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장례식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거한 환대를 받았다.
“우리 꼬마, 장례식 치를 돈이 어디서 났을까?”
환락가, 인베어로 접어드는 골목에 자리하고 있던 다섯 명의 거한이 인상을 험악하게 굳히며 그에게 접근해 왔다.
“후…….”
각오한 일이기는 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기분이 더러웠다.
게다가 이제 막 각성한 마나의 힘을 빌려 성치 않은 몸으로 관을 끌고, 땅까지 파고 온 몸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타이니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누나가 모은 돈, 누나를 위해 썼을 뿐이야.”
“하……! 이 새끼 봐라. 그걸 누구 마음대로?”
……역시나.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것들이었다.
분노가 치솟기보다 먼저 인간으로서 혐오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너희…… 그따위로 살면 안 부끄럽냐?”
거리낌 없이 튀어나온 그 말에 거한들의 얼굴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이 꼬마 새끼가 간이 부었나…….”
“X만 한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뭘 기다려, 남은 돈이라도 털자고!”
이것은 최소한의 양심이 만들어 낸 부끄러움에서 기인한 행동일까, 아니면 그조차 없는 인간쓰레기들의 단순한 분노일까.
거한들은 외견상으로는 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아이를 향해 동시에 달려들었다.
자신의 말에 화가 났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격한 대응.
‘왜……?’
그 순간 타이니는 그 건달들의 뒤쪽 골목에 숨어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뻐드렁니 노인을 발견했다.
‘……힌스 영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마도 저 영감이 자신의 힘에 대해 무슨 소리를 한 것이리라.
하지만 지나친 대응이었다.
‘지금은 상대할 힘이 없는데.’
서서 걸어 다니는 것 자체가 신기한 몸 상태다.
물론 몸 상태가 정상이었다 해도,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울프의 부하들을 건드리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기분 더럽군.’
타이니는 짧은 순간 급소만은 보호하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한껏 웅크렸다.
퍽. 뻑. 빠악!
“이, 이 X발 새끼가!”
뻐억.
“어딜!”
빡!
“기어올라! 감히!”
퍼억.
얼마나 분노를 쏟아 냈을까.
그나마 혈기가 좀 가신 한 명이 동료들을 말렸다.
“야야, 이러다 죽겠다. 그럼 우리만 귀찮아져.”
“니X, X발. 뭔 상관인데!”
“그럼 시체는 네가 치울 거냐?”
“하, 씨…….”
“야, 벌써 죽은 거 같은데? 안 움직여.”
그 말에 건달들의 시선이 웅크린 채 미동도 없는 소년의 몸뚱이로 향했다.
겉으로 보이는 피부 전체가 검붉게 멍이 든 채 눈조차 뜨지 않는데, 얼핏 봐도 가슴에 기복이 없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하……. 또 두목한테 한 소리 듣겠는데.”
“역시 힌스 영감의 말 따위 믿는 게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그 영감이 노망난 거라니까. 말이 돼? 이 꼬마가 마나유저?”
건달들은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저마다 한 소리씩 내뱉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지자마자 골목길 너머에서 붉은 머리 여자가 튀어나왔다.
“저 지독한 것들……. 타이니! 정신 차려!”
다급한 표정으로 타이니의 맥을 짚으며 그 작은 몸뚱이를 일으키려는데.
후, 하고 뱉는 짧은 한숨에 이어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틴!”
“그렇……게 부르……지 마.”
“넌 이 상황에도 그런 걸 따지……. 아니, 아무리 봐도 안 괜찮아! 사제한테 가자. 내가 모은 돈이 있으니…….”
“정말…… 괜찮아, 엠마.”
후.
그녀의 걱정과는 다르게, 말을 이어 갈수록 타이니의 발음은 또렷해지고 있었다.
거기다 전신을 뒤덮고 있던 멍들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니, 엠마는 놀란 눈으로 타이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선을 느끼면서도 간신히 뜬 눈은 뻐드렁니 늙은이가 숨어 있던 골목길 쪽을 향했다.
건달들은 영감의 말을 믿지 않았으니, 자신을 적당히 두드려 패다가 돌아서 버렸다.
그러나 먼저 튀어나온 엠마만 없었다면, 힌스 영감이 얼른 뛰어들어 확인 사살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운 좋은 줄 알아, 영감.’
타이니는 늙은 양아치의 목을 꺾어 버릴 최후의 힘을 모두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돌리며, 탁해진 숨을 힘겹게 뱉어냈다.
지금은 몸을 회복하고 힘을 기를 때였으니까.
그러자 이제는 정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남지 않아 그대로 엠마의 품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고마워, 엠마. 은혜 꼭 갚을게.”
빈말이 아니었다.
원한도 은혜도 화끈하게 갚는, 괴력의 기사의 신조는 대륙에서도 유명…… 아니, 유명해질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 와중에도 엠마의 시선은 품에 안은 작은 아이의 몸 이곳저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검붉은 피멍들은 이내 푸르스름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 가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마법이나 마나에 대해 무지한 엠마라고 해도, 이것이 평범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너, 너 이게 대체……?”
“……한동안은 비밀로 해 줘. 한 달, 한 달 정도면 돼.”
그 정도면 충분할 테니까.
타이니는 그 말을 채 끝내지 못한 채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어찌 보면 잘된 거지.’
무의식 속에서 부유하는 영혼.
타이니는 깊은 잠에 빠져든 자신의 육체를 점검하며 미소를 지었다.
‘시작이 훨씬 좋다.’
전생의 그는, ‘마나(Mana)’를 깨친 직후에 그 힘을 어찌 다뤄야 할지 몰라 방황했었다.
마나연공법이나 마력회로의 수련법을 익히는 것은 유명 기사의 종자나 유명 귀족들의 직계 자손들만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결국 고육지책으로 마나의 형태를 자신의 몸에 맞추어 기본 틀을 잡고, 몸이 마나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강해지기만을 바랐다.
나중에 되짚어 보니 정말 무식하기 그지없는 발상이었지만, 범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마나 친화력이 그 무식한 방법을 비전으로 만들었다.
스스로 개발한 마나바디(Mana body), 염체(念體)의 비전.
다만 그 시작이 막무가내였던 만큼, 한참이 지나 경지에 오른 후에야 기초 공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때는 이미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초인이라 불리는 힘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마나로 만들어진 몸인 염체와 실질적인 육체를 완벽하게 일체화시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했다.
무작정 육체와 똑같은 틀을 만들고 그 힘을 불리려고만 했던 전생의 방법은,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 개의 몸에서 별개로 힘을 끌어내는 듯한 불협화음을 만들고야 말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 강화와 부상 회복 속도, 폭발력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전이 되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전생의 경지를 뛰어넘어 전설에나 나오는 오러마스터 정도는 되어야 마왕군의 군단장들과 일대일로 맞붙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생 이상의 경지를 목표로 하는 현생의 시작은 아주 좋았다.
온전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거듭된 혹사와 폭력으로 인해 한없이 약해진 몸이 미약한 마나로 만들어진 마나바디와도 쉽게 일체화된 것이다.
우웅.
의지가 일어나는 순간 마나와 육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진정한 마나바디, 염체의 수련법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확신한 타이니의 영혼이, 다시금 무의식의 세계를 넘어 육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으으음.”
다시 눈을 뜨는 순간의 기분은 남달랐다.
몸이 한없이 가벼운, 마치 깃털이 된 듯한 느낌.
다 죽어 가는 상태에서 회귀를 한 탓인 건지, 아니면 완성된 염체의 비전이 그만큼 뛰어난 것인지.
‘아니, 둘 다겠지.’
타이니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튀어 오르듯 가볍게 일어났다.
살짝 쥐어진 손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악력은, 이제야 비로소 마력 사용자의 시작 단계, 마나유저의 수준에 온전히 다다랐음을 알려 주었다.
물론 평범한 마나유저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힘이겠지만.
‘아직은 몸이 너무 약하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 하지만 또래에 비해서도 심하게 발육이 더딘 몸은 제 나이보다도 훨씬 어려 보였다.
그래서 동냥을 받는 거지로 낙점되었던 것이 아닌가.
아픈 과거를 떠올리며 타이니는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확실히 가능해.’
마나바디가 일체화되고 나니, 이 시기 육체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많이 먹지 못해 작은 것일 뿐, 성장 가능성은 차고 넘쳤다.
염체의 수련법이 있으니, 영양 섭취만 제대로 해 준다면 한 달 안에 또래 수준의 체격 정도는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예상대로라면.
‘보기보다 훨씬 무겁고 튼튼한 몸이 될 거야.’
그리고 그 정도만 되어도, 그놈 목을 꺾는 데는 충분하다.
까드득.
회색 머리 회색 눈동자의 거한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절로 이가 갈렸다.
‘전생처럼 쉽게 죽이지는 않으마.’
급박한 상황, 모자란 힘 때문에 간신히 패 죽일 수밖에 없었던 놈.
이번에는 가슴속에 맺힌 한을 그놈한테 천천히, 모조리 풀어 줄 생각이었다.
후우.
숨을 내뱉으며 다시금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타이니는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복수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이 비루한 육체의 단련이 필요했으니까.
때마침 엠마가 마련해 준 초라한 움막에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식량을 대신할 감자 더미만이 한곳에 수북이 쌓여 있을 뿐.
“지금부터 한 달.”
우드득.
곧은 자세로 가볍게 내지른 주먹질에 어깨부터 손끝까지 모든 근육과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이제는 몸과 일체화된 염체, 마나의 힘이 그 즉시 찢어진 근육과 관절의 염증을 씻어 내긴 했지만,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드득.
까득.
하지만 과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타이니의 얼굴은 구슬땀이 흐를 뿐, 어떤 고통도 찾아보기 힘든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박투술(搏鬪術, Martial Arts)이라.’
보통의 기사라면 맨손의 싸움법은 익히지 않지만, 그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마수(魔獸), 몬스터를 때려잡기 위한 그의 워해머는 대인전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그는 경지에 오르기 전까진, 사람을 상대할 때 거의 맨손으로 싸워야 했다. 물론 그의 괴력에 쇠장갑, 건틀릿이 더해지면 그것 역시 흉기나 다름없었지만.
거기에 더해 그가 맨손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수법’은 아예 대륙 전역에 악명을 떨쳤다.
전생의 동료 중 하나였던 ‘웨폰 마스터’가 그 수법을 보고서는 치를 떨며 따로 박투술까지 가르쳐 줬을 정도였다.
- 그런 흉악한 수법 쓰지 말고, 차라리 이걸 배워.
멀리 동대륙에서 전래된 무술이라고 했던가.
그 딴에는 품위가 손상되지 않게 하고자 맨손 전투술을 가르쳐 준 것이었지만, 타이니는 그것을 배운 후에 오히려 그 ‘수법’을 원활히 사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써먹었다.
- 어우, 어우. 이 미친 새…….
품위에 목숨을 걸던 그 웨폰 마스터가 쌍욕까지 뱉을 뻔하게 만들었던 과거, 아니 미래를 떠올린 타이니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떠올랐다.
“몸 만드는 데는 이 기술이 최고지.”
물론 그러다 보니 자연히 글러터니와의 격전에서 죽은 당사자가 생각났지만.
짝!
‘일단은 울프부터.’
스스로 뺨을 가볍게 때리며 잡념을 떨쳐 버렸다.
‘하나씩 하나씩.’
미래의 일을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더 복잡해질 것 같아, 타이니는 일단 회색 머리 깡패에 대한 원한에 집중하기로 했다.
팡.
우드득.
마나의 힘 때문인지 벌써부터 작게나마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좁은 방 안은 재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손과 발의 그림자로 가득 찼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정말 컸네……?”
“응, 그럴 거라 했잖아.”
“내 한 달 치 식량을 3일 만에 먹어 치울 때부터 보통은 아니다 싶긴 했지만……. 이, 이게 말이 되나?”
엠마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타이니를 바라보았다.
물론 한 달 사이 20cm가 넘게 컸다고는 하지만 그래 봤자, 여전히 또래보다 작은 체격일 뿐이었다.
적당히 살이 오른, 건강해 보이는 남자아이 정도.
사실 타이니의 한 달 전 모습을 생각하면 그조차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놀라기엔 너무 일렀던 것일까.
“지금 두목 어디 있어?”
“울프?”
“어.”
“왜?”
“……빚을 받아 내야지. 누나에 대한.”
섬뜩하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에 엠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 * *
저벅. 저벅.
곧은 걸음걸이로 바닥을 디디는 발바닥에 충실한 힘이 실렸다.
아직은 작은 몸이라지만, 그 몸에 어울리지 않는 질량이 이 작은 몸에 꽉꽉 담겨 있었다.
‘이 정도면……, 체격에 비해 두 배 정도인가.’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애초에 마나(Mana)의 힘 자체가 이적을 일으키는 힘이니, 이성적으로 인과를 논한다고 해 봤자 무의미한 일이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저 이 압축된 작은 육체가 성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거기다 마나바디(Mana body), 염체의 힘이 그 힘을 증폭시킨다면.
‘적어도 그때보다는…….’
전생에 울프 패거리를 뒤집어엎었던 열여섯 살 무렵보다는 훨씬 강할 것이다.
더구나 그것조차 단순히 육체의 힘만을 따졌을 때의 이야기.
전투 경험이라고는 거리의 싸움밖에 없었던 그때와는 싸움, 아니 전투법 자체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목표물이 있는 저택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마침 눈앞에 보이는 문지기들도 구원이 있는 놈들이었다. 그중 대머리 놈은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게릭이라고 했던가.’
깨어나자마자 누나를 모욕했던 놈의 이름은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었다.
“뭐야, 저 꼬마……?”
“안 죽었나?”
“명이 질긴 놈이네.”
울프의 저택을 지키는 건달들은 다가오는 검은 머리, 검은 눈의 꼬마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체격이 꽤 커졌지만, 그들이 밑에 있는 거지패 아이들 하나하나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이 알아본 것은 오직 기분 나쁜 머리 색과 눈동자였다. 영지에 넘쳐나는 거지 패거리 중에서도 저런 머리 색은 한 놈뿐이었으니까.
다만 한 달 전쯤의 놈의 송장을 치울 뻔했던 기억이, 그들에게 일말의 자비심을 부여했다.
“워이, 꼬마. 꺼져라.”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다.”
“처맞기 전에 가라.”
평소라면 손부터 나갔을 건달들이 욕설만 뱉는 것 자체가 자비인 것이다.
그러나 꼬마의 태도는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울프, 안에 있지?”
“……뭐?”
너무 어이가 없어, 순간적으로 대답이 늦었다.
“꼬마야, 미친 거냐?”
“있어, 없어?”
“이런 미친 새…… 끄아악!”
대머리, 게릭은 꼬마를 걷어차려고 내민 오른발에서 끔찍한 통증을 느꼈다.
마치 발목이 통째로 으스러지는 듯한 느낌…… 아니, 그의 발은 실제로 으스러져 있었다.
뼈가 산산이 조각나 버린 발목을 잡아챈 꼬마는, 뒤이어 게릭의 몸이 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공을 날게 만들었다.
꽝!!!
요란한 폭음과 함께 게릭의 의식이 날아갔다.
“묻잖아. 있어, 없어?”
사람을 무기처럼 휘둘러 다른 사람까지 박살 내 버린 괴물 꼬마가 섬뜩하게 웃자, 나머지 건달들은 자신도 모르게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