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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271화 (271/352)

〈 271화 〉 외전:어쩔티비~ 저쩔티비~

* * *

“어쩔티비~저쩔티비~안물티비~안굳티피~뇌절티비~우짤래미~저쩔래미~쿠쿠루삥뽕 지금 화났죠? 화났죠? 개킹받죠? 죽이고 싶죠? 어차피 나 못 죽이죠? 응~못 죽이죠? 어~또 빡치죠? 아무것도 모르죠? 아무것도 못하죠? 내~알겠셥니대~ 아무도 안물 안궁~ 물어본 사람? 응 근데 어쩔티비죠? 약올리죠? 응~ 어쩔 저쩔 안물 안궁~”

쿵.

충격을 이기지 못한 내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머리를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데굴데굴 구르며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은 리온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유진아? 내가 뭐, 뭘 들은 거야?”

나도 몰라, 세연아.

“어쩔티비~”

“...리온, 아니 나리가 이상한 말을 배워왔어! 이건 아니야! 이건 꿈이라고! 불과 몇 주 전만해도 수줍게 고개를 기울이면서 게임해도 되요? 하고 묻던 우리 나리 어디갔어!”

“어, 언니,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에요? 요즘 애들이면 유행어 정도는 금방 배워요.”

그래도, 우리 착한 리온이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어! 내가 잘 못 들은 거야, 잘못들은 거라고! 그래! 누가 TTS로 장난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리온이 저런 잼민이 같은 말을 쓸 리가 없어!

아니 생각해보니까 너도 요즘 애들이잖아! 넌 뭐 아닌 척 하고 있어?

“내가 리온한테 신경을 별로 안 써줬나봐...”

“언니...걱정이 과해요.”

아니 나도 현실에서 저걸 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그게 또 우리 리온 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단 말야. 리온은 내가 충격을 먹든 말든 별로 신경도 안 쓰고 X물의 숲 하고 있고. 내가 방금 들은 게 환청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게슈탈트 붕괴가 와서 모두 소금덩어리가 될 것 같단 말이야!

“...역시 그런 거겠지?”

“넹,”

나는 머리를 주우며 유라에게 물었다. 유라는 내 쪽으론 시선도 돌리지 않고 폰을 보면서 설렁설렁 대답하곤, 다시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이 혼란스러운 오후에 혼란스러운 건 나뿐인 거야?

아니 물론 휴일이 다 그렇긴 하지만, 리온의 등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는 에포나와, 에포나를 등받이 삼아 X숲을 즐기는 리온과, 소파에 누워서 폰 만지는 유라와, 혼자 궁상떠는 나. 이거 완전...

“그래도 차라리 저런 게 낫지 않아요? 저건 귀엽기라도 하지, 언니 이거 안 불편해? 이런 거라도 배워오면...”

“으아아아악! 그런 말 꺼내지마! 꺼내지 말라고!”

상상해버렸잖아! 그런 끔찍한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고! 또 떨어트릴 뻔했잖아!

“언니 너무 과보호에요. 나리도 스스로 다 할 줄 아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유행어가 다 그렇잖아요. 다 한 번씩 따라해 보는 거죠.”

“초딩 중딩 같은 거?”

“그게 뭐에요?”

모, 모른다고? 나는 유라가 정말로 모르는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유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지만, 유라는 진심으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런데서 세대차이라니, 나 이제 –틀­소리 드는 나이가 된 건가? 외견 나이로는 유라보다 한 두 살 많아 보이는 정도인데?

난 이런 현실 인정할 수 없어! 몇 년 만 더 지나면 이제 진짜 틀딱소리 들어도 할 말 없을지 몰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와...거의 10년 전 유행어네요.”

“요, 요즘은 급식이라고 하긴 하지...”

“네 맞아요. 초딩 중딩 같은 건 이제 어디서도 안쓴다구요. 요즘은 급식보다 잼민...아니 나도 잼민이니까 이렇게 말하기는 뭐한데 아무튼 요즘은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멈춰! 그거 까지 들으면 내 머리에 과부화가 올 것 같아!”

으아악! 투 머치 토킹 멈춰! 나는 시작되려하는 유라의 투 머치 토킹이 시작되기 전에 잽싸게 끊어냈다.

“그래...”

나는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나도 이제 아줌마 소리 듣게 되는 건가...뭔가 좀 그러네.

“나리야~”

“...흥.”

나는 삐진 표정으로 내 쪽엔 시선도 주지 않는 나리에게 다가갔다. 피망이 그렇게 싫은 거니?

그냥 오늘 건강을 생각해서 피망 볶음에 피망 전에 피망 계란 부침 등등 피망 요리를 좀 많이 만들었을 뿐인데. 야채 좀 먹으라고 말했던 게 그렇게 싫었던 거야?

“흥.”

“나리야. 피망이 그렇게 싫어?”

“...피망 먹기 싫어요. 맛도 이상하고...”

...피망 맛이 어린애들한텐 좀 그렇긴 하지. 그래도 놔두면 고기만 열심히 먹어치우는 이 육식엘프 꼬마가 계속 편식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엘프가 인간이랑 똑같은 신체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만 먹게 하긴 좀 그렇지.

“그래도 안 먹으면 키 안 크는데?”

“먹는다고 키 큰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주인님! 당근 먹으면 키 크는 거야?”

“응? 응.”

“근데 나는 왜 작아?”

“당근이 무슨 빨간 버섯이라도 되는 줄 알아...?”

“빨간 버섯? 그게 뭐야?”

“그런게 있어.”

먹으면 바로 커지게? 나는 골 때리는 질문을 던진 에포나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나중에 더 커진다는 이야기야. 에포나, 잠시 정원에서 놀고 있을래?”

“놀아도 돼?”

“사고 치진 말고.”

“나리도 같이?”

“나리는 나랑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나중에.”

나는 나리의 등받이 노릇을 하던 에포나가 거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보곤 등받이를 잃어 쭈그려 앉은 채로 게임을 하는 나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리야, 야채 먹으라고 화내서 미안해.”

저녁시간에 야채 먹으라고 혼낸 게 나리한테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생긱 해보면 처음으로 화낸 것 같기도 하고...나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하는 나리의 밑에 머리를 굴려 넣었다.

“나리가 그렇게 야채 먹기 싫으면 이젠 강요 안 할게.”

“...진짜?”

“조금이라도 먹으려고 노력해보지 않을래?”

“...오늘 처럼 야채반찬만 하는 거 아니에요?”

...오늘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피망으로 도배해버리긴 했지. 고기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의외로 한솔이가 피망을 좋아하더라. 뭔가 톡 쏘는 맛이 마음에 든다나.

...그거 알레르기 아냐?

흡혈귀니까 괜찮겠지?

“우리 나리가 좋아하는 고기반찬도 해줄게. 그러니까, 이제 화 풀고, 날씨도 좋은데 같이 나갈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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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야. 잘했어. 가르쳐준 대로 잘 하더라. 언니가 아예 피망으로 도배해버릴 줄은 몰랐다니까...”

유라는 툴툴거리며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한 나리의 손에 만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손에 쥐여 주었다.

“헤헤, 현질해야지...”

“들키지 않게 조심해. 알았지?”

“응.”

“들키면 내가 안 써서 줬다고 하고.”

“응.”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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