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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이 되어버렸다-186화 (186/352)

〈 186화 〉 164.전쟁에 상도덕 따위는 없다(3)

* * *

뭐지 도대체.

나는 판타지 풍의 복장을 입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뭐 사람까지 찾아와서 깽판을 놓는 거야? 나 진짜 전생에 나라 여럿 말아먹었나 보다? 뭐 좀 평화롭다 싶으면 찾아서내 내 평화로운 생활을 와장창 무너트리는데 지금 나랑 장난해?

그렇게 나를 엿 먹이고 싶어? 이번에는 또 뭔가 모험가 같은 거지새끼들이 5명이나 옆 건물 옥상에서 나한테 사슬을 던지네?

이세계인들은 상도덕도 없나? 방송 끝나고 쉬려고 하니까 사람 머리를 수박처럼 터트릴 것 같은 흉흉한 물건을 집어던지네? 빡치네? 세연아 눈치 보지 말고 이리 와서 지옥참마도나 꺼내지 않을래?

“!@^#*&!$&!”

저건 뭐라는 거야. 또 이세계어야? 또 하늘에 빌어야 돼?

비나이다 비나이다. 무슨무슨 신님인지 뭔지 모를 놈아 저 새끼들 뚝배기를 깨버릴 힘...아니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말문을 트게 해 주소서!

“!@&^#*!단한 힘이군. 확실히 인간과는 달라. 어떻게 저런 연약한 몸에서 저런 힘이...”

오 들린다. 확실히 편리하다니까.

“*야! 이 그지 같은 놈들아! 니들 뭔데 남의 집에 이런 흉흉한 물건을 던지고 X랄이야!”

고릴라 같은 덩치를 가진 중년남성은 내가 자기네 말을 하자 당황했는지, 일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말을...할 줄 아시오?”

사뭇 정중한 어투였지만, 저놈들이 저지른 일이 있어서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짜증이 치밀었다. 망할 새끼들. 사고는 이미 쳐놓고 점잖은 척 하네?

“*왜? 못할 줄 알았어? 이런 무식한 새끼야!”

이런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놈들 같으니. 보나마나 그 할아범처럼 나한테 뭔가 내놓으라고 온거 같긴 한데, 이것들 왜 이리 막장이야? 이세계에선 일단 때려눕히고 대화하는 게 국룰이라도 되는 건가?

거 ‘히데부!’하기 좋은 세상이로구만. 나는 내 머리를 둘둘 말고 있는 쇠사슬을 힘으로 떼어내며 생각했다. 쇠사슬을 대충 방바닥에 던져놓고, 나는 자유로워진 머리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저 새끼들 진짜 어떻게 하지? 내가 너무 마음이 연약해서 차마 사람을 죽이진 못하는데. 수인은 인간새끼가 아니라서 어떻게 하기 라도 했지, 사람 상대로 그러는 건 내 연약한 멘탈로는 무리였다.

“*야,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지 않을래? 조용히 살고 있는데 와서 깽판친 건 정말 좆같긴 한데, 내가 니들 상대하기는 귀찮거든?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지?”

“*여신이 욕을...”

“*시장바닥에서 볼 법한 욕인데...”

아니 이 새끼들이? 대놓고 흉을 보네? 무슨 못 볼 걸 본 것처럼 충격 먹은 얼굴을 하고 있어? 니들은 태어나서 욕한 번 안 해봤냐?

뭐 시발, 여신이고 나발이고 니들 하는 꼬라지 보면 내가 욕 안하게 생겼어?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호구로 보이냐? 선량한 듀라한 뒤통수치려다 실패한 놈들이 혀가 길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당연히 전화를 하기 위함이었다. 누구한테 전화햐냐고?

“어, 여보세요, 마리아? 내 앞에 그 가지세계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나타나서 나한테 쇠사슬을 던졌어!”

[네? 도대체 어떻게? 제가 곧장 그리로 갈 테니 버텨주세요!]

“알았어! 나 다른 데도 전화해야 하니까 끊어!”

나는 마리아가 대답하기 전에 전화를 끊고 다시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이런 일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인, 아닌 축생인 라쿤 박사였다.

[무슨! 일인가!]

“제! 앞에! 이세계! 인이! 찾아! 와서! 난동을! 부리고! 있어요!”

[내! 말투! 따라! 하지! 말게! 그래서! 이세계인! 이라고! 했나! 당장! 그리로! 요원들을! 보내겠네!]

역시! 인맥이! 최고야! 저승사자는! 연락이! 안 되서! 아쉽네! 나는 아직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나를 경계하고 있는 습격자들에게 소리쳤다.

“*야! 니들 거기 꼼짝 말고 서 있어! 내가 니들한테 인실좆을 맥여 줄 테니까!”

“*...세크헤트!”

또 뭐야. 나는 바로 앞에서 소리친 남성의 목소리에 다시 그놈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습격자들의 머리 위에서 내 몸통만한 불덩이가 떠올라 있었다. 화! 화염구! 12레벨에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마법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저게 나한테 날아오는 것만 아니었으면 개쩐다고 생각했었을 텐데!

이런 미친놈들아! 니네들이 그걸 우리 집 방향으로 날리면 나만 조지는 게 아니잖아!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였다. 나는 곧바로 머리카락을 손에 감고, 머리를 집어던졌다. 가라! 내 뚝배기!

보통이라면 머리카락 길이가 짦아서 얼마가지 못했겠지만, 나는 머리카락을 내 마음대로 늘릴 수 있다고! 나는 머리카락을 밑도 끝도 없이 늘려 머리를 창 밖 허공에 집어던졌다. 내 시야가 마구 회전했지만, 내 머리는 아인슈타인도 울고 갈 고성능을 자랑하는 머리였다. 나는 정확하게 화염구를 포착하고 머리카락 반동을 이용해 화염구쪽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쾅!

내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폭음과 함께 내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나는 상황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내 머리를 전력으로 끌어당겼다. 내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바깥은 이미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나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허공에 터진 덕에 건물 자체에는 큰 피해가 없었던 모양이지만, 충격파를 견뎌내지 못하고 박살난 창문들로 아수라장이 된 모양이었다. 이거 다 바꾸면 얼마야... 컴퓨터는 멀쩡할지 모르겠네. 나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원래 자리를 벗어난 모니터를 보며 생각했다.

이런 미친놈들. 민가에서 저런 흉악한 불덩어리를 던져? 저 새끼들이...

“*빠르게 진행한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제압해라!”

나는 그 말을 듣고 위에 자켓을 대충 걸쳐 입은 채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시간을 끌던, 저 녀석들을 죄다 제압하던지 해야 했다. 아주 개판이로구만.

“울어라! 지옥참마도!”

“구웨에에엑!”

나는 지옥참마도를 꼬나쥔 채로 옥상에 착지했다. 5명의 인원들은 옥상에 착지한 나를 둘러싸고 무기를 꺼냈다. 도끼, 지팡이, 검, 창, 검...냉병기 총 집합이구만. 현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무기의 총 집합이었다.

그럼 나도 시간을 끌어줘야지. 솔직히 말해서, 신체능력으로는 내가 압승이지 않을까. 무려 차를 잠깐이나마 들어 올릴 수 있는 몸이다.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 수준의 피지컬이라면 내 있으나 마나한 실력으로도 적을 제압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스펙 차이가 압도적이면 답이 없는 법이니까. 인간이 맨몸으로 탱크를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았다.

이세계의 인간들, 마법, 그리고 저들이 숨겨왔을 비장의 수까지. 내가 생각해야 하는 변수가 너무 많았기에, 나는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무기를 겨누는 녀석들에게 허세를 부렸다.

“*얌전히 잡혀가지 그래? 자수한다면 죄값은 덜 받을 텐데.”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저희 세계를 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따라 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렇게 평화로운 세상이라면, 잠시 저희 세계에 들러주셔도 되지 않습니까?”

떡대 남성의 절절한 부탁에 나는 코웃음 쳤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정중하게 요구하던가. 어떤 놈이 사람한테 쇠사슬부터 던지는데? 내가 아니었으면 무조건 죽었을 거다. 그 자리에 리온이나 유라가 있었다고 하면...

“*그럴 거면 처음부터 잘했어야지. 기습이 실패하니까 정중한 척이라니, 뻔뻔하기도 해라.”

“*...확실히 그렇군. 틀린 말은 아니다.”

일행의 가장 뒤에 서 있었던, 건장한 체격의 미남이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까 저 남자, 왠지 신경 쓰이는데...뭔가 심장이 찌릿찌릿 하달까, 볼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해야하나.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리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놈이 리던가? 아까부터 왜 뒤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

“*...긴말은 필요 없다. 최대한 빨리 제압해서 이곳을 뜬다. 아테나님이 말하시길 머리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으니, 몸은 없어도 되겠군.”

거구의 남성이 그렇게 말하자, 야비하게 생긴 남자, 무려 염소의 다리를 가진 남성이 들고 있던 창을 내 가슴을 향해 내질렀다. 대충 보기에도 수련의 흔적이 느껴지는 능숙한 찌르기에, 나는 받아치는 대신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곧이어 도끼를 든 거구의 습격자가 내 허리를 쪼개버릴 기세로 도끼를 휘둘렀다. 나는 도끼를 피하려다, 빈틈을 노리는 듯이 내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학자풍의 남성의 검을 발견하고 머키라락을 풀고 곧바로 어깨를 발판삼아 머리를 점프시켰다.

목과 목 사이로 검이 지나가자마자 다시 목을 이어붙인 나는, 지옥참마도로 도끼를 막았다.

내 모습에 깜짝 놀란 것인지, 홍일점인 마법사는 주문을 외우면서도 토끼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머리가!”

내가 듀라한인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건가. 나를 납치하러 왔다 길래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 나는 마법사가 놀란 틈을 타 머리카락을 늘려 마법사를 향해 뻗었다.

하지만 시도는 금방 차단되었다. 예의 검사 중 하나가 내 머리카락을 검으로 튕겨낸 것이다. 내 머리카락을 튕겨내기라도 한건 처음 봤네.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옆에 있던 남성은 전투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지만, 애초에 나는 싸움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라 두명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다.

내로라하는 달인도 두명과 싸우는 게 최대라고 했던가. 나는 점점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딱 봐도 밥 먹고 무기 쓰는 법만 배웠을 것 같은 인간들이랑 그냥 민간인인 내가 실력에서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머리카락으론 힘든가. 인질잡고 버티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거 타겟을 바꾼다! 무지성 머리카락 발사!

나는 빠르게 다가오는 염소 수인의 창을 피하면서 머리카락을 날렸다. 염소 수인은 내 머리카락 공격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발을 놀려 머리카락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내 배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동시에 상체에는 거구의 사내가 휘두르는 도끼가 거침없이 휘둘러졌다. 맞으면 이/유/진이 되겠구만. 나는 지옥참마도를 내 몸을 전부 가릴만한 사이즈의 방패로 바꾸고 공격을 막아냈다. 방패에 묵직한 충격이 달린다.

하지만 저들과 내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근력의 차이가 있었기에, 막는데 문제는 없었다.

“*...이거 갈수록 승산이 없어지는데?”

“*하지만 대륙을 구하기 위해선 해야만 한다. 아트라하시스!”

이름인가? 내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나를 막고 있던 둘의 뒤에서 돌연 번개줄기가 나를 향해 쇄도 했다. 당황한 나는 번개줄기를 피하려 했지만, 문제는 내가 들고 있던 게 내 몸을 전부 가릴 수 있는 사이즈의 방패였다는 점이다.

따가워! 아파!

나는 온 몸을 감싸는 저릿저릿한 느낌에 방패를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몸이 제대로 안 움직여! 원딜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나는 두 눈뜨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두 남성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내 눈 앞에서 살벌한 흉기가 휘둘러지고 있는데 눈을 뜨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때였다.

“*아스칼라보스!”

나는 내 온몸을 덮친 뜨거운 액체에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상황을 살폈다.

“우웁...”

나는 나를 향해 창을 휘두르던 남성의 상반신이 사라진 것을 보고 말았다.

“*네놈! 포모르! 어째서 배신을 하였느냐!”

가장 후방에서 내 머리카락을 한번 튕겨낸 남성이었다. 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거구의 남성의 질문에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검을 휘둘러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게 내가 할 일이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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