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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을 위하여(3) (16/270)
  • 본선을 위하여(3)

    “뒤 공간! 뒤 공간 내주지 마세요! 경태 형, 앞에서 끊으려고 하지 말고 사람한테 붙어요!”

    운동장에 동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태에게 말하면서도 동민의 눈은 계속해서 수비진의 뒤 공간을 노리는 상대 공격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저번 팀보다는 쉬운가? 일단 공격 쪽은 이종환이 거의 날아다니고 있는데.’

    동민의 눈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있는 종환에게 향했다.

    [이종환]

    24세

    잘 쓰는 발 : 오른발

    성장 가능성 7.4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5.5 / 20

    선호하는 플레이 :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정확한 슈팅 선호

    특성 :

    장점 - 골 게터

    단점 - 트러블 메이커

    현재 컨디션: 8/10

    컨디션이 한껏 오른 종환은 첫 경기에서 전반전 내내 고전하던 것을 분풀이라도 하듯,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으며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있었다.

    ‘좋아, 공격은 컨디션 괜찮은 이종환 혼자서도 완전히 휘젓고 있으니 걱정 없고. 수비 쪽에서도 실수만 안 하고 전반전 마무리 지으면 정말 나무랄 데가 없을 경기인데.’

    그리고 그런 동민의 마음을 읽듯 심판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확실히 저번 경기 때보다는 쉬운 느낌인데.”

    “종환 선배, 그렇게 마음 쉽게 먹으면 안 돼요. 전반전 잘해놓고 방심하다가 무너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아니, 쉬운 걸 쉽다고… 에휴, 그래. 알았다 알았어.”

    동민은 물을 마시며 툭 내뱉는 종환에게 주의를 주었다. 종환은 곧바로 잔소리를 하는 동민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별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본인도 동민의 말이 틀리진 않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전반전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어요. 수비는 확실하게 상대한테 기회 안 내줬고, 종환 선배는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도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방심했다가 후반전 들어 당할 수도 있으니 너무 마음 놓지 마시고요. 후반전에도 일단 지금 그대로 가고 변경 사항 있으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이상.”

    동민은 간단하게 지시를 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저번보다는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 같지만 겨우 두 번째 경기 만에 풀어지면 안 되는데. 이번 경기가 쉬운 것도 우리가 잘한다기보다는 저번 BU에 비해서 수준 차이가 워낙 나는 팀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동민이 본 상대의 스테이터스는 대부분 동민의 팀보다 떨어지는 수준으로 선수 개개인의 차이

    가 느껴질 정도였다.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연습이고 뭐를 떠나서 개인 기량 차이가 나니 이건 너무 쉬워서 뭔가 느낌이 이상하네. 뭐, 쉽게 포인트를 얻으니 그 점은 장점인가.’

    동민은 뭔가 김이 빠지는 와중에도 이 경기의 장점을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이런 팀들을 상대하고 포인트를 쌓아두면 훨씬 더 쉽게 박주현의 특성도 없애고 다른 사람들을 볼 여유도 생기니 이게 더 나을지도 몰라.’

    예상치 못한 수확에 동민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미소가 사라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포인트를 1 획득하였습니다.]

    ‘1? 뭐야? 저번에는 2였는데 이번에는 1이라고?’

    동민은 눈앞에 보이는 문장에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번 부광대학교와의 경기에서는 분명히 2포인트를 얻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그 반밖에 안 되는 1포인트뿐이었다.

    ‘뭐야? 이거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해 깜빡이고 있었지만 그가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보이는 포인트의 양은 변함이 없었다.

    [현재 포인트 : 3]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왜 그래? 꽤 대승으로 이겼는데 오늘은 별로 좋아하질 않는 거 같은데?”

    경태의 물음에도 동민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었다.

    “동민아?”

    “아, 아녜요. 오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잘하셔서 말씀드릴 게 따로 없어서 그랬어요. 다음 연습은 모레니까 모레 다시 뵐게요! 다시 한 번 수고하셨습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마무리를 짓는 동민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동민을 보는 종환의 표정 또한 밝지 못했다.

    “뭐야, 무슨 일 있어? 기껏 이겼는데 그런 표정을 지으면 내가 마음이 편하질 않잖아. 오늘 한 게 마음에 안 들면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든가.”

    부원들이 모두 떠난 뒤, 종환은 혼자 앉아 있는 동민에게 다가와 말했다. 전반전에 두 골, 후반전에 한 골을 넣어 해트 트릭이라는 자신의 기록에도 밝지 못한 동민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 아녜요. 그냥 전술 쪽 문제라서…….”

    동민은 날카로운 표정의 종환을 보며 말을 얼버무렸다.

    ‘전술이고 뭐고 그런 게 문제가 아닌데…….’

    “그러니까 그게 우리들 문제야? 그럼 확실하게 말을 하든가. 그게 아니면 굳이 이긴 애들한테 그런 표정으로 말할 필요 있어? 이겨놓고 감독의 그런 얼굴을 봐야 하냐고. 감독이 선수한테 악영향을 끼치면 안 되지.”

    종환의 말은 동민의 가슴을 찔러왔다.

    “…아뇨. 죄송합니다. 생각이 부족했네요. 제가 생각해 볼 문제인데 티를 낼 필요는 없었어요.”

    “됐다. 네 개인적인 문제면 혼자 생각해. 아니면 경태 형이든 다른 사람들한테든 이야기해 보든가. 아무 말도 없이 그딴 표정 짓고 있지 말고. 감독이 고민할 문제면 결국 우리한테도 돌아오는 거니까.”

    그 말을 마치고 종환은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석양빛에 비친 탓인지 붉게 보이는 종환의 귀를 보며 동민은 작게 투덜거렸다.

    “들볶는 건지 충고인지 위로인지 하나만 할 것이지 성격 참…….”

    물론 투덜거리는 말과는 달리, 그의 입에는 작은 쓴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 저번 경기에서는 2포인트, 이번 경기에서는 1포인트. 왜 차이가 나는 거지?’

    동민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방에 틀어박혀, 공책에 글씨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냥 랜덤인가? 아니, 그냥 운이라고 생각하기엔 이른데.’

    동민은 공책에 썼던 랜덤이라는 글자를 북북 지웠다. 그러고는 그 밑에 실력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그럼 결국 이게 제일 가능성이 크려나. 저번 BU보다 이번 경기 때 상대의 스테이터스가 확실히 낮긴 했었지. 역시 차이라면 그건가.’

    그는 거기에 마구 동그라미를 치면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러면 어떤 상대를 만났을 때 몇 포인트를 얻는지, 최대 얻을 수 있는 포인트나 최소 포인트를 알 수가 없잖아. 아, 정말. 본선까지 앞으로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러다간 박주현의 특성을 없앨 포인트를 다 얻기도 전에 본선이 시작할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틀어져 버린 계획에 동민은 머리를 쥐고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얘! 공부하니? 집에 왔으면 씻기부터 해야지! 방에서 뭐 하는 거야!”

    “…알았어요! 곧 나가요!”

    동민은 어머니의 고함을 흘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방금 쓰고 있던 페이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어찌 됐든 지금은 가설이고 결국 연습 경기를 더 해봐야 한단 거구만.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에휴, 됐다. 어느 쪽이든 지금 걱정해 봐야 소용없으니까.”

    결국 그는 고개를 저으며 욕실로 향했다.

    그의 가설이 사실로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주일 후, 그는 공책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세 번째 경기도 전체적인 스테이터스가 낮은 팀과의 경기였고 이것도 1포인트. 네 번째는 비슷비슷한 상대와의 경기에서 승리, 2포인트. 그리고 저번 경기는 낮은 팀과의 경기로 1포인트인가. 딱 예상대로네.”

    다섯 번째 연습 경기를 승리하고 돌아오자마자 동민은 방에 틀어박혔다.

    그의 가설이 옳았음을 뒷받침하듯 전체적인 스테이터스가 낮은 팀과의 경기에서는 1포인트를, 비슷한 상대나 조금 더 높은 팀과의 경기에서는 2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단 거지. 조금만 더 일찍부터 감독을 맡았으면 여유가 있었으려나. 아니, 그런 생각을 해봐야 소용없지.’

    벌써 다음 주로 다가온 본선을 생각하니 동민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박주현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본선을 한 경기라도 시작하는 건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데 남은 포인트는 3포인트, 본선 전까지 연습 경기는 단 한 경기라… 맙소사.”

    곧바로 토너먼트가 아니라 조별 경기라 해도, 상대 팀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경기라도 놓치는 것은 그에게는 위험성이 너무 컸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 봐도 부족한 포인트를 본선 전까지 모으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본선 직전까지 연습 경기를 잡자니 괜히 컨디션이라도 무너지면 도리어 낭패고… 별수 없지. 일단 모레 있을 경기부터 제대로 준비하는 수밖에. 경태 형 이야기로는 형이 잡을 수 있는 팀 중에서 가장 대단한 곳이라고 했으니.’

    동민은 한숨을 내쉬며 머릿속에서 포인트에 관한 생각을 내쫓았다. 어차피 본선 전까지 다 모으지 못할 포인트를 생각하느니, 당장 닥친 경기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동민은 공책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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