어떤 놈일지는 몰라도, 이런 군세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것이었다.

찌그러졌던 오크 주술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로 시작입니까?”

“그렇다. 새벽쯤이면 인간들의 성벽에 도달할 것이다.”

켈파그가 입을 비죽 찢으며 웃었다. 드러난 어금니와 길쭉한 송곳니 때문에 한층 더 험상궂고 섬뜩하게 일그러진 얼굴이다.

“이제 그들이 맞이할 지옥의 전초로서, 섭섭지 않을 인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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