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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들은 성호의 근육을 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군계일학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는 성호의 모습이었다.
오늘 수영장에 있는 남자들 중 성호가 가장 멋져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좋은 일이 생기면 항상 마가 낀다고, 한 남자는 성호가 나타나자 빠르게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형님, 나타났습니다."
남자는 어디론가 보고를 하고 있었고, 무슨 말을 들었는지 다시 말을 했다.
"예, 지금 막 들어왔으니 바로 가지는 않을 겁니다. 예, 제가 책임지고 지키겠습니다, 형님."
남자는 무엇을 책임진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책임을 진다고 하고 있었다.
성호가 수영을 시작한 지 삼십 분 정도 되니 지연이 성호가 있는 곳으로 수영을 하며 의도적인 접근을 했다.
성호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는 여성을 보게 되었고, 전에 보았던 미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호오, 저 여자는 제법 미인이었던 아가씨잖아? 그런데 내가 있는 곳으로 오는데 어쩌지?‘
성호는 점점 다가오는 지연을 보며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어차피 수영장에서 아는 얼굴은 없으니 그냥 스쳐 가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두고 보니 지연은 빠르게 성호가 있는 옆까지 왔다.
지연은 성호가 목표였기에 성호의 옆에 도착하자 힘이 드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세웠다.
수영장의 깊이가 일어서면 겨우 가슴까지밖에 오지 않는 깊이라 지연이 일어서도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있을 정도다.
"어머, 누가 계신지는 몰랐어요."
성호는 지연이 놀란 얼굴을 하며 말을 걸자 자기도 모르게 대답하게 되었다.
"괜찮습니다. 수영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성호의 목소리는 지연이 듣기에 아주 차분하게 들리고 있었다.
실제로 성호의 목소리는 차분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지연은 처음부터 성호가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마음을 흔들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어머, 내가 왜 이러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이상하게 성호에게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지연이었다.
성호도 아름다운 아가씨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있으니 조금 묘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저기… 괜찮으세요? 어디 아프시면 제가 부축을 해드릴게요."
성호의 말에 지연은 자연스럽게 성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기, 미안해요. 잠시 나가서 쉬었으면 하는데 잠시만 도와주시겠어요?"
‘어머, 나 왜 이러니?‘
지연은 자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따로 노는 입에 더욱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성호는 아직 아가씨와 데이트라는 것을 해보지 않아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예, 그러세요."
성호는 지연의 나긋한 몸을 살짝 부축하며 풀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여자의 맨살을 만지고 있으니 성호의 손길이 살짝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은 지연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어머, 이 남자, 나를 부축하면서 떨고 있네?‘
지연은 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자신의 부축하면서 떨리는 손길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런 이상한 느낌이 더욱 묘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지연은 모르고 있었다.
성호는 지연을 부축하여 나왔고,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게 해주었다.
"우선 여기에 앉으세요."
"고마워요."
얼굴이 붉어진 지연은 성호의 부축으로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실제로 지연은 지금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기도 했다.
성호의 부축하며 살짝 떨리는 손길이 지연의 몸에 기운이 빠지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성호가 지연을 부축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미영은 눈에서 불길이 일고 있었다.
‘아니, 저런 여우같은 년이 감히 내가 찍은 남자를 넘보고 있네.‘
미영도 수영장에 운동을 하기 위해 오고 있지만 성호를 보고는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요즘은 성호를 보는 재미로 이곳에 올 정도로 성호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는데 감히 자신이 찍은 남자를 다른 여자가 먼저 수작을 걸고 있으니 가슴에 열불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성호는 그런 미영의 사정을 모른 채 지연에게 관심이 쏠려 있었다.
지연의 상태가 그저 어디가 아파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잠시 맥을 잡아보려고 했다.
"제가 잠시 맥을 잡아드려도 될까요?"
"예? 맥을 잡는다고요?"
"예, 제가 한의사라 맥을 잡아봐야 어디가 아픈지를 알 수가 있어서요."
지연은 성호가 한의사라는 말에 거의 혼수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남자는 그냥 킹카가 아닌 왕 킹카라고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상대의 말만 듣고 믿을 수는 없으니 일단 확실한 상대의 정체를 확인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되는 지연이었다.
"예, 여기요."
지연은 손을 성호에게 내밀었다.
성호는 지연의 손목을 살며시 잡았고, 역시 여자의 손이라 부드럽다는 생각을 하며 맥을 짚어보았다.
하지만 맥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성호는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의문스러운 눈빛이 되었다.
‘응? 이 여자, 정상이잖아? 그런데 왜 아픈 척을 하지?‘
성호는 지연이 일부러 연약한 척한 이유에 대해서 모르니 당연히 가지는 의문이었다.
지연도 눈치 하나는 백단의 고수였기에 성호의 눈에 서리는 의문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확실히 한의사가 맞는 모양이구나. 맥을 보고는 내가 정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을 보니.‘
지연은 성호가 한의사라는 것에 확신이 들자 바로 태도가 변했다.
"제가 조금 이상하지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에요. 오늘 수영을 하는데 한 분의 남성이 보이잖아요. 그것도 평소 가장 선망하는 모습의 남자가요. 그래서 접근하기 위해 일부러 연약한 여자로 보이려 그런 거예요."
지연은 성호가 이상하게 생각지 않기를 바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성호는 지연의 말에 대번에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여자 친구도 없고 애인은 더더구나 없는 성호였기에 눈앞의 아름다운 지연을 보니 자신도 이런 여자라면 애인을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이거 오늘 제가 당한 건가요?"
"어머, 당했다고 하시면 안 되지요. 그냥 제가 작업을 한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지연은 성호의 말에 금방 대화가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사람도 가까이서 보니 엄청 깔끔해 보였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성격도 아주 마음에 드는 그런 남자라는 생각이 들자 지연은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정말 오늘 나 왜 이러니?‘
지연은 이상하게 성호를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있어 자신이 생각해도 오늘은 정말 이상했다.
성호는 지연의 대답에 상당히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변화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여성에게 대시를 받고 있을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해서다.
"하하하, 정말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오늘 진짜로 아주 즐거운 날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성분에게 작업을 당하는 날이니 말입니다."
성호는 기분이 좋아 진실을 말했지만 지연이 보기에는 거짓말 같아서 믿지를 않았다.
"에이, 거짓말도 정도껏 하셔야죠. 그 정도의 인물에 직업도 좋으신데 주변에 여자들이 많이 있겠지요."
지연의 성격은 솔직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 맞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대담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오늘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놀라고 있을 정도였다.
‘나 이러다가 진짜 생각없는 여자로 오해받는 거 아냐?‘
지연은 생각과는 다르게 입이 먼저 나가니 미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무언가에 홀렸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처음부터 이 남자를 보면서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때 알아봤어야 했다.
하는 소리마다 전부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으니 만약에 오해를 하게 되면 어쩌나 싶었다.
"하하하, 저에 대한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할게요.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진짜로 여성분에게 처음으로 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작업이라는 것을요."
성호의 눈빛에 진심을 담고 하는 말이었기에 지연은 믿어지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사실이라 말하고 있어서 신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성함에 어떻게 되세요? 저는 김지연이라고 해요. 현재 서울대에 다니고 있고요."
지연은 자신의 프로필을 말해주며 성호의 것도 듣고 싶다는 눈빛을 했다.
성호는 지연이라는 아가씨가 조금 맹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톡톡 튀는 참신한 이미지를 가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지연 씨가 먼저 이름을 이야기했으니 이거 내 이름을 말해주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저는 김성호라고 합니다. 현재 한의사 시험에 합격하고 개원을 준비 중입니다. 이 정도면 되나요?"
성호의 간단한 소개에 지연은 속으로 외쳤다.
‘아싸! 대박이다!‘
처음에 한의사라고 해서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확실히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대박이다.
"저기… 오늘은 시간이 어떠세요? 저 오늘 한가해요."
‘잉? 나 정말 왜 이러니? 이러다가 차이는 거 아냐?‘
성호는 지연의 노골적인 대시에 그냥 웃음만 나오고 말았다.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에게 반했다고 하는데 그냥 무시하기에는 성호의 성격상 무리가 있는 일이었다.
아니, 남자가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들이대는데 거절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흔치 않는 경우가 맞지만 성호는 자신이 바로 그 경우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한가하시면 저와 저녁이나 드시겠어요? 맛난 집을 알고 있는데요."
"그럼요. 당장 가요."
지연은 바로 가자고 했고, 그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어 성호를 웃기게 했다.
"하하하, 정말 재미있어요, 지연 씨."
성호가 즐거운 웃음을 지으니 지연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지연은 자신이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가는 이상한 상황이 신기하기만 했다.
생각보다 말이 빠른 경우는 지연도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너무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남자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지연은 다른 생각은 정리하게 되었다.
원하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지연은 그런 행동이 상대에게 가장 모욕을 주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데이트는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고, 그런 지연을 죽일 듯한 눈으로 보고 있는 미영은 두 사람이 즐거운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에 속이 상해 버렸다.
"저런 앙큼한 년, 아주 남자에게 완전히 들이대고 있네. 정말 재수없는 년이야."
미영은 지연이 진짜 재수없는 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지금 중간에 이야기를 할 무언가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마음에는 드는데 접근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어서였다.
성호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지만 성호는 아직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가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성호가 지연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나가기로 약속하여 탈의실의 문을 여니 탈의실 안에는 요상한 그림을 몸에 그린 남자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가 성호를 불렀다.
"어이, 거기 몸매 죽이는 아저씨, 나 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