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려워 하지마-170화 (17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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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성은 솔직히 성호가 이런 출혈을 감수하면서 하려고 하는 것에 반대를 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경진 출신이기 때문에 출신성분을 따지는 사회의 이목에서 떠나려면 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 결국 따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왕에 하는 거라면 이들에게도 무언가 확고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근무를 하면서 어영부영하면 결국 욕을 먹는 거는 성호였기 때문이다.

    민성의 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야기였기에 수긍을 하고 있었다.

    사실 경진 출신들이 욕을 먹고 학교가 후진 학교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가 바로 실력도 없는 것들이 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그 병원에 가게 된다면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우선 친구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고 싶으니 말이다.”

    “그렇지 나도 마찬가지야. 최소한 친구라면 그 정도는 생각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들의 말을 들으면서 민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늘 후배들도 온다고 하지 않았냐?”

    “어, 온다고 했어, 아마 만나서 온다고 조금 늦는 모양이네.”

    후배들도 따로 모여서 오기로 한 모양이었다.

    “오늘 여기 모이자고 한 이유는 대강 들었으니 이따가 후배들이 오면 그 때 다시 설명을 해줄게.”

    “그렇게 하자. 지금은 우리 오랜만에 만났으니 가볍게 술이라도 한잔 하자.”

    친구들도 모두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 성호도 그런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한참으로 그러고 있을 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며 후배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선배님 저희들 왔습니다.”

    “그래, 어서들 와라. 우선 앉자 서로 아는 얼굴인데 인사는 천천히 하고 말이야.”

    “예, 선배님.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후배는 성호도 아는 후배였다.

    졸업을 하고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과거의 얼굴과 그리 변한 것이 없어서 성호는 속으로 웃고 말았다.

    후배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자 성호는 후배를 보며 말을 걸었다.

    “찐빵은 얼굴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에이 선배는 아직도 그 별명을 기억하고 있어요? 이제 찐방 아닙니다. 호빵입니다. 하하하.”

    후배의 농담에 성호는 입가에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런 후배들이 많아야 선후배 관계도 돈독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늘 오기로 한 후배들은 너희가 전부냐?”

    “예, 오늘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래, 아무튼 잘 왔다. 오늘은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모이자고 하였다.”

    민성이 가장 먼저 입을 열어 운을 띄웠다.

    그러자 이 수영이 말을 받아 바로 후배들에게 말했다.

    “사실 오늘 모이라고 한 이유는 성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인데 그 말은 본인이 직접 한다고 하니 모두 주목을 해주기 바란다. 성호야 이제 이야기를 해라.”

    성호는 수영이 자리를 마련해 주자 고마운 눈빛을 수영에게 보내고 천천히 일어났다.

    아무리 친구들과 후배라고 하지만 자신의 말을 전하는 자리였기에 일어서서 하는 것이 예의였다.

    “친구들에게는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지만 내년이면 새로운 병원이 완공이 되어 큰 병원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큰 병원이 될 것으로 알고 있다.”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에 후배들 중에 한명이 물었다.

    “아니 선배님 언제 병원을 지으셨어요?”

    후배의 질문에 민성이 인상을 쓰며 바로 지적을 하였다.

    “잠간 질문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성호가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듣자.”

    “예, 죄송합니다. 선배님.”

    후배는 바로 사과를 하고 물러났다.

    성호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번 병원의 건립은 한국그룹의 정 회장님이 투자를 하셔서 한국그룹이 30%를 가지고 있기로 하였고 내가 70%를 가지고 운영하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언급을 하지 않겠지만 병원이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설마 한국그룹이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성호의 그 말에 친구들과 후배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선배님 말씀도 아주 재미있게 하시네요.”

    “하하하,”

    잠시 웃음이 터졌지만 이내 다시 조용해졌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 보여 한 말이기는 하지만 웃자고 한 말은 아니고 정말로 한국그룹과 나하고는 그렇게 지분을 가지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번 병원은 우리 한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학도 하는 병원을 함께 운영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수술을 할 수는 없으니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들도 바로 치료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웅성 웅성

    양학과 같이 한다는 소리에 모여 있는 모든 이들이 놀라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양학과 한학을 동시에 하는 것은 힘이 들었지만 문제는 서로 의견이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성호가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으니 나름 대책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은 없었다.

    아니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두가지의 병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만 나는 그렇게 하려고 준비를 하였고 내년이면 그 준비를 마치고 새롭게 많은 이들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동문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지은 병원에는 많은 한의사들이 필요하고 나는 경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경진 출신들을 먼저 선별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우선적으로 여러분들이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실력이다. 한의사고 의사고 실력이 딸리면 어디 가서도 대접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 병원에 와서 침술과 기타 여러 가지를 배우면 아마도 다른 곳에 가도 욕을 먹지는 않을 정도는 될 것이라고 나는 자부하고 있다.”

    성호의 말에 후배들과 친구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성호가 가장 먼저 유명해진 것이 바로 침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침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한의사들이 줄을 섰지만 아직도 배우지 못한 이들이 천지였다.

    한의사들은 침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인맥들을 이용하여 선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을 이들이라고 모르지는 않았다.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것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성이다. 학교 선후배라는 관계는 남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우리 경진출신들이 다른 한의대와는 다르게 실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나는 저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우리는 저들처럼 개인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 경진 출신들이 어디를 가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너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자, 나와 같이 함께 경진의 이름을 만방에 알리고 싶지 않은가?”

    성호의 언변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경진이라는 이름을 이용하여 모두를 한 식구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성은 성호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성호가 연설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자식이 언제 저렇게 유창하게 말을 하게 된거지?’

    민성도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성호의 말은 마음속에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후배들의 눈빛에도 뜨거운 불길 같은 것이 보이고 있었다.

    “나는 성호의 생각에 동참을 하고 싶다.”

    “선배님 그렇게 하면 정말 우리 경진의 이름이 알려지겠습니까?”

    “내가 장담을 하는데 우리 경진은 이제 앞으로는 영원히 기억이 되는 대단한 학교로 남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 나를 믿고 따라가자.”

    성호의 마지막 말은 이들의 가슴에 드디어 불을 질렀다.

    “저는 선배님의 말대로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어차피 지금 다니고 있는 한의원에서도 그렇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에게 이런 기회가 온 것을 보니 저에게 이런 일을 하라고 지금까지 고생을 한 모양입니다.”

    한 후배는 그렇게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성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정말 이들도 고생을 하고 있었다.

    물론 성호 덕분에 조금 편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것이 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다른 이들과의 편파적인 대우가 완전히 고쳐지지는 않았다.

    그만큼 경진 출신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놈의 학교가 뭐라고 말이다.

    민성은 지금이 가장 타이밍이 좋다고 판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성호가 한 이야기를 모두 들었으니 이제 우리가 경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거다. 오늘 이후로는 경진 출신들 중에 인성이 좋은 이들을 선별해서 대거 모집을 하려고 하니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생각하기로 실력은 떨어져도 인성이 좋다면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이 떨어지는 이는 절대 함께 갈 수가 없다는 것만 명심해 주기 바란다. 우리는 좋은 한의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지 이기적인 사람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성의 말에 친구들과 후배들도 이해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의 말대로 인성만 된다면 실력을 가르쳐서 키울 수가 있지만 성격이 더러운 놈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나중에 반드시 트러블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부 좋은 사람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걸림은 하게 되니 어느 정도는 걸러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선배님 언제부터 모집을 하는 겁니까?”

    “빠르면 올해 말부터 모집을 할 생각이고 내년 3월에 완공을 하니 4월부터 개업을 하게 될 것이다.”

    성호의 대답에 친구들과 후배들은 눈빛이 빛이 나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생각하면 길지만 실지로는 그렇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4개월은 놀아야 하는 겁니까?”

    한 후배는 연말에 모집을 하고 개업은 4월이라고 하자 그동안 하는 일이 없이 놀고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성호는 질문을 한 후배를 보며 웃어주었다.

    “사람을 뽑았는데 놀고먹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우선은 그 때 모집을 한 사람은 세기에서 근무를 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 많은 한의사들을 모두 세기에서 근무를 할 수도 있는 거야?”

    “아니 그렇지는 않지 그 때 모집은 한 한의사들에게 월급은 매달 지불을 하고 격일로 근무를 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실력이 딸리는 이들은 매일 출근을 해서 새로운 공부를 해야겠지 나중에 개업을 하면 그 때는 실력을 키울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니 말이야.”

    연말에 모집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들의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하자 듣고 있는 이들이 모두 놀라는 눈빛을 하였다.

    이런 결정은 정말 성호가 파격적으로 경진 출신들을 위해 출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들은 아무리 출신학교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런 결정은 하지 않았는데 성호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출신 학교를 위해 힘든 결정을 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들도 모르는 것이 성호는 실력이 딸리지만 인성만 좋다면 얼마든지 실력을 키워서 써먹을 수 있었고 우선 자신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많은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에 성호에게도 그다지 손해는 아니었다.

    그런 이들의 실력을 키워도 바로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가의 인력을 저가로 사용하는 것이니 성호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대단하다. 자금이 많이 들겠지만 그렇게 하면 확실히 나중에는 도움이 되기는 할 거야.”

    “그래, 그렇게 하면 경진출신들이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경진 출신들이 병원으로 몰리게 될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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