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수련
***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말했다.
“로고스가 죽었다.”
어둠이 풍랑을 맞은 것처럼 일렁였다. 그만큼 놀랐기에 그러했다.
“···정녕 그러합니까?”
이번에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미처 감정을 감추지 못한 탓에 은은하게 떨리고 있었다.
“종복에게 심어두었던 연결이 끊어졌다. 그가 직접 끊었다고는 볼 수 없으니 끊어졌다고 봐야겠지.”
“비록 달의 여신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영락했다 하나, 그 또한 강력한 악마입니다. 차근차근 몸을 수복하고 있었을 텐데, 누가 방해를······.”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이번에는 소년의 것이었다.
“로고스의 종복의 행적을 보니 교회의 성기사 둘에게 쫓기고 있었던데.”
“고작 성기사 두 명에게?”
“마나가르마도 있었지 않나. 달의 마지막 사도가 만만한 존재는 아니지.”
“흠······. 아무리 그래도, 석연치 않아. 두 달 전 용을 깨워서 북동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것도 실패했잖아. 괜히 제국의 시선만 조금 끌었지.”
처음의 굵은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그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각자 하던 일에 충실하도록. 로고스의 부활이 저지된 것은 아쉽다만, 다만 그뿐이다. 악마 하나가 더해지든 빼지든 계획은 계속 진행한다.”
어둠 속의 인영들은 침묵으로서 긍정을 표시했다. 계획은 그들에게 아주 중요했다.
***
“러셀님은 이제 어쩔 계획이십니까?”
동굴에서 빠져나온 하일른이 러셀에게 말했다. 그는 악마 로고스가 있던 공동과 제단을 조사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러셀이 대꾸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일단은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러셀은 나힐니르를 코트에 넣고 마지막 서리를 불렀다. 악마가 사라지자 도끼는 다시 마법을 되찾고 그의 손에 소환되었다. 러셀은 그것도 코트에 잘 넣었다.
협곡은 만신창이였지만, 더 이상 악마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에서도 더 이상 냉기의 안개는 흐르지 않았다.
이곳저곳에 악마의 시체, 마물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자연과 시간이 이들을 풍화시킬 것이었다.
“일단 나가지.”
“알겠습니다. 제스, 걸을 만 하나?”
“부러진 건 다리가 아니라 팔이니까요······. 괜찮습니다.”
러셀과 일행들은 몸을 추스르고 협곡을 나왔다.
늑대들의 호위를 받으며, 울카는 어머니 마나가르마의 육신을 수습했다. 그녀가 그렸던 진은 훼손되지 않았고, 안의 어머니의 몸도 온전했다. 가만 보면 그저 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울카가 뭐라뭐라 중얼거리자 평안히 잠든 모습의 마나가르마가 살짝 반짝이더니, 작은 구슬이 되었다. 마치 밤하늘에 뜬 달 같이 푸르렀다. 그녀는 구슬을 품에 소중히 갈무리했다.
일행은 협곡을 나와 다시 숲에 들어갔다. 러셀이 앞장 선 울카에게 물었다.
“바로 마을로 가나?”
“아니. 나와 엄마가 살던··· 집으로. 조금 걸어야 하는데, 괜찮겠어?”
“괜찮아. 가지.”
그들은 울카의 인도에 따라 거침없이 숲속을 걸었다. 악마와 마물들이 사라지자 숲은 겨울에도 여전한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어디론가 숨어들었던 동물들이 겨울숲을 내달렸다.
부엉이가 부엉부엉 울고, 올빼미의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눈처럼 새하얀 털의 눈토끼가 깡충깡충 뛰고, 그 뒤를 똑같은 흰 색 털의 여우가 쫓았다.
하늘은 붉은 석양이 졌다. 서쪽에서 지는 노을빛과 동쪽에서 일어나는 검푸른 빛이 만나자 하늘은 선연한 보랏빛으로 가득찼다.
하늘과 같은 빛깔을 가진 러셀의 눈은 점차 나무가 기이한 모습과 규칙적인 배열로 서는 것을 발견했다. 마력의 흐름을 보는 그의 눈이 주위를 훑었다.
나무뿐만 아니라 바닥에 난 풀과 겨울에만 피는 꽃들도 그러했다. 기이한 달빛의 마력이 그 식물들을 감싸고, 휘어지며 특별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러셀의 눈은 그것이 일종의 미로를 형성함과 동시에 이 숲을 지키는 결계이자, 마물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보호막도 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곧 그들은 갑자기 확 트여지는 분지에 도착했다. 꽤 커다란 크기의 분지는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분지의 중앙에 꽃밭과 나무, 회반죽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오두막이 세워져 있었다.
겨울임에도 싱그러운 덩굴 줄기와 잡다한 식물들이 집을 에워싸고 있었고, 공기마저 포근했다. 하일른과 제스가 감탄하고, 러셀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오두막에 모두가 들어설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들은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웠다.
숲에서의 밤은 빠르게 찾아왔고, 그들의 머리 위로 별들이 총총 박혔다.
그들은 사냥을 해올 필요도 없었다. 능숙한 사냥꾼인 늑대들이 사슴 한 마리를 물어온 것이다.
울카는 능숙하게 사슴의 피를 뺐다. 못 먹는 내장을 비운 다음 가죽을 벗기자 눈 깜짝할 사이에 붉은 고깃덩어리가 된 사슴이 모닥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졌다.
모두들 배고팠기에 침을 삼키며 구워지는 사슴 고기를 응시했다.
공기가 따뜻했기에 모두들 아까보다 가벼운 차림이었다. 하일른과 제스는 성갑과 무기들을 구석에 쌓아두었고, 러셀도 코트를 벗어 새끼용을 감싼 다음 바닥에 눕혔다.
하지만 새끼용은 러셀의 곁에서 벗어나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다시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하는 수 없이 러셀은 한 손으로 새끼용을 들었다.
러셀이 가벼운 옷차림이 된 하일른에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겠군.”
“아, 예. 대교회로 가야 합니다. 헤로케닌에 대한 추적과 척살, 악마 부활도 저지했으니 그에 대해 보고를 올려야지요. 그리고 제스도 어엿한 성기사 임명식을 갖고 말입니다.”
그 말에 제스는 쑥스럽다는 듯 팔을 들어 올리다가 비명을 질렀다. 아직 부러진 뼈가 다 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제스를 보며 사람들 사이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픔에 찔끔 눈물을 흘렸던 제스도 웃고 말았다.
하일른이 얼굴에 어렸던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러셀님. 이걸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하일른이 품속에서 꺼내든 건 금가고 깨진 붉은 수정이었다. 길쭉한 육면체에 위아래로 뾰족한 끝을 세운 수정. 러셀은 단번에 그것이 마력을 담는 용기이자 더 짙은 무언가로 변질시켜주는 것임을 보았다.
“이게 뭐지?”
“공동에서 찾은 겁니다. 부서진 제단 안에 들어있더군요. 이미 효력은 다한 것 같습니다만.”
그 말대로 수정은 여기저기가 깨지고 금이 가 볼품없었다. 다시 본래의 그릇으로서도 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일른이 수정을 보며 말했다.
“헤로케닌은 본래 마법사였습니다. 그리 썩 대단한 자는 아니었지요. 람파스라는 마을에서 약초와 약간의 마법으로 약을 만들고, 괴물을 잡는데 작은 도움을 주는 자였지요. 하지만 두 달 전 갑자기 그는 변했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상상도 못하는 마력을 얻었고, 사악한 주문을 부려 괴물을들 지배했지요. 그로 말미암아 람파스 마을은 사라졌습니다.”
하일른은 주먹을 꾸욱 쥐었다.
“이 수정은 헤로케닌이 어떻게 그런 마력과 주문을 얻었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것 외에는 다른 흔적이 없기도 하지만요.”
“나한테 그걸 보여주는 이유는?”
러셀의 물음에 하일른의 올곧은 시선이 그를 향했다. 믿음과 신뢰, 약간의 존경마저 담긴 눈빛이었다.
“신의 계시일지, 아니면 그저 제 감일지도 모르지만. 러셀님은 이 세상에 중요한 분입니다. 정세가 격동하고 있습니다. 산과 계곡, 숲의 동굴에서만 머물던 괴물들이 민가를 습격하고, 북부의 준동도 심상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북부라는 말에 러셀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하일른은 알아채지 못했다.
“러셀님은 이미 칼리스덴에서 용을 쓰러트렸고, 여기 로고스 협곡에서 악마를 무찔렀습니다. 저는 러셀님의 행보가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과분한 평가군. 난 그냥 여행자야.”
“괜찮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삶이라는 바다를 해쳐나가는 여행자 아니겠습니까.”
러셀은 피식 웃었다. 엘레노아도 그렇고, 이 남매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비슷한 거 나오면 박살내달라고?”
“그래주시면 더 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교회가 지원해줄 겁니다.”
“그래. 만나고 봐서, 마음에 안 들면 그리 해주지.”
“감사합니다.”
하일른은 러셀의 말만이라도 되었다는 듯 몸을 편안하게 풀었다. 그가 진지하고 엄숙했던 얼굴 표정을 풀자 덩달아 긴장했던 제스도 하하, 웃었다.
“참, 하일른님은 역시······.”
“역시 뭐?”
“엄숙하시다고요.”
시답잖은 대화가 오가는 사이, 고기가 다 익었다. 마안을 가진 기사와 두 성기사, 한 명의 수인은 사슴 고기를 맛나게 뜯어먹었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은 예정된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럼 여기서 안녕이군.”
“예.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러셀님.”
“나도 같이 싸울 수 있어서 좋았다.”
제스도 러셀의 손을 쥐고 조심스럽게 흔들며 말했다.
“교회에 돌아가서 말해도 믿을지나 모르겠습니다. 제가 용살자와 같이 악마를 잡고, 거기다가 용까지 보다니. 그 새끼용, 나중에는 엄청 커다래져 있겠지요?”
러셀은 피식 웃었다. 그 새끼용은 지금 러셀의 목과 어깨에 몸을 둘둘 만채 잠들어 있었다.
“나야 모르지. 어쩌면 다음에는 인간으로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거 꼭 보고 싶군요.”
두 성기사는 울카와도 인사를 나눴다. 울카는 둘에게 늑대를 붙여줬다. 마을까지의 인도는 이제 늑대들이 해줄 것이다.
하일른과 제스는 늑대들을 길잡이 삼아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
울카와 러셀, 잠든 새끼용만 남았다. 러셀이 말했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빨리 해. 그렇게 우물쭈물하지 말고.”
“······티 났어?”
“그래.”
울카는 후읍, 숨을 들이키더니 말했다.
“너, 넌 언제까지 있을 거야?”
“흠.”
러셀은 잠들어있는 새끼용을 툭 건드렸다. 알에서 일어났음에도 새끼용은 먹고, 자고, 다시 먹고, 다시 자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전생에는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은 한 번도 키워본 적 없었고, 그건 현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이대로 바로 떠나기에는 조금 걸렸다. 새끼용의 비늘 촉감도 딱딱하다기보다는 부드러웠다.
빙계의 악마를 상대할 때까지만 해도 커다랬던 용이 갑자기 이렇게 작아져버린 데는, 러셀이 생각하기에 그의 마력 때문인 듯 싶었다.
알의 상태일 때 러셀이 때려박았던 막대한 양의 벼락과 마력이 용을 깨우고 커다랗게 만들긴 했지만, 결국 러셀의 것이기에 다 쓰고 나자 본래의 작은 크기로 돌아온 것이다. 그것 외에는 없었다.
러셀이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 왜?”
“그,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뭔 부탁?”
“나, 강하게 만들어줘.”
러셀이 울카를 쳐다봤다. 울카는 주먹을 꾹 쥐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번에 느꼈어. 내가 좀 더 강했다면, 이렇게 엄마가 무리해서 일찍 여신님 곁으로 갈 일도 없지 않을까 하고.”
러셀은 고개를 저었다. 마나가르마는 직접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울카의 자기비하는 비약이었다.
“그렇지 않아. 넌 충분히 강했어.”
“마을에서 널 이기지도 못했잖아. 네게는 불리한 규칙밖에 없었는데도.”
“그거야······.”
러셀은 이대로 가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아 말을 삼켰다. 그러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도와주지.”
안 그래도 마나가르마에게 부탁을 받기도 했었으니까. 그리고 이 새끼용도 곧바로 추운 겨울을 지나기에는 어렸다. 용이 얼마나 빨리 크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울카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그래. 넌 재능이 있으니까.”
러셀은 마을에서 울카와 박투를 벌였을 때를 생각했다. 그녀는 무술에 대해 재능이 있었다. 여성적인 몸매를 지녔음에도 근육은 탄탄했고, 무엇보다 몸을 움직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다만 가진 마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수인화로 변신을 하는데 많은 양의 마력이 낭비됐다. 러셀이 보기에 약간의 교정만 거쳐주면 수인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인화를 해서 늑대인간 폼이 되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지. 준비해. 제대로 못하면 엉덩이 때려 줄 거야.”
그러자 어째서인지 울카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 그래? 알았어,”
순간 러셀은 체벌의 종류를 잘못 잡은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었다.
***
겨울숲 속을 한 기의 인마가 달리고 있었다. 인마의 모습은 기괴했다. 달리는 말은 해골로만 이뤄져 있고, 그 위에 탄 기사는 어깨 위에 두어야 할 머리를 옆구리에 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둘라한이었다. 일주일 전, 러셀과 일행들을 습격한 시체들의 군대 중 유일하게 살아서 도망쳤던 존재. 거기에 둘라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끼아아아!
반투명한 몸체의 레이스가 둘라한의 뒤를 따르며 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무언가로부터 다급히 쫓기는 듯한 두 언데드가 한쪽으로 다급히 시야를 돌렸다.
회색의 인영이 호박빛의 빛을 흘리며 검은 나무 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회색의 긴 머리카락에 간단한 상의와 짧은 바지만 입은 차림. 거기다 꼬리뼈에서 튀어나와 있는 머리카락과 같은 색깔의 꼬리까지.
울카였다.
“흐압!”
울카는 눈밭 위를 달리면서도 거의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마력의 운용과 수발이 경지에 이르렀다는 표시였다.
그녀가 기합을 내지르며 박차자 순식간에 둘라한과 레이스가 따라잡혔다. 둘라한은 도망치기는 글렀다는 판단을 내리고, 고삐를 당겨 말을 돌려세웠다.
촤앙!
둘라한이 뽑아든 칼이 섬뜩한 빛을 흘렸다. 영원토록 침묵하는 나무들을 관객으로 울카와 둘라한이 대치했다. 같이 허공에 멈춰선 레이스가 발작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한과 사악한 마력이 깃든 귀곡성이 울카에게 짓쳐들었다.
“크아아아아!”
울카는 지지 않고 마주 고함을 질렀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온 달의 성력이 고함과 합쳐져 귀곡성을 흩어버리고 레이스에게 타격을 주었다.
레이스가 비틀거리는 사이, 둘라한이 말의 옆구리를 차며 돌진해왔다.
“우어어어어-!”
둘라한이 자신의 머리통을 내밀자 그것이 괴성을 지르며 푸른 냉기를 쏘아냈다. 울카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것을 피하고는, 다가오는 둘라한의 바로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후우우···.”
울카는 한 번 호흡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오른발을 수평으로 바닥을 디딘 다음, 왼발을 앞으로 내밀어 크게 진각을 밟았다.
쿵- 하고 땅바닥에서 전달된 힘이 다리로 집약되어 몸을 타고 올랐다. 거칠 것 없는 노도의 기세로 오르는 힘은 무릎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등으로, 등에서 어깨로 치솟았다.
그가 직접 손으로 짚어주고, 마력을 이끌어준 감각이 되살아났다. 체내의 마력회로가 맹렬히 달아오르고, 불순물 하나 없이 깨끗한 길을 마력이 질주했다.
어깨에 이른 힘은 마력이 더해져 가속한다. 어깨에서 팔꿈치, 손목, 굳게 쥐어진 주먹. 발생하는 모든 힘을 한 치의 흘림도 없이 일점에 모아 쏘아내는 극의.
발경(發勁)이 울카의 주먹에서 재현됐다.
꽈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울카의 주먹에서 뻗어진 극한의 일점이 압축된 힘과 마력이 둘라한을 집어삼켰다. 둘라한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범위에 휘말려 해골마와 함께 산산이 분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