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34화 (134/305)
  • 제134화

    “버서커 포션 해제.”

    띠링-

    -[리자♥드맨의 버서커↗약]의 능력이 해제됩니다.

    -체력 감소가 멈춥니다.

    성광을 놓고, 그대로 쓰러지듯이 옆으로 드러누웠다.

    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네.

    실제로 내공을 거의 다 썼고, 몸의 근육도 비명을 지른다.

    세계수 던전에서 싸울 때와 비슷한 패턴 같지만, 그때와는 사용한 힘의 단위가 너무 달라서 푹 익혀 버린 미역국의 미역처럼 퍼져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크투가의 걸음과 블레이즈 워크의 불길도 사라지고. 척량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쓰다듬는 건 못 하겠네.

    손가락도 꼼짝하기 어려울 정도거든, 지금.

    그래도.

    해냈다. 해내고 말았다.

    젠장할 새끼야! 내가 네놈을 해치웠다고!

    “해냈다아아아!”

    [주군. 훌륭하십니다.]

    그러게. 그나마 저 녀석이 뭔가 특수 능력을 쓰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거무죽죽한 브레스를 봤을 때는 아주 그냥 놀라서 돌아가시는 줄.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핫.”

    고개를 돌려 보니, 성광도 누운 채로 웃고 있다.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힌 것이 뭔가 감정적으로 복받치나 보다.

    뭐어. 나도 그래. 세계수 때와는 다르니까.

    사람을 구했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해 냈다.

    “정말… 고마워요. 지척 씨가 없었으면, 절대로 이렇게 구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별말씀을요. 성광 씨 없었으면, 저야말로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끄으응.”

    기운을 겨우겨우 내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마나 포션을 꺼낸다. 그런데 뚜껑 딸 기력이 없네? 이걸 어떻게 한다?

    성광이 상체만 일으키고는 나 대신 뚜껑을 따 준다.

    “드세요. 지척 형제님.”

    “아, 감사…….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형제님. 제가 나이가 더 적으니까요. 말도 놔 주세요. 여러모로 신세를 졌는데…….”

    “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여기서 거절하면 좀 그러려나?

    “하긴. 이 정도 했으면 전우라고 할 만하지. 말 놓을게. 오케이?”

    “오케이입니다. 형제님.”

    성광은 배시시 웃었다.

    -광신도, 성광이 당신에게 깊은 호감을 갖습니다.

    -1 따봉을 받았습니다.

    하기사… 원래 전우는 전쟁을 같이 치르며 생겨나는 법.

    꿀꺽꿀꺽-

    “크…. 드디어 좀 살 거 같네. 그나저나…….”

    주변을 보면 구울의 시체가 떨어져 있다.

    반은 신성력과 검기에 맞아서 타버렸고, 절반은 구겨진 채로 방치 중.

    그런데 문득 조금 불안감이 들었다.

    “성광 씨.”

    “성광이라고 부르세요, 형제님.”

    “음…… 그래. 성광아.”

    “예.”

    “이것들. 다시 일어나지는 않겠…….”

    “그어어어.”

    내 입이 방정이야? 아니면 예정된 수순이야, 이거?

    “형제님. 입조심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염혼염동을 이용. 저 멀리 있는 쌍검을 불러온다.

    동시에 주머니에서 마나 포션을 하나 더 꺼내서 마셨다.

    콰직!

    그사이 척량은 이미 일어나려는 구울의 머리통을 박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구울이 많다.

    혐오체 형태였을 때만큼 위협적인 건 아니지만, 나도 성광도 둘 다 지친 몸이다.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지만…….

    위웅.

    방패가 내 옆으로 와서 빛을 낸다.

    -기능 : 마음이 꺾이지 않는 한 파괴되지 않는다.

    참 미친 능력이야.

    결국 내 정신이 버티는 한, 이 방패도 함께 간다는 것이니.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해보는 수밖에 없나?

    스릉-

    양손에 쌍검을 쥔다.

    동시에 성광이 성스러운 지팡이를 높이 들자, 구울들 역시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다.

    죽음이 느껴진다.

    그때다.

    피피피핑!

    하늘에서 유성우가 떨어져 내린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구울을 관통, 동시에 구울들이 불살라지며 쓰러진다.

    “키에에에엑!”

    하늘을 보니 군용 헬기가 여럿 날고 있다.

    그곳에 타고 있는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늘에서 마법을 쏟아내고 있었다.

    와, 이건 기적이다.

    “하아… 살았네요.”

    성광이 주저앉는다. 나 역시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늘 가득 헬기가 덮는다.

    구울들이 모조리 소탕되고 있었다.

    “그래. 살았네. 살았어.”

    오늘 참…….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정말로.

    “참, 오늘 녹화했는데 영상 올려도 돼?”

    “당연하죠. 형제님.”

    성광은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웃었다.

    * * *

    살았다.

    헬기 중 하나가 우리 앞에 내려서고, 다른 헬기는 표표히 날아가며 여기저기다가 스킬을 갈겨댄다.

    구원을 주제로 오페라를 만들면 백그라운드로 헬기 소리부터 넣어야 할 거다.

    킬링 호넷이 접근하다가 원거리 스킬들의 향연에 날파리처럼 떨어져 나가고.

    헬기에서 내린 헌터 및 사람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꿈틀거리는 구울을 제초제 뿌리듯 죄다 처리한다.

    “엄지척 헌터. 성광 헌터.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두 분 덕분에 23 대피소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군인으로 보이는 이가 헬멧을 벗지 않은 채로 다가와 경례를 하며 앉아 있는 나에게 말했다.

    어깨의 견장을 보니 중위였다.

    -당신의 활약을 본 중위 3이 당신에게 크게 감사합니다!

    -5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 감동을 하신 모양이다.

    쑥스러운걸.

    “별말씀을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제가 지금 좀 후들거려서 일어나지 못하는데 양해 부탁드릴게요.”

    “고생하신 것 영상으로 다 봤습니다.”

    “예?”

    영상? 무슨 영상?

    “생방송을 틀어 두셨기에, 이쪽으로 더 빠르게 올 수 있었죠.”

    “어… 어라? 생방 중이었나?”

    생방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제가 해 두었습니다, 주군.]

    말 좀 하고 하지 그랬어?

    [전투 중이었으니까요. 목숨이 달린 상황이라 메시지도 꺼 놓았습니다.]

    그렇군. 결과적으로는 목숨을 구했으니 잘된 건가?

    “그러면. 쉬고 계십시오. 뒤는 저희에게 맡겨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걸어간다.

    몇 명이 나서서 대피소의 문을 열고, 사람들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천천히 밖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형제님. 그래도 뿌듯하네요.”

    “그렇지?”

    “예. 모두를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오늘은 엄지척 형제님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서 기쁘네요. 정의감과 헌신……. 좋습니다.”

    “그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나설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럴 리가요. 목숨을 거는 일은 쉽지 않아요. 그것도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싸우는 이는 거의 없죠.”

    성광은 여전히 미소 지은 채로 말한다.

    -광신도, 성광이 당신의 겸손함에 감탄합니다.

    -3따봉을 받았습니다.

    따봉을 부수입으로 먹고 있다는 걸 알아도 이렇게 감탄할까?

    조금 찔리는걸.

    이 녀석 안에서 나는 구세주와 영웅을 섞어 놓은 무언가가 된 모양이다.

    “쑥스럽구먼… 그나저나 보육원 아이들하고 목장 사람들 무사한지 확인해 봐. 나는 조금 더 앉아서 쉬고 있을 테니까.”

    내 말에 녀석이 싱긋 웃는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대피소에서 나오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아까 헬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그들을 통제하는 가운데, 서포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선별하는 것이 보였다.

    즉석에서 구울 시체를 정리하려는 모양이다.

    그걸 보다가 아직도 방송을 틀어 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방금 대화도 전부 방송되었을 거 아냐? 이거 참…….

    그렇게 생각하면서 갓튜브를 불러낸다.

    그러자, 이른바 얼짱 각도로 찍히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갓튜브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영상에서 눈을 돌려 채팅창을 확인했더니, 제법 놀랄 만한 모습이 보였다.

    -살았어. 살았다고! 나 살았어어어어어어!

    -엄지척 헌터 고마워요! 고마워요!!!

    후원금 양…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처… 천만……? 실화인가?

    따봉은… 일… 십… 백… 천… 만…… 십만?

    그 짧은 상황 속에서 십만 따봉이 라이브로 모였다고?

    그리고 개중에는 나 때문에 살았다는 사람들의 리플이 잔뜩 있었다.

    -대피소 안에서 라이브 보고 있으니 이게 4D지. 미친 ㅠㅠㅠㅠㅠ

    -앞에서 엄지 엄청 잘 싸움ㅠㅠㅠㅠㅠㅠ 사장님이랑 같이 울면서 보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

    -군, 경찰보다 빨리 도착했어. 엄마가 옆에서 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지 진짜 멋있다 乃乃乃乃乃乃乃乃乃 대피소 사람들 모두 시청 중乃乃乃乃乃乃

    -이게 뭐라고 쫄리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미치겠네.

    대피소의 사람들.

    그들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리플을 달았던 모양이다.

    -와… 살았다……. 엄지가 시간 벌어줬어…….ㅠㅠㅠㅠㅠㅠ

    -고맙습니다. 엄치척 헌터님. 시간을 끌어주신 덕분에 저랑 저희 상회분들 모두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오시면 할인해드릴 테니까요. 연락 주세요. 명함 드렸죠?

    [아는 얼굴도 있군요.]

    그 상회 아저씨구나. 그 대피소에 계셨던 모양이다.

    뭐랄까…….

    내가 살린 사람들의 감사 인사라서 그런가.

    평소 따봉을 받을 때와는 조금 다른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외의 리플도 많다.

    -엄지야아아아!

    -봤냐!? 봤냐고! 이게 바로 엄지다아아!乃乃乃乃乃

    -세계수 던전 때 영상보다 더하네……. 저거 검사지? 검기를 실처럼 뿜는 거.

    ↳맞는 듯.

    -진짜……. 진짜 갓갓갓이네……. 혼자서 저걸 막아냈어.

    -대피소에 사람들이 몇 명이랬지?

    ↳1,200명 정도.

    ↳겁나 많았네.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엄지척 그는 신이야!

    ↳신이었으면 죽는 사람이 없었겠지. 게이트가 다섯 개나 열렸다면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지 아냐? 아직 전투 계속되고 있어.

    ↳그래서 엄지가 잘못했냐?

    ↳그건 아닌데 다른 피해자들도 있는데 날뛰지 말라고.

    ↳너나 잘하세요.

    아. 다른 장소에도 게이트가 열렸구나.

    여기는 클리어되었지만, 다른 게이트에서 나타난 몬스터들은 처리 안 된 건가.

    내가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지만, 더 강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까?

    왜에에에엥.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피소 외벽의 확성기에서 소리가 났다.

    -몬스터 공습경보를 해제합니다.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몬스터 공습경보를 해제합니다.

    몬스터 공습경보 해제.

    몬스터가 전부 처치되어야만 공습경보가 해제된다.

    즉, 지금 지상을 활보하고 다니던 몬스터들은 전부 제거했다는 뜻.

    이제 게이트로 들어가 던전을 클리어하는 단계만 남았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주군.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그래도 대한민국의 헌터들은 유능한 편입니다.]

    그건 알아. 하지만 신경 쓰인 것뿐이야.

    그렇게 척량과 대화를 나누는데 다다다닷하고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아이들이 잔뜩 서 있었다.

    웃는 얼굴의 성광.

    그리고 그 앞에 선 아이들.

    “구헤쭈셔서 고마어여!”

    “고맙습니다아아!”

    “감사하니다아!”

    다들 눈이 빨개진 꼬맹이들. 따봉 메시지가 들렸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와락!

    “이제 진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형이 쏜다!”

    “와아아아아!”

    [주군, 기자가 인터뷰하러 찾아오신 것 같은데.]

    에이, 됐어.

    일단 밥이 우선이야. 애들을 굶겨서야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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