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려워 하지마-13화 (13/290)
  • 0013 / 0290 ----------------------------------------------

    .

    "나는 한국에서 토목을 책임지기로 한 한민수요. 여기 책임자가 누구요?"

    한 반장은 일단 책임자를 찾았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책임자를 찾으니 사람들은 모두 한 반장을 보게 되었다.

    물론 덤으로 성호도 함께 말이다.

    한 중년의 남자가 한 반장을 보며 나서고 있었다.

    "이거 오랜만입니다. 한 반장님."

    "잉? 박 과장 자네인가?"

    "하하하, 제가 아니면 이런 오지에 누가 오겠습니까. 이런 곳에서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박 과장이라는 남자는 한 반장과 친한지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고 인사를 하는 것에 다른 사람들은 조금 의외라는 얼굴을 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해외에 나와 일을 하는 것이라 그런지 이내 고개를 돌려 버리고 있었다.

    "나는 여기 현장을 먼저 보기 위해 온 것인데 이런 곳에서 과거의 인연을 만나게 되다니 반갑네. 우리 이제 자주 보겠군."

    "하하하, 한 반장님 보는 거야 문제가 없지만 거 이제는 성질은 부리지 마십시오. 저번에는 제가 아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박 과장은 한 반장의 성질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에끼 이 사람아, 그 당시에는 그놈들이 애먼 짓을 하는 바람에 그런 것이지 않나. 나는 잘못이 없네."

    한 반장의 변명에 박 과장은 그저 웃기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인사만 하던 두 사람은 이제 대충 인사를 마쳤는지 박 과장이 먼저 성호에 대해 물었다.

    "여기 젊은 친구는 누구입니까?"

    "아, 이 친구는 앞으로 나를 따라다닐 후계자일세. 인사 드려라. 여기 현장 소장님이시다."

    성호는 갑자기 자신을 보며 후계자라 소개를 하는 바람에 조금은 얼떨떨해 있는데 인사를 하라는 소리에 급하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김성호라고 합니다."

    "반갑네. 내가 나이가 많으니 말을 놓아도 되지?"

    "예? 아 예, 그렇게 하세요."

    "그래, 우리 앞으로 자주 보면서 친하게 지내세."

    박 과장은 그렇게 성호와 인사를 하고는 한 반장과 둘이 이동을 하고 있었다.

    성호는 한 반장이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에 사무실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게 되었다.

    러시아에 나무가 많다고 하더니 사무실의 안에는 신기하게 보일러가 아닌 나무로 불을 때는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난로가 커서 그런지, 안은 훈기가 상당해서 춥지는 않았다.

    ‘저렇게 앉아서 하는 일도 없이 왜 있는 거지?‘

    성호가 보기에는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놀고 있어서였다.

    한 반장은 박 과장과 안으로 들어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 부족민들이 있는데 그들이 우리가 공사를 하려는 일 구간을 막고 있다는 말이지?"

    "예, 모두 세 개의 구간인데 두 개의 구간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일 구간에 지금 그들이 신성하게 모시는 제단이 위치해 있다고 하면서 강력하게 방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과장의 이야기는 일 구간이라는 지역 때문에 여간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이들을 설득도 해보고 금전을 주어 해결하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를 하고 말았다.

    또한 러시아 정부에도 항의를 해보아도 러시아 정부에서는 그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정말 황당하기만 했다.

    나중에는 러시아 정부에 우리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강제 해산을 시키겠다고 통보하자 러시아 정부에서는 만약 그렇게 하면 정부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여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로 인해 세 개의 구간을 공사해야 하지만, 지금은 한 개의 구간은 아예 일을 손 놓은 채 다른 두 개의 구간만 공사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었다.

    러시아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이유는 고대 주술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부족이라 정부 차원에서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었지만 정부에서는 그래도 이들 부족에 대해서만은 보호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허, 그러면 일 구간의 공사는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아닙니다. 여기 지도를 보세요. 이들이 지금 막고 있는 구간이 여기이고, 지금 우리가 공사를 하려고 하고 있는 구간이 여기입니다. 그러니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 여기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공사에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자들을 모시려고 한 것입니다."

    한 반장은 박 과장이 보여주는 지도를 보며 방금 전에 설명한 것에 대해 생각에 빠졌다.

    구간을 트는 거야 그리 어렵지 않지만 이 지역이 시베리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가장 추운 지역이니 제일 먼저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동파에 관한 문제였다.

    직선으로 가도 동파가 되는데 과연 휘어진 구간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파이프라인의 공사는 휘어지는 것보다는 직선으로 가는 쪽이 가장 안전한 공사였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땅속으로 가는 라인을 만들기 위해 토목 공사를 하는 것이라 더 그랬다.

    그리고 파이프라인을 공사하기 위해 준비된 콘크리트도 추운 지방에서는 사실 공사를 진행하기에 문제가 많기는 했다.

    "우선 공사하는 것은 할 수가 있지만 문제는 과연 견뎌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이 드네."

    "역시 한 반장님이십니다. 한눈에 상황을 파악하시는군요."

    두 사람이 그렇게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니 꽤 긴 시간이 흘러갔다.

    한 반장은 이러다가는 시간만 허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현장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며 대화를 끝냈다.

    "일단 내가 현장을 보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지."

    "그렇게 하십시오."

    박 과장은 한 반장의 말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바로 수락을 하였다.

    한 반장과 성호는 일 구간이라는 현장을 향해 차를 타고 이동을 하였고, 어느 정도를 가니 차량이 가는 길이 정리되지 않아 걸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한 반장은 안내를 하는 남자의 설명을 들으며 가고 있었고, 성호는 그런 두 사람을 따라가고 있었다.

    성호는 앞서가는 두 사람과 다르게 단지 자신이 있는 이 장소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상당히 기가 풍성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여기는 진짜로 기가 풍족하게 모여 있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수련을 하면 금방 내공이 늘겠구나.‘

    성호는 지금 자신이 가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기가 많다는 사실에 아주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여기서 일을 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내공을 쌓을 생각을 하니 성호는 마음이 흐뭇해졌다.

    "여기부터가 부족의 사람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곳입니다."

    한 반장은 남자의 말에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가 보호를 하는 부족이라고 하니 이들과 싸울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 장소를 피해 가야 하니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려 주변을 세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한 반장이 주변을 그렇게 살피고 있을 무렵 성호는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이 근방을 보호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그런데 기운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내공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공은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몸에 축척을 하였던 것으로 자연의 기운을 몸에 받아들여 만든 것이라면 이곳의 기운은 자연적인 것이 아닌 인공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 기운은 내가 보기에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기운 같은데 나중에 한번 와봐야겠다.‘

    성호는 주변에 넘치게 있는 이상한 기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자신의 내공과는 다른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한 반장은 주변을 열심히 보고는 대강 구도를 잡았는지 다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만 가지. 가서 이야기를 하고 계획을 세워야겠네."

    "예, 한 반장님."

    남자는 한 반장의 말에 군소리없이 대답을 하고는 바로 돌아가려 하였다.

    성호 또한 한 반장이 가자고 하니 일단은 돌아가기로 하였다.

    지금 자신은 한 반장과 일을 하기 위해 온 자리였기에 한가하게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성호는 다시 현장 사무실이 있는 곳에 도착을 하였고, 한 반장은 안내를 한 남자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친구를 숙소로 안내 좀 해주게. 당분간은 여기서 머물러야 하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반장님."

    남자는 한 반장의 말에 고분고분 대답하는 것을 보니 한 반장의 파워도 무시를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성호는 남자의 안내로 숙소로 갔고 한 반장은 다시 사무실로 가게 되었다.

    아마도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보였다.

    성호는 숙소의 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받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일을 시키지 않아서 쉬고 있는 것이니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아주 편하게 쉴 수가 있었다.

    "할 일도 없는데 운기나 하자. 이런 장소에서 운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복이니 말이야."

    성호는 방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관악산도 기가 많았지만 이곳은 그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기가 모여 있는 장소였다.

    시베리아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많아 지구에서 얼마 없는 기가 풍부한 장소였다.

    성호가 이런 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온 것은 아니지만, 와서 보니 이렇게 기가 풍족하게 있는 곳이라 운기를 하는 것도 성호의 복이 되었다.

    그만큼 러시아는 성호에게는 수련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성호가 운기를 하고 있을 때 한 반장은 현장 사무실에서 지금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곳을 직접 보니 휘기는 힘들 것 같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도저히 방법이 없겠습니까?"

    "방법이 아니라 이곳의 기후 때문에 문제지, 휘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휘게 되면 과연 겨울을 버틸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니 말일세."

    한 반장은 직접 현장을 보고 왔기에 하는 말이었고 듣고 있는 박 과장은 무언가 해결책을 찾고자 하고 있었다.

    공사를 시작한 지가 무려 육 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일 구간은 십분의 일도 진행이 되지 않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본사에서는 매일 재촉하고 있지만 문제는 현장에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추위를 이기는 방법만 찾으면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그렇네. 충분히 가능하네."

    "알겠습니다. 본사에 연락을 하여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박 과장은 최대한 빨리 공사를 하기 위해 결국 본사에 연락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신의 선에서 해결을 할 수가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한 반장은 박 과장과 이야기를 마치자 바로 나가고 있었다.

    이제 성호가 있는 숙소로 가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성호는 지금 운기를 하면서 내심 엄청 놀라고 있었다.

    지금 한 번의 운기로 관악산의 일주일치 내공이 늘어나서였다.

    반지의 효능도 여기서는 더 크게 작용하는지 신기하게도 더 많은 내공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정말 여기는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장소네. 여기서 이 년만 고생하면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갈 수가 있을 것 같다."

    성호는 시베리아가 정말 마음에 드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기쁘니 얼굴이 밝아지고 있었다.

    성호가 싱글거리는 얼굴을 한 채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한 반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성호는 한 반장을 보고는 일어섰다.

    어른을 맞이하는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