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5 / 0290 ----------------------------------------------
.
가장 큰 이유는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겠지만 말이다.
성호는 약속 시간이 늦지 않게 떠나려고 하였다.
"어머니, 저는 그만 약속이 있어 가봐야 하니 여기를 부탁드릴게요."
"그래, 걱정 말고 갔다 와라."
최 여사는 지금 현장을 보면서 상당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항상 집에만 계시던 최 여사라 이번에 현장을 구경하면서 눈에 보이는 잘못을 지적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누가 보아도 최 여사의 지적이 잘못된 것이 아니기에 현장 일군들도 그런 최 여사의 지적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못했다.
성호는 그렇게 현장을 나서 약속 장소로 갔다.
강남의 한 커피숍에는 성호가 막 도착을 하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박 원장이 소개해 주는 간호사였는데 실력도 있고 인물도 있다고 하면서 웃는 모습이 생각났다.
성호는 안을 둘러보았고, 창가에 자리 잡고 있는 박 원장과 여자 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원장님, 저 왔습니다."
성호는 박 원장을 보며 벌써 원장님이라고 불러주었다.
"허, 김 선생, 시간은 정확하구먼. 어서 오게."
박 원장은 자기를 원장님이라고 불러주는 성호를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박 원장이 성호를 반갑게 맞이하자 옆에 있던 여자도 일어서서 성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최미선이라고 해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미선이라는 여자는 눈웃음을 살살 치면서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호를 마치 유혹하는 듯 행동하였다.
성호는 여자의 태도가 생각지 못하게 나오자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를 받고 있었다.
"아, 예. 김성호라고 합니다."
"호호호, 김 선생님은 아직 나이도 젊으시고 인물도 좋으시니 아가씨들에게 인기가 많으시겠어요."
미선은 성호를 보며 웃으면서 아주 자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간호사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조금 요상한 냄새가 나는 여자 같아 보였다.
‘아니, 이런 여자가 어떻게 간호사를 한다는 거야?‘
성호는 속으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간호사는 친절하고 상냥한 여자지 마치 술집에 근무하는 분위기의 여자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 원장님, 오늘 만나기로 한 분이 이분이신가요?"
성호는 여자를 두고 바로 박 원장을 보며 물었다.
"여기 최 간호사하고 다른 한 사람이 더 오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네."
"네에, 그러면 그분이 도착하면 이야기를 하지요."
성호는 최미선이라는 여자가 도대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는 행동이었다.
최미선도 성호가 하는 짓을 보고는 자신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미선이 믿는 것은 이번에 원장으로 가는 박 원장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모양인지 성호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도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이야기를 마치고 온 모양이다.
성호는 박 원장을 보면서 사람은 좋은데 저런 태도가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가 상냥하게 꼬리를 치면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성호가 보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오늘 만나기로 한 여자가 도착하였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오, 서 간호사, 어서 와."
서 간호사라는 여자는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지 성호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서민선이라고 해요."
성호도 인사에 대답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김성호라고 합니다. 인상이 참 좋으십니다."
서민선은 인상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한국의 전형적인 여인상이었다.
"호호호, 고마워요. 그런 말은 자주 듣지만 김 선생님이 해주시는 칭찬이라 더 기쁘네요."
서민선은 이미 이 병원의 실질적인 오너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박 원장이 예전에 함께 근무하기는 했지만 돈이 없어 병원을 개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 개업하는 병원에 원장으로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실질적인 오너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고, 아무도 모르게 병원 공사하는 곳에도 다녀온 상태였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서민선은 조금 영악한 구석이 있었다.
성호는 오늘 만나는 두 간호사가 모두 자신보다는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박 원장에게 나이에 대해서는 들었고 간호사라는 직업이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 문제될 일은 아니기에 만나기로 한 것이다.
‘박 원장님 체면도 있는데 이 자리에서 아니라고 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성호는 최미선이라는 여자는 솔직히 같이 근무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병원을 이제 시작하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많아 보이는 여자를 데리고 있고 싶지 않아서였다.
성호는 고민하다가 결국 아닌 것은 아니라는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문제로 시간을 질질 끌고 싶지는 않았기에 결론을 내리고 바로 박 원장을 보았다.
"원장님, 저희 한의원에 간호사가 얼마나 필요합니까?"
"최소한 세 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러면 여기 소개해 주시는 분들 말고도 더 있습니까?"
"아니. 내가 알고 있는 간호사 중에는 여기 두 명이 가장 실력이 좋다네."
성호는 박 원장이 실력이 좋다는 것이 어디에 개념을 두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저는 간호사는 병원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저기 저분은 우리 병원과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성호는 최미선을 지적하며 말하였다.
최미선은 자신을 가리키며 아니라고 하자 얼굴이 대번에 확 달라지고 있었다.
나이도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놈이 아니라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어머, 김 선생님은 무엇을 보고 그렇게 결정하는 건가요? 그리고 간호사를 구하는 것은 원장님의 고유 권한인데 김 선생님이 참견하시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최미선은 성호에게 화가 났지만 그래도 최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었다.
성호는 자신의 말에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는 최미선을 보며 화가 난 이유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했다.
자신도 대놓고 아니라고 하면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최미선 씨의 기분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번에 처음으로 개원하는 병원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니 이해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해도 되겠지만 그렇게 되면 서로 간에 시간만 잡아먹는 것 같아 이 자리에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병원은 원장님과 제가 동의를 해야 간호사로 근무할 수가 있습니다."
성호의 딱 부러지는 대답에 최미선의 얼굴은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원장님, 사실이에요?"
최미선은 확인을 하기 위해 박 원장을 보며 물었다.
박 원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네, 최 간호사."
성호는 박 원장의 행동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병원이 망하고 다른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박 원장과 같은 사람은 오너가 아닌 직원으로 살면 문제가 없겠지만 오너로서는 정말 대책없는 사람 같아 보였다.
최 간호사는 박 원장의 말에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거기, 김성호 씨라고 했지요? 무엇으로 사람을 재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말하지요. 오늘 당신, 실수하신 거예요. 두고 봐요."
최미선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나가 버렸다.
성호와 박 원장은 최미선이 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인지 황당하기만 했다.
물론 성호와 박 원장이 느끼는 기분은 달랐지만 말이다.
"원장님, 우리 그만 나가지요. 여기 분위기도 그러니 말입니다."
"그, 그러세."
"서민선 씨도 함께 가시지요."
"예, 김 선생님."
서민선은 오늘 성호의 모습을 보고 최대한 조심해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 들었다.
사람이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 자신에게 철퇴를 내릴지를 모르니 조심하자는 생각이 민선의 머릿속을 채웠다.
성호와 박 원장, 그리고 서민선은 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가 원장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솔직히 최미선 씨 같은 분은 간호사로서는 실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호의 직선적인 대화에 박 원장은 무안하지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험, 험, 그럴 수도 있지."
"죄송합니다. 원장님의 권위를 무시해서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험, 알고 있네."
박 원장도 성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자신은 아직도 예전의 생각을 벗어나지 못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박 원장이 예전에 병원을 하고 있을 때 최 간호사와 같은 여자만 데리고 있었는데 사실은 관계가 좋지 않아 나중에 여러 추문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병원은 문을 닫았고, 박 원장은 아내와 이별을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지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사람은 좋은데 문제는 흐리멍덩한 성격이 문제였다.
"서민선 씨는 병원이 개원하면 바로 출근해 주세요. 그런데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세요?"
"제가 아는 간호사들은 지금 모두 근무하고 있으니 일단 연락을 해볼게요."
"그렇게 하세요.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요. 지금 하고 있는 공사가 이제 한 달 정도 지나면 끝난다고 하니 그때 병원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오게 될 겁니다. 서 간호사는 그때부터 출근을 해주세요."
성호는 병원의 전반적인 부분을 이야기해 주면서 미리 준비를 하라고 했다.
성호는 박 원장에게는 병원의 관리는 빼고 오로지 환자에 대한 것만 처리하도록 할 생각을 했다.
박 원장의 성격으로 보아 관리를 하게 했다가는 딱 망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서 간호사도 성호의 말에 안심이 되었다.
서 간호사는 박 원장이 병원을 말아먹은 이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사실 오면서도 걱정이 되었는데, 성호의 말을 듣고 보니 박 원장은 월급쟁이 원장이고 병원 관리는 전반적으로 성호가 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행이라 여긴 것이다.
서 간호사는 성호와의 만남이 아주 즐거웠고 다른 간호사를 소개해도 욕먹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성호와 헤어지고 바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 망하지 않으니 소개를 해도 충분하겠어."
서 간호사는 성호가 병원 건물의 건물주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건물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자본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병원을 키울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직 병원에 대해 모르고 있으니 작게 시작을 하겠지만 어느 정도 경륜이 쌓이게 되면 그 건물 전체가 병원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서 간호사가 가자 성호는 박 원장과 둘이 남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원장님, 저는 병원을 순수하게 저의 힘으로만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원장님의 도움이 필요했고요. 저는 원장님의 의술을 존중하지만 병원 관리만큼은 제가 처리하려고 합니다. 물론 원장님이 좋은 의견을 제시하면 충분히 감안하겠습니다."
성호의 말에 박 원장도 인정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실질적인 병원의 주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자신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리고 사실 자신이 성호와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받기로 한 월급도 적지 않은 돈이었기에 당시에는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하겠다고 하였다.
"김 선생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네. 나는 앞으로 병원의 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아까는 미안했네."
박 원장도 성호를 보며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최미선의 일에 대한 사과를 하였다.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죄송하지요. 앞으로 우리 열심히 해서 좋은 병원이라는 소리를 듣도록 하지요."
"그러세. 나도 열심히 환자들을 보겠네."
박 원장과 성호는 아직 개업도 하지 않았지만 의욕적인 마음이 앞서 나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병원 명을 세기 한의원이라고 결정하였기에 지금 병원의 간판에는 세기 한의원이라고 되어 있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성호지만 그 실력도 어린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이렇게 마련하고 있었다.
성호는 많은 일을 마치고 오늘도 열심히 수영을 하기 위해 수영장으로 갔다.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고, 오늘은 그리 일이 없어 오랜만에 수영이라도 하자는 마음에 가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가 수영장에 나타나자 안에 성호를 기다리는 눈길들이 있었다.
‘어머, 저 남자, 오늘은 왔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을 걸어야지.‘
김지연은 성호를 보자 전과는 다르게 오늘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김지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미영이 성호를 노리고 있었다.
"저 남자는 낮에 오는 것이 아니라 저녁 시간에 수영을 하러 오는 모양이네. 나도 이제부터는 저녁 시간으로 바꾸어야겠다."
이미영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성호를 보고 있었다.
성호의 몸은 날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으니 여자들이 보기에는 정말 마음에 드는 그런 몸이었다.
물론 성호도 자신의 몸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말이다.
"오늘은 수영하는 사람이 얼마 없구나. 좋아, 오늘은 제대로 수영을 해보자."
성호는 그동안 연마한 수영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려고 하였다.
그렇게 성호가 수영을 시작하자 주변의 시선이 모두 성호에게로 향했다.
그만큼 성호의 수영 실력도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호의 근육이 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어서였다.
남자의 근육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지금 성호가 수영을 하면서 보여주는 근육은 모든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웠다.
"어머, 저 남자, 정말 대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네?"
"어디? 진짜 장난 아니게 죽이는 근육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