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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상대를 막아내는 방법 (101/270)
  • 최강의 상대를 막아내는 방법

    수원 블루 데빌즈와 인천 FC의 경기가 끝나고 동민은 집에 돌아와 공책에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확실히 수원의 경기력은 왜 자기들이 K리그에서 최상위권 팀인지 보여주는 거나 다름없었지.’

    공격력에서 리그 톱을 달리는 부산 히어로즈와는 다르게 수원 블루 데빌즈의 특징은 어느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8강전의 전주 드래곤즈나 저번 경기의 부산 히어로즈는 모두 강점이 분명한 대신 약점도 분명히 있는 팀이었지만 수원은 그런 팀들하고는 좀 느낌이 다르니까.’

    착실한 협력 수비와 빠른 역습을 주 무기로 삼던 전주 드래곤즈는 반대로 똑같이 서로 치고받는 상황에서는 어색한 모습을 드러냈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계와 양 측면에서 시작되는 공격을 자랑하는 부산 히어로즈는 수비 뒤 공간의 허술함이 약점이었다.

    그러나 결승전 상대인 수원 수원 블루 데빌즈는 달랐다. 앞선 두 팀처럼 확실한 장점이자 색채는 옅었지만 그만큼 공수의 밸런스가 확실하게 잡혀 있어서 한눈에 알아보고 딱 꼬집어 약점이라 할 만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강점이라면 일단 좌측이든 우측이든 모두 뛸 수 있으면서 상대 수비를 헤집어놓는 심형만의 존재 자체가 강점이지만 그렇다고 약점은… 그나마 원톱을 맡고 있는 선수가 비교적 떨어진다지만, 그것도 비교적이고 우리 팀보다는 확실히 위니까…….’

    동민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어대며 수원의 원톱을 맡고 있던 조성훈을 떠올렸다.

    [조성훈]

    29세

    잘 쓰는 발: 오른발

    성장 가능성 13.3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2.2 / 20

    선호하는 플레이: 등지고 서서 공을 받음

    특성:

    장점 - 캐논 슈터, 강철 몸

    단점 - 기름 발

    현재 컨디션: 6/10

    ‘사실 개인만 봐서는 수원 블루 데빌즈라는 강팀에서 뛰기에는 꽤 모자라 보이지만 수원의 공격이 원톱이 무조건 마무리 짓는 타입이 아니니까 문제지. 심형만이 움직일 공간을 만들거나 패스만 연결해 줘도 수원으로서는 충분할 테니까.’

    수원의 공격은 성훈이 굳이 마무리 지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원하는 원톱은 큰 체격으로 최전방에서 포스트플레이(최전방에서 공을 받아 지키고, 안정적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공을 넘겨주는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며 심형만이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어줄 선수였다.

    ‘그 점에서 조성훈은 최고의 카드나 다름없겠지. 결국 원톱은 저쪽의 약점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는 거야. 아이고야……’

    동민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고 침대에 기대 누웠다.

    “상대가 아무리 K리그 최정상권의 팀이라도 이번 시즌 무패가 아닌 이상 확실히 무언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있을 텐데, 문제는 우리가 K리그 팀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인 기량으로 그 점을 뚫어낼 수 있느냐가 문제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수원 블루 데빌즈라도 리그나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패배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을 성남 페가수스가 이용할 수 있느냐는 점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 동민의 발목을 잡았다.

    ‘분명히 부산 히어로즈가 수원 블루 데빌즈를 상대로 이기긴 했지만 우리가 그 전술을 따라할 수도 없는 데다가 우리한테는 김경원도, 정형진도 없으니까. 결국 우리 팀만의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소리인데…….’

    동민은 결국 침대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단순하게 오늘 본 스테이터스만 가지고 생각할 것도 아니고, 결국 최대한 찾아보는 수밖에 없지. 지금껏 수원 블루 데빌즈가 패배했던 경기들을 보고 거기서 방법을 찾는 수밖에.’

    동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그의 방의 불빛은 해가 뜨도록 꺼지지 않았다.

    “그래서 또 이틀 밤을 연속으로 샜다고요?”

    “…짧게 말하면 그렇게 되네요.”

    수연은 자판기 앞에 앉아서 연거푸 커피를 들이켜는 동민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동민의 눈가에는 또다시 거뭇거뭇한 기운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준결승전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남은 기간이 워낙 없잖아요. 수원 블루 데빌즈에 대비한 훈련을 하기 전에 먼저 대응 방법부터 찾아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수원 블루 데빌즈는 그저께 직접 경기장에 가서 봤지만 이렇다 할 약점이라 할 게 안 보이는 팀이었던 것도 있고요.”

    동민의 말에 수연의 눈이 반짝였다.

    “아, 수원 경기를 직접 보셨다고요? 그저께?”

    “다음 경기 전에 직접 확인하고 싶었는데 직접 봐도 제대로 된 방법이 떠오르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조급한 거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니 수연 씨 수원 블루 데빌즈 팬이라고 하셨죠? 혹시 팬들 사이에서 오가는 아쉬운 점이나 뭐 그런 건 더 없었나요? 일단 이번 시즌 경기들을 죄다 찾아보면서 분석 중인데 혹시 다른 뭔가가 있나 해서요. 저야 일단 지금까지 이번 시즌 경기만 보고 있었지만 수연 씨는 또 다르잖아요.”

    “오래 본 팬 입장에서 말인가요…….”

    동민의 말에 수연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동민은 희미한 희망을 가지고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도 이내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딱 이거다 싶은 건 글쎄요……. 심형만이 출전을 하고, 안 하고가 확실히 차이가 크긴 하지만 결승전에 심형만을 안 쓸 리도 없고 부상 소식도 없으니까요. 만약 안 나온다면 그 자리를 대신할 선수인 장원영의 실력이 심형만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지만 써먹지는 못할 것 같고……. 그 외에는 비교적 측면 수비의 커버가 늦는다는 점도 있지만, 그 점을 우리가 노릴 만한 상황도 아니니까요.”

    그 말을 하는 수연의 목소리는 복잡해 보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좋아했던 팀의 장점들이 이제는 성남의 목을 조른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을 보던 동민은 뭔가 머릿속에 있던 것이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형만에 비해서 서브 자원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심형만이 안 나왔던 경기들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어. 우리 팀의 장진운처럼 그 선수의 존재 자체가 전술의 핵심과 같아서 빠지게 되면 그 공백이 큰 선수니까. 그렇지만 심형만이 안 나올 리가 없다는 말인데…….’

    자신이 경기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던 부분을 수연에게 다시 한번 들으면서 동민은 어딘가 머리 한 구석이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알 듯하면서도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는 느낌에 답답해하는 동민을 눈치채지 못하고 수연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외에는 오래 봐온 팬의 입장에서도 따로 크게 부족한 게 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네요. …동민 씨?”

    “아, 네, 네.”

    “괜찮아요?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오늘 돌아가면 좀 자는 게 어때요?”

    그녀는 자신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생각에 빠져 있는 동민을 깨닫고 걱정을 했지만 동민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이틀 밤을 연이어 샌 피로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야기 중 일부가 커다란 힌트처럼 느껴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 아녜요. 괜찮아요. 일단 먼저 들어가 볼게요.”

    “네.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저도 다시 생각하면서 다른 게 떠오르거나 하면 이야기할게요.”

    동민은 걱정스러운 수연의 눈빛을 받으며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은 건가…….’

    수연은 피곤해 보이는 동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를 뜨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채 몇 걸음을 걷기도 전에 그는 머릿속에서 불빛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곧바로 다시 수연에게 뛰어온 것이다.

    “수연 씨, 잠시만요.”

    “네? 들어가신 거 아니었어요?”

    “아뇨, 잠깐 생각난 게 있어서요.”

    동민은 확인하듯 수연에게 재차 물었다.

    “수원 블루 데빌즈에서 심형만의 서브 자원으로 쓰는 선수가 장원영 말고 또 있나요?”

    “어… 보통 심형만이 좌측에 나와서 우측 조철민이랑 스위칭(위치 교대)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심형만이 안 나오거나 교체할 때에는 보통 장원영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도 아니라면 보통 우측을 맡는 박재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긴 있고요.”

    동민은 수연의 대답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 동민 씨가 봤을 경기들 중에서도 심형만 대신에 장원영이 나온 경기들 있지 않았어요?”

    수연의 말에 동민은 웃으며 대답했다.

    “확인하고 싶었던 게 있어서요. 아무튼 고마워요. 나중에 봐요!”

    동민은 그 말을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을 향해 멀어져 갔다.

    “정말로 괜찮은 건가? 피곤해서 이상해진 거 아닌가?”

    홀로 남겨진 수연은 아까보다 더욱 근심 섞인 표정으로 동민이 떠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확실하네. 딱히 이렇다 할 단점이 없는 팀이라고 해도 가장 큰 장점이 사라지면 그게 단점이지. 심형만이 없는 경기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 확실해.’

    수연과의 대화 후, 동민은 수원 블루 데빌즈가 패배하거나 고전했던 경기들을 다시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굳혔다. 저번 시즌 장진운이 없이는 제대로 된 공격이 안 되던 성남 페가수스처럼 그들 또한 심형만이라는 가장 익숙한 무기가 없으면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그 공백을 메워줘야 하는 장원영도, 혹은 스위칭하던 조철민도 그 역할을 온전히 할 수는 없다는 거지. 이번 시즌 수원 블루 데빌즈가 패배한 경기의 반 이상은 심형만이 휴식했거나,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야. 그리고 나머지는…….”

    동민의 눈은 모니터를 보면서 반짝이고 있었다.

    “나와서 제대로 된 활약을 못했던 거고. 특정한 단점이 없네 어쩌네 하기 전에 장진운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 팀보다도 심형만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더 큰 원맨 팀에 가깝다는 거지. 물론 전체적인 개인 기량은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수연과의 대화가 끝나고 그는 심형만이 없거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평소 실력의 반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수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원 블루 데빌즈의 승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심형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동민은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그라운드에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경기력을 못 보이면 되는 거니까.’

    동민은 간단한 문제였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다시 한번 심형만의 스테이터스를 떠올렸다.

    [심형만]

    27세

    잘 쓰는 발: 왼발

    성장 가능성 14.9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3.8 / 20

    선호하는 플레이: 좌측면에서 안쪽으로 드리블 선호, 우측면에서 안쪽으로 드리블 선호, 정확한 슈팅 선호

    특성:

    장점 - 정확한 패스, 왼발의 마법사

    단점 - 불같은 성격

    현재 컨디션: 6/10

    ‘이미 스테이터스에 정답이 나와 있었다는 거지.’

    동민의 미소는 더욱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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