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96화 (196/305)
  • 제196화

    “이야… 이거는 좋네요. 좋아요.”

    리블이 뭔가 히죽거리고 있네.

    “뭐가 좋다는 건데요?”

    “여기서 많이 죽어 나갔거든요. 특히, 저 장애물들. 그냥 장애물이 아니라 영혼을 속박해 주는 물건이랍니다. 굳이 저렇게 한 이유는 리스폰을 막으려는 걸까나?”

    “리스폰을 막는다고요?”

    리스폰. 몬스터가 다시 나타나는 것.

    그런데 그걸 막을 수 있나?

    리셋되면 어차피 생기는 거 아닌가?

    “던전은 클리어하면 리셋되지만,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도 리셋되죠. 그러면 리셋이 안 된 상태에서는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리블이 눈웃음치면서 질문해 왔다. 하지만, 그 말의 내용은 전혀 모르겠는걸.

    리셋이 되기 전의 던전이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던전 내부에도 생태계가 있는데, 그것이 망가질 경우 그 내부의 몬스터는 리스폰, 즉 재생성되죠. 하지만. 리스폰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영혼?”

    “그럼요! 던전에 귀속된 영혼. 그게 몬스터를 리스폰하게 해 주는 거랍니다~ 그런데 저렇게 잡아 두면 리스폰을 못 하게 되는 건데……. 꽤에나 똑똑한 사람들 같지 않습니까?”

    그러고는 히죽 웃는다.

    “붙잡힌 영혼은 저기서 계속해서 고통받겠지만, 그거야 알 게 뭐랍니까?”

    리블의 말에 다들 핼쑥해졌다.

    그러니까 저 해골 달린 나무 가벽들이 전부 영혼을 붙잡아 두고 고문하는 장치라는 거야?

    그 리스폰을 막기 위해서? 그런데 왜 리스폰을 막은 거지?

    “정지 군. 저기를 올라갈 건가요? 빡빡해 보이는데 피해가 없으려나~.”

    리블의 장난스러운 질문은 그 어투가 이상하다는 것만 빼면 타당한 의견이었다.

    다른 도시보다 이쪽이 더 진입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여기가 최종 보스 지역 아니야?

    “엄지척 씨.”

    “아, 예. 말씀하세요.”

    “확성 스킬을 구입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혹은 사자후 스킬도 좋습니다. 그리고 신뢰의 매력이라는 스킬도 구입해 주십시오.”

    [확성 스킬은 목소리를 크게 증폭해 주는 액티브 스킬입니다. 랭크가 올라가면 버프 효과도 있다고 하는군요. 연설가라는 직업이 가진 스킬입니다. 따봉 포인트 100으로 저렴한 편이네요.]

    척량이 빠르게 검색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사자후는……. 아군에게는 버프를 주고, 디버프를 해제하는 스킬이군요. 파사의 효과가 있어 언데드나 악마 같은 존재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음파 공격 계열입니다. 매우 고난도 스킬이라 그런지 따봉 포인트가 10만에서 시작합니다.]

    10만!

    옛날이면 골 때리게 고민했을 스킬이네.

    [사자후는 글자만 보면 사자의 포효라는 뜻이 됩니다만, 본래는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무공 스킬로 분류되어 있군요. 보통 불문의 문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소림사나 그런 곳?

    [네. 실제로 무공 사용자들 중에 몇몇은 이 스킬을 익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스킬도 있었나 보네.

    흠. 그러면… 이왕 사는 거 사자후가 낫겠지?

    지금 따봉은?

    [며칠 사이 120만을 회복했으니 여유 있습니다.]

    이제는 뭐… 하루에 수십만이 금방 쌓이네.

    해외 쪽에도 알려지기 시작한 덕분인가.

    사자후 구입해. 그리고 랭크도 B까지 올려. 올라가는 데 드는 따봉은?

    [구입 및 랭크 상승까지 80만 따봉입니다.]

    신뢰의 매력은?

    [상대가 스킬 사용자를 신뢰하기 쉬워진다……. 애매한 스킬이군요. 정신 간섭계 스킬인 것 같습니다. 따봉은 10만 따봉입니다.]

    흠…. 지금 있는 건 120만 따봉이지?

    사자후 랭크 B에 신뢰의 매력 랭크 B, 돼?

    [사자후 B와 신뢰의 매력 C는 가능합니다.]

    그러면 그걸로 해 버려.

    [예.]

    스킬이 구입되었다.

    그리고 이걸 왜 구입하라고 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저 요새에 있는 자들하고 대화를 해 보자……. 그런 이유겠지.

    “[사자후]랑 [신뢰의 매력]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요새에다 대고 소리치면 되는 거죠?”

    내 말에 다른 팀원들은 ‘오잉?’ 하는 얼굴이 되었다.

    아니. 이 사람들아. [신뢰의 매력] 스킬 보면 모르나?

    러브 앤 피스라고. 여기까지 와서 옹기종기 모여 서로 배때기에 칼을 쑤실 필요는 없잖아?

    “예. 저들에게 대화하고 동맹을 맺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들 귀 조심하시고…….”

    후웁.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사자후 스킬 발동.

    신뢰의 매력은 패시브니까 상관없으니 이대로 스킬 발사으아!

    “거기 동네 사람드으으으을! 이야기 좀 합시다아아아! 동맹을 맺고 싶은데 책임자 누굽니까아아아!”

    우렁우렁한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다.

    -사자후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중급 디버프 모두 해제.

    -전체 능력치 15% 상승.

    ‘오오…. 이거 좋은데?’라고 생각하기를 잠시.

    리블이 몸 전체를 검은 어둠으로 휘감고 있는 게 보였다.

    뭐하는 거야?

    “리블?”

    “아아~ 신경 쓰지 마세요오~ 그저, 나약한 저는 사자후에서 저 스스로를 보호한 것뿐이니까아~”

    “나는 사악한 놈이다…. 하고 아주 광고를 하시지 그러세요? 그냥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가 선택한 계약자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우와, 사탄 실직할 소리를 잘도 하시네요. 역시 엄지 군. 대단해요. 제가 점찍은 사람답군요.”

    동료들이 나와 리블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지만, 일단 무시했다.

    저 리블 녀석에게 이 정도 구박은 해도 상관없다 이거야.

    그나저나. 저쪽에서 반응이 오려… 오네.

    빛의 덩어리가 우리 쪽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다. 그러고는 우리 앞에 그대로 착지했다.

    상대 역시 나처럼 매력 수치를 상당히 올린 인물이었다.

    필리핀 사람으로 보이는 그녀는 머리에 사슴 같은 뿔이 나 있었고, 눈동자는 녹색으로 빛난다.

    게다가 다리는 역관절을 하고, 발은 산양의 발굽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판(Pan)이라는 것과 비슷한 외양이었는데, 팔 한쪽은 덩굴 줄기 같은 것으로 휘감겨 있는 게 특징이었다.

    옷은 나무덩굴로 만든 민소매에 짧은 반바지 같은 것을 입었고, 피부는 인간과 같다.

    손에는 지팡이를 하나 들었는데, 아마도 마법사 계열의 직업이 아닐까 싶다.

    어디… 통찰의 눈을 써 볼까.

    [베르나데 이트]

    나이 : 42

    성별 : 여성

    레벨 : 104

    종족 : [뒤틀리고 변이된 지성체]

    직업 : 드루이드 위저드

    숲의 제사장이자 현자인 드루이드가 마법의 극의까지 익혀냈다.

    양립하기 어려운 두 지혜와 지식. 그리고 힘으로 숲을 수호하는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뒤틀린 성좌의 조각에 의해 인간에서 변이체가 되어버린 자. 종족이 변화하며 추가적인 특성과 능력을 손에 넣었으나 그 외의 변화는 없다.

    특성 : [뒤틀린 성좌의 숲]의 몬스터가 되었기에 던전 브레이크 시간 외에는 던전을 벗어날 수 없다.

    특성 : 재생력

    특성 : 섭식 회복

    레벨이 104나 된다!

    내가 지금까지 본 헌터들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랭커다.

    “던전을 토벌하러 온 외국인인가?”

    “한국의 정하 그룹의 정지한입니다.”

    정지한이 나선다. 역시 대표님이야. 이제 성가신 일은 정지한이 알아서 해주겠지.

    나는 뒤로 물러섰다.

    “정하 그룹…….”

    그녀는 정하 그룹을 아는 건지 정지한을 기묘한 눈동자로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 같은 감정계 스킬을 쓰는 건가?

    “한국의 대기업이 필리핀에 진출하려는 건가? 하지만 여기의 일은 너희가 해결할 수도 없고, 상관할 바도 아니다. 노멀 클리어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 떠나도록.”

    “거절하죠.”

    “네놈…….”

    “이 안의 사정은 알고 있습니다.”

    “하! 이 지옥이 어떤지 진정 안다고 생각하나!”

    그녀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왔다.

    그 마력은 내가 절망의 하수인들을 상대할 적에나 느꼈던 농밀한 것.

    이 사람. 강한데……?

    “네놈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너희들을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이니 떠나도록.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하하하핫!”

    그때였다.

    걸걸하고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일단의 무리가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제법 거리가 먼데 웃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저놈도 사자후나 확성 같은 스킬을 가진 놈인가?

    숫자는 열 명. 전부 기괴한 짐승을 타고 있었다.

    “빨리 떠나도록! 저놈들은 내가 막을 테니 어서 가라!”

    베르나데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아무래도. 저기서 오고 있는 놈들이 보통 놈들이 아닌 모양인데.

    하지만 정지한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엄무척. 별하나. 그리고 리블. 처리해 주시죠. 저쪽은 빌런입니다.”

    딱 잘라서 말하는 정지한.

    별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들었고, 무척이도 싫은 소리 없이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공격은 급작스러웠다.

    다리가 다섯 개 혹은 여섯 개씩 비대칭으로 달린 도마뱀과 개.

    거기에 식물 같은 게 뒤섞인 짐승을 타고 오던 자들의 전면부 땅이 폭발한 것이다.

    아니. 땅이 폭발한 게 아니었다.

    시체들이 폭발하듯이 튀어나온 것!

    헌터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고, 우리가 사냥했던 [뒤틀린 변이체]라는 것들도 있었다.

    그것들이 전부 언데드가 되어 터져 나온 것이다.

    뭐가 저렇게 많아?

    그야말로 수십을 넘어 수백이나 되는 언데드가 튀어나와서 그대로 적들을 깔아뭉개 버린다.

    시체의 산이 그대로 짓누른 것이다.

    “뭐야, 이건!”

    콰쾅!

    그런데 그 시체의 산이 터지면서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망치 자루는 2미터에 달하고, 망치 머리는 사람의 머리통만큼 큰 거대 망치를 손에 쥔 키 2.5미터의 거한.

    이 작자는 머리에 뿔도 없고, 대머리다.

    문제는 머리통 왼쪽 위쪽에 입이 하나 더 달렸고, 팔이 3개라는 점이다.

    그뿐이 아니다.

    복부에도 사람 머리 하나 정도는 쏙 들어갈 정도로 큰 입이 하나 더 있는 데다가, 식물 줄기 비슷한 꼬리가 달렸다.

    저거 완전 키메라 아냐? 게다가 온몸에 오러를 두르고 있네.

    [오러! 그것도 마스터급의 실력자군요.]

    그러게. 충격적인 비주얼만큼 강한 모양인데?

    “이 새끼들… 다짜고짜 공격을 했겠다?! 뒤져랏!”

    거한이 폭탄처럼 뛴다.

    우리와의 거리가 거의 백여 미터나 되는데도, 소리를 지르며 뛰자 단번에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자비한 공격뿐이다.

    타타타탕!

    피피피핑!

    별하나의 화살. 무척이의 마탄.

    두 개가 허공에 뜬 그를 그대로 두드렸다.

    “크악!”

    쾅! 쾅!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며, 허공에서 두드려 맞은 거한은 그대로 튕겨져 나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사이 아까 튕겨 나갔던 언데드들이 재빠르게 달려와서는 거한의 다른 동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물고 늘어졌다.

    아직 사망자는 없으나, 부상자는 있다.

    저 숫자의 언데드가 공격하는데 버티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실력자들이다.

    그러면…….

    “마력체 온. 개선된 텔레파시.”

    화아아악.

    몸에 마력이 깃들고, 그 상태로 내공을 일으켜 전신으로 내뻗었다.

    힘이 두세 배로 솟구치는 이 기분.

    동시에 의견을 전달한다.

    -거한은 제가 맡을 테니까, 다른 놈들부터 처리해 주세요. 무척이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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