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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이번엔
6
두고
목차
1. 역주행
2. 기억 속의 그대
3. 사랑한다는 이 말 밖에는
4. 나비의 날갯짓
5. 고백
0. 스물 김현덕, 스물둘 우주민
1. 역주행
현덕은 여전히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 있었고, 주민은 현덕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한 손은 벽에 기대고 다른 한 손은 현덕의 허리를 잡았다.
현덕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주민의 팔에 기댔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주민에게 잔뜩 희롱당하고, 기절 직전까지 몰린 상태였다.
주민은 끊임없이 현덕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이마, 뺨, 코, 그리고 입술. 살짝살짝 혀로 입술을 핥으며 자꾸 현덕을 자극했다. 현덕은 그렇게 치대는 주민에게 느슨히 기대 늘어져 있었다.
현덕은 숨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주민의 팔을 잡고 살짝, 흔들었다. 현덕의 뺨에 입을 맞추던 주민은 얼른 현덕과 눈높이를 맞췄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몇 개든. 몇만 개여도 좋아. 아니, 내가 오히려 부탁하고 싶어. 뭐든지 말만 해.”
대답하며 주민은 시황그룹 왕회장이 자신에게 썼던 방법을 떠올렸다. 무슨 부탁이든 죄다 들어주고 계속 자신에게 부탁하게 만들어서, 자신 없이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법.
어떤 부탁이든 최고급으로 들어주고 사치를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치스러운 사람이 되어 제게서 떠나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돈으로라도 현덕을 제 곁에 묶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현덕의 부탁은 주민이 생각했던 것들과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
“날 좋아하는 만큼은 안 되겠지만 그 반의 반만큼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해 줘요.”
주민을 다시 끌어안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흐지부지하게 흘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현덕은 주민의 품에서 숨을 고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 가족, 내 친구.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우주민. 누구 하나 아무렇게나 대하지 말아줘요. 절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가지고 협박 하지 말고, 설사 그런 일을 했다고 해도 내가 형을 안 좋아하게 될 거라고 지레짐작하지도 말아요.”
분명 주민은 다시는 자룡을 해치거나 협박의 도구로 삼지 않을 것이다. 약속했으니까.
다만.
현덕이 생각하기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단지 자룡만 건드리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다른 사람들을 가지고 이와 비슷한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주민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조금 전 주민의 태도와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난 꽤 끈질긴 사람이에요. 시험 하나를 십삼 년 동안이나 붙들고 있을 만큼. 아마도.”
이미 겪었던 일을 미래형으로 생각하는 건, 기묘한 경험이었다. 현덕은 그 기묘한 기분을 곱씹으며 손을 뻗었다.
주민의 뺨에 손을 댔다. 주민은 당연하다는 듯 제 얼굴을 가져다 대고 눈을 감았다. 너무 순하고 무방비해 보여서, 조금 전 그 난리를 쳤던 사람과 동일인인 것 같지 않았다.
‘이렇게나 자신을 다 내어주는 척하면서, 왜 마음은 전부 내어주지 않는 걸까. 원래 연애라는 건 이렇게 어려운 걸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려운 거라고들 말하던데, 그게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말이었던 걸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처음이고 사귀는 것도 처음인 현덕에게 주민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민을 포기하고 좀 더 쉬운 사랑을 찾고 싶진 않았다.
그러니, 풀 수 있다 믿고 차근차근 풀어갈 수밖에.
아무리 어려운 수학 문제도 답은 분명 있다. 설사 답이 없는 난제라 해도 상관없다. 평생, 계속 함께 할 거니까. 그러니 우선, 가장 기본적인 공식을 대입해보려 한다. 우주민이 김현덕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현덕이 생각하기에 우주민은 김현덕의 마음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방금 전에도 했던 스킨십이었다. 뽀뽀, 안기, 키스. ……아마도 그 이상의 것까지?
연인들이 마음을 확인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니까.
‘혹시 내가 스킨십을 거부해서 불안해진 걸까?’
자꾸 매달리는 주민을 밀어낸 것이 주민을 불안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아직 미자라고. 그런 건 아직, 너무…… 자극적이란 말야. 그리고 사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그래? 그런 건 오래 사귀고 결혼한 다음에야 하는 거 아냐?’
혈기 왕성한 청년 둘이 서로를 좋아하니, 육체적으로 불붙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게 치덕거리는 주민이 싫은 것도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정신 못 차리게 좋지만.
지금 자신의 나이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길 바라는 마음에 밀어냈을 뿐인데. 주민이 그것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았을까 고민해야 한다니.
‘내가 이 나이에 이런 고민까지 해야 되는 건가. 연애란 게 원래 이런 거야?’
열여덟, 혹은 서른셋 플러스 알파. 어느 쪽 나이든 간에 버거운 고민이었다. 이전 삶에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고민이었으니까.
‘아무튼 이게 다 우주민 때문이야.’
그러니까 우주민은 그 대가로 김현덕을 믿어줘야 한다. 우주민 때문에 김현덕은 매 순간 낮선 경험에 부딪치고 있으니까. 남자인데 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부터가 주민을 만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현덕은 야속한 마음에 주민의 코를 잡아당겼다. 주민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며 고개를 숙였다. 현덕은 주민의 코를 놓고 대신 주민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주민 형.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알려 하지 않았으면서 내 마음을 멋대로 판단하지 말아요.”
현덕의 숨이 주민의 코끝에 부딪혀 흐트러졌다. 주민은 그 숨을 한 가닥이라도 빨아들이려 입을 벌렸다. 혀가 마른 입술을 적셨다.
“주민 형은 주민 형 아버지가 아니고, 나도 주민 형 어머니가 아니에요. 형은 그냥 우주민이고 나는 그냥 김현덕이에요. 하나도 안 똑같아. 완전히 달라요. 나는 그 두 분이 어떻게 잘못되어 틀어졌는지 자세한 사연을 잘 모르니까 뭐라고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우리 둘 사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형과 나 사이의 일이니까.”
현덕이 고개를 뒤로 물렸다가 주민의 이마를 제 이마로 콕콕 두드렸다. 그 장난스러운 접촉에 주민이 피식, 웃었다. 현덕도 주민의 울림을 느끼며 웃음 지었다.
“우린 지금, 서로 생각이 안 맞아서 싸웠어요. 그런데 형이 나한테 잘못했다고 빌어서 화해했어요. 난 아직 마음이 다 풀리진 않았는데, 아마 곧 완전히 다 풀릴 것 같아요. 이후에도 우리는 이렇게 싸우는 일이 자꾸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화해하겠죠. 그러고 나서는 이렇게 서로를 보며 웃을 거예요.”
“진짜?”
“진짜.”
“정말로?”
“정말로.”
“……만약 아니면?”
겁먹은 목소리가 현덕의 귓가에 닿았다.
“네가 나한테 돌아오지 않으면?”
현덕은 주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속에서 한숨이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작은 한숨마저도, 예민해진 주민에게 다른 의미로 전해질까 봐 조심스러웠다.
싸가지 없는 재벌 3세 애인이 생겼다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서툰, 그리고 마음에 상처가 많은 재벌 3세 애인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니 현덕이 잘 리드해야 했다.
문득, 아버지와 맹덕이 꼬박꼬박 챙겨보던 주말 드라마가 생각났다. 무로 전 애인을 두드려 팬 여주인공은 똥차 전 남친을 떠나보내고 벤츠를 맞이했다. 연하의 잘생긴 재벌 3세였다.
재벌 3세의 첫 인상은 최악이었다. 우주민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재수 없었다. 여주인공을 멋대로 오해해 막 대하고 툭하면 화를 냈다.
그러다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며 오해를 푼 재벌 3세는 여주인공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여주인공도 재벌 3세가 왜 그리 성격이 배배 꼬였는지 알게 된다.
재벌 3세는 사실, 비극적인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 출생의 비밀 때문에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내 심한 결벽증과 인간 혐오증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까칠하고 싸가지 없던 재벌 3세가 오직 여주인공에게만 마음을 열고, 여주인공에게만 헤프게 웃어댔다. 여주인공이 잘나가자 예전에 무로 후드려 맞았던 똥차가 여주인공 주변에 얼쩡거리며 나타났는데. 재벌 3세는 그걸 볼 때마다 질투심이 폭발해서 평소의 이지적인 모습을 잃고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어쩐지 자신의 처지가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트라이 온 촬영이 모두 끝난 다음에 한가로워지면 우주민한테도 그 드라마를 보여줘야겠어. 그러면 우리 사이가 우주민 부모님이랑 비슷한 게 아니라 차라리 그 주말 드라마랑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대부분의 주말 드라마가 그러하듯 그 주말 드라마 역시 해피엔딩이었다. 주민의 부모님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주인공과 재벌 3세는 결혼해서 아이도 얻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
TV 앞에 앉혀놓고 그런 류의 주말 드라마를 한 10개쯤 정주행하면 우주민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것 같은데. 현덕은 진지하게 주말 드라마 시청을 통한 심리 치료법을 궁리해 보았다.
현덕이 그런 고민을 하는 새 주민은 현덕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겁먹은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현덕.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은 아니어야 할 텐데.
현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주말 드라마 시청 심리 치료법 대신, 바로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충격 요법을 생각해냈다. 좋아하는 사람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쯤은 내놔야 하는 법.
“대가로 날 형한테 줄게요. 송두리째 다 줄게요.”
현덕은 이마를 떼고 주민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만약 나중에 내가 형 말대로 형을 싫어하게 되고, 형한테서 도망치려고 하면, 형이 농담처럼 말하는 감금이든 납치든 뭐든 해요. 그렇게 해서라도 날 형이 가져요. 형한테 실망하고 도망가려 했던 김현덕의 남은 인생까지 다 줄게요.”
현덕은 주민의 옷깃을 잡아당겨 주민을 붙들었다.
“그니까 날 믿어봐요. 날 좋아하면 그만큼 믿으라고.”
우주민은 김현덕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야 했다.
“우주민. 너야말로 나만 봐. 딴생각하지 말고 나를 제대로 보라고. 나도 그럴 테니까.”
현덕은 주민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뭐라 말하려는 주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도장을 찍듯 주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꾹 눌렀다 뗐다.
주민의 입술은 바싹 말라 버석거렸다. 그 감촉에 닿은 입술이 간지럽기도 하고 화끈거리기도 했다.
“김현덕, 너…….”
주민은 답지 않게 당황해 버벅댔다.
‘자기는 조금 전에 더 심한 짓을 했으면서. 고작 이정도 가지고 놀라고 당황하기는.’
이제야 스무 살 같아 보였다.
워낙 싸가지 없고, 스킨십 하러 덤빌 때는 세상 볼 장 다 본 놈처럼 능글맞게 덤벼들어서. 또 조금 전처럼 이성을 잃고 달려들 때는 광기에 휩싸인 듯한 그 모습이 워낙 사나워서. 종종 우주민이 고작 스무 살 청년이라는 걸 까먹곤 했다.
이렇게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니, 제법 귀엽고 많이 사랑스러웠다. 재벌 3세 남주인공이 유치하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던 여주인공은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어쩌면 이 세상에서 이런 우주민의 모습을 본 건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이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들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우주민한테 뭐라고 할 게 아니네. 이런 게 기분이 좋다고 느끼는 거 보면.’
현덕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동안 주민의 눈가가 다시 뜨거워졌다. 현덕은 손을 들어 그 눈가를 어루만져주었다.
‘미안. 미안해.’
주민에게는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해달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마음이 있었다. 이기적이라고 비난을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오직 우주민만이 김현덕을 이렇게 이기적으로 만들었다.
‘나는 계속 또 계속 내가 스물여덟 때 봤던 널 지금의 너에게 덧씌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어.’
TE엔터테인먼트에서 주민을 봤을 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에도 까칠하고 싸가지 없고, 또 외로운 주민을 보면서 스물여덟 살 때 봤던 우주민을 생각했다.
현덕이 주민을 볼 때의 기준은 언제나 스물여덟 살에 TV를 통해 봤던 인터뷰 속의 우주민이었다.
그건 현덕이 안 그러겠다고 생각한다고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계속 그때의 우주민이 현덕의 안에 남아 있었으니까.
현덕은 13년 동안 하나의 시험을 준비했다. 누군가는 그 끈기, 지구력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려 할지도 모른다. 결국 합격하지 않았냐고, 그런 정신으로 또 무얼 못 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사법고시든 다른 어떤 무슨 시험이든, 오랫동안 시험공부를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장기간의 고시 생활이 고작 그런 긍정적인 감정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시간이 흐를수록 끈기나 인내력, 지구력, 사명감, 목표 따위는 사라진다. 의지의 유통 기한은 너무 짧다. 의지가 소모되어 사라진 빈 칸에는 다른 것들이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 상태로, 텅 빈 채로, 언제 골인할 수 있을지 알 길 없는 길을 계속 달려야 한다.
오직 일 년에 한 번 있는 시험만을 바라보며 사는 한해살이. 그 한해살이를 끝내고도 죽지 못해 다시 한해를 버텨야 하는 삶.
현덕은 그 한해살이 인생 중에서도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 주변에는 현덕이 감히 자신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제 분이 풀릴 때까지 공부하지 못하고 현실 사정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다. 일부만이 악착같이 버텨 합격을 거머쥐었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가 합격 수기가 되어 고시촌을 떠돌며 누군가에게는 자괴감과 죄책감을,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꿈을 주었다.
그리고 현덕은 그들을 보며 자책했다.
‘나는 배부르고 등 따시게 살아서, 아무 걱정 없이 부모님과 형이 주는 돈이나 받아먹으며 공부해서, 저 정도의 절실함이 없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면 마음 한구석에서 슬그머니 억울함이 고개를 들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오직 사법고시만 생각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한눈팔지 않고 공부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곧바로 고시촌에 들어가 공부했다.
이 정도면 법전을 외우다 못해 씹어 먹을 수준인데, 그래도 합격은 늘 멀었다.
바늘구멍이라고 해도 한 해에 몇백 명이나 통과하는 바늘구멍인데 왜 통과하지 못하는 걸까. 나태해서? 절실하지 않아서?
언제나, 언제나 최선을 다했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떨어진 거라고, 필사적이지 않기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왔는데.
텅 비다 못해 허망해진 마음에 해선 안 될 생각이 차올랐다. 목 끝까지 차오른 그 생각에 익사할 지경에 이르러,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모두 배신하고 한강 다리 위까지 갔다. 하지만 새까만 강물로 끝내 몸을 던지지는 못했다.
김현덕이란 그런 사람이었다.
평생 준비한 시험을 그만둘 용기도 없었고, 시험만 준비한 삶을 끊어낼 용기는 더더욱 없었다. 텅 비어 있던 몸에 모처럼 차올랐던 뜨거운 감정은 한강 다리 위에 서자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더 이상 현덕의 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랬던 현덕이 주민을 만났다. 우주민을 만나 우주민으로 가득 채웠다.
잠깐의 만남이었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우주민이 현덕을 지탱해주었다. 현덕의 메마른 안을 채워주었다.
지금의 우주민은 전혀 모르겠지만.
그는 분명 김현덕의 은인이었다.
다시 삶을 거슬러 와서, 그 우주민을 다시 만났다. 아니, ‘다시’라는 단어를 쓰는 건 옳지 않았다. 현덕이 알고 있는 우주민은 오직 서른 살의 우주민이니까. 열여덟 살의 싸가지 없고 까칠한 우주민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현덕은 주민을 만나 설레고 좋았다. 싸가지 없는 주민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였지만. 계속 옆에서 맴돌며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어 발을 동동 굴렀다.
주민과 친해지고 싶었다.
왤까?
언젠가 서른 살이 될 우주민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였을까?
감히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언젠가 그렇게 될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지금의 어린 우주민만을 순도 100%의 마음으로 좋아했던 게 아니었다. 0.1%, 0.001% 정도는 첫 번째 삶에서 봤던 우주민을 기다리는 마음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지금의 우주민을 만나 차오른 99.9%의 마음이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지금의 현덕을 구성하는 건 분명 지금의 우주민을 좋아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날뛰는 주민을 봐도 주민의 말처럼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주민에게 미안했다.
김현덕은 너무 서투르다. 그런데 더 서투른 우주민을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맞추어도, 여전히 빈 부분이 남아 찬바람이 드나들 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우주민 옆에 있어도 되는 걸까. 나보다 좀 더 능숙하고 널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네 옆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안타까움은 금방 두려움이 되었다. 이대로 우주민을 내려놓고, 자신의 미숙함을 못 알아챈 듯 고개를 돌리고 도망가고 싶은 막연한 두려움. 하지만 그 막연한 두려움에 몸을 맡기기에는 그간 쌓아 온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지난 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우주민은 김현덕의 첫사랑이었다. 쉽게 포기할 수 있을 리 없다.
‘우주민, 내가 좀 더 널 좋아할게. 매일매일 조금씩 더 많이 좋아할게. 그럼 언젠가 네 안을 채울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인생을 살게 된 이유가 무얼까. 그건 아마, 너를 만나게 이 두 팔로 너를 안아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이것 말고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가 없어.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온 게 틀림없어. 다시 한번. 이번에야말로 널 만나기 위해.’
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주민을 붙잡고 계속 삶을 살아 나가리라.
그것이 이 두 번째 삶이 가지는 의미일 거라고, 현덕은 감히 생각했다.
***
현덕과 주민은 뒤늦게 일행에게 합류했다. 자룡이 잘 말해놓은 덕분에 제작진이나 다른 팀 연습생들에게 혼나는 일은 없었다. 현덕은 멀찍이 서 있는 자룡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룡은 씩, 웃어 보였다.
이제 고작 세 명이 남은 촉팀에 준비만 혼자 남아 있었다. 현덕은 물론이거니와 피터까지 사라져서 내내 혼자 대기 시간을 보낸 듯했다.
“내가 무슨 수모를 당했는지 알아여? 도대체 어디가 있었던 거예여?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여? 피터 형은 또 어디로 간 거예여?”
준비는 현덕이 오자마자 덥석 안기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런 준비의 뒤로 다른 팀 연습생들이 지나가며 놀려댔다.
“장준비 연습생, 준비야. 다다음 주에 집에 갈 준비는 됐어?”
“준비됐나요오-”
“준비됐어요!”
현덕이 그들을 쳐다보자 ‘이크, 어이구. 무서워라.’라고 유난을 떨기까지 했다. 유치해도 이렇게 유치할 수가 없었다.
“이거 진짜 불공평한 시스템이에요. 이러면 다음 번에 우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무슨 연산 시스템 도입했다 어쩌고저쩌고하는데, 계속 우리 팀만 지고 있잖아여!”
“준비야, 일단 진정하자. 응?”
현덕은 그런 준비를 다독이며, 피터가 어디에 있나 주변을 열심히 돌아보았다.
피터는 각 팀이 버스에 올라타 호텔로 떠나기 직전에 팀으로 복귀했다. 피터는 급히 뛰어 왔는지 숨이 거칠었다. 현덕이 그런 피터에게 생수병을 건네며 어딜 갔다 왔는지 물었다. 피터는 탈락한 소혁과 다른 두 연습생을 배웅하고 왔다고 했다.
“아…….”
그제야 현덕은 자신이 소혁을 배웅하다 말고 뛰쳐나가 버렸던 걸 떠올렸다.
현덕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피터가 빙그레 웃었다.
“원소혁 연습생이 자기가 한 부탁 잊지 말라고 전해달라던데.”
“아, 네. 기억하고 있다고 전해…… 달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겠죠?”
현덕은 말하다 말고 뻘쭘하게 웃어 보였다. 졸지에 방자나 향단이가 될 뻔했던 피터가 손으로 핸드폰 문자를 치는 시늉을 했다.
“핸드폰 돌려받으면 원소혁 연습생한테 전해줄까?”
“아니요, 저도 핸드폰 번호 교환해서 알고 있으니까. 제가 연락할게요.”
“그래. 꼭 해줘. 엄청 절실해 보이더라.”
피터는 딱히 그 부탁이 뭔지 묻지 않았다. 덕분에 현덕은 조금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
“지금 뭔 쓸데 없는 소리들 하고 있는 거예여! 떨어진 사람은 떨어진 거고, 우린 어떻게든 살아남을 각오를 다져야져! 형들, 너무한 거 아녜여?”
옆에서 피터와 현덕의 대화를 듣고 있던 준비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짖었다. 그 모습이 더없이 귀여운지라, 피터와 현덕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준비의 머리를 쓰다듬고 뺨을 문질렀다.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준비가 그렇게 애 취급받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는 걸 깜빡 까먹고.
“이 형들이 진짜아아아!”
준비가 포효하며 피터와 현덕을 향해 달려들었다.
열 명에서 세 명으로 줄어든 촉팀의 버스는 그렇게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금요일.
트라이 온 본 방송 이후 인터넷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화제의 중심에 김현덕이 있었다.
*
제목 : <소년 프로젝트 : Tri/y On> 2부 팀 운영 방식 논란과 관련된 공식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소년 프로젝트 : Tri/y On> 제작 및 연출 책임을 맡고 있는 황건적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년 프로젝트 : Tri/y On> 2부의 팀 운영 방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안내 드립니다.
<소년 프로젝트 : Tri/y On> 제작진은 촬영에 참가한 연습생들의 꿈과 노력을 시청자분들께 진솔하게 보여드리고자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2부 팀 운영 방식은 기획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거친 후 검증된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탈락자 발표 후 인원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정성을 방지하기 위해 팀 순위를 정하기 위한 팀원 득표수 합계 과정에서 인원수 대비 팀 득표 보정을 거쳤으며, 이는 후한 대학교 수학교육과 신상시 교수님의 자문을 거쳤음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많이 문의하시는 2부 팀의 재구성 및 재조정에 대한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김헌제 PD를 비롯한 <소년 프로젝트 : Tri/y On> 제작진은 이전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청자분들께 보다 큰 행복과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소년 프로젝트 : Tri/y On> 출연자 연습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Best] 야이 개새……. 널 믿은 내 잘못이지. 요즘 피디는 사이코패스 평가해서 점수 높은 순으로 뽑냐?
┕ 아니 아이큐순. 낮은 순으로.
┕┕ 내가 듣기로는 초등학교 때 도덕을 안 배운 사람 위주로 뽑는다고 들었어
┕ 뭘로 뽑든 김피디가 수석이다.
┕ 좋냐 김피디?
*
[방탈] 트온 2부 팀제 말야 오히려……. 이거 약간 바이럴 냄새나는데
이렇게 되면 다들 촉팀만 밀어줄 거니까 촉팀 남은 세 명 겁나 유리한 거잖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 어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 방송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다니……. 김피디야 여기 니 후배감있다 얼른 데려가라
┕ 니가 누구를 응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연습생이 촉팀에 속해 있었다고 생각해봐 그래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자 어?? 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 진짜 ㅇㅣ러지 말아라 인류애 상실하기 직전이니까
┕ 김헌제 피디님 여기서 이러시면 욕나옵니다?^^
*
후기) 더기 응원하는 오리맘들 다 일루 와바
나오늘부로 현생포기한다
아 미쳐ㅠㅠ내새끼ㅠㅠㅠㅠ
완전 조연취급? 지나가는 연생1,2,3취급 아니냐?
저렇게 있다가 다음주에 촉팀 3명 마저 탈락하면 촉팀 끝이겠네?
그리고 오팀이랑 위팀 두 팀만 남아서 경쟁?????
대놓고 우주민 박자룡 편애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 뭐야
내가 그렇게는 안 놔둔다
무조건 살릴거야 내새끼ㅠㅠ
┕ 아니 현더기 얘는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ㅠㅠㅠㅠ악플시달려 들어간 데뷔조는 프로그램 피디가 버리는 패야ㅠㅠㅠ
┕ 난 솔직히 처음 데뷔곡 발표나고 갑자기 편곡으로 스타일 바꾼다고 할 때부터 쎄했어 시발ㅋㅋㅋㅋㅋ
┕ 현덕이가 지 이미지 딱 맞는 귀여운 곡 딱 들어가니까 강력한 우승 후보 될 거 같으니까
급 편곡 어쩌구 한 거 아냐?
┕ 그거까지 찰떡같이 소화해내니까 그 다음미션 때도 팀 안 바꾸고 그대로 간 거 아니냐고
┕ 서바이벌 경쟁 프로그램에서 팀을 안 바꾸고 처음 정한 걸로 쭉 밀고 나간다는 게 말이 돼?
┕ 그런데 우주민 연습생 박자룡 연습생 언급한 건 좀 지워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제작진의 부당함을 말하는 건데 자칫 잘못하면 연생들 간에 감정 상할 수도 있을 거 같아
┕┕ 22222222 동감
┕┕ 나도. 주민자룡이는
┕┕┕ 진지한데 미안. 나 뻘하게 자룡주민인데라고 생각해버렸쪄
┕┕┕┕ 그랬져?
*
[-] 오렌지 삼총사 심폐소생 위원회 모집 (1/nnn)
(이미지)
※ 김현덕 들어간 짤은 필수임
※ 다섯 줄 이하 무통보 삭제
※ 타 연습생은 언급하지 말 것
(테두리, 오렌지 삼총사 연습생 제외)
※ 어길 시 한 달간 글 작성 권한 정지
※ 김현덕 팬답게 최소한의 예의는 유지하자
1. 가족 전원의 핸드폰을 확보한다.
2. 친구 핸드폰을 확보한다.
3. 전 남친 핸드폰을 확보한다……는 ㅅㅂ 그게 나야……ㅠㅠㅠㅠㅠ
존나 비굴하게 전 남친한테 연락해서 핸드폰 투표 부탁했엉……
얘가 나한테 아직 미련이 나맜나봐……ㅎㅎ
좀 밝은 목소리로 전화 받다가 내가 투표 부탁하니까 어이없어 하더라……
좀 쪽팔리긴 했는데……그래도 잠깐의 쪽팔림을 참으면 우리 현더기 웃는
얼굴 볼 수 있을 테니까…….
야 현더가ㅠㅠ
넌 절대 안 떨어져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거얏!!!
┕ 4에 일가친척 폰 수거한다도 넣어줘 오늘 오랜만에 외갓집 간다. 외할머니 핸드폰 빌려달라고해서 가져오려고ㅠㅠㅠㅠㅠ
┕ 난 차마 전 남친한테는…….
┕┕ 연락 못 할 거라는 편견을 버려!
┕ 현덕합니다
┕┕ 현덕합니다222
┕┕ 현덕합니다333
┕┕ 현덕합니다444
*
[현덕이에게] 안녕하세요. 처음 글을 써봐요…….^^
제가 트라이 온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재미잇게 보고 있는데 그냥 보기만 했거든요 투표나 그런 걸 잘 몰라서요……^^;
그런데 오늘 프로그램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보다 울어버렸네요…….
저는 여기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 중에 김현덕이라는 학생을 참 좋아하는데 제가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사윗감으로 삼고 싶고…….
(딸만 둘인데 다들 벌써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네요. 손주들이 어려서 아직 할머니 소리는 못 듣고 있지만요……*^^*)
또 저런 아들을 가진 분은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하고 좋을까 싶기도 해서……. TV 방송하는날은 아무 약속도 안잡고 꼭 보는데 오늘 방송은 너무…… 슬펐네요…….
그냥 보기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무언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 학생한테 응원해주고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 여기를 찾아서 글을 올려보아요…….
투표를 하는 법은 오늘 딸한테 잠깐 집에 들르라고 해서 배웠네요……. 딸은 우주민 학생을 좋아하더라구요……. 우주민 학생을 찍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는데……거기서 싫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요즘 우리 딸이 애키우랴 회사다니느라 정말 많이 힘들거든요……^^)
알았다고 했는데…… 그래도 김현덕군을 찍을거예요…… 저는……^^*
보니까 직접 무대를 보러가서 투표를 할수도있는거 같은데 그건 어떻게 신청하룻 있는 건가요
탈락면제권을 김현덕 학생한테 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거기 가서 투표를 해야할텐데 무슨 요일에 어디에서 하는지 아시는 분 있나요
그리고 혹시 가시는 분 있으면 저도 동행하고 싶어요 제가 차가 있으니 운전은 제가할게요 길을 잘 아는 분이랑 조인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표도 어디서 파는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 언니 제목 카테가 잘못 됐어요.(소근)
┕ 언니ㅠㅠㅠㅠㅠㅠㅠㅠ홈페이지 들어가서 신청하면 추첨으로 되는데ㅠㅠㅠ하늘의 별따기예요ㅠㅠㅠ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신청해봐요
┕ 아……. 저번에 딸이 어디에 인터넷 가입하겠다고 주민등록번호물어봐서 알려줬는데 거기가입했나봐요 제이름으로 신청했다고 하더군요 되면 자기가 가려구요……. 자식 키워봤자 소용이 없네요……^^
┕┕ 이거 명의 도용 아닌가요? 신고하세요. 아니 따님한테 아이디 알려달라고해서 비번 바꾸시든, 아니지 본인인증해서 비번바꿔버리세요!!!!
┕ 주작 티난다
┕┕ 그러게2222222 앞에 친절하게 말해준 사람들한테미안한 줄 알아라
┕ 손발 오그라드는 줄ㅋ
*
[Te두리] 솔직히 좀 위험해 ㅣ 별이일곱개장수현덕
우리 맘놓고 있으면 안돼 무조건 사수해야 돼.
현덕아ㅠㅠㅠ니가 자룡이 애끼는 후배여서 나도 아낀다마뉴ㅠㅠㅠㅠㅠ
아 미치겠네ㅠㅠㅠㅠㅠㅠㅠㅠ
테두리 왜 다 각각 다른 팀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 TE엔터
일 안하냐?
어????
대형이 맞아?
ㅈ만도 못한 조/ㄲㅏ/튼 회사야!!!!!!!!!!!!!11111
어떻게 세명 내보내서 새명을 다 다른 ㅌㅣㅁ되게 하냐??
┕ 내가 진짜 ㅎ녀덕이만 보면 운다ㅠㅠㅠㅠㅠ
┕ 계속 자룡이 직고 있긴 한데……자룡이는 안정권이니까 현덕이를 찍어줘야하나 싶기도하고ㅠㅠㅠ
┕┕ 잔인한 말이긴 한데 이런 식으로 표 유출되면 자룡이도 위험할 거라고 생각해.
┕┕ 그래도 주민이 자룡이는 다 안정권이니까…….
┕┕┕ 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라고
┕ 나도 우리 가족 폰으로 2개는 자룡이 직고 1개는 현더이, 1개는 주민이 찍었는데..이제 2자룡 2현덕이 가야되나 고민 중ㅠㅠ
┕┕ 아진짜 자꾸 이렇게 자룡이 방심하면 위험하다고ㅠㅠㅠㅠ
*
후기) 테두리들 다 데뷔할 수 있는 경우의수
다 비켜. 내가 찾아왔다.
써놓고 보니 암담하네.
가능성이 0%에 수렴해
하지만 0%는 아니야.
기적은 이루어진다, 몰라?
여긴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더 많나?
2002 월드컵 직접 눈뜨고 본 사람 있으면 기운내 희망을 가지자
끝날 때까지 끄난 거 아니야.
┕ 이과세요?
┕ 미래의 치킨없게 동지여 여기서 만나니 반갑소
┕┕ ㅅㅂ…ㅣㅇ공계 티 많이 나써?
┕┕ ㅇㅇ 매우마니 반반무마니하게
┕┕┕ 겨수님 여기 치킨 두 마리 추가여….=3
┕ ㅋㅋㅋㅋ로또 되는 게 확률 높을까 셋이 다 되뷔하는게 쉬울까?
┕┕ 로또요. 그냥 내가 로또가 되서 기획사 차리고 현덕이 빼오는 게 더 빠를 듯
┕┕┕ 로또사러 간다 현덕아 기다려 누나 로또 사러 간다~~~
┕ 혹시 알아? 이 글이 성지순례감이 될지? 믿는다.
┕ 진짜 이렇게 되면 내가 얘들 첫 팬미팅에 티라노 사우르스 분장하고 간다.
┕┕ 나는 그 옆에서 둘리분장할게. 우리 엄마 먹지 마여ㅠㅠㅠㅠ
┕┕┕ 난 우리 현덕이의 데뷔 축하 기념으로 한복을 입곡 ㅏ서 학춤을 추겠어ㅠㅠ글니까 제바류ㅠㅠㅠㅠ
┕┕┕ 내가 리코더로 배경음 불어줄게ㅠㅠㅠㅠㅠ
┕ 늬들 내가 캡쳐해놨닼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제발 이 조합을 첫 팬미팅에서 볼 수 있게 해주세여…
*
[김현덕] 당연히 지난번 그 무대로 포텐 터져야 하는 거 아냐? / 3분 전
(움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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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 봐 백번 ㅂ라고
이모습을 보고도 걔가 탈락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및ㅕ
현더기 팬들 다 모해?
그냥 TV만 보는 거야?
투표해ㅠㅠㅠ투표하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0원이 그리 아깝더냐?
내가 줄게 100원 그러니까 제발 투표좀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13개]
┕ 내일 투폰 개통하러 간다.
┕ 투표 하다 약간 현타 오기도 했고 설마 현덕이가 그 무대를 하고도 탈락 될까 싶어서 보기만 했는데……내 손가락 부러뜨려 버리고 올게……
┕ 애들 몰아 가둬 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바이벌 시키는 방송국 폭파 시켜 버리고 싶다 진짜ㅠㅠ 현덕이 멘탈 걱정 돼ㅠㅠ
┕ 김피디 새끼한테 돈 주고 싶지 않았는데 십알 그냥 백원 던져준다
┕ 받아 내 백원을 받으라고! 내 돈 백원 처먹고 현덕이 살려줘ㅜㅜㅜㅜ피디 이 미친자야ㅜㅜㅜㅜ이게 말이 돼?
*
[해외방] 여기 쌀국인데 여기 난리 났어, 지금
나 해외시청자인데 durl 장난 아니다
유튜브fh 다 보거든
여기 커뮤emf 난리났어 sns도
한국 ip 뚫고 우회하는 방법 찾sms rmf dhffkdhrh rmfo tlftlrksdmfh투표하려고 다음주에 한국 입국하겠다는 애들도 많아
그중 하나가 나야.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z
다음주 금요일 아침 비행기 타고 한국 들어가서 핸드폰 개통하고 투표한 다음에 금요일 저녁에 비행기 타고 돌아올 예정.토요일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 출근해야되서 당일치기해야돼
현덕아, 누나가 사랑한다.
너 절대 탈락안해.never
내 힘든 해외생활dp니가 유일한 내 빛인데lollol
꼭 데뷔하자(펑펑 울며 웃는 이모티콘)(펑펑 울며 웃는 이모티콘)(펑펑 울며 웃는 이모티콘) 널 위해서라면 적금도 털 수 있어(방긋 웃는 이모티콘)
*
[반성문]
당연히 현덕이는 안정권이고 합격할 줄 알았어
그날 그런 무대를 하고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냐고 아오
진짜 피디새끼 죽여버려
리고 현덕이 투표 안한 나새끼 주거버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무조건 현덕이 올인
어디 해보자 피디 개새야
니가 이기나 우리가 이기나
┕ 아주 공영방송 아니고 케이블이라고 막나가자죠
┕ 공정성 물말아먹었냐? 서바이벌 경젱에서 이래도 되는 거야?
┕ 야 이 미 친 색희야
*
[뻘글] 다들 너무 말이 심하시네요. 김PD님도 나름 프로그램 공정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데 너무들 그러지 마시죠. PD놈 인터넷 여론 찾아보면서 얼마나 속으로 뜨끔하겠어요.
낌삐띡!!!!!!!!!!익믹찐짜약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찐짤록쭉여삘랗ㅎㅎㅎㅎㅎㅎㅎ
그럵고돍입굵멍읅롥밟이넒어갉냙?
트라이 온은 사랑입니다.
김피디님 항상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 제목보고 칼 들고 들어온 사람 [1/9999]
┕┕ 나나난나나나나 [2/]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그로력에 제가 졌습니다.OTL
┕ 세종대왕님 사랑합니다. 저게 다 읽혀요.
┕ 김피디의 한국어 실력을 확인할 수있는 글입니다. 이글 추천 ㄱㄱㄱ
┕┕ 222222 베스트글 가즈아!
┕┕ 3333 이 글 왜 댓글이 적은지 이해가 안가네
*
[건의사항] 트라이 온 제작진 대표 김헌제 PD님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김피디님 안녕하세요. 항상 트라이온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애청자입니다. 제가 원래 인터넷에 글이나 코멘트 남기고 그러는 성격은 아닌 지라……. 그런데 이건 정말 참을 수 없어서 쪽지를 남깁니다. 일단 묻고 싶네요 제정신이신가요?
여긴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입니다. 혼자 이상한 오타쿠 일본 애니메이션 세계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신 건 아닌가 싶네요.
전혀 현실감 없고 공정성도 없는 뭣도 아닌 프로그램 만들면서 행복하신가요?
애들 운명이 여기에 달려 있는데
절실한 애들 가지고 장난치시니 참 기분 좋으시겠어요.
*
김현덕] 오리날다 [데뷔해 / @OOO_duck / 10분 전
오늘 트온 감상 :
언젠가 포텐 터질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터트리지 않으면 안 터지는 거구나.
*
동결 해제★현덕이가 최애인 미구엘 / @coco_mama_slpu / 8분 전
적금 들어둔 거 다 터트림지금 적금 들게 생겼어? 내새끼 떨어질 판인데개같이 번 돈 꽃같은 내새끼를 위해 쓴다
동결 해제★현덕이가 최애인 미구엘 / @coco_mama_slpu / 8분 전
다 필요 없어.뭐? 프로그램 피디한테 찍혔다고?
피디 새끼야
자본주의의 돈맛을 보여주마.
*
김현덕 팬이다. 대놓고 돈지랄 할 테니까 다 들어와봐
ㅣ ㅇㅇ ㅣ 214. 64. ** ***
다음주에 내가 불판 세울거덕. 미리 예고하는 거덕.
현덕이한테 투표한거 인즈해주면 주모건 커피 기프티콘 쏠거덕
통장 인증할 테니 보덕
(이미지)
내가 김현덕 반드시 데뷔시킬 거덕
마흔 전에 내 병원 세우는게 꿈이었거덕
현덕아 형이 널 위해 내 꿈이 일년쯤 뒤로 밀린다고 뭐 문제겠니 너가 TV에 계속 나와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텐데 말이덕
현덕아 꼭 데뷔하덕
사실, 너같은 애가 계속 이런 프로그램 나오는 것도 좀 아니다 싶었거덕 적당히 떨어져서 기획사 가서 제대로 데뷔 해서 성공하길 바랐는데…솔직히 나같이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덕
그래서 투표율이 낮았던 거덕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덕
이런 부당한 경쟁 속에서 착취당 하다 떨어져서 상처 받고…자신이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거라고 자책하고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진짜 피가 거꾸로 솟덕
현덕이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해서 데뷔하덕.
무조건 1위로 데뷔한다덕
반드시 그렇게 만들거다덕
두고봐라덕
┕ 동감이덕
┕ 현덕이에게 투표 당연히 할거지만서도 형한테 기프티콘 꼭 받고 싶덕
┕ 담주에 봐덕 난 형을 기다리고 있겠덕
┕ 믿덕
┕ 이런 돈지랄 매우 좋덕
*
[트라이 온 출연 중인 김현덕 연습생 팬카페 연대 입장문]
안녕하세요.
김현덕 회생 연대입니다.
각 포탈에 흩어져 있던 김현덕 연습생의 팬카페 세 곳이 오늘,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지난 방송 직후 연대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는데요. 각 카페의 장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논을 마쳤습니다.
트라이 온 방영이 끝나 김현덕 연습생이 데뷔에 성공하고 무사히 프로젝트 그룹 활동을 마칠 때까지 연대는 계속될 것입니다.
본 연대는 김현덕 연습생의 모든 활동을 무조건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합의한 기본 강령은 아래와 같습니다.
하나. 김현덕 연습생의 트라이 온 촬영 및 활동을 무조건 지지한다.
하나. 김현덕 연습생에 대한 모든 루머와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 이와 관련하여 트라이 온 연습생을 위한 변호사단에 연락을 취해 그동안 모았고 앞으로 모을 PDF 제공 등의 서포트 활동에 관해 문의할 예정입니다.
하나. 김현덕 연습생의 얼굴에 먹칠하는 팬이 되지 않는다.
┕ 타 연습생 팬들과의 갈등을 일으킬만한 분란 일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김현덕 연습생을 지지할 뿐. 그를 위해 타 연습생을 비방하거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리가 당한 상처를 다른 연습생과 팬들에게 똑같이 행하지 않는다.
하나. TE 엔터테인먼트의 공지대로 사생, 과도한 명품 서포트 등은 트라이 온 촬영 중에 하지 않는다.
팬은 그 팬이 좋아하는 연습생을 닮는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바른 김현덕 연습생을 지지하는 팬입니다.
김현덕 연습생을 닮아 성숙하고 바른 팬문화를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TV쇼프로 - 난 가끔 김현덕 욕하는 글 올라올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어
쟤 형이 이 글을 보면 어떻게 될까?
┕ 김!
┕ 맹!
┕ 덕!
┕ 출!
┕ 현!
┕ 오 반갑다ㅋㅋㅋㅋㅋㅋ여적중나왔어?
┕┕ 아니 난 그냥 XX구 살았어, 양적 중 옆에 남중 나옴
┕┕┕ 나 여적중. 김맹덕이 한 학년 위였어
┕┕┕ 시발 끝내줬지ㅋㅋㅋ 난 요즘 한국 영화 안 본다. 뭘 보든 내가 봤던 적벽대전 보다 현실적이어서ㅋㅋㅋㅋㅋㅋㅋ
┕┕┕ 시발 난 양벽중이었다!!!!! 이제와 발퀴지만…….ㅈㄴ 쪽팔렷엇다고
┕┕┕ 머여 이건 동창회도 아니고 향우회냐?
┕ 니들 만 알지 말고 뭔 소리인 줄 말 좀 해봐
┕┕ 음……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천천히 댓으로 풀게
┕┕ 김현덕 나이차 많이 나는 형이 있는데
┕┕ 일전에 무슨 군대에서 관심사병이었느니 어쩌니 말도 안 되는 루머 돌던데
┕┕ 우리 동내에서 김현덕 형 아는 사람들은 절대 그 말 안 믿고요ㅋㅋ
┕┕ 혹시 남자 형제 있고,
┕┕ 서울 XX구에 살거나 인근에 살면서
┕┕ 지금 20대 초중반 나이 되는 남자 형제 있는 사람들 한 번 물어봐.
┕┕ 여적중 김맹덕이라고 아냐고.
┕ 우리 동내에서는 전설 아니고 레전드였다ㅋ
┕ 우리 동네에 일진, 양아치 개 많았는데 한순간에 없어졌거든 그거 다 이 형 덕분임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발새끼들아
무조건 김현덕 찍으라고.
걔 탈락하면 절대 안됨
그러면 걔 욕하고 존나 좋아하던 글 싸지른 새끼들
분명 다 죽는다
┕┕ 적벽대전 2 나오는 겁니까? 행님? ver. 사이버?
┕ 난 무조건 김맹덕 편
┕ 근데 형 이름이 진짜 맹덕이야?
형 맹덕
동생 현덕?
그냥 현덕이 읾만 봤을 때는 귀엽고 딱이라고 생각ㄱ했는데 형 이름 듣고 나니까 뭔가 구수햌ㅋㅋㅋ
┕┕ 구수하다기 보다는 외국물이 느껴져야 하지 않냐? 저거 삼국지에서 따온 이름 같은데
┕┕ 남동생은 없냐? 익덕 지으면 삼형제 딱일 텐데
┕┕┕ 뭔가 첫째 이름이 스파이짓한다? 운장이어야 하는 거 아냐?ㅋ
┕┕┕ 아빠이름 나관중각
┕┕┕ 야 그럼 그럼 어떻게 김현덕이 되냐 나현덕이지
┕┕┕ 아 그럼 엄마 엄마 나관중 ㄱㄱㄱㄱ
*
- 김현덕 진짜 처음엔 뒤통수남일 뿐이었는데
진짜 이런 애는 내 인생에 처음이야
그리고 마지막이겠지
내 첫 덕통은 여기서 시작해.
(움짤)
이 찰진 뒤통수.
CCTV에서조차 난 내 정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지.
CCTV계의 뒤통수남.
너네 알고 있니? 사실, 김현덕 연생의 빅픽쳐
(움짤)
저 뒤통수 앞의 얼굴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렇게 웃고 있었어.
(움짤)
사실 우주민의 납치를 사주한 건……
결론적으로 현덕X주민 파자
┕ 야 임마 뭐하는 짓이야ㅋㅋㅋㅋ
┕ 갭쳐 졀묘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씨ㅠㅠㅠ 주민현덕 파는 사람은 울고 갑니다ㅠㅠㅠ 마지막까지 다 좋았는데ㅠㅠ드디어 주현 메이저되나 싶었는데 덕민이라니ㅠㅠㅠ
*
pann] 아빠 불륜 검사하려다 시아버지 영접한 후기.jpg
아까 뉴스에 재판에서 불륜의 결정적 증거로 제출되는 증거 1순위가 문자나 카톡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뉴스 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빠 목욕하는 동안 아빠 폰을 뒤졌거든 일단 패턴 잠금이 없다는데에서 안도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봐봨
(이미지)
>>>
투표해줘.
내 아들이야.
방법은 딸한테 물어보고.
<<<
맹덕이가 벌써 이렇게 컷ㅅ어
첫째가 딸이엇나
>>>
둘째 아들.
TV 나와. 지금. 29번 틀면 돼.
투표해줘야 돼.
<<<
현덕이라고/ 벌써 컸어?
연예인이 된 거야 공부 잘했잖아/
>>>
여전히 잘해.
TV도 나와.
투표해줘야 돼.
<<<
고놈 참 만니컷네
<<<
예쁜 것
내가 어릴때 현덕이 만ㅎ이 에뻐햇지
그이유뭔지 알지?
>>>
투표해줘
우리 아들 일등하면
막걸리 쏜다.
현덕이 예쁘고 똑똑하지.
>>>
투표하고 문자 부탁해.
<<<
니가 술사준다는 소릴첨듣는구나
판사일관둿나 무정한놈
<<<
방금 딸한테 물어봐서 투표햇다
<<
너무 귀여워잘키웟네
내딸랑구도 좋다네
>>>
내가 키웠나 지ㅂ사람이 다 키웠지.
매주 투표해.
한 번 투표할 때마다 막걸리 한 병.
<<<
그래
>>>
제수씨 전화기로도
투표 부탁해.
투표를 많이 해야 된다네.
<<<
형수님이라니까
<<<
물어보니까
마누라는 딴애가 좋다네
<<<
거 우시영아들
>>>
안되는데…
<<<
설득해볼게
>>>
부탁해…
(이미지)
우리 아ㅃㅏ가 어릴 때부터 현덕이 좋아했던 이유가 뭘까?
목욕하고 나오시면 물어볼거야!!
어쩐지 저번에 갑자기 투표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거야! 내가 이미 아빠 폰으로 투표 하고 있었거든……ㅎㅎ
왜 그러냐니까 현덕이한테 투표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무릎 꿇고 가르쳐 드렸거드뉴ㅠㅠㅠ
근데 내 시아버님 되실 분이 내 아빠 친구분이셨어!!!!!!!!1 아빠 왜 이런 중요한 얘기를 진작 안 해주신거예요??? 혹시 전화해서 현덕이 바꿔달라고 하면 바꿔주실까?ㅠㅠㅠㅠㅠㅠㅠ
너무좋아ㅠㅠㅠ
미칠거 같아ㅠㅠ
아빠 사랑해요ㅠㅠㅠㅠ효도할게요ㅠㅠㅠㅠ
아빠 친구 현덕이 아버지님ㅠㅠㅠㅠ며느리가 지금 가여ㅠㅠㅠㅠㅠㅠ
*
>>>>>> 후기 ♡♡♡ <<<<<<< 아빠가 바람피는 줄 알앗는데 현덕이 아버님이 내 아빠 친구였던 대박사건
(이미지)
- 전글(링크)
내가 왔다!!!!!!!!
시아버님이랑 전화 통화했어!!!
아빠 씻고 나오자마자 핸드폰 들고 이거 어떻게 된더냐고 물어봤더니 오히려 나한테 기억 못하냐고 하시더라ㅠㅠㅠ
나 몰랐는데 유치원 때 초딩 때 현덕이랑 몇 번이나 만났었대ㅠㅠㅠㅠ사진도 남아 있어ㅠㅠㅠㅠ캡쳐 올린 거 보고도 뻥치는 거냐고 의심하는 사람들 있어서 올린다. 내 얼굴은……님들의 안구 보호를 위해 가릴게.
(이미지)
바가지 머리에 눈 뎅글뎅글하고 하얗고 동그랗고 귀엽고ㅠㅠㅠㅠ
ㅇ아아!!!!!
저 쪼꼬미 옆에 서 있는 게 나야ㅠㅠㅠㅠ어릴 때 부모님들 부부동반 동창회 할 때 몇 번 만났었대ㅠㅠㅠ내가 현덕이를 많이 괴롭혀서ㅠㅠㅠ
현덕이가 나만 보면 무서운 누나라고 도망다녔대ㅠㅠㅠㅠ 현덕아ㅠㅠㅠ사랑해서 그랬어ㅠㅠㅠ미안해ㅠㅠㅠ도망가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빠한테 빌어서 전화 통화도 했드아!!!!!!!!
“어~ **이구나. 대학 졸업했다는 얘기 들었는데 잘 지내니.”
하고 시아버님께서 날 알고 있어주셨어ㅠㅠㅠㅠㅠㅠㅠ
시아버님ㅠㅠㅠㅠ제가 그동안 몰라뵜어요ㅠㅠㅠㅠㅠㅠ
완전 두 손으로 핸드폰 들고 내 인생의 모든 내숭을 끌어 모아서 정말 노력했다.
내가 대학 면접 때 이만큼 주접을 떨었으면 그때 그 대학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텐데ㅠㅠㅠㅠㅠ
생각같아서는 제 심장이 현덕현덕해요 아버님…… 더기 좀 바꺼주세요~내면의 소리를 뿜어내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지 못했어……ㅎㅎ……ㅎㅎ
미래의 시아버님께 잘보여야 할 거 아냐ㅠㅠ
수줍게 현덕이 많이 좋아한다고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엄청 웃으시면서 좋아하시더라.
시아버님 일하시는 곳 사람들은 대부분 다 우주민 찍는대ㅠㅠ
한 명 빼고.
시아버님이랑 그분만 열심히 현덕이 찍고 있대ㅠㅠ
현덕이가 자기 부정 투표같은 거 하면 안 된다고,
저번에 데뷔곡 투표할 때 무슨 곡 하고 싶었는지 자기한테도 막 안알려줬다고 투덜거리시는데……
귀→여↗워↑!!!!!!!!!!
현덕이 유전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겠더라ㅠㅠ너무조아ㅠ앞으로도 많이 응원 부탁한다고ㅠㅠㅠㅠㅠㅠㅠ목소리 너무 스윗하고 자상하고 부드러웠다고ㅠㅠㅠㅠㅠㅠ
현덕이 기획사로 연습하러 가서 집에 없어서 못 바꿔주겠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는데ㅠㅠ
아니에요 시아버님을 뵌 것 만으로도 좋았어요……그래도 좀 아쉽긴 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화 통화 끝났는데 울 아빠 막 배를 잡고 바닥을 뒹굴면서 웃으면서
울고 있더라.
엄마 돌아오니까 막 엄마 앞에서 핸드폰 붙잡고 내 흉내내고 있어……엄마한테 등짝 맞ㅈ았쪄……내가 쩍팔리데……ㅎㅎ우리 아빠 이제는 내 동생 앞에서 그러고 있다……아빠 그러지마여.ㅠㅠ
우리집은 현덕2:주민1:준비1이야.
엄마가 부동의 우주민 편
옛날에 우시영이랑 같은 공장에서 일했었다고 무조건 우주민이래ㅠㅠ동생은 아직 초딩이라 무조건 장준비야.
끝맺음을……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암튼
김현덕!!!! 사랑해!!!!!!!!!!!!!
┕ 끝까지 시아버님ㅋㅋㅋㅋ일관성 끝내주시네요ㅋㅋㅋㅋ
┕ 그래서 현덕이를 때리셨겠다?(번뜩)
┕ 데뷔곡 하고 싶은거 가족한테도 안 알려줬네…김현덕,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 글쓴이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현덕이 좋아했던 이유가 뭔가요. 도대체???
┕┕ 궁금222222
┕┕ 궁금하네요33333
┕┕ 글쓴이 보시거든 좀 알려주세요3333333
┕┕ 나도 궁금
┕┕ 나도22222
┕┕ -------------- 번호 정리 77777777
┕┕ 궁금하다8_8
┕┕ 궁그미9999
┕ 부럽다ㅠ 왜 우리 아빠는 현덕이 아버님 친구가 아닌걸까?
┕ 이런 글 올려도 괜찮은겁니까. 전화 받았을 때 김현덕 아버님께 허락은 받은 건지 궁금하군요. 딱히 고나리하거나 태클 걸려는 건 아니고 염려되서 하는 말입니다. 이런 걸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투표하면 술을 사주겠다는 것도 어찌 보면 부정 투표이고,글쓴이가 부친에게 허락도 없이 부친의 핸드폰을 사용하여 김현덕 연습생에게 부당하게 표를 몰아주려고 했던 것도 보다 보니 좀 불편하네요 이런 기본적인 걸 다 무시하고 이런 글을 올리는 건 오히려 김ㅎ녀덕 연습생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ㅎ
┕┕ 님이 바로 그런 사람인 거 같으네요.
┕┕ 투표의 기본은 가족들 폰 다 깔아 놓고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 불편할 것도 많다
┕┕ 개인적인 생각은 개인적으로 생각만 하세요. 이렇게 글 쓰지 말고.
┕ 현덕이 아버님이 판사셨군요. 역시 바르다 김선생은 유전이었나봐요.
┕┕ 판사라니 개깜놀ㅋㅋㅋ저번에 형이 전국구에서 놀던 일진이라고 글싼 놈 보고 있나? 나와서 대국민 사과해라.
┕┕ 이건 별개인 듯 아빠가 판사라고 아들이 일진 아니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오네요. 현덕이 형이 일진이엇다느니 패싸움하고 다니면서 학생들 다치게 햇다느니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원 글쓴이 글에도 현덕이 형은 언급도 안 됐잖아요.
┕┕ 2222222 아무튼 현덕이 글만 올라오면 어떻게든 깍아내리고 싶어서 난리인 사람들이 꼭 나타나네요.
┕ 존나 금수져였네ㅋ
┕┕ 화장실 갔다 와도 안 씻는 맨손으로 사시는 분인가봐요^^
┕┕ 그러고 비꼬면 행복하냐?
┕┕ 현덕이 아버님이 사법고시 준비할 때 밥이라도 한끼 사드려봤냐?
┕┕ 어떤 금수저가 00동 25평 아파트에 사냐?
┕ 현덕이는 왜 아버지도 귀여운 걸까요?
┕┕ 종족이 다른 게 분명해요. 반지의 제왕 세계에서 살았으면 분명 호빗이엇을거야;_;
┕┕ 하루에 일곱끼 먹는 귀여운 호빗ㅠㅠ 귀여운 현덕이 호빗
┕┕ 누가 연성해주실 수 없나요? 뽀짝뽀짝 큰 발로 뛰어다니는 호빗 현덕이 보고 싶어욬ㅋㅋ
┕┕ 엘프 우주민, 김리 박자룡?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박자룡한테 무슨 원한 있으세요?
┕┕ 간달프 피터 가즈아!!!!
***
트라이 온이 방영된 다음 날 아침. 유튜브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영상을 올린 계정은 갓 만든 계정인지 이 영상만 업로드되어 있었다.
영상은 반쯤 기울어지고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또한 이런저런 소음이 섞여서 오디오가 어지러웠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씩 올라오는 다른 영상에 묻혀 아무에게도 관심 받지 못하고 묻힐 것 같은 영상이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동영상을 유명한 익명 사이트의 TV 쇼프로그램 리뷰 게시판에 올렸다. 그 게시글을 타고 들어와 영상을 본 사람들은 서둘러 다른 사이트에, 지인과의 단톡방에 동영상을 날랐다.
영상은 업로드된 지 단 이틀 만에 백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안 그래도 트라이 온 때문에 뜨거웠던 인터넷은 이 동영상 때문에 주말 내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날뛰었다.
영상의 화면은 멀리서 핸드폰 카메라를 줌 인하여 찍은 듯 조잡했다. 하지만 영상에 찍힌 장소가 어디인지 누구나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트라이 온 촬영 세트장이었다.
영상 속에서는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무대 위에 추가로 설치된 단상 위에는 세 사람이 올라가 있었다. MC인 유진과 촉팀의 연습생 원소혁, 피터 윤이었다.
유진은 탈락자를 발표하기 전, 소혁과 피터에게 각기 탈락 전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TV에서는 방송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금요일에 방영되었던 본방에서는 현덕이 탈락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곧바로 피터와 소혁을 나란히 세워 놓고 잠시 뜸을 들이다 소혁이 탈락했다는 걸 알렸다.
매끄럽게 편집되었기 때문에 시청자들 중 누구도 현덕이 탈락을 면한 상황과 소혁이 불합격한 상황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영상은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담고 있었다.
소혁의 소감은 건방지게 느껴지면서도 당당하게 들렸다. 소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쁨이었고 소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소혁을 씹을 수 있는 또 다른 안줏거리가 되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소혁의 소감은 어투가 좀 세긴 했지만 무난하게 들을 수 있었다.
충격적인 건 피터의 소감이었다. 소혁의 몇 배나 되는 분량이었으나 사람들 대부분은 그 영상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통편집한 방송국과 트라이 온 제작진에게 분노했다. 다른 어떤 건 몰라도 이것만은 그대로 방송되어야 했다.
제작진은 1부의 마지막 무대에서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던 우주민의 모습을 조금도 잘라내지 않고 방영하였다. 그런데 피터의 사연은 통편집했다. 시청자들은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윤우희 죽음에 방송국이랑 제작진도 일조한 거 아냐?”
“아예 숨기려고 통편집한 거네.”
“미친. 이건 내보냈어야지.”
트라이 온 제작진을 향한 여론이 싸늘해졌다. 방송국에 재편집본을 방송하라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 과정에서 통편집 당했던 다른 연습생들의 사례가 발굴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침묵했다. 시청자들이 아무리 항의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렇게 난리가 난 와중에도 연습생들은 다시 촬영에 임했다.
오팀 10명. 위팀 10명. 촉팀 3명.
경쟁은 처음 공지했던 규칙 그대로 진행되었다. 팀을 다시 짠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피터의 사연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분노는 고스란히 표로 연결되었다.
피터는 현장 무대에서 탈락면제권을 획득하였다. 현장 투표에서 1등은 피터 윤, 2등은 김현덕이었다. 둘의 격차는 고작 2표였다. 이전에 1위를 차지하였던 자룡과 주민은 각각 3위, 4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대망의 금요일. 본방송 시간에 언제나처럼 시청자 투표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가 다음 주 촬영 때 공개되었다.
팀 순위는,
1위 촉팀. 2위 오팀. 3위 위팀.
이어서 발표된 개인 득표 순위에서 상위권의 변동이 컸다.
1위 김현덕
2위 피터 윤
3위 우주민
4위 장준비
5위 박자룡.
촉팀의 역주행이 시작됐다.
***
세 번째 무대는 힙합 특집이었다.
트라이 온을 제작하는 케이블 방송국에서는 트라이 온 촬영 직전에 아마추어 래퍼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Say Ha!’를 방영했다. 트라이 온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철저하게 개인전이었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앨범 제작 지원금 1억 원이 주어졌으며, 케이블 방송국 차원에서 앨범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
최종 우승자는 20대 중반의 신예 래퍼 ‘MC 네모’였다.
몸이 마르고 살이 없어 그런지 얼굴 윤곽이 굵고 선명했다. 턱이 각져서 얼굴이 정말 정사각형처럼 보였다. 빡빡 민 머리에 두른 ‘Music is My Life’라고 레터링 된 하얀색 헤드밴드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 MC 네모가 이번 미션의 특별 게스트였다. 그는 트라이 온 2부에서 경쟁 중인 위, 촉, 오 세 팀에게 각각 다른 곡을 만들어주었다. 1위를 한 팀의 곡이 프로젝트 그룹의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었다.
위팀은, 아니 정확히 박자룡은 이번 미션을 듣자마자 입이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랩은 자룡의 주 종목이었다. 게다가 MC 네모는 자룡이 좋아하는 래퍼 중 한 명이었다.
나이는 자룡과 몇 살 차이나지 않지만, 아직 아이돌 연습생인 자룡에 비해 MC 네모는 힙합 언더그라운드 쪽에서 입지를 다진 지 오래였다.
일찍이 중학생 때부터 힙합 언더 씬에서 무대를 뛰었고, 고등학생 때에는 제법 유명한 힙합 레이블과 계약하여 유명 래퍼들의 곡을 피처링했다. 무엇보다 랩 가사에 절대 욕을 넣지 않는 게 자룡의 성향과 딱 맞았다.
각 팀은 하루씩 돌아가며 MC 네모를 찾아가 녹음실에서 곡을 녹음하고, 무대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자룡은 항상 최선을 다했으나 이번 미션에서만큼은 이전과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열성적이었다. 자룡은 당연하게도 연습생 속에서 단연 빛났다.
자룡의 첫 녹음이 끝나자마자 MC 네모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개 박수를 쳤다.
“아니, 왜 이런 실력을 가지고 아이돌 연습생을 해요? 아니, 아이돌 연습생이 나쁜 거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 실력이 너무 아까워서 그래요. 당장 래퍼로 데뷔해서 무대 올라도 될 것 같은데? 언더 씬 말고 오버 씬에서도 충분히 통할 거 같은데. 지금 계약한 회사 어디예요? 거기 계약 파기 쉬워요? 가능하면 거기 나와서 우리 회사 와요. 우리 회사 사장님한테 내가 잘 말해 놓을게요.”
MC 네모는 녹음실로 들어가 자룡과 어깨를 부딪치고 하이파이브 했다.
“저……. 그러면 혹시 사인 한 번만 해주실 수 있나요?”
자룡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공손히 내밀었다. 사인을 부탁하면서도 팬이라는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해 수줍어했다.
MC 네모는 흔쾌히 사인해주었다. 자룡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까지 찍어 주었다. 자룡은 MC 네모와 셀카를 찍은 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트라이 온 참가하기를 잘했어요. 씨-앗.”
“씨앗? 그거 당신의 스타일인가요? 씨앗, 씨앗. 나쁘지 않은 거 같네요.”
그 순간 자룡은 TE엔터테인먼트의 오 팀장에게 이 모든 감동을 돌리고 싶었다. 오 팀장이 아니었다면 ‘씨앗’을 입에 달고 다니지 않았을 테고, MC 네모에게 이런 칭찬도 듣지 못했을 테니까.
부리부리한 눈에 눈물을 달고 감격해하는 자룡의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며칠 뒤, 트라이 온 본방송을 통해 이 장면을 본 소혁이 미쳐 날뛰었지만 자룡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위팀 다른 연습생에게 MC 네모의 녹음실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현덕은 눈을 댕그르르 굴렸다.
‘어쩌면 원소혁 연습생이 좀 일찍 탈락한 게 다행일 수도 있을 거 같아. 형한테 라이벌 의식이 강했는데. 저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면 견디지 못했을 거야.’
소혁은 탈락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모 특대형 기획사와 계약했다는 뉴스가 떴다. 그 기획사는 시황 그룹의 라이벌 그룹이라고 알려진 어느 기업 계열사였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솔로로 싱글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좋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소혁에 대해 좀 더 가볍게 생각할 수 있었다. 떨어진 연습생들 중 가장 걱정이 안 되는 게 원소혁이었다.
아무튼 세 번째 무대 미션을 들은 촉팀의 남은 세 명, 피터와 현덕과 주민은 너무도 당연하게 암울한 결과를 예상했다. 일단, 셋 중 누구도 랩을 할 줄 몰랐다.
준비와 현덕과 피터, 셋 다 굳이 따지자면 보컬 포지션이었다. 준비는 댄스 포지션에 좀 더 가까웠지만.
그리하여 촉팀의 오렌지 삼총사는 MC 네모의 녹음실을 찾아가는 날, 역대 트라이 온 촬영 중 가장 어색한 장면을 연출했다.
셋 다 힙합, 또는 래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현덕은 자룡과 친했지만 자룡은 현덕에게 래퍼라기보다는 그냥 착하고 눈물 많은 형이었다.
‘래퍼’ 하면 자룡이 아니라 TV에서 언뜻 봤던 래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듣는 사람의 머리통을 빠개버릴 것 같은 사나운 포스. 거친 영어로 쏟아내는 욕설. 화려한 장신구. 비싼 외제 차.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들으면 바로 내던지는 삐- 삐삐- 음성이 필요한 독설.
전날 하루 종일 연습을 해도 랩으로만 이루어진 곡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버벅거렸던 것도 긴장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현덕은 바짝 긴장해 로봇처럼 팔다리를 움직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여- 어서 와요.”
푹신한 가죽 소파에 앉아 있던 MC 네모가 의자를 빙글 돌려 그들을 맞이했다.
빡빡이 머리에 하얀색 헤어밴드가 도드라졌다. 열 손가락에 주렁주렁 낀 커다란 반지와 목에 두른 체인 금목걸이. 헐렁한 맨투맨 티에 헐렁한 진까지. MC 네모는 눈에 그린 듯한 래퍼의 표본이었다.
현덕은 예상보다 더 래퍼 같은 래퍼를 보고는 얼어버렸다. 준비와 피터 역시 이런 사람 앞에서 자신의 형편없는 랩을 선보여야 한다는 현실에 덩달아 긴장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여!”
세 사람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기름칠 안 한 기계처럼 삐걱거려 얼마나 긴장한 상태인지 다 보여주었다. 이때만큼은 우주민이 춤출 때만큼 뻣뻣해보였다.
MC 네모는 푸하하-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우와우, 영상으로 보던 거랑 많이들 다르네요. 지금 긴장한 거예요? 나 봐서? 이야, 귀여워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칭찬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현덕은 어색하게나마 따라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영어로 시작되는 현란한 욕의 향연을 예상했건만. MC 네모는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말을 구사했고 영어 욕을 쓰지 않았다.
“내가 지금 긴장 풀라고 해봤자 안 풀리겠죠? 그럼 우리 그냥 긴장 풀릴 때까지 계속 같이 있어요. 그럼 언젠간 내가 익숙해지겠죠.”
MC 네모는 옆의 장의자에 앉으라 권하고는 조그만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와 과자를 꺼내 한 아름씩 안겨주었다.
“체중 관리한다고 식단 쪼이고 그런다면서요. 그런데 랩 할 때는 그러면 안 돼요. 겁나 잘 먹어줘야 돼요. 그래야지 힘이 나서 더 잘 씨불일 수 있거든요. 여기 팀은 랩을 전혀 모른다고 하던데, 그래도 TV나 그런 데서 간혹 래퍼를 좀 보지 않아요?”
MC 네모는 자룡만큼 딕션이 좋았다. 숨 쉴 틈 없이 다다다- 말하는데 발음이 뭉개지지 않았다.
“거기 보면 외국 래퍼들 어때요? 안 그런 래퍼도 많지만 뚱뚱한 래퍼들이 더 많아요. 그러니까 랩을 잘하려면 일단 잘 먹어야 돼요.”
머리로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위장은 MC 네모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였다.
MC 네모가 봉지를 뜯어 질소를 날려버리고 과자를 한 움큼 쥐어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촉팀의 오렌지 삼총사들에게도 재차 권했다.
한창 성장기라 언제나 배고픈 준비가 넙죽 과자 봉지를 받아들었다. 이어 현덕과 피터도 홀린 듯 과자와 음료를 손에 쥐고 먹기 시작했다.
MC 네모는 양 볼에 빵빵하게 과자를 집어넣고 먹는 삼총사를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샐러드만 먹고 사는 굶주린 연습생들을 배불리 먹이는 건 MC 네모의 낙이었다.
현덕은 푸근히 웃는 MC 네모를 보며, 자룡을 떠올렸다. 비주얼은 전혀 달랐지만 분위기나 성격이 비슷했다.
‘자룡 형 말대로네.’
그제야 자룡이 어제 저녁 식사 시간에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의기소침한 현덕을 본 자룡은 MC 네모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일 랩신랩왕 앞에 가서 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현덕은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자룡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하나도 떨지 마. 진짜 좋은 분이야. 그런 분한테 곡을 받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끝내주는 거라고!”
그때 현덕은 계란찜을 젓가락으로 쿡 찌르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거야 형 생각이구요. 전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어요.”
하루 종일 연습해도 한 곡을 완벽하게 부를 수 없다니. 연습생 생활을 1년 버틴 이후에는 결코 경험한 적 없었던 일이었다. 현덕은 막막함과 좌절감에 젖어 맛있는 계란찜을 먹을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자룡이 부러웠다. 랩신춤왕인 자룡이니까 MC 네모가 유했던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자룡의 말대로 MC 네모는 정말 착한 사람이었다.
‘생긴 건 정말 전형적인 래퍼인데……. 혹시 전형적인 래퍼들의 성격이 다 이런 걸까? 자룡 형도 그렇고 여기 이 사람도 그렇고.’
현덕은 혹시 자신이 래퍼란 존재에 편견을 가진 게 아닌가, 잠시 반성했다.
사람이란 자고로 배고플 때 음식을 준 사람에게는 쉽게 긴장을 푸는 동물이었다. 어느새 촉팀의 오렌지 삼총사는 로봇에서 인간이 되어 MC 네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MC 네모가 촬영 감독과 PD의 재촉에 못 이겨 악보를 손에 들었을 때, 촉팀의 오렌지 삼총사는 다시 로봇이 되어버렸다.
어제 하루 종일 랩을 연습하긴 했지만, 쉽게 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자룡이 촉팀을 도와주려고 하다가 같은 팀 연습생들에게 붙잡혀 끌려가기까지 했다.
“이건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잖아. 인류애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건 도와줘야 한다니까?”
끌려가면서 자룡이 외쳤던 말이 촉팀 오렌지 삼총사의 랩 실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
그 뒤로도 오렌지 삼총사는 목이 쉬기 직전까지 연습했다. 최대한 MC 네모를 찾아가기 전까지 랩 비스름한 수준까지는 끌어올려 보자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연습한 걸 녹음해 다시 들을 때마다, 랩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자신들이 하는 게 랩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그 곡을 만들어준 래퍼 앞에서 그 곡을 불러야 하는 순간이 와 버린 것이다.
난이도 높은 수학 문제 앞에서도 떨지 않았던 현덕이 긴장하여 마른침을 삼켰다. 준비와 피터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준비는 방금 먹은 과자가 얹힌 것 같다며 주먹으로 명치를 두드렸다.
잘 먹인 보람 없이 다시 굳어버린 촉팀 연습생들을 본 MC 네모는 또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맙소사, 어제 팀은 완전 노련하던데, 오늘 팀은 완전 숙맥이네요. 귀여워. 병아리 같아. 뭔가 순수하고 청량한 느낌이 나서, 그런 느낌을 살려서 곡 작업했는데 그러길 잘했네요. 괜히 아이돌 곡이라고 비트 빵빵하게 넣고 사운드 발라버렸으면 안 어울렸겠어요. 시청자 여러분, 이 팀은 TV로 보는 거랑 실제로 보는 거랑 완전 똑같아요!”
MC 네모는 피터와 현덕과 준비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곡이 담긴 악보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 팔랑팔랑에 따라 오렌지 삼총사의 동공이 팔랑팔랑 흔들렸다.
세 쌍의 눈동자가 악보를 따라 움직이자 MC 네모가 아예 촉팀 연습생들의 눈앞에서 악보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흔들어보았다. 오렌지 삼총사의 눈동자가 악보를 피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도망갔다.
“와우, 나 방금. 엄청 재미있는 노래를 떠올렸어요. 아, 손이 근질거려요.”
MC 네모가 제작진을 보며 네 번째 곡도 만들면 살 거냐고 물었다. 제작진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MC 네모가 아쉬워하며 악보를 얌전히 내려놓자 오렌지 삼총사는 안도했다.
MC 네모는 자신이 이 곡을 만든 계기를 촉팀 연습생들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는 트라이 온 방송을 1화부터 시청했으며, TV로 본 연습생들의 이미지와 위, 촉, 오 세 팀의 느낌에 맞춰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걸…… 우릴 보고?’
‘어딜 봐서?’
‘설마.’
곡의 유래를 들은 오렌지 삼총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병아리 여러분, 랩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아요. 랩, 이거 별로 어렵고 힘든 거 아니에요. 그냥 박자 맞춰서, 라임 살려서 내 마음속의 말을 다 꺼내 버리는 거예요. 상식이나 예의범절? 그런 거에 구애받지 않고.”
MC 네모가 손으로 왼쪽 가슴을 퍽 내리치며 말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비트에 맞춰 응애응애 울었을 것 같은 랩신랩왕의 조언이었다.
‘그게 되면 우리가 이러고 있겠냐고여…….’
‘트라이 온 나오기 전에 자룡 형한테 랩을 좀 배워 놓을걸.’
‘설마 이 나이에 랩을 배우게 될 줄이야.’
오렌지 삼총사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어? 이게 아닌데?”
MC 네모는 당황하였다.
어제 이런 말을 했다면, 자룡을 비롯한 위팀 연습생들은 눈물을 좔좔 흘리며 MC 네모 앞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하지만 촉팀 연습생들은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저기……. 진짠데, 정말 이렇게 각 잡고 부담 가지지 않아도 돼요. 애초에 랩의 탄생부터가 그런 거거든요. 랩은 70년대에 슬럼가에서 흑인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국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그리고 잠을 잘 때까지 불합리함의 연속이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막 랩으로 토해냈던 거예요. 그러니까 랩은 자유롭고 즉흥적일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처럼 각 잡고 긴장하면 그건 랩이 아니에요.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요.”
촉팀 연습생들이 랩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말이 급해졌다. MC 네모는 랩을 하듯 우다다 말을 늘어놓았다.
‘정말 이 사람은 처음 ‘엄마’라고 말할 때부터 랩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현덕의 근원적인 의문.
‘랩도 결국 재능의 영역인 것 같은데.’
재능과 노력의 경계에 대한 피터의 고찰.
‘존나 멋있어!’
꿈도 많고 의욕도 넘치는 준비의 마음.
세가지 마음이 하나로 모이면 그저 존경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오렌지 삼총사는 그의 현란한 말솜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옛날에 우리나라 말에도 중국어처럼 성조가 있었다고 하던데. 이 사람은 중세국어 성조의 무형문화재인 걸까?’
가끔 자룡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그의 정확한 발음을 들으며 감탄했건만. MC 네모는 그에 뒤지지 않았다. 아무리 빨리 말해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이 사람은 말만 해도 랩을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랩을 해도 말하는 것 같을까.’
어제 연습했던 결과가 얼마나 처참했는지 떠올리자 더욱 우울해졌다. 현덕은 축 늘어진 모습이 고스란히 잡히고 있다는 걸 잊고, 그저 낙담했다. 평소라면 애써 힘찬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겠지만, 이번엔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자 그럼, 한 명씩 들어가 해볼까요? 파트 따지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 봐요. 여긴 완전 초보들 같으니까 내가 파트 분배도 좀 신경 써 줄게요.”
드디어 절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왔다. MC 네모가 사람 좋게 웃으며 녹음 부스를 가리켰다.
“거기 제일 긴장한 연습생 이름이……. 아, 김현덕 연습생.”
“네? 저요?”
격한 동공 지진과 함께 삑사리가 터져 나왔다. 저도 모르게 복식 호흡을 한 덕에 녹음실 안에 목소리가 와앙- 울렸다.
촬영 카메라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렸다.
현덕은 부끄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MC 네모를 보는 눈이 마구 흔들렸다.
‘처음은 안 돼. 절대 싫어.’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이만큼 절실하면 마법의 모자가 기숙사를 바꿔주기도 하던데. MC는 아니었다.
“와우, 성량 죽이네요. 엄청 기대되게. 긴장한 만큼 잘할 거지요?”
‘그럴 리가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파이팅!”
“형, 마음 편히 하구 와여.”
피터와 준비가 응원해주었지만 귀에 들리지 않았다. 현덕은 울상이 되어 악보를 들고 터덜터덜,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녹음이 시작되었다.
‘사실 저는 실전에 강한 타입입니다. 연습할 때 아무리 개죽을 쒔어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멋지게 해내죠.’라는 식의 만화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덕은 박자에 맞춰 랩 가사를 쏟아내는데 급급했다. 세 번 정도 발음을 씹었으며, 노래의 분위기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국어책을 박자에 맞춰 또박또박 읽는 것 같았다. MC 네모 앞이라 긴장해 어제 연습할 때보다 세배 쯤 더 심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못하는 건 못하는 거였다.
“거기까지.”
1절이 끝나자 MC 네모가 음악을 멈췄다. 현덕은 헉헉,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차마 MC 네모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열심히 만든 곡을 이딴 식으로 불렀는데 얼마나 화가 날까.’
얼굴이 화끈해졌다.
“고개 들어요, 김현덕 연습생. 죄지었어요? 당신, 죄인 아니에요. 왜 자꾸 고개를 숙이고 내 눈을 피해요. 미안하게스리. 나 많이 무서워요?”
스피커를 타고 들리는 목소리가 다정했다. 현덕은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보았다. MC 네모가 씩- 웃으며 손짓했다.
“잘했어요. 박자 안 놓치려고 애쓰던데, 아주 기특해요. 들으면서 내가 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던데, 혹시라도 틀릴까 봐. 아, 발음 세 번 정도 씹힌 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 그거 말고 다른 곳은 발음도 정확하고 좋았어요.”
MC 네모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죄송합니다.”
현덕은 꾸벅 허리를 숙였다.
“아니, 아니지. 이럴 땐 고맙다고 해야지. 난 칭찬한 건데.”
MC 네모는 발음뿐 아니라 성격도 좋았다.
‘내가 부른 걸 듣고도 칭찬을 해줄 수 있다니. MC 네모 당신이란 분은…….’
MC 네모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랩 할 줄 모르는 자들이여, 모두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랩 하게 할지니.’
성스러운 MC 네모가 양손을 들어 짱구가 훌라 춤을 추는 듯 그루브를 췄다. 현덕은 존경과 감사의 눈빛으로 그를 우러러 봤다.
“요런 느낌. 약간 꿀렁꿀렁하다가 벽이 딱 부딪쳐서 튕겨 나오는 느낌으로, 다시 한번 불러볼까요?”
그렇게 MC 네모는 격려하며 현덕을 무려 세 시간 동안 녹음 부스에 가둬두었다. 현덕은 그저 MC 네모에게 감사하며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쥐어짜 녹음에 임했다.
중간에 힘들다고, 쉬고 싶다고 엄살을 부릴 엄두도 못 냈다. 원래 그럴 줄 아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감히 MC 네모에게 그런 말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사람은 착한 게 아니라 그냥 체력이 엄청 강한 거 아닐까?’
현덕은 녹음 부스에서 네발로 기어 나오며 생각했다.
“수고했어요.”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청하는 MC 네모는 조금도 지쳐 보이지 않았다.
‘원래 랩 하는 사람들은 체력이 좋은 걸까?’
자룡에 이어 MC 네모. 표본이 단 둘뿐이지만 그 둘이 너무 강력했다. 현덕은 래퍼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
이어 피터와 준비가 순서대로 녹음 부스에 들어갔다. 현덕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기본 2시간 이상은 갇혀서 나오지 못했다.
MC 네모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자신이 쓴 곡을 소화하지 못하는 촉팀 연습생들을 순순히 놔주지도 않았다.
총 7시간의 하드한 녹음 스케줄!
아이돌 연습생 셋은 녹초가 되어 소파에 쓰러졌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강철 체력의 래퍼는 하나도 지치지 않은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앞 팀의 박자룡 연습생은 아예 랩 가사도 자기가 써와서 이런 식으로 바꾸면 안 되겠냐고 하던데. 여기는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말아야겠네요. 다들 랩을 처음 접하는 거 같은데……. 뭐, 좋아요. 키우는 맛이 있네요. 원데이 클래스지만요.”
그는 제 눈앞에 엎어져 있는 촉팀 연습생들을 그윽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게임 내 만렙 랭킹 1위의 고인물 유저가 막 게임을 시작한 레벨 1 초보 유저를 바라보는 눈빛이랄까.
“뭐, 아까 잔뜩 쫄아 긴장했던 모습에 비하면 지금이 훨 낫네요.”
MC 네모는 긍정적인 격려와 칭찬을 잊지 않았다. 또한 그는 고작 7시간 녹음에 만족하지 않았다.
촉팀은 어제 만난 위팀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비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촉팀의 상황에 굉장한 도전 정신을 느낀 듯했다. 그는 죽어가는 촉팀 연습생들에게 7시간 더 녹음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때요? 즐겁지요? 재미있지요? 신나지요? 오,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이 곡이 정말로 님들한테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 실력에서 한 단계만 업 되면 정말 끝내줄 거 같아서, 생각만으로도 짜릿해요.”
그 순간, 현덕은 생각했다.
‘더는 안 돼. 난 여기에서 빠져나가야겠어.’
현덕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숨겨 두었던, 젖 먹던 힘을 다해 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어딜! 들어올 때는 네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내 마음대로!”
연습생들이 도망갈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걸까? MC 네모가 번개같이 움직여 현덕의 뒷목을 잡아챘다.
“한국은 주 40시간, 일일 8시간이 법정 근무시간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부당한 처사입니다!”
현덕은 끌려가면서 외쳤다.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노동법까지 운운하게 되었다. 그만큼 현덕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현덕의 필사적인 외침은 조금의 동정심도 사지 못했다. MC 네모는 현덕의 말을 듣고도 껄껄 웃으며,
“김현덕 연습생, 랩에 재능이 좀 있는 거 같은데요? 우리나라 최초로 법 조항 랩을 해보는 거 어때요? 민법, 상법, 노동법, 헌법!”
현덕은 그중 헌법이 제일 상위법이라고 말했다가 은근 라임을 잘 맞춘다는 칭찬을 들었다.
현덕의 쿠키런이 실패하자 피터와 준비는 아예 도망치는 걸 포기했다. 그리하여 오렌지 삼총사는 장장 14시간 동안 MC 네모의 녹음실에 감금당했다.
극한직업 다큐멘터리보다 짠하고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보다 잔혹한 촉팀 랩 도전기는 그 주 방송을 타고 방영되어,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짤을 생성해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캡처는 현덕과 MC 네모의 대화였다. 수많은 직장인과 대학원생들이 현덕의 말에 공감하며 핸드폰을 들어 현덕에게 투표했다.
정작 현덕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는지보다 다른 데 정신이 팔렸다. 촉팀 다음에 MC 네모를 방문한 오팀이 고작 4시간 만에 녹음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주민은 보컬이면서 랩도 끝내주게 소화해서 MC 네모의 총애를 받았다고 했다. 자룡 다음으로 잘한다는 칭찬까지 받았다고.
‘왜, 왜 랩까지 잘하는 건데?’
현덕은 괜히 주민이 미워졌다.
그런 현덕의 마음을 알 길 없는 주민은 숙소에서 매번 현덕의 침대에 기어들어 가려다가 실패하여,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요즘 들어 현덕의 가드가 더 강력해진 것 같다고 한탄하자, 자룡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또 너희 방에 놀러 가서 잘까?’라고 말했다가 주민에게 눈빛만으로 살해당할 뻔하였다.
***
MC 네모로부터 지옥의 훈련을 받고 돌아온 촉팀 연습생들은 무대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들의 실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다. 당연히 그 어느 때보다 떨리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장준비 마저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형. 너무 무서워여.”
순서를 기다리며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준비가 마이크 든 손을 덜덜 떨었다. 현덕은 그 손을 꼭 잡아주었다.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현덕의 손도 그만큼 떨리고 있었으니까.
옆에서 둘을 지켜보던 피터가 두 사람의 손을 감싸 쥐었다. 피터의 손 역시 떨리긴 매한가지였다.
세 사람은 진동 벨이라도 움켜쥔 것처럼 서로의 두려움을 느꼈다.
“잘할 생각 같은 건 하지 말고.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요. 그러면 돼요.”
현덕이 둘에게만 겨우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험을 앞두고 미치도록 공부하기 싫을 때, 부담감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힘들어졌을 때, 늘 되뇌었던 말이었다. 합격할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하자. 일단, 하자. 그러면 어떻게든 되겠지.
현덕은 그때를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조금 전 500mL 생수병을 하나 다 비우고 올라왔건만. 자꾸만 목이 탔다.
“마음에 드는 말이네.”
피터가 미소지었다.
“난 싫어요, 전 존나 잘하고 싶다구여.”
준비가 발을 쿵쾅 구르다가 옆에 서 있던 스태프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파이팅!”
현덕은 준비의 손을 더 꽉 잡아 주며 말했다.
“파이팅!”
“파이팅!”
준비와 피터가 움켜잡은 손을 힘껏 들어 올리며 외쳤다.
“자, 촉팀 들어갑니다.”
스태프의 외침과 함께 촉팀의 마지막 세 연습생이 무대 위로 올랐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무대였다. 촉팀은 연달아 두 번 꼴찌가 되여 여섯 명의 팀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다. 중간에 부상 당해 자진 하차한 연습생까지 합하면 총 일곱 명이었다.
다른 팀보다 현저히 쪽수가 적어 불리한 상황이었다. 촉팀이 세 번째 무대에서 전원이 탈락할 거란 비관적인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트라이 온 2부 촬영과 팀 산정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상항이었다. 누구나 2부의 팀 시스템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경쟁 중인 오팀과 위팀의 연습생들마저 그런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곤 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제작진은 자신들이 정한 팀 시스템을 그대로 밀고 나갔고, 촉팀은 단 3명만으로 무대에 올라야 했다.
그 2주는 길고도 짧았다. 폭풍의 한가운데 서 있는 현덕과 피터, 준비는 어떤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팀의 연습생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며 안쓰러워하는 것도 무시했다. 간혹 집이나 학교, 기획사에 찾아온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고 불합리한 팀 시스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남은 2주를 정말 알차게 보냈다. 하필이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무대의 곡이 랩이라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그만큼 더 노력했다.
그저 후회 없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어쩌면 셋 모두 이번 무대를 끝으로 자신들이 탈락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한 생각은 포기하고 낙담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일종의 무념무상의 상태였다. 그저 2주 뒤에 오를 무대만 생각하며 땀을 흘렸다.
그렇게 준비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막 앞 팀의 퍼포먼스가 끝난 뒤라 무대 위는 후끈했다. 무대 위에 서서 앞을 바라보니,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첫 무대는 300명.
두 번째 무대는 600명.
그리고 이제 세 번째 무대. 총 900여 명의 관중이 촉팀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다란 소리였다. 하나의 외침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목소리가 저마다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전부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현덕! 힘내!
데뷔하자아아아!
쫄지 말고 해버려!
무조건 괜찮아! 다 죽여버려!
할 수 있어! 할 수 있잖아! 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응원과 격려였다. 그 절대적인 지지에 감싸인 현덕은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팬들의 응원은 언제나 현덕을 천하무적으로 만들었다. 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 자신 없는 랩조차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즐겨요. 다 터트려 버려요. 라임 좀 안 맞으면 어때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MC 네모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맞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번 무대를 준비하며 가장 고생이 심했던 건 현덕이었다. 무대에 오른 이 순간마저, 현덕은 자신의 자신이 없었다.
이랬던 적은 처음이었다. 학교 공부도, 사법 시험 준비도, 아이돌 연습생 생활도, 하다못해 트라이 온 촬영 중에도- 이처럼 막막했던 적은 없었다.
언제나 묵묵히 노력했고 그 노력은 결코 현덕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배신당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내내 불안했던 마음은 팬들의 함성에 부딛쳐 산산조각났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눈이 부셨다.
더 이상 아무것도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즐기자. 지금 이 순간을.’
현덕은 마이크를 높이 집어 던졌다.
허공에 마이크 세 개가 높이 떠올랐다. 색색의 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는 그 마이크가 천천히, 아주 느리게 떨어졌다.
더 이상 떨지 않는 세 명의 손이 마이크를 붙잡았다. 동시에 음악이 터져 나왔다. 지난 2주 간,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듣고 외우고 부르던 노래였다.
그렇게 무대가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이 촉팀의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던, 세 번째 무대였다.
‘난 할 수 있어.’
현덕은 제게 쏟아지는 빛을 똑바로 마주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
역주행 전설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
힙합 무대는 누구나 자룡이 있는 위팀이 1위를 차지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달랐다. 현장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촉팀의 피터였다. 몇 표 차이로 현덕이 2위를 했다.
연습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제작진까지 의외의 결과에 당황했다. MC 유진은 자신이 결과를 발표하고도 투표 결과가 적힌 종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탈락 면제권을 받은 피터 또한 어리둥절했다. 순수히 기뻐한 건 촉팀의 다른 두 연습생뿐이었다.
“다행이에여! 설사 우리 팀이 이번에 또 꼴등을 해도 형은 사는 거잖아여! 다음 무대는 형의 단독 솔로 무대가 되는 거라고여!”
“어, 준비야. 그런 무서운 말은 하지 말아줄래?”
“왜여? 짱이다! 자드래곤을 피터 형이 랩으로 발라버- 읍!”
피터는 얼른 준비의 입을 틀어막았다. 버둥대는 준비를 껴안고 주변을 둘러보며 아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여러분, 준비가 아직 어려서 농담도 진담처럼 말하는 거 아시죠?”
피터와 눈이 마주친 자룡은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형, 진짜 축하해요.”
현덕은 피터에게 악수를 청했다.
“나만 축하받을 일은 아닌 거 같은데.”
피터가 눈웃음을 치며 현덕에게 말했다. 현덕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둘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아직 본방송과 시청자 투표를 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장 투표의 결과를 보며 현덕과 피터는 약간의 희망을 가졌다. 어쩌면 이번 주에는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섣불리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준비가 괜히 기대했다가 탈락하고 크게 실망할까봐 염려되어서였다.
“우리 무대가 생각보다 괜찮았어. 너나 준비가 다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서 그런가 봐.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현장 투표 순위를 설명할 순 없어. 우리 무대가 좋았던 만큼 오팀과 위팀의 무대도 좋았으니까. 특히 박자룡 연습생이 있는 위팀은. 그런데 지금 내게는 다른 두 팀이 가지지 못한 강점이 하나 있어. 내가 트라이 온에 출연하게 된 사연.”
피터는 자신의 현장 투표 1등 요인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우주민이 가지고 있는 슬픈 출생의 비밀. 박자룡의 오랜 연습생 생활의 비애. 그것들은 트라이 온 1부부터 쭉 소비되어 왔지. 이젠 시청자들도 무뎌졌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내 사연이 터졌으니 꽤 신선했겠지?”
“이런 효과를 예상해서 그때 그런 말을 했던 거예요?”
“설마. 내가 그 정도로 미래를 예언할 수 있었다면 여기에 안 나왔겠지. ‘세상에 이런 일’에 나오지 않았겠어? 그땐 정말 탈락할 거라 생각하고 말한 거였어. 하지만.”
피터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내게 유리한 조건이라면 기꺼이 이용해야지.”
피터는 대학에서 경제와 경영을 공부한 인재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았다.
인터넷에서, 또 트라이 온 연습생들 사이에서 피터가 현장 투표 1위를 한 것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나돌았다. 실력으로 승부한 것이 아니라 사연 팔이를 해서 인기를 얻은 거 아니냐는 게 주요한 골자였다. 이는 주민과 자룡 또한 쭉- 들어온 비난이었다.
주민은 세상 사람들이 저에 대해 뭐라 떠들어대는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를 대신해 그런 걸 신경 써 줄 사람은 시황 그룹 내에 널리고 널려 있었다. 시황 그룹 법무팀이 전면에 나서자 비난은 금세 숨어버렸다.
자룡은 오 팀장의 당부대로 아예 인터넷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아예 모를 수는 없었다, 저를 향한 비난을 어느 정도는 알았고, 적당히 스트레스 받았다. 하지만 곧 기운을 차렸다. 그런 비난 따위는 실력을 보여 이겨내 주겠다며 더욱 의욕에 불타올랐다.
피터는 그 둘과는 다른 타입이었다.
“이 정도 대가는 양호한 거지.”
그는 어드벤티지의 반대 급부를 당연하게 여겼다. 어떤 비난에도 눈 하번 꿈쩍하지 않았다. 과거의 경험 때문일 터였다.
피터는 지금 받는 비난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쓰나미에 소중한 사람을 잃어 본 경험이 있었다. 지금 상황은 그때 겪었던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일 터였다.
피터에 대한 세간의 비난을 알게 된 주민과 자룡은 서로 다른 이유로 코웃음을 쳤다. 주민은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고, 자룡은 그 비난이 웃겨서였다.
“랩의 랩자도 모르는 연습생들이 뭉쳐서 고작 2주 만에 그 정도 무대를 만들어냈다고.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나였다면 절대 못 했을 거야. 나도 나태해지지 말고 진짜, 더 열심히 해야지.”
“형이, 나타해 진 적이 있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순위 발표의 날이 도래했다.
일곱 번째 합숙 촬영이 시작되는 첫날. 연습생들은 익숙한 세트장에 올랐다. 아직 빽빽한 오팀, 위팀과 다르게 촉팀의 자리는 휑했다. 세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을 뿐이었다. 현덕과 피터는 가운데에 준비를 앉혔다.
제일 긴장한 건 탈락 면제권을 받은 피터였다. 정작 현덕과 준비는 별생각이 없었다. 둘은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형, 촬영 끝나도 우리는 계속 연락하고 지내는 거져?”
“당연하지. 형 번호 알잖아. 연락해야 돼. 나도 할 거지만.”
“아, 진짜. 형이랑 헤어지는 거 싫은데. 형, 나 그냥 형네 기획사로 갈까여? 나 가면 받아줄 거예여?”
“글쎄. 내가 우리 기획사 사장님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혈, 형. 이럴 때는 좀 긍정적으로, 당연히 받아줄 테니까 무조건 오라고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여?”
“그런가? 그런데 준비야, 네 기획사에서 널 안 놔줄 거 같아.”
“흥, 안 놔주면 뭐 어쩌겠어여? 내가 튀면 그만이지.”
“……저기, 얘들아? 그런 말, 벌써부터 하지 말아줄래?”
“아, 탈락면제권 있는 사람은 가만 있어여.”
“맞아요, 맞아.”
“…….”
피터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현덕과 준비는 얼굴을 맞대고 키득거렸다.
***
MC 유진의 등장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스피드하게 순위를 발표했다. 팀 1등 발표 후 세 팀의 연습생들은 모두 다 제 귀를 의심했다.
1등 팀 연습생들은 잠시 얼음이 되었다. 가장 먼저 해동된 사람은 현덕이었다.
“1위? 우리가?”
현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스크린을 올려다보았다.
“형! 우리가 해냈어여! 해냈다구여!”
준비가 현덕에게 와락 안겼다. 현덕은 그런 준비를 마주 껴안아 주지도 못하고 멍하니 스크린만 올려다보았다.
이어 연습생 개인 순위가 공개됐다. 최하위부터 발표했는데 3위까지 공개되었는데도 현덕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현덕은 그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자, 그럼 1위 후보 두 연습생은 앞으로 나와 주겠어요? 피터 윤 연습생, 그리고 김현덕 연습생.”
MC 유진이 자신을 호명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나? 나? 진짜로 나?”
“맞아여, 형! 형이라구여! 형, 얼른 나가여, 얼른. 얼른!”
준비가 현덕을 마구 떠밀었다. 현덕은 얼결에 밀려 나가 단상에 올랐다.
피터와 나란히 선 후에도 실감되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눈이 마주치자 자룡이 씩 웃었다. 유호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주민은 팔짱을 낀 채 만족스러워했다.
“대이변입니다. 촉팀의 두 연습생이 1위 후보가 되었네요. 또 다른 촉팀 연습생인 장준비 군. 혼자만 1위 후보가 아닌데, 섭섭하지 않나요?”
MC 유진은 혼자 촉팀 자리에 앉아 있는 준비에게 물었다. 준비는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억울해여! 그러니까 다음번에는 제가 꼭 1등을 할 거예여!”
전혀 억울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유진은 준비의 그 깜찍한 모습에 웃음 지으며 위팀과 오팀의 연습생들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은 뒤, 1위와 2위가 누군지 발표했다.
“축하합니다, 김현덕 연습생!”
개인 순위 1위 연습생은 김현덕이었다.
“자, 1위 김현덕 연습생.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순위가 완전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예상하셨나요? 지금 기분이 어떤가요?”
유진이 현덕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현덕은 마이크를 받아들고 멍하니 앞을 보았다. 여러 카메라가 일제히 자신을 찍고 있는 게 보였다.
“어…….”
현덕은 오래도록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문장을 만들어냈다.
“어머니, 아버지. 저 1등 먹었어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이 모습을 TV로 보고 있을 가족이었다.
공부로도 전교 1등은 한 번도 못 해봤건만. 오랫동안 준비한 사법고시조차 수석은 아니었다. 그런데 트라이 온에서, 그것도 가장 자신 없던 랩 무대로 처음 1등을 했다.
“형, 맹덕 형. 나 진짜 1등이래. 진짜겠지?”
본인이 본인 입으로 말하고도 전혀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진짜 1등이야, 현덕아. 팬분들한테도 감사드려야지.”
옆에 있던 피터가 현덕에게 어깨동무를 하곤 귓속말로 소근댔다. 현덕은 뒤늦게 허둥지둥, 자신을 응원해준 시청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득, 등이 따가웠다. 누군가 밤송이를 등짝에 집어던지는 느낌이었다. 설마 싶은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고개를 홱 돌리는 주민이 보였다.
현덕은 피터와 함께 단상 아래로 내려와 다른 팀 연습생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며 지그시 주민을 바라보았다. 주민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주민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인간이. 그런 거 하지 말랬지.’
피터와 어깨동무 좀 했다고 질투라니. 현덕은 주민을 째려보았다. 주민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뒤돌아서 가버렸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방송으로 나갔다. 매우 위험한 BGM이 깔렸다.
방송 후 인터넷엔 ‘1등을 빼앗긴 같은 기획사 형과 1등 자리를 획득한 동생. 싸늘한 눈빛 교환의 의미는?!’ 따위의 기사들이 깔렸다.
“내가 이미지 관리 하랬지이이이!”
오 팀장은 핸드폰에 불이 날 정도로 아는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며 울부짖었다. 우주민과 김현덕은 친형제처럼 사이 좋고 서로 질투 따윈 하지 않는 사이라고 해명했으나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쪽 업계에서 잔뼈 굵은 오 팀장마저 우주민-김현덕 불화설을 잠깐의 해프닝으로 생각했다. 이후 십여년 간 지속되리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날의 결과가 방송으로 나간 후에도 모두들 촉팀이 다음번 무대에서는 떨어질 거라고, 한순간 동정표를 받아서 순위가 상승했을 뿐이라고 떠들어댔다.
현덕은 떨어질 뻔했을 때 너무 불쌍해 보여서. 피터는 누나의 사연이 너무 불쌍해서. 준비는 너무 어려서 불쌍하니까. 이유는 타당했다.
제작진 중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주로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스태프들이 그러했다.
“다음번에나 떨어지려나?”
“그래도 이번에 안 떨어진 건 좀 고맙네. 덕분에 팀 시스템이 개떡 같다는 욕이 좀 줄어들었으니까.”
“그래 봤자지. 다음에 떨어지면 또 욕이 한 다발일 텐데, 뭐.”
나름 조심한다고 구석진 곳에서 떠들어댔지만, 그런다고 연습생들이 못 듣는 건 아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촉팀의 오렌지 삼총사는 더욱 똘똘 뭉쳤다.
“우리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 주자구여!”
특히나 준비가 불타올랐다.
“젊은 게 좋은 건가 봐.”
“그러게요.”
“현덕아, 내 말에 네가 그렇게 반응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아, 그런가요?”
그렇게 열의에 불탄 중딩과 세상 다 산 것 같은 고딩, 벌써부터 세월의 고됨을 느끼는 해외파 대딩은 생존을 위한 아홉 번째 합숙 촬영을 앞두고 의기투합했다.
***
세 데뷔조의 인원수는 다음과 같았다.
위팀 7명
오팀 9명
그리고 촉팀 3명.
오팀은 여덟 번째 합숙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팀원 한 명을 잃었다. 네 번째 무대 미션이 공개되기도 전, 연습생 한 명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아니, 골골댄 건 난데 왜 님이 아프세요.”
오팀의 리더인 유호가 들것에 실려 나가는 연습생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복통의 원인은 급성맹장염이었다. 급히 수술을 받은 연습생은 하차했고, 오팀은 9명이 되었다.
살아남은 열아홉 명의 연습생은 네 번째 무대 미션을 받았다. 주제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 전설로 기억되는 세 원로 가수들과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었다.
원로 가수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해야 할 뿐 아니라, 원로 가수와 합동 공연을 해야 했다. 연습생들은 자신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원로 가수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 어떤 무대를 만들지 직접 연출해야 했다.
리메이크 편곡은 트라이 온 제작진에서 전문가를 섭외하여 완료한 상태였다. 이 대목에서 촉팀의 세 연습생들은 깊이 안도했다.
“자, 여기에 세 개의 뽑기가 있습니다. 각 팀의 리더들은 나와서 하나씩 뽑으세요.”
MC 유진의 말에 각 팀의 리더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촉팀의 피터, 오팀의 유호, 위팀의 자룡이었다.
피터는 무대에 오르기 전 현덕과 준비를 돌아보며 약한 소리를 했다.
“나 진짜 뽑기 운 없는데. 어쩌지?”
“형은 가위바위보도 못 했잖아여. 뭘 새삼 뽑기만 못하는 척 해여? 걍 아무거나 뽑아 와여. 내가 다 커버해줄 테니까여.”
준비는 자신만 믿으라며 주먹으로 가슴을 퍽퍽 내리쳤다.
랩 무대 이후 준비는 자신감이 부쩍 상승했다. 설마 랩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든 미션이 있으랴, 싶은 듯했다.
“꽝이 없는 제비잖아요. 부담 가지지 마세요. 무얼 뽑든 다 괜찮을 거예요.”
현덕은 준비만큼의 자신감은 없었으나 진심으로 피터를 응원했다.
피터는 세 리더 중 가장 늦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 세 리더가 막 유진의 손에 든 종이 뽑기를 뽑으려 할 때. 유진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그냥 정하면 너무 심심하겠죠?”
유진의 말에 연습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우우우- 소리를 냈다.
“쉿.”
유진은 검지를 입에 댔다. 연습생들은 금방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무대 위에 오른 세 리더는 배신감 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팀 동료 연습생들을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이 세 리더들은 제비뽑기 순서를 정하는 간단한 게임을 해야 했다. 일명 막춤 추기였다.
멋진 춤이 아니라 막춤을 춰야 했다. 망가질수록 유리했다. 심사위원은 당연히 MC 유진이었다.
오팀의 연습생들은 뒤늦게 우주민이 리더가 아닌 걸 아쉬워했다. 유호 또한 같은 생각인지 가슴을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렸다. 춤에 일가견 있는 자룡은 의외의 주문에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피터는 의기양양했다. 왜 그런지는 음악이 나오자마자 알 수 있었다.
무대 위에 오른 세 리더 중 가장 춤 실력이 떨어지는 건 피터였다. 그는 정식으로 춤을 배운 적이 없었다. 길거리에서 비보잉을 배운 게 전부였다.
그는 오직 팀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포기하고, 노래에 몸을 맡겼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날뛴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경제와 경영학을 공부한 수재였다. 훌륭한 선두그룹을 벤치마킹할 줄 알았다.
피터는 팔다리를 기묘하게 꺾으며 바닥을 기어 다니는 장수풍뎅이 같은 춤사위를 선보였다. 연습생들은 피터가 주민을 따라 막춤을 추고 있다는 걸 금세 알아챘다. 그래봤자 원조인 주민을 따를 순 없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유호와 자룡을 제낄 수 있었다.
유호와 자룡은 실력이 너무 뛰어나기에 막춤을 출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막춤을 추려 해도 각 잡힌 댄스가 나왔다.
승자는 모두가 예상하듯 피터였다.
“이 모든 영광을 오팀의 우주민 연습생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피터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소감을 말했다. 졸지에 클로즈업 당한 주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영광과 함께 우승 특혜도 돌려주시죠.”
유호가 항의했으나 피터는 들은 척도 안 했다. 대신 우승자의 특권으로 제비뽑기 순서를 정할 때 자신 다음으로 유호를 선택했다.
피터가 먼저, 그다음 유호와 자룡이 차례로 제비를 뽑았다.
리더들은 우선 자신이 뽑은 제비를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유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피터와 자룡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유진은 한참 뜸을 들이며 단상 아래 연습생들을 애태웠다. 연습생들이 들고 일어서기 직전, 제비를 공개했다.
촉팀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삼인조 기타 밴드 ‘쓰리홀스’
위팀은 1990년대 전반기 최고의 섹시 댄스 가수 ‘하원양’
오팀은 1980년대 단 하나의 앨범만 발표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우시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