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29화 (229/305)
  • 제229화

    그렇겠지.

    그렇게 국내 던전을 털어 버리자고.

    그래야 나중에 한꺼번에 터지지 않아서 그나마 살 수 있지.

    게다가 한국 국토는 좁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아무리 천천히 가도 자동차로 6시간이면 충분히 도착 가능하다.

    KTX 같은 거 타면 그 절반도 안 걸리고.

    게다가 나는 포션 장사를 하잖아. 포션이 많아요.

    즉, 저레벨 던전은 분신을 이용하면 하루에 10곳도 소멸시킬 수 있다.

    “그러면 오늘도 제 방송을 봐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 드리며, 구독과 따봉 부탁드립니다!”

    방송 종료 멘트를 끝으로 방송 종료.

    나는 주변을 보았다.

    현실의 세계. 던전 입구에 모여 있는 스태프들. 그분들이 던전의 자원을 나르기 위해서 대기 중이다.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맡겨 주십시오!”

    스태프들이 일을 시작했다.

    그사이, 내 분신은 순식간에 하늘을 날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국내 던전 중에서 사람들이 아예 안 가다시피 하는 던전을 위주로 소멸시키고 나서는…….

    지금은 마경이 되어 버린 북한 지역에 방치된 던전들을 청소한다.

    겸사겸사.

    북한의 마경 지역도 청소를 하고.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래. 빨리빨리 해야지. 이러다가 세계 멸망하겠어.

    -엄지 허리 웨이브 시선이 안 떨어진다.

    -큰일 났다. 제로투 댄스까지 잘 추네… 이래서 커서 뭐 되려고 그래… 이러다 내 남편밖에 못 한다. 엄지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지가 독종인 이유 : 커리어 하이 찍고 있는 와중에 기어이 제로투 댄스까지 연습해 옴.

    자, 어서 갑시다! 분신들아!

    이 형은 제로투 댄스에 진심이니까!

    * * *

    던전 한번 다녀오고 방송을 한번 했다.

    필리핀 가기 전에는 이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확 바뀌었다.

    위상이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따봉은 언제나 옳다.

    [바위가 걸어 다니는 대지]를 소멸시키고 나서 방송을 종료한 지 이제 1시간째.

    그럼에도 따봉이 벌써 1,000만이 찍혔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속도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

    과거 영상들도 꾸준히 따봉이 찍히고 있어서,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으로 따봉이 들어오는 중이다.

    “따봉 쌓이는 속도가 엄청난 것 같지만. 세계를 구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지?”

    [그렇습니다. 차원 방벽을 순수하게 따봉으로 구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을 한번 해 봤습니다만……. 약 1,000억 따봉이 필요합니다.]

    1,000억 따봉!

    미쳤다.

    전 세계인들이 하루 1따봉씩 준다고 해도, 수십 일이 걸리는 일이다.

    하물며 내가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모든 지구인들이 나를 아는 것도 아니잖아.

    그들 모두가 따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최근 주군은 영상을 올리지 않을 경우 하루 5,000만 따봉 정도를 획득하고 계십니다. 영상을 과거처럼 매일 추가로 올린다고 하면, 하루 1억 따봉 획득이 가능해 보입니다.]

    척량이 꼬리를 탁탁 흔들며 말을 잇는다.

    [물론 이것은 최저 수준입니다. 최근 필리핀 쪽에서 대규모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니 그쪽에서 따로 하루 1억 따봉씩 추가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오니, 하루 2억 따봉 정도가 계속 들어오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루 2억!

    그것도 어마어마하긴 한데…….

    [거기에 성좌를 사냥하던 것처럼 특별한 영상이라면… 월 평균 80억 따봉 정도는 획득이 가능합니다.]

    월 80억 따봉. 그렇다고 해도, 1,000억 따봉을 얻으려면 13개월쯤 걸리잖아.

    [결국 현세의 요소를 사용해야지요. 필리핀의 1년 국가 예산은 90~110조 원 사이입니다. 그중 10조 원 정도를 차원 방벽의 건설에 사용한다면, 약 5억 따봉 정도는 줄일 수 있습니다.]

    10조 원에 5억 따봉 정도 한다는 건가?

    [실물 경제는 언제나 요동치므로, 오차가 크지만 대략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면 차원 방벽을 건설하는 데 자금만 쓴다면?

    [2,000조 원 정도면 가능하겠군요.]

    무지막지한 금액이네.

    2,000조 원이라…….

    미국의 일 년 국방비가 천조 원을 왔다 갔다 해서 천조국이라는 별명이 있었잖아. 그런데 그 두 배가 되는 금액을 1년 안에 때려 박아야 한다 이거지?

    사실, 세계 파멸이 온다는 걸 각국의 정부에서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모으지 못할 것도 없는 금액이긴 하다.

    이 세계의 인간들 전체가 가진 자원을 생각하면 완전 가능한 일이야.

    그럼에도 이게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한 가지.

    안 믿을 거니까.

    세계 멸망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걸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믿으면 그건 사이비 신도 꿈나무지, 걔가 평범하고 논리적인 인간 1이겠나.

    [하지만 주군, 집행 자금이 그렇다는 것이지, 건설 시간을 생각하면 따봉으로 하시는 게 낫습니다.

    헌터들의 능력을 건설업에서도 사용하여 고속으로 건축과 건설이 가능해졌습니다만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길이가 50km인 기둥을 두 개나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렇구나. 그 부분을 생각 못 했네.

    [그래도 재료 수급만 하고, 주군께서 스킬을 사용해서 건설하신다면……. 1,000조 원 정도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1,000조 원 정도의 자원을 가져다가, 스킬로 합체시킨다.

    음……. 좋은 방법이긴 한데. 역시 1,000조 원도 문제다.

    그건 어떻게 구해? 그리고.

    성좌 숭배자 새끼들이 방해도 할 거 아냐.

    [예. 주군. 이미 사회의 기득권 계층은 그들과 손을 잡았을 수 있습니다. 세계 멸망이 도래할 적에, 그들은 성좌의 보호 아래 생존하겠다는 생각이겠죠.]

    매국노 같은 새끼들…….

    그렇다면. 빠르게 움직여야겠구나.

    우선 국내에 있는 성좌 숭배자 놈들을 찾아내서 처리하는 게 먼저겠어.

    그나마 다행인 게.

    성좌 숭배자 놈들을 내가 분별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지.

    내가 성좌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

    다만 일일이 찾으러 다니는 건 어려운데…….

    딩동.

    좌선하고 앉아 내공 수련을 겸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던 내 귀에 벨 소리가 울린다.

    무척이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던전을 소멸시키러 갔다. 나는 뒤처리도 할 게 있어서 빠졌고.

    정지한과 리블도 빠졌지만, 그럼에도 우리 팀원은 강해서 안심.

    때문에.

    내 집에 올 사람은 없는데 말이지…….

    슥.

    일어나서 인터폰을 들여다보자, 그곳에는 엄청 밝은 백금발을 가진 사내가 서 있었다.

    누구야, 이 인간?

    -안녕하십니까, 엄지척 헌터님. SL화학을 대리해서 온 골든 호라이즌의 제임스 킴이라고 합니다.

    [선자불래(善者不來) 내자불선(來者不善)이라.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습니다.]

    그래야지. SL화학에서 나온 거야 그렇다 쳐도. 골든 호라이즌이라는 이름이 중2병스럽고 의미심장하잖아.

    아마도… 성좌 숭배자 조직 같은걸?

    나는 그를 집 안으로 들였다.

    * * *

    “골든 호라이즌 한국 지부장 제임스 킴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임스 킴이 나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은 금박이 입혀진 호화스러운 것으로, 모두 영문으로 되어 있다.

    [골든 호라이즌에 대해서 알아냈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상당히 강력하고 큰 규모의 집단입니다. 자금 출처는 미국에 뿌리 내린 거대 재벌 가문 몇몇이며 그들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지부는 2년 전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한국 내의 재벌 가문과 연계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성좌 숭배자임이 확실해 보이는 증거를 몇 개 발견했습니다.]

    그래? 뭔데?

    [성좌에게 공양 의식을 치르는 영상이 몇 개 확보되었으며, 그중에는 ‘인신 공양’도 존재합니다.]

    미친놈들이네, 이거.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나도 명함을 건네주었다.

    정지한이 사회생활 하다 보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어 준 것이다.

    “정진 컴퍼니의 재무이사 엄지척입니다.”

    예전에 지분도 받고 해서, 직책은 이사.

    사실 회사 일은 하나도 안 하지만, 포션 생산을 내가 책임지므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래서 SL화학을 대리해서 오셨다는데……. 일단 골든 호라이즌이라는 곳에 대해서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에이전시 기업입니까? 아니면 협상 전문 기업?”

    “저희에 대해서 아시지 못하다니 섭섭하군요.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몬스터 인더스트리 연합체입니다. GOF와 ABM에 가려져 있습니다만, 그들과 저희의 차이는 크지 않죠.”

    [사실입니다. 규모면적인 부분에서는 GOF가 가장 크고, 질적인 부분에서는 ABM이 가장 큽니다만 그 3순위에는 골든 호라이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기에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미국의 명실상부한 3위 업체라는 건데. 그게 국내 인지도가 떨어지다니. 이상한데?

    [의도적으로 개입해서 정보를 축소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굳이 한국에서 그런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혹은 한국인이 저들에 대해서 관심을 주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3위에 이른 자들이지만, 갓튜브 같은 외부 마케팅적 활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더더욱 수상하구먼.

    몬스터도 잘 잡고. 돈도 잘 벌지만 마케팅을 안 한다?

    물론 진짜 초강자들의 정보는 대부분은 숨겨져 있다지만, 영웅화 작업의 원조는 미국이다.

    헌터들에게 무슨무슨맨~ 무슨무슨우먼~ 같은 닉네임 붙이고 연예계 활동도 하는 곳이 미국이니까.

    우리나라도 그런 게 어느 정도는 되어 있긴 해도 미국보다는 한참 부족하지.

    “그렇군요. 제가 골든 호라이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의문스러운 것이… SL화학을 대리해서 오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저희 골든 호라이즌이 SL화학과 파트너십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엄지척 헌터를 찾아뵙게 된 것이죠.”

    “대충은 알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용건이 뭡니까?”

    내 까탈스러운 말에 그가 빙긋 웃는다.

    “엄지척 헌터가 생산하고 있는 따봉 포션을 SL화학 쪽에서도 생산 및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주시겠습니까?”

    “…….”

    “정진 컴퍼니의 모체인 정하 그룹이 거대한 그룹이지만, 그들의 유통망은 결국 첨단 전자 제품 계열입니다. 정비가 사장의 기술의 경우에는 군용인 경우가 더 많죠. 하지만 SL화학은 이미 한국 유통에서 영향력이 막대하고,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을 빼고 생각한다면 제법 훌륭한 계획입니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니까요. 이대로라면 SL화학은 몰락밖에 남지 않았으니 유통 회사로서 자리를 잡는다면 충분히 그들도 할 만합니다.]

    이야……. 훌륭하다, SL화학.

    하지만.

    너희들이 나 죽이려고 한 걸 기억하고 있단다.

    “그렇군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입니다만……. 골든 호라이즌에서는 SL화학이 저를 암살하려고 한 건 알고 계십니까?”

    가볍게 잽을 날려 봅시다. 어떻게 반응할래?

    “물론입니다. 저희 쪽에서 소개시켜 준 암살자니까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SL화학 쪽에는 면목이 없었습니다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런 일은 흔한 일이지요.”

    오오… 이 새끼. 아주 대단한 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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