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라한이 되어버렸다-10화 (10/352)

〈 10화 〉 9.나아아아아는 게임을 못해(1)

* * *

10.나아아아아아는 게임을 못해(1)

세상은 넒고 게임은 많다.

피시방 점유율을 절반이나 쳐먹고 10년가까이 순항중인 게임도 있고, 산사람이 채 다섯도 안되는 초 마이너 인디게임도 있다. 또 수백억 단위로 자본을 쏟아붙고도 희대의 똥겜이 된 게임도 있으며, 채 1억도 쓰지 않았음에도 사람들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 게임도 있다.

그러니까 라O어2 하쉴?

­듀라가 독을 풀었다! 위생병! 위생병!

­아니 하필이면 그 게임을...

“만원에 샀으니까 이거 똥겜아님. 만원이면 갓겜이야.”

­ㄹㅇㅋㅋ 만원이면 갓겜이지 ㅋㅋㅋ

­근데 이걸 왜 하고 있냐 ㅋㅋㅋㅋ 시청자 유입 조지려고 작정했네 ㅋㅋㅋ

“캡쳐보드를 샀는데 테스트할 게임이 필요해서? 봐바. 방제도 캡쳐보드 테스트 중! 이라고 써놨잖아.”

기나긴 로딩 끝에 메인 화면이 나왔다. 호수 한가운데에 떠있는 사람 없는 보트가 물결따라 흔들리는 화면. 느낌있네. 확실히 그래픽 하나는 뛰어나다.

­많고 많은 게임중에 라O어2 ㅋㅋㅋㅋㅋ X수 PTSD유발 방송인가

“지금까지 바빠서 받아놓고 하지를 못했으니 한번 해봐야지. 묵혀두면 아깝잖아. 아무리 요즘이 게임 쌓아놓고 안하는 시대라지만 돈 아까우니까.”

­정말정말 다른 게임은 없음?

없지는 않다. 나름 매 달 나오는 게임 중에 재밌어 보일만한건 구매했으니까. 유명한 모 만화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이라던지. 영화는 재밌었는데 게임은 잘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은 회사 이미지를 한방에 조졌다는 전설의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이다.

시청자들이 뭐라 하던 이 게임을 플레이 하겠다 못박고 버튼을 누른다. X수들이 PTSD를 견디지 못하고 채팅창이 폭주하지만 아 몰라. 난 이거 할거임.

새로 시작을 누르고 나오는 로딩 끝에 시작하는 영상을 본다. 영상미 하나는 끝내주네. 인트로 영상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나는 마이크를 머리 쪽으로 갔다대었다. 누가 캠으로 봤다면 목 없는 시체가 방송을 하는 정말 기괴한 광경이었겠지만 이건 노캠 방송이었다.

듀라한 만세! 듀라한 선배들 고마워! 기억할게!

내가 머리로 저글링을 하던 이빨로 타자를 치던 X수들이 알 방법은 없다. 진짜로 칠 수 있다는건 아니고. 기껏해야 혀로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정도다. 생각보다 편하더라. 덕분에 스페이스바가 침범벅이 되었지만 이거 나름 포상 아니야? 세상에는 미녀의 똥을 산다는 미친놈들도 있는데 이 정도면 나름 정상인의 축에 드는거 아닐까. 원래 정상이란 말만큼 애매모호한 것도 없으니까.

미소녀의 침...이건 팔린다. 핢짝핢짝.

팔 생각은 없지만. 말이 미소녀지 머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머리가 없는 시점에서 미소녀라 불리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미소녀의 ‘미’는 얼굴을 기준으로 정해지니까. 몸매가 좋아도 외모가 별로면 좋은 소리는 듣기 힘든 세상이다. 미소녀라는 단어 자체가 좀 씹덕스러운 종류긴 하지만 그래도 이쁜게 좋은거지. 목 잘린거 반영해서 머리가 말라 비틀어졌어봐.

그럼 내가 있을 곳은 집이 아니라 관짝이다. 아 요즘은 화장이 대세니 유골함인가?

내가 잡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영상은 천천히 진행된다. 스피커를 비워둘 수는 없으니, 있는 말 없는 말 다 꺼내서 멘트를 쳐야만 한다. 적당히 아무말 대잔치나 하면 되지 않을까. 위험한 발언만 어떻게 조심하면 되니까.

“여기까진 좋은데, 어쩌다가 모두의 골프가 되어버린거지.”

­ㄹㅇㅋㅋ

­와 인트로 영상만 봐도 혈압이 오르네 ㅋㅋㅋ 저혈압 X수들아 이거 꼭 봐라ㅋㅋㅋㅋ

무슨 짓을 한거야?

영상 도중에 전작 주인공에게 묻는 조연의 대사가 인상 깊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첫 스포를 들엇을 때 생각한 말이 아닐까? 이거 만들고 SNS에 플레이어 조롱글이나 올리는 사장놈은 다시는 게임을 못만들게 해야 한다.

“조작감 좋고, 그래픽 좋고, 풍경 좋고...”

­아니 무친년아 어디가 ㅋㅋㅋㅋ

­속보)듀라, 길치인걸로 밝혀져...

­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

“도배는 떽이야. 그리고 말 타고 풍경 구경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참을성이 없네~”

도배를 시작하는 X수에게 채금을 달아주고 게임을 진행한다. 진짜 영화라고 해도 믿겠네. 말을 타고 도시에 들어가는 모든 장면이 영화의 롱테이크씬이라고 해도 믿겠다. 영상미 하나는 정말 깔데가 없어 깔데가.

­그래도 풍경은 좋네...

­진짜 작년에 여기까지 봤을때는 진짜 감탄했는데...이젠 보자마자 ㅈ같네.

­ ㅜㅑ ㅜㅑ

­눈나 나도 떽해줘

“떽은 무슨. 자 게임에 집중 합시다. 골프씬까지 빠르게 달릴거에요.”

­아니 왜 거기까지 달리는데

­무야호~

­혹시 듀라님 취향이...?

X수들의 채팅을 대충 훎으며 게임을 진행한다. 영상 반 게임 반이라 그렇게 어려운 구간은 없었다. 그냥 길 따라 걷고, 또 걷고, 영상보고, 걷기의 반복이다. 생각보다 지루하네. 괜히 골랐나.

어느정도 진행을 하니 캐릭터가 바뀐다. 라O어2의 평가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바로 그 캐릭터다. 근육 장난 아니네. 가슴 없었으면 정말 남자인줄 알았을 거야. 이제 이 캐릭터로 전작 주인공 뚝배기를 터트리면 된다는 거지?

“튜토리얼이 생각보다 기네요. 골프채로 뚝배기를 깨트려야 튜토리얼이 끝나는 건가?”

진행하다보니 첫 좀비와 마주쳤다. 컷신이 끝나고 좀비가 달려들자 전투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다. 회피 후 근접 공격. 주먹으로 좀비를 묵사발내버린다. 노엘도 저렇게는 못했던 것 같은데. 혹시 이번작은 주먹으로만 싸워도 깰 수 있는건가.

­강한여성 ㅜㅑ

­좀비를 주먹으로 때려잡네 ㅅㅂㅋㅋㅋㅋㅋ

“전작의 그 고생은 뭐였을까...”

­ㄹㅇㅋㅋ

튜토리얼을 따라 게임을 진행한다. 다행스럽게도 길이 일직선이라 헤메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좀비를 주먹으로 박살내며 목적지를 향해 다가간다. 근육 정말 알차게 써먹는다. 그냥 목을 잡고 꺾어버리네...

튜토리얼 성격의 미션이었는지 금방 파트가 끝나고 다시 전작 주인공의 파트였다. 꼬마였던 애가 어른이 돼서 말을 타고 가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직은 튜토리얼 구간이었는지 길이 쉽다. 방송탑을 올라 일지를 작성하고 내려와 계속 길을 간다. 이쪽은 팔힘만으로 좀비들 모가지를 꺾지 못하는지, 단검으로 목을 쑤시는 처형 모션이 나왔다.

이쪽은 그거구만 그거. 그 아빠에 그 딸. 오랜만에 쥔 패드가 어색해 자꾸 총알이 빗나가지만, 그래도 죽지는 않았다.

­총알이 좀비를 피해가는 마술 ㄷㄷ

­ㅈㄴ 못쏘네

­ㄹㅇㅋㅋ

[르네도트님이 1000원 후원!]

­님아 그 길을 가지마오

­돌아가, 거긴 지옥이야!

­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그만둬

­발작버튼 ON

“그만두더라도 골프씬은 보고 그만둬야지. 안 그래요?”

­아니 왜 봐도 거기까지;;

“방송으로 봤을때는 일하면서 보다보니 그 부분을 제대로 못봐서 한번 구경이나 해보려고.”

­그래서 직장인이시겠다?

“전직이야 이젠. 방송시간 보면 몰라? 이젠 저도 님들이랑 같은 백수에요.”

­코로나에게 처음으로 감사할 일이 생겼다.

­돈버는 백수는 백수가 아닌데;; 자고로 백수는 방구석에서 뒹굴면서 아무것도 안해야 백수 소리를 들을 수 있음.

­앞으로도 쭉 방송하나요?

“별일 생기지 않으면 방송은 꾸준히 할거에요.”

­그냥 노가리방

덤으로 머리를 잘린. 생각해보니까 이몸이면 단두대 체험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냥 목 대충 올려두고 머리만 타이밍 맞춰서 떨구면 되잖아. 교수형 체험도 가능할거다. 목을 작살내는 식의 죽음에 면역이 되어버린걸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으로 골치아픈 일이다.

시청자들의 채팅에 적당히 맞장구 쳐주며 게임을 진행한다. 한시간 즈음 더 진행하자 문제의 그 씬을 보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즐겁다.

즐겁다!

마참내!

“오...”

드디어 그 골프씬에 도달했다.

­시청 멈춰!

­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스킵해

­노엘ㅠㅠ

“실제로 저 정도로 때리면 사람 머리가 형체도 안남을 것 같은데...”

­아니 그런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요;;

골프씬이 끝나자마자 나는 미련없이 게임을 껏다. 확실히 플스에 내장된 방송기능과는 차원이 다르네. 콘솔 방송하려면 캡쳐보드를 사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골프씬 봤으니 이제 다른거 하죠.”

­미련없이 꺼버리네; 지금까지는 도대체 뭐였던 거임?

­기강 제대로 잡네;;

­그래서 무슨 게임함?

“ALF+F4”

­아니 그 똥겜을;;

[모야모야호님이 1000원 후원!]

­선생님 왜 고르는 게임이 하나같이 그 모양이십니까

“재밌잖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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