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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68화 (6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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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침술의 경지를 보았으니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본인의 의지였다.

    성호는 책으로 배운 침술이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침술을 사용할 수가 있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성호가 침을 놓는 것을 보고 있는 남자는 놀라운 시선으로 상호를 보게 되었다.

    아직 나이는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저런 노련한 솜씨를 침을 놓고 있는 것을 보니 신의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대단하다. 말로 들은 것 이상으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시구나.’

    남자는 다른 한의사들이 침술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기에 지금 성호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할 수는 있었다.

    중국의 의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성호였다.

    노인의 전신이 침술을 사용하고 나자 성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그 때 남자는 손이 수건을 들고 성호에게 주었다.

    “신의님 이것으로 닦으십시오.”

    남자는 의원들이 치료를 할 때 신중하게 하면서 흐르는 땀을 닦을 수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사전이 미리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성호는 수건과 남자를 잠시 보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마침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성호가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으니 남자는 그런 성호를 보며 아주 만족한 얼굴을 하였다.

    “침은 이제 그만 놓은 것인지요?”

    남자는 성호가 땀을 닦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더 이상 하고 싶어도 환자분의 체력이 되지 않으니 그만 두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환자분의 몸에 있는 독을 먼저 제거를 해야 하니 최소 일주일은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환자분의 체력 때문에 탕약을 준비해야 하는데 준비가 되겠습니까?”

    성호가 여러 가지를 질문하였지만 지금 남자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한마디에 남자는 지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성호는 남자의 표정을 보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성호의 말에 남자는 정신이 들었는지 황급히 물었다.

    “지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셨습니까?”

    남자는 눈빛이 강렬해지면서 물었다.

    “예, 가능하니 이러고 있지요. 아까 한 이야기는 다 들었나요?”

    성호의 담담한 말에 남자는 눈가가 붉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성호가 없었다면 눈물을 흘렸을 지도 모를 정도였다.

    남자는 눈물을 참으려고 간신히 눈에 힘을 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이야기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신의님.”

    남자는 아까와는 다르게 아주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노인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바로 행동이 변한 것 같았다.

    “환자분의 치료를 위해 우선적으로 체력을 키워야 하는데 탕약을 제조해야 합니다. 그런데 약재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약재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의님이 원하시는 것을 적어만 주시면 바로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는 아주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성호와 남자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화 대인은 지금 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기에 말을 못하고 있지만 지금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김 선생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이지. 정말 내가 잘 모셨어.’

    화 대인은 치료가 될 수 있는 소리를 들으니 그 기분이 지금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좋아져 있었다.

    그만큼 누워있는 노인의 힘은 막강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성호는 노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더 이상 치료를 할 수가 없으니 우선 탕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재로에 대해 적어 드릴 테니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환자에게 먹여야 합니다. 그래야 기운을 차릴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신의님.”

    남자는 노인의 수발을 책임지는 이 집의 집사였다.

    그런데 보통의 집사가 아니었고 집안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일종의 총괄 집사였기에 그 힘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남자의 나이는 사십대 중반이었고 이름은 사우라고 불리고 있었다.

    사우는 한 때 중국의 암살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가 노인에게 구원을 받아 암살조직을 나오게 되어 노인의 인격에 감명을 받아 노인의 수발을 자처하여 지금의 자리에 노르게 된 인물이었다.

    “그러면 나가지요. 약재를 적으려면 종이하고 펜이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성호가 일어서자 사우는 그런 성호를 아주 정중하게 모시기 시작했다.

    “신의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지요.”

    노인의 방으로 들어오는 길이 아닌 다른 쪽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길로 안내를 하는 사우였다.

    화 대인은 그런 사우를 보고 눈빛이 빛났다.

    사우가 저러는 이유는 그만큼 성호를 신뢰하고 있다는 이야기였고 지금 가는 곳은 어지간한 인물은 가지 못하는 아주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허어, 김 선생이 이제부터는 확실히 중요한 분이 되시겠네. 앞으로는 더욱 김 선생과의 친분을 생각해야겠다. 그러자면 소미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야겠네.’

    화 대인은 사우가 안내를 하는 곳을 따라 가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오랜 연륜을 가지고 있는 화 대인이었고 앞으로 성호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미리 예상을 하고 처신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주인인 노인에 비하면 화 대인 정도는 새발의 피였고 노인의 한마디면 화 대인은 하루 아침에 죽을 수도 있었다.

    아니 사우의 힘만으로도 그런 일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여기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였다.

    성호는 그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사우가 안내를 하는 곳으로 갔다.

    사우는 방을 안내하고는 바로 종이와 펜을 성호에게 주었다.

    “여기있습니다. 신의님.”

    성호는 사우가 자꾸 신의라고 부르니 솔직히 거북했다.

    “저기 다른 것은 상관이 없는데 그 호칭 좀 바꿀 수 없겠습니까? 자꾸 신의라고 하시니 제가 듣기 거북하군요.”

    하지만 성호의 말을 들은 사우의 눈빛은 달라졌다.

    “신의님은 말씀은 알겠지만 호칭에 대해서는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이는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우의 말속에는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기에 성호는 내심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화 대인은 성호가 신의라고 불리는 것을 거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자신이 아무런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말을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휴우, 안 된다고 하니 어쩌겠어요. 아무튼 약재를 적어 드릴 것이니 오늘 안에 구해서 약을 만들어 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신의님.”

    성호는 사우가 준 종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약재를 적기 시작했다.

    사우도 거의 반의원이기 때문에 성호가 적는 약재를 보고 어떤 병에 사용이 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액재를 적은 성호가 종이를 들어 사우에게 주었다.

    “여기 있는 약재로 탕약을 지어야 하니 최대한 빨리 서둘러 주세요. 오늘 안에 반드시 약을 드셔야 체력을 살릴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의님.”

    사우는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바로 나갔다.

    사우가 나가자 화대인은 성호를 보고 입을 열었다.

    “김 선생 정말 고맙소.”

    “고맙다니 뭐가요?”

    “여기 내가 오자고 하였지만 솔직히 나도 장담을 하지 못하고 있었소. 그런데 김 선생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소.”

    “화 대인이 어찌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의사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보고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고맙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성호의 말에 화 대인은 자신이 정말 좋은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였다.

    처음 만남을 가지게 되었을 때도 생명의 은인으로 만났는데 지금은 더욱 큰 은혜를 입게 되었기에 화 대인의 마음은 성호를 특급대상으로 저장이 되고 있었다.

    “허허허, 역시 김 선생이오. 아무튼 내 마음은 그러니 그렇다는 이야기이니 너무 신경을 쓰지 마시오. 그런데 정말 치료가 가능 한 것이오?”

    “예, 환자분은 아까 들으셨겠지만 독에 당했습니다. 독을 해독하는 것이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해독을 할 수가 있습니다. 가장 급한 것은 그동안 환자를 그냥 방치를 하는 바람에 몸이 극도로 쇠약해 있어서 바로 치료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몸만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바로 치료를 할 수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단하오. 현대의 의사들도 독에 대해서는 그리 지식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 독을 해독한다니 말이오.”

    “제가 산에서 수련을 하다 독에 당했기 때문에 독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주 죽을 맛이었지만 말입니다.”

    성호는 독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약간 다르게 설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화 대인에게는 조금 돌려 말을 해주었다.

    사실 치료의 힘으로 독을 치료한다고 하면 누가 믿어 주겠는가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정신병자로 취급을 받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단체로 끌려 가서 조사를 받던지 말이다.

    성호는 자신의 힘은 절대 공개를 할 생각이 없었다.

    단지 남들 보다는 조금 더 실력이 있는 한의사로 남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벌은 돈으로 결혼도 하고 남들도 돕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욕심이 없는 성호였기에 다른 이에게는 더욱 신비롭게 보여지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허어, 김 선생이 독에 직접 당했다는 말이오?”

    “예, 예전에 산에서 있을 때 독사에게 물려 아주 죽을 고생을 하였지요. 그 덕분에 독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되었는데 오늘 그 지식이 이렇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까.”

    성호의 대답에 화 대인은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에 직접 당했으니 아마도 독에 대한 많은 부분을 연구하거나 파악을 하였을 것이다.

    그런 성호였기에 독을 금방 파악을 하였고 그 독을 해독도 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 이는 화 대인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일이었다.

    “아무튼 김 선생 덕분에 회복을 할 수가 있다고 하니 정말 잘 되었소.”

    “그런데 솔직히 긍금한 것이 하나 있은데 저 환자는 누구십니까?”

    성호는 치료의 힘을 사용하면서도 누구이기에 독에 중독을 당했는지였다.

    성호의 질문에 화 대인은 잠시 갈등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모습에 성호는 더욱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지만 우선은 화 대인이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화 대인은 결심을 하였는지 성호를 보며 천천히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어차피 김 선생이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말을 해주겠소. 김 선생이 치료를 하는 분은 우리 중국의 가장 높은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시오. 지금의 정치인들도 모두 저분의 도움을 받아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정도로 정계나 재계에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라오. 아마도 중국인치고 저분의 뜻을 거스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 정답일 것이오.”

    화 대인의 말을 듣고 있는 성호는 진짜로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보통 겉으로만 들어난 것들이었는데 지금 그 안으로 보니 이거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의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당한 사람의 목숨을 자신이 살려주게 되면 그에 따르는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성호는 조금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환자의 생명을 건지는 처음과는 다르게 조금은 마음 한구석에서 욕심이라는 놈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해서였다.

    ‘아니지 내가 처음 마음을 먹은 것과 다르다고 해서 욕심을 부르면 나는 결구 다른 이와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자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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