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52화 (52/352)

〈 52화 〉 50.방송천재 듀라! 였으면 좋겠다(3)

* * *

한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팀원과의 완벽한 스킬 연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예리함?

정확한 스킬샷?

그건 한타가 시작된 뒤에야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한타에서 가장 중요한 건...한타에 참여하는 거다. 레벨이 3이나 차이가 나더라도 머릿수가 부족하면 불리한 게 한타다. 한 명 한 명의 딜과 CC가 가져 오는 변수는 정말 크기에, 한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5명이 모여야 한다.

그래도 한타 시작은 괜찮았지. 무리하게 딜을 넣으려 앞에 서 있던 X페리우스의 뒤에 빠짝 붙어 있다 X눕아락의 스킬로 인해 스턴에 걸린 3명에게 고유능력으로 범위를 넒힌 불기둥을 꽃아넣고, 동시에 살아있는 폭탄을 스턴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 X라 에게 꽃아 넣었다. 그리고 뒤로 살짝 빠지면서 사거리가 늘어나는 특성을 찍은 중력 붕괴를 때려 박아 스턴을 걸고, 평타를 두어대 때려 박는다.

누가 봐도 완벽한 연계였다. 순식간에 앞라인에 선 적들을 걸레짝으로 만들었으니 이제 할 수 있는 거라곤 킬딸밖에 없는 암살자들이 들어 갈 차례였다. 나는 핑을 찍으며 암살자가 들어 가기만을 기다리며 스킬쿨을 돌렸다.

...뭐야? 애내 들 왜 안들어 가?

“애내 들 어디 갔어?”

­x바가 x바하네 ㅋㅋㅋㅋ

­x바 원시인가 ㅋㅋㅋㅋ 바로 앞에 있는 X라 Q한 발도 못맞춤 ㅋㅋㅋㅋ

아까 내 옆에 알짱거리던 x바 어디 갔어? 급하게 맵을 살펴보니, 누구보다 앞장서서 쳐맞는 x바와 멀리서 포킹을 하고 있는 x라툴이 보였다.

...?

니들 거기서 뭐 해? 내가 눈이 맛가서 위치를 착각한 건 아니지? 왜 원딜이 앞에서 맞다이까고 근딜이 멀리서 포킹해?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남녀역전처럼 딜러역전 세계에라도 들어 온거야? 혹시 이거 뉴메타야? 엔터를 눌렀다가 다시 잽싸게 눌렀다.

채팅은 치지 말자...나는 스트리머다...나름 시청자 수 200명대의 중소기업이다...채팅 싸움은 내 이미지만 안 좋아진다...내가 이미 똥겜 스트리머지만 인성도 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트롤러와 싸워봐야 얻는 건 멘붕 뿐이다....

­저세상 게임이네 ㅅㅂ ㅋㅋㅋㅋㅋ

­x라툴 원딜 안 자르고 뭐 하냐 ㅋㅋㅋㅋ

­X바투르 X바 살려 주느라 아무 것도 못 하네 ㅋㅋㅋㅋㅋ

­이게 레스토랑스...?

침착하게 상황을 확인하며 넣을 수 있는 만큼 딜을 넣는다. 하지만 저쪽에는 걸출한 세이브능력을 가진 힐러인 X두인이 있어서, 나와 X눕아락만으로는 순식간에 기울어져 버린 한타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X디브에게 끔살당한 X바의 시체를 남겨두고 오브젝트 싸움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귀환한 후 탭키를 눌러 팀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x바의 딜량이 간신히 1000을 넘고, X라툴은 2000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내 딜량이 약 9000. 트롤들아 일 해! 일하라고! 소녀가장은 선넘지!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해 게임을 그냥 던져 버리네?

...승리고 뭐고 구슬이나 모을까? 모 마법사님이 말 하신 것처럼 정말 가망이 없었다.

“선넘네...”

­저게 X바지 ㅋㅋㅋ

­ㄹㅇ 보는 것만으로 암걸린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저주받은 골짜기의 오브젝트는 총 3개를 모아야 오브젝트 효과가 나타나는 식이고, 이제 막 첫 번째 오브젝트를 빼앗겼을뿐이다. 아직은 만회할 기회가 충분했다. 애들이 정신 차리고 제대로만 해도 아직 뒤집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아니면 라인전에서 잘 짤라먹기만 해도 우리 쪽으로 승기가 넘어 올테니까 한타에서 쓸모없어도 라이너 암살이라도 잘해 주면 돼!

[아군이 당했다.]

X바가 죽었다. 무리하게 X시아를 자르려다가 본인이 역으로 끔살당한 모양이었다. 게임 줫같이 하네. 그러면서 느낌표 핑은 미친 듯이 찍어댄다. 저 저 가정교육을 레오리에서 받고 온 새끼...레오리하다 온놈이 꼭 저러던 데.

너네 고향으로 돌아가!

레스토랑스는 드높은 시공의 법에 의거해 결코 비매너 행위를 용서하지 않는다! 빡빡아! 내 신고를 받고 빨리 저놈을 레오리로 돌려 보내줘! 돌려 보내 달라고! 저런 놈은 심해에 가둬놓고 거석신앙이나 빨다가 뒤지라 그래!

GROUNDPOUND:X바 뭐 하냐 진짜.

정말 뭐 했을까. 라인에서 나오는 구슬을 꾸역꾸역 집어 먹으며 지도를 보니, 중간 라인과 아랫라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X바가 보였다. 탭키를 눌러 특성을 확인해 보니 매수(정글에 있는 몬스터들을 바로 처치하는 특성)도 아니다.

일부러 던지는 건가, 아니면 그냥 존나 못 하는 걸까. 백보 양보해서 추측하자면 아랫라인에 선 X시아를 잡으려고 갱각을 재는 것 같기는 한 데, 저렇게 백날 킬각만 재봐야 킬은커녕 적들을 도와 주는 꼴밖에 안 된다.

분명 저 X바 나 보다 레벨이 100이나 더 높았을 텐데. 레벨값 못 하는 X바라니, 그것보다 더한 재앙이 없다. 구슬이나 먹을래...나는 게임에서 져도 8만 원은 얻고 말겠다!

AAAAAA:어차피 이판 가망없음. 이 조합으로 잘도 이기겠다 ㅋㅋㅋ 빨리 오픈하고 다음판 ㄱ

님힐없: X타스 라인 그만 밀고 그냥 오픈해

GROUNDPOUND:진짜 x같은 벌레 새끼들

AAAAAA:벌레는 너 아니냐 ㅋㅋㅋㅋㅋ

아니 저 X바년이? 누구 맘대로 오픈이야? 8만 원을 얻기 전까지는 이 판은 절대 못끝내! X라툴은 듀오인지 아니면 그냥 한 마리의 병신이었던 건지 X바의 던지자는 말을 따라 게임을 던지기 시작했다. 위아래에서 계속해서 타워에 꼬라박으니 당연히 렙차가 나기 시작했고, 공산주의겜의 렙차는 곧 팀 전체가 레벨차이가 난다는 소리니 결국 한타고 뭐고 완전히 말려서 10분이 지나자 1차 타워가 남아나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채팅창도 개판이 났다. 완전히 빡쳐서 패드립을 나사하는 X눕아락과, 그걸 보며 조롱하는 X바와 X라툴. 그리고 조용히 구슬을 꾸역꾸역 모으는 나. 개판이 따로 없었다. 그래, 이게 시공이지...시공에서 정상인을 만나기란 이렇게 힘든 거슬...

나는 탭 키를 눌러 팀원 전부의 채팅을 거버렸다. 니들은 니들끼리 싸우거라. 나는 구슬이나 모아서 8만 원이나 벌련다...

“후...첫판부터 트롤을 만날 줄은 몰랐네요. 이거 오늘 시작부터 좀 그러네...”

ㄹㅇ...적당히 재밌게 가나 싶더니 바로 초 쳐버리네

­그 와중에 구슬 꾸역꾸역 먹어서 거의 다 채운 거 봐라 ㅋㅋㅋㅋ

­시공 최초 로밍다니는 X타스 ㅋㅋㅋ

“질땐 지더라도 퀘스트는 끝내고 죽는 것이 진정한 레스토랑스 유저의 자세에요. 알겠어요?”

­자낳괴의 자세겠지 ㅋㅋㅋㅋㅋ

­미션 깨려고 몸 비트는 거 개웃기네 ㅋㅋㅋ

­그만큼 8만 원 갖고 싶으시다는 거지~

“아니 생각해 봐, 퀘스트 하나만 완료하면 8만 원이 들어와 8만 원이!”

­그건 ㅇㅈ

­국밥 12그릇 값이면 킹정이지~

­프로 국밥충;; 바로 국밥 그릇으로 계산하네;;

“이제 한 개 남았네요. 근데 핵이 깨지기 직전이야! 저 웨이브만 먹으면! 먹으면!”

적들에게 맞던 말던 미니언 웨이브를 밀어버리고 구슬을 먹으러 달려든다. 어차피 망한 판이라 나를 제지할 사람은 없다. 그저 물음표 핑만 주구장창 찍을뿐. 저 구슬만 먹으면 게임은 졌지만 나는 이긴 거야!

이제 조금만 움직이면 구슬을 먹고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게임 끝내지마 제발! 8만 원! 8만 원! 8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원!

[피하는 법을 모르느냐?]

“내 구스으으으으으으으으을!”

­아 구슬 먹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목소리로 우렁찬 샤우팅하니까 줜나 웃기네 ㅋㅋㅋㅋㅋ

내 대류맨의 시체가 하늘을 날아간다...내 구슬...

죽을 때만 타격감 쩌는 갓겜...

내가 때린 건지 안때린 건지 체력바 안보면 알 수도 없는 이 갓겜...x라 다발사격은 존나 아픈 주제에 타격감이 1도 없어서 맞기 전까진 썼는지도 몰라! 이게 게임이냐 빡빡아! 빡빡아아아아아아아!

이 개 같은 게임...

화면에 떡하니 뜬 패배화면을 보며 나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내 8만 원...

[듀라핡짝핡짝님이 1000원 후원!]

­애, 자기가 X타스를 잘하는 줄 알어!

“천...원....감사...합니다...”

­이 악물었네 ㅋㅋㅋㅋ

[마나 중독자 퀘스트 완료하기]

­실패!

8만 원...내 8만 원...

­안전자산 꺼억

수습...멘탈을 수습해야 한다....아직 방송시간이 8시간이나 남았어...

“...그럼 다음 판 시작할게요.”

나는 머리 대신 휴대용 풀장에 담긴 육체로 몸부림치며 화를 쏟아냈다. 느아아아악!

내 8만 원!...8만 원이면 일주일 치 식비에 세연이 제사상에 세연이를 위한 고급진 수제 햄버거

세트를 바칠 수 있었는데!

세연이 보고 싶다...집안일 너무 힘들어...혼자 사려니까 심심해...

“세연이 돌아오면 햄버거 세트 맨날 사줄텐데...”

“...진짜 사주는 거야?”

“그래...응?”

낯선 목소리였다.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기도 했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이 둥둥 떠다니며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아, 안녕...”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