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86화 (186/305)
  • 제186화

    내가 속으로 척량에게 설명하자, 척량이 감탄했다.

    [훌륭하십니다, 주군! 아마 세계 전체가 경악할 겁니다!]

    정지한도 조금 놀라겠지? 이런 건 예지 못 했을 듯.

    “엄지척 헌터님! A미디어의 박민재 기자입니다!”

    “자주 뵙게 되네요, 박민재 기자님.”

    알은척을 해 주자, 그가 약간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10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아닛! 겨우 알은척했다고 10따봉이나? 따봉 리액션 부자시네. 답변 잘해 줘야겠다.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질문은 하나만 받겠습니다. 바로 이동할 거라서요.”

    “불과 이틀 만에 다시금 던전을 소멸시키셨는데요. 이곳 수색동 공원의 던전을 소멸시키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유는 2가지인데요. 우선 이곳에 민가가 많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깊은 뜻이…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희 회사 직원분들이 이 근처에서 근무하시거든요. 직원 보호 차원에서 먼저 처리했습니다.”

    수색동.

    이 근처에 내 포션 공장이 있다.

    직원분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사장의 임무 아니겠나?

    “아. 답변은 더 이상 못 해드리지만, 한 가지 알려 드릴게요.”

    “예! 말씀하시죠.”

    “오늘 저는 세 군데의 던전을 더 소멸시킬 겁니다.”

    “예!?”

    기자가 경악한 얼굴이 되었다.

    “빨리빨리 처리하는 거죠. 그러면, 저는 이만.”

    “엄……. 엄지척 헌터님! 헌터님!”

    박민재 기자가 부르지만 무시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밴에 올라탔다.

    다음 재생성형 던전도 이 근처니까 얼마 안 걸린다.

    크헤헤헤. 정지한 그 인간도 놀라겠지?

    [전부 놀랄 겁니다.]

    * * *

    [엄지척 헌터가 오늘 3곳의 던전을 연속으로 소멸시켰습니다. 서울시 은평구 수색동, 증산동, 역촌동의 재생성형 던전이며, 이는 서울 시내의…….]

    “미치겠군.”

    A/B는 서울 시내의 호화스러운 호텔에서 짐도 풀지 않은 채로 TV를 보고 있었다. 이제 막 체크인을 하고서 본 첫 방송.

    그게 엄지척의 3연속 던전 소멸 방송이었던 것.

    “그렇군요. 확실히 규격 외의 존재입니다 도련님.”

    집사 오즈월드가 작은 캐리어에서 전용 차 세트를 꺼내어 늘어놓고, 은으로 된 식기들을 꺼내어 세팅했다.

    천연 섬유로 만든 냅킨은 요즘 시대에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집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냅킨으로 은식기를 닦은 후 차 세트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찻잎이 들어 있는 병까지.

    저 작은 캐리어 안에서 이 많은 게 다 나왔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필시 저 가방 역시 일반적인 물건이 아닌, 아공간의 능력을 지닌 물건이겠지.

    “저 3개 전부 20레벨 이상 입장 제한 던전이긴 해. 즉, 40레벨이 넘어가는 헌터라면 혼자서 클리어도 가능하긴 하다……는 거지만.”

    “그런 던전을 혼자서 3개 연속으로 돌파하려면 적어도 레벨 100은 되어야 할 테죠.”

    “그렇지. 마력이 후달리니까.”

    A/B가 팔짱을 낀 채로 인상을 쓰며 TV 앞을 왔다 갔다 한다.

    그사이 집사 오즈월드는 반팔과 반바지 그리고 H르메스의 가죽 슬리퍼를 가져왔다.

    A/B는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고, 그걸 솜씨 좋게 받아낸 오즈월드는 옷걸이에 정장 슈트를 걸었다.

    A/B가 오즈월드가 가져다준 옷에 슬리퍼를 신은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

    삽시간에 너드 모드로 변했다.

    “남산 타워 던전을 처리한 지 2일밖에 안 됐잖아. 그런데 마력이 벌써 회복된다?”

    “보고서에 의하면, 하루 만에 마력이 전부 회복된다고 합니다만…….”

    “그 보고서의 내용을 어떻게 믿어! 나도 포션 먹는 거 아니면 3일은 걸리는데!”

    A/B의 비명을 들으며 오즈월드는 차를 끓인다.

    정신이 맑아지는 향긋한 향기가 실내로 퍼져 나가고.

    A/B는 소파에 앉아서는 TV를 노려보았다.

    이윽고, 홍차 한 잔이 완성되자 A/B는 얌전히 차를 받아 마셨다.

    그의 머리 위로 파란빛의 고리가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방금 마신 차도 마법적인 물건이었던 것이다.

    “후……. 좋아. 저 미친놈은 진짜 하루 만에 마력이 회복되고, 마력량은 다른 그 어떤 헌터보다도 많고, 근접 전투도 X라 짱 센 주제에 마법이나 소환도 할 수 있다 이거지?”

    “힐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국 욕이 아주 유창하시군요. 도련님.”

    “오… 그거야 한국 애들이랑 게임 한번 굴러 보면 금방 배우지…. 그나저나, 엄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진정한 의미의 멀티 플레이어다, 이거로군.”

    A/B는 미국을 대표하는 거대한 길드를 이끌고 있다.

    당연하지만 세계에서도 손꼽는 능력을 가진 헌터들이 그의 밑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 자신도 강력한 헌터.

    그럼에도 그는 놀라고 있다. 경악하고 있다. 감탄하고 있다!

    “자, 이제 한국까지 왔으니. 슬슬 가볼까. 엄지척 집 주소가 어디인지 알아봐.”

    “예. 도련님.”

    A/B가 진지하게 엄지척을 원하고 있었다.

    * * *

    집으로 향하는 밴 안에서 척량은 인터넷의 여론들을 살피며 나에게 보고해 주고 있었다.

    마력의 소모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방송을 하면서 던전까지 쓸어버리려고 하다 보니 정신이 제법 힘에 겨웠다.

    그래서 지금 나는 눈감고 휴식 중.

    [따봉은 아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분당 3만 따봉이 오르고 있으니까요.]

    1분에 3만 따봉!?

    아니. 뭐가 그렇게 엄청나? 그러면…… 1시간에 180만 따봉이잖아?

    [한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남긴 리플과 따봉의 숫자도 어마어마합니다. 게다가 구독자 수는 현재 180만을 넘겼습니다.]

    아니…….

    저번에 파주 사건이라든가 호텔 때보다 빠르지 않아?

    이상한 거 아냐?

    [남산 타워 던전의 소멸 이후부터 계속해서 상승세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로 정점을 찍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지금 따봉은 얼마야?

    [이미 892만 따봉입니다. 오늘 내로 1,000만 따봉을 넘을 것 같습니다.]

    실화냐.

    나 이 정도면 따봉 부자 아냐?

    아니. 따봉 재벌!?

    [그렇다 할지라도……. 혼원건곤신공을 S랭크로 올리는 것에 들어가는 따봉은 무려 1억 따봉입니다. 그러니 재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건 그래. B에서 A로 올리는 것만 해도 3,000만 따봉을 요구했으니까.

    그런데 혼원건곤신공 S랭크가 1억 따봉이라니…….

    던전 소멸 같은 지구를 구원하는 정보보다 10배나 비싸다니, 대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쩌면 중국계 헌터들이 주장하는 신선의 경지일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 지구를 구하기 더 편할 테니까.

    [저렴한 패시브 따봉을 다량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전 [인간] 스킬을 얻었던 때처럼 어떤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맞는 말이지만.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지.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반응도 뜨겁습니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플랫폼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글들이 생기고 있는 중으로, 다들 주군께서 자신의 동네에 와서 던전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야 그렇겠지. 땅값이 치솟을 테니까.

    재생성형 던전.

    주기적으로 클리어해서 ‘터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관리를 하지 않으면 터진다는 뜻.

    터진다. 뭐가? 몬스터가.

    그래. 몬스터가 던전 밖으로 나와서 무차별 파괴 활동을 벌인다 이거지.

    내가 버스 타고 가다가 막았던 고블린 던전처럼.

    게다가 재성성형 던전은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사라지지도 않으니까.

    도로 한가운데 생기면 민폐가 따로 없다고.

    그리고 그 던전 주변에는 상시 군부대가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도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

    그거 때문에 내가 세계수 주변 땅을 다 사 놓은 거 아니겠나.

    나중에 세계수의 능력을 공개해서 부동산 가격 뻥튀기하려고 그러는 거지.

    [훌륭한 계책이지요.]

    그렇지?

    [주군. 그러면 오늘은 이대로 휴식을 취하시고. 내일부터는 다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알아. 일단은 포션부터 처리해야겠지.

    [예. 마력 포션의 생산을 시작하고 생산량을 더욱 늘리실 때입니다. 제 계산으로는 적어도 지금의 3배 이상 생산이 가능할 터!]

    지금도 한 달에 13만 5천 병 생산하잖아.

    그런데 3배 이상이 가능해?

    [그렇습니다. 각 스킬들의 랭크를 올리고, 거기에 특별한 아이템을 사용한다면 가능합니다.]

    스킬 랭크는 알겠는데. 특별한 아이템이라니?

    [바로 소환수 전용 아이템입니다.]

    아!

    그랬다. 그런 게 있었다.

    소환수 전용 아이템.

    소환수에게 장비시키면, 소환수의 능력이 향상된다.

    [현재 90기인 소포션 제작기에 시중에서 1억으로 거래되는 ‘환수의 결정’이라는 아이템을 장비시키는 것만으로도 2배 이상의 생산량 증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거기에 스킬 랭크 상승을 통해 3배까지 증진!]

    미쳤네. 아니… 그 정도면.

    한국 물량 완전 커버 치고, 일본 물량도 전부 커버 칠 수 있는 거 아냐?

    [중국 쪽에 수출함으로서, 더욱 큰돈을 벌어들이실 수 있겠지요. 그걸 이용하면…….]

    끼익.

    [도착했습니다, 주군.]

    아. 그렇네.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엄지척 헌터님만큼 저희에게 신경 써주시는 분도 없는걸요. 그러면, 살펴 들어가십쇼.”

    “예. 기사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친절한 한마디가 따봉이 되어 들어온다.

    따봉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짜잘하게 모으는 재미가 있지.

    밴에서 내려서 주변을 보니, 내가 사는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호화 아파트의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최상층의 내 집으로 향한다.

    “다녀왔습니다~”

    “오~ 어서 와요. 던전을 청소하는 건 즐거우셨나요?”

    “어라. 무척이는 어디 가고 리블 당신만 있는 거죠?”

    “무척 군은 까망이랑 같이 수련하러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내공을 축적하는 재미에 푸욱 빠진 모양인 것 같던데……. 좋은 때 아니겠습니까?”

    리블.

    그가 앞치마를 하고서 식칼을 들고는 뭔가를 만들면서 나를 반겼다.

    아니아니아니… 이 악마. 요리도 할 줄 알아? 게다가 이 향기는…….

    “카레?”

    “딩동! 정답입니다. 예전의 일이지만, 인간의 형상으로 세상을 돌아다닐 적에 카레를 자주 먹었거든요. 이래 보여도 카레광이랍니다?”

    카레광!?

    아니. 이 성좌는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그거 알아요? 카레는 인도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해도, 지금에 와서는 각국마다 스타일이 상당히 달라져 버렸답니다~ 마치 사람 같죠? 옛날에는 아프리카 쪽에만 옹기종기 살았는데 지금은 달라졌으니까요.”

    신속 정확한 껍질 벗기기.

    거기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큼지막하게 썬 감자와 당근.

    거기에 버섯과 옥수수까지.

    이것저것 다 넣더니. 이번에는 마늘을 까서 잘게 썰었다.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마늘 카레! 마늘을 아주 조~금 넣는 게 키포인트죠.”

    당신. 한국 출신이지?

    마늘을 조~금 넣는다고 말하고서 그렇게 한 움큼씩 넣는 건 한국뿐이라고.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는 볶고 버린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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