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133화 (133/305)
  • 제133화

    실제로 파주시의 북쪽, 임진강을 경계로 대규모의 방벽이 건설된 지 이미 오래였다.

    강을 해자 삼아서, 두터운 콘크리트 장벽에 각종 스킬을 때려 박아 만든 방벽이 북쪽의 몬스터를 막아내는 장벽인 것이다.

    이 장벽은 동해에서 서해까지 강을 따라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소수의 사냥 팀만이 장벽 너머로 건너가 필드 사냥이라는 것을 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파주시에는 충분할 정도의 몬스터 공습 대비용 건물들과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다.

    때문에 공습경보가 울리자마자, 파주시의 헌터가 아닌 주민들은 국가에서 준비해 놓은 대피소로 피난을 하거나, 혹은 자신의 집에 만들어 놓은 셀터로 즉시 몸을 피했다.

    반대로 헌터들은 즉시 몬스터들에게 대응하며 전투를 시작한다.

    엄지척은 구울과 싸우느라 알지 못했지만, 문발동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 생겨난 게이트만 무려 다섯 개.

    엄지척이 화염 장벽으로 둘러싸 막아낸 구울을 제외해도 무려 4개의 게이트가 활성화되어 사방으로 몬스터를 쏟아냈다.

    때문에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에서 전쟁과 같은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필연.

    그나마 엄지척이 물건을 샀던 헌터 쇼핑 거리는 제대로 대응하며 몬스터들을 쓰러트리고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소식들이 SNS에 전파되고, 긴급 정규 방송이 편성되었으며, 헌터들이 급파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르게 헌터들이 투입된다 할지라도 몬스터가 쏟아져 나와 사방으로 번져 나가는 걸 바로 막을 수는 없는 법.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살아 있는 인간을 찾아내 살육하고자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거인 형태가 된 [끔찍한 뭉개진 시체 덩어리 혐오체]의 뒤를 쫓고 있는 엄지척에게도 덤벼들었다.

    * * *

    “하필 비행형 몬스터가 나온 이유가 뭐야!!”

    모노 바이크G는 염혼염동으로 만들어낸 엑토플라즘 도로를 달린다.

    즉. 하늘을 달리고 있는 중이라는 뜻.

    그런데, 그렇게 내달리는 우리 주변으로 윙윙 소리를 내는 대형 몬스터가 나타나 공격을 해댔다.

    생긴 것은 벌처럼 생긴 놈으로, 그 이름하여 킬링 호넷이라고 하는 몬스터다.

    [킬링 호넷]

    레벨 : 35

    속성 : 없음

    약점 : 날개 / 머리

    육식형 곤충 몬스터.

    말벌에서 진화하여 몬스터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한 몬스터로, 군집체로 활동하는 몬스터. 비슷한 등급의 몬스터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숫자가 많고 비행을 한다는 점이 민간인의 피해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꼬리에는 마비 독침을 가지고 있다.

    독침 공격과 턱으로 깨무는 공격만을 해대는 놈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다.

    크기는 1미터 정도.

    거대한 곤충이라는 게 으레 그렇겠지만, 비주얼적으로 끔찍하게 생긴 놈이다.

    그런 놈 수십 마리가 내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몸통 박치기를 하며 독침을 찔러 대는데, 성광이 만든 보호막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질주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귀찮은 날파리 같은 대형 벌 떼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저 앞에서 걸어가는 혐오체 녀석의 움직임.

    얼핏 보면 느릿한 것 같지만, 거대한 크기 때문에 속으면 안 된다.

    그 속도는 어지간한 몬스터들을 상회하는 속도니까.

    그래도 이제 따라잡았지만!

    “꽉 잡아요!”

    성광이 단단하게 내 밸트를 잡는 게 느껴진다.

    동시에 거대한 혐오체의 몸으로 점프했다.

    “크아아아!”

    “카아악!”

    이런 X팍! 이놈들 아직도 살아 있는 거였어!?

    혐오체의 몸에 바퀴가 닿는 순간, 들러붙어 있던 구울들이 소리를 내며 손발을 뻗어낸다.

    부아아앙!

    콰카카카칵!

    그 손발을 고속 회전하는 바퀴로 그대로 뭉개면서 질주!

    벽면보행 스킬을 활용해서 거인의 몸을 그대로 내달렸다.

    “블레이즈 워크! 크투가의 걸음!”

    두 가지 불꽃을 일으키며 그대로 질주한다.

    예전에 만난 세계수 거인 놈을 공략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간다!

    “닭의 사도시여! 그 몸을 튀겨 우민들을 구원하신 위대한 성자시여!”

    -광신도, 성광의 정화 스킬로 10분 동안 일대가 정화됩니다.

    잘한다, 성광! 아주 굿잡이야!

    화아아악!

    정화의 힘이 거인의 몸을 직격.

    녀석의 몸 전체가 불타오른다.

    이거 효과가 사방 범위 10미터라서 타격이 확실히 들어가는구만!

    그 상태로 바이크 역시 순식간에 녀석의 몸을 한 바퀴 돌았다.

    타오르는 불길이 녀석의 몸을 계속해서 불태운다.

    쩌어억!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얽혀 있던 녀석의 거체가 갈라지더니, 십여 마리 구울이 일어나 우리를 덮친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원래 로봇물이 그러지 않던가!

    합체가 되면, 분리도 된다고! 애들 카드 게임조차 거신병 합체 분리를 하는 판에 저놈은 안 그러겠나?

    차킹!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쌍검을 뽑아든다.

    한 호흡 만에 검기를 2미터 길이로 뽑아내고 그대로 엑스자로 베어낸다.

    콰직!

    “헛!”

    그런데 깔끔하게 구울들이 베어지지 않았다.

    질긴 것에 걸린 듯이 검기에 저항력을 보이더니, 다섯 마리는 으깨지듯이 잘렸고, 그 이후에 검기가 소멸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돌.

    쾅!

    바이크에 치여서 나머지 구울이 날아가 떨어졌다.

    문제는, 내 바이크도 나가떨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거지.

    “으아아!”

    성광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걱정 마시라고!

    끼이익!

    염혼염동의 힘으로, 허공에 바이크를 잡아채어 고정한다.

    염동력과 엑토플라즘을 만드는 능력이 바로 염혼염동 아니겠나?

    그 상태로 엑토플라즘을 만들어내서 다시 허공을 질주. 그런데 혐오체 거인 놈은 내가 이렇게 두드렸는데도 계속 걸어간다.

    어그로가 확 끌렸다고 봐야 한다.

    “덩치가 커졌다고 생명체 탐지 거리가 늘어나서 저러는 거죠? 그래서 사람이 잔뜩 모인 대피소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고요!”

    “확실해요! 그리고 대피소까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성광이 손가락질하는 곳에 산을 파고 들어가 만든 대피소가 보였다.

    겉면은 두터운 콘크리트에, 마도공학이 적용된 건지 마력이 흐르고 있다.

    그 앞을.

    척량과 내가 보냈던 방패가 빛을 내며 가로막고 있으며, 이미 그 전면부에는 척량이 불꽃을 잔뜩 깔아 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불과 수백 미터 거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이놈의 덩치를 생각하면 금방 도달하고 만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유효 타격을 주지 못했다.

    왜에에엥!

    아. 끈덕지다고, 너희들!

    다시금 달려드는 킬링 호넷들이 수십 마리.

    차킹!

    두 개의 검이 허리춤에서 뽑혀져 나간다.

    염혼염동의 힘으로 날아가는 검에는 검기가 서려 있어서, 스스로 하늘을 날며 그대로 킬링 호넷들의 몸을 갈라 버렸다.

    염동력 이기어검 맛이나 봐라!

    부아아앙!

    염혼염동으로 칼을 움직이는 동시에 엑토플라즘 비행 도로를 만들면서 바이크 질주를 계속한다.

    정신이 3~4개로 쪼개지는 것 같아서 정신이 없다.

    미리미리 국민 민속놀이 스타 크래X트 좀 평소에 할 걸 그랬나! 멀티태스킹이 어려운데!

    “빛의 주인이시여! 그 권능을 내려 주소서!”

    내가 킬링 호넷을 견제하는 사이, 성광은 지팡이를 들고 신성 스킬을 써대고 있었다.

    딱 봐도 성직자 전용의 공격 스킬!

    빛의 창이 하늘에서 생겨나 그대로 내리꽂힌다. 그러나 큰 피해는 없어 보인다.

    내가 아까 깔아 놓은 크투가의 불꽃과 블레이즈 워크의 불꽃도 여전히 타오르고 있지만 유효한 타격은 아닌 상태였다.

    “젠장. 더럽게 튼튼하네!”

    구울도 단단하기로 유명한 몬스터.

    그런 놈이 수백 마리 뭉쳐져서 만들어져서 그런지 엄청나게 단단하다.

    결국 광역 스킬로는 크게 피해를 못 준다는 의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녀석이 대피소 앞에 깔린 불바다에 도착했다.

    치이이익!

    몸에 들러붙은 불에도 타고, 바닥에 깔린 불바다에도 노출되어 계속 타고 있다. 그러나 녀석은 아랑곳없이 그 거대한 주먹을 들어 그대로 대피소를 내리쳤다.

    쩌어어어엉!

    방패가 주먹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체급 차이가 너무 커서 방패째 그대로 밀린다.

    그 뒤로 척량이 튀어 올라 몸으로 버텨낸다.

    케에엥!

    “젠장! 척량!”

    척량이 튕겨 나가고, 방패는 그나마 자리를 지켰다.

    그때다.

    다시금 녀석이 주먹을 내리쳤다.

    쩌어어엉!

    이번에는 방패가 주먹에 밀린 채로 대피소의 보호막에 틀어박혔다.

    파치지지지지!

    대피소의 보호막이 부르르 떨린다.

    그리고 그 거대한 얼굴에서부터 검은 에너지로 이루어진 섬광을 쏘아낸다.

    오우, 브레스도 쏘는 거냐!?

    콰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이번에는 내 방패가 그 브레스를 이겨 내며 막아냈다.

    주먹에는 밀려났지만, 브레스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느낌.

    “안 돼!”

    성광이 비명을 지른다.

    이대로는 안 돼!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저 녀석을 단번에… 없애려면…….

    “씁…. 그래. 답은 하나뿐이었어.”

    일격파괴.

    그게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옷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옷 주머니 안에 생겨나 있는 그림자를 통해 아이템을 꺼내어 입에 가져다 댔다.

    버서커 물약.

    -모든 능력치가 200% 상승합니다.

    -체력이 빠른 속도로 감소합니다!

    -30초 후에 사망합니다. 그 안에 효과를 삭제해 주세요!

    그리고 엑토플라즘 도로를 수직으로 만들어 그대로 하늘로 향했다.

    고오오오오오!

    “성광 씨! 버프란 버프는 전부 걸어 주세요!”

    “알겠어요!”

    성광의 기도가 등 뒤에서 들려오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내공을 뽑아내고, 뽑아낸다.

    전신의 모든 힘을 끌어올린다.

    염혼염동이 우리 모두를 감싸서, 하나의 거대한 검의 형상이 되고, 그것에 모든 내공을 불어넣어 거대한 검기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검사지경에 오른 것을 여기서 써먹는다.

    검기가 실처럼 뿜어져 층층이 검을 휘감아 회전한다.

    이것은 흡사 드릴.

    그리고 그 검기는 신성력이 함께하여 찬란하게 타오른다.

    준비 끝이다. 자, 간다!

    수직상승하던 모노 바이크G를 그대로 뒤집었다.

    수직낙하!

    그냥 낙하가 아니다! 엑토플라즘 도로를 만들어, 가속도를 높이는 거다!

    쐐에에에에에에엑!

    신검합일!

    낙하하는 유성이 되어 그대로 거대한 혐오체를 향해 떨어져 내린다.

    그제야 녀석이 위협을 느낀 듯, 나를 향해 손을 뻗지만 이미 늦었다.

    그대로 우리와 녀석의 손이 마주쳤다.

    쩌적!

    종이를 가르듯 녀석의 손이, 어깨가, 그리고 몸통이 그대로 갈라진다. 그리고 100%의 더블 어택이 시간차를 두고 한 번 더 발동한다.

    콰과과과과곽!

    그 몸을 이루고 있던, 뒤틀린 채로 붙어 있던 구울의 몸체가 불타오르며 사라진다.

    신성력과 검기가 뒤섞인 힘이 부정한 존재를 불살랐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채로 손잡이를 강하게 쥔다.

    그리고 땅에 처박히기 직전, 가까스로 핸들을 꺾어 냈다.

    몸이 중력과 반대로 마구 흔들린다. 그 순간 모노 바이크G의 기능을 조작했다.

    철컥!

    성광의 발을 붙잡았던 장치가 풀리고, 성광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진다.

    나 역시 손잡이에서 손을 놓고 몸을 틀어 성광을 꽉 붙잡았다.

    모노 바이크G가 한쪽으로 날아간다. 동시에 성광을 껴안은 채로 땅을 굴렀다.

    콰쾅!

    산 한쪽에 모노 바이크G가 처박히며 폭발.

    혐오체 거인은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그대로 반으로 쪼개지며 그 거체가 양옆으로 쓰러진다.

    쿠우우우웅!

    굉음이 나고, 녀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쓰러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