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50화 (50/305)
  • 제50화

    모노 바이크와 척량이 사방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폐기름과 화약, 수많은 것들이 합쳐져 폭발은 갈수록 거세져 갔다.

    놀 워리어의 명령에 대열을 갖춘 놀들도 결국 화염에 정신을 놓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걸 놓칠 내가 아니었다.

    부아아아앙!

    엑셀을 당겨 그대로 일점 돌파.

    놀들의 사이로 뛰어들어 쌍검을 휘두른다. 모노 블레이드가 빛을 뿜으며 오합지졸들을 베었다.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린다.

    피와 비명이 난무한다.

    혼돈과 파괴가 가득한 장소에서 어째서인지 나는 즐겁다는 감각을 느꼈다.

    ‘이거 꿀잼인데?’

    유쾌한 기분으로 놀 워리어를 향해 바이크를 몰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녀석의 옆으로 빠지며 칼을 휘둘러 목을 베어냈다.

    서컹!

    놀 워리어만 해도 추정 레벨은 60 정도. 하지만 내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한다.

    이야…….

    나 꽤 강하네.

    아니, 얘네가 약한 거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바이크를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니.

    일반 놀들은 저 멀리로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고, 내 주변은 사체만 가득했다.

    이 시체들 전부 다 돈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큰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아아앙!”

    “크르르르르르!”

    두 개의 울음이 한 번에 터져 나온다.

    고개를 돌려 보니, 건물 하나의 벽을 박살 내며 거의 3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체구를 가진 녀석이 하나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트윈 헤드 놀!

    -크윈 헤드 놀이 [분노의 고함]을 지릅니다.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이 하급 공포 효과에 저항합니다.

    -저항 성공!

    아, 나 레벨 1이지? 렙업 못해서 다행이다.

    따봉으로 능력이 상승하는 시스템.

    보통 헌터의 레벨 업과는 다르다. 그래서 레벨 표기는 여전히 1!

    아직도 초보자 패키지로 꿀을 빠는 중이다.

    ‘그래도 다음번에는 중급 공포 내성에도 저항할 아이템을 만들어 둬야겠는걸?’

    아직도 초보자 스킬로 개꿀 빠는 중이라는 걸 모르는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헐, 저걸 버텨?

    -공포 내성 갖추기 힘든데 아이템 효과 같은 거겠지?

    -스킬은 애바지. 엄지 포인트 부족한데 저걸 뭔 수로 사?

    -전문가들이 레벨 추측한 것과 다른 걸 수도 있지 않나……?

    -레벨 제한 던전 나온 게 얼마 전인데 그사이에 레벨을 어떻게 더 올려?

    개사기인 건 이 초보자 스킬은 척량도 쓸 수 있다는 거다.

    -소환수 척량이 [초보자 스킬 : 견고한 마음]으로 하급 공포 효과에 저항합니다.

    -저항 성공!

    컁컁!

    영리한 척량답게 초보자 스킬 덕분이라는 허튼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냥 짖을 뿐.

    이건 모르는 채로 두는 게 좋으니까.

    “가자!”

    가장 먼저 달려든 건 척량이었다.

    놈은 두 개의 도끼를 척량에게 휘둘렀다.

    척량은 간발의 차이로 몸을 피했다.

    캥!

    척량이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도끼날 자국의 흠이 파여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

    과연 명불허전 80레벨.

    우선 놈을 향해 저주부터 건다!

    “그림자 훔치기!”

    -적의 그림자를 밟아 이동 속도, 방어력의 일부를 훔칩니다.

    -훔친 이동 속도와 방어력은 1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모노 바이크로 그림자를 밟아도 발동되는군.

    역시 마력 감응이 사기야.

    “사용!”

    그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놈의 그림자가 찢어지며 내게로 흘러들어왔다.

    움직임이 급격하게 느려지는 게 보였다.

    “방어력은 어떤지 볼까?”

    나는 라이트 블레이드로 놈의 팔을 갈랐다.

    서컥-!

    공격이 먹힌다!

    두꺼운 트윈 헤드 놀의 가죽에 검이 먹히기 시작했다.

    “척량, [야생의 고함]!”

    크와아아앙!

    척량이 내 명령에 따라 털을 빳빳하게 곧추세우며 크게 고함을 질렀다.

    -어그로 스킬 성공!

    -트윈 헤드 놀이 소환수 척량을 주목합니다!

    쿵, 쿵!

    ‘어그로 스킬은 오랜만에 쓰는군. 버스 사태 때 사 놓고 그리 많이 쓰질 않았는데 다행이야.’

    트윈 헤드 놀이 척량을 향해 마구잡이로 도끼질을 했다.

    ‘나도 이제 마력은 바닥이다.’

    바다에서 바가지 퍼내듯 끝없이 넘쳐나던 마력이 이제는 가뭄 맞은 강처럼 밑바닥을 드러냈다.

    ‘자잘한 수를 써 봐야 내가 질 뿐이야. 이 한 방에 끝낸다.’

    나는 쌍검을 늘어뜨리고는 마지막 스킬을 준비했다.

    “그림자를 지배하는 어둠의 흑염룡이여. 내 왼팔에 깃들라. 크크큭-”

    -어둠의 정령이 당신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어둠이여! 놈의 눈을 가려라!”

    내 명령에 소환된 어둠의 정령이 트윈 헤드 놀의 시력을 빼앗았다.

    크와아아앙!

    놈은 흥분해서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눈먼 도끼에 맞을 척량이 아니었다.

    척량은 아까보다 훨씬 여유 있게 도끼를 피했다.

    그다음.

    “건곤신공.”

    우우웅-

    검날에 희미한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아직 검기(劍氣)라고 부르기에는 조금은 미흡한 형태.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바위도 잘라낼 수 있다.

    “라이트 블레이드 발동.”

    건곤신공과 라이트 블레이드가 증폭된다.

    여기에 방어 무시까지 서린 모노 블레이드까지 더해야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 순간, 나는 바이크를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내 마력을 먹은 바이크가 놈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최대 출력!

    -모노 바이크 스킬, [가속]이 발동합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스킬 대미지가 크게 증가합니다! (최대 300%)

    계기판을 바라보며 원하는 속도가 되었을 때, 나는 뜬금없이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핸들을 꺾어 놈을 향해 낙하한다.

    퉁!

    바이크가 꺾어져 내려간다.

    바이크 본연의 속도와 중력가속도까지 더해지는 순간.

    나는 [모노 블레이드]를 발동시켰다.

    -[모노 블레이드] 발동합니다.

    -검날에 방어 무시 효과가 서립니다.

    -최대 속도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대미지 300퍼센트가 적용됩니다!

    -무명검식 백야(白夜), 암야(暗夜).

    칼날이 수직으로 단두대처럼 놈에게 떨어진다.

    콰아앙--!

    손끝으로 놈의 양쪽 뒷목이 동시에 닿는 게 느껴진다.

    두꺼운 표피층을 가르고, 진피층에 닿는다.

    두꺼운 지방을 갈라 근육을 찢고, 마침내 연골에 닿았다.

    스커커커컥!

    흡사 도살자처럼 놈의 양쪽 머리를 동시에 베어냈다.

    -필드 보스, 트윈 헤드 놀을 처치했습니다!

    -당신의 무훈에 신들이 감동합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1,000따봉을 받았습니다!

    -영웅 타이틀 [트윈 헤드 놀을 홀로 잡은 자]가 적용됩니다!

    -특별한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좋은데?

    나는 피를 후드득 털었다.

    우두머리가 죽자 놀들이 뒷걸음질을 치더니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 저것도 다 돈이죠. 사냥하겠습니다.”

    나는 지친 기색도 없이 다시 바이크에 올랐다.

    전처럼 [블레이즈 워크]를 사용해 가면서 스킬을 난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매우 편안한 사냥이 될 수 있었다.

    * * *

    -주군, 저기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됩니다!

    몬스터들을 깡그리 잡아 버린 후, 척량은 놈들이 숨겨 놓았던 각종 약초와 보물들을 찾아냈다.

    [갈색 만드라고라]

    등급: B+

    놀 서식지에서 드물게 자라는 연금술 약초. 뛰어난 강화 효과를 가지고 있어 놀들이 보물처럼 여긴다.

    “오, 척량아!”

    척량이 말한 곳의 바닥을 뜯어내니 갈색 만드라고라를 모아 놓은 포대 자루가 보였다.

    “내가 이걸로 보약 지어 줄게.”

    나는 갈색 만드라고라를 죄다 쓸어 담았다.

    놀들은 후각이 발달되어 있어 약초를 누구보다 잘 찾아내는 놈들이다.

    -주군, 여기도 마력의 소리가!

    컁! 끼양!

    척량의 귀가 레이더처럼 움직이며 나를 끌고 갔다.

    [청색 만드라고라]

    등급: B+

    놀 서식지에서 매우 드물게 자라는 연금술 약초. 뛰어난 회복 효과를 가지고 있어 놀들이 보물처럼 여긴다.

    “헐, 갈색보다 귀하다는 청색?!”

    이거 한 포기당 시가로 거래된다.

    나는 척량의 뺨에 뽀뽀를 쪽쪽 해 주고는 또 조심스럽게 죄다 챙겼다.

    그때 척량이 말했다.

    컁!

    -주군, 저기서 위험한 느낌이 감지됩니다!

    의외로 이번에는 병영 밖을 가리켰다.

    일단 이 근방 놀들은 모두 소탕했고, 비싼 것들은 내가 따로 챙겼다.

    나머지는 사람을 불러서 도축하면 될 일.

    그쪽을 따라 바이크를 내달리니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문이 보였다.

    “게이트……군.”

    이 뒤로 던전이 있다.

    이 게이트까지 완전히 깨게 되면 이 땅은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되돌릴 수 있다.

    척량이 [탐지] 스킬로 기운을 감지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컁!

    -매우 강한 게이트입니다! 지금 주군의 능력으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목표를 이룬 이상, 여기서 게이트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

    ‘차라리 잘됐네.’

    “이 게이트는 나라에 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산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동안 여유가 생겨 채팅 창을 봤는데 한번 파도가 쓸고 지나간 후였다.

    -미쳤따리… 이번 라이브 미쳤따리…….

    -엄지 죽었다고 했던 전문가들 다 뇌절한 듯.

    -첫 라이브 후원금으로 1억 2천 실화냐…….

    -엄지 대체 정체가 뭐임?

    -힐, 딜, 탱 다 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보니까 연금술도 쓰는 모양 같고 배우는 게 아예 제한이 없나 본데?

    -그런 클래스가 있었어?

    -乃최강엄지 차냥해!!!!!!!!!!!!乃

    -乃엄지갓갓!!! 갓엄지!!! 차냥해!!!!!乃

    -乃!!!!!!!!최강 척량!!!!!!!!!乃

    마침내 산을 완전히 내려왔다. 도로가 보인다.

    “자, 도착했습니다. 즐거운 산행이었어요.”

    그때 채팅 방에 붉은 글씨가 떴다.

    붉은 글씨. 갓튜브 최상위권 VIP 헌터만이 얻을 수 있는 색.

    -[썬주란] 님이 특수 후원금을 예치했습니다.

    특수 후원금?

    그건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돈을 뜻했다. 그리고 썬주란…… 설마 신성 그룹 오너 일가 신주란?

    신성 그룹은 안다.

    옛날 스카우트 사건 때 그쪽 헤드헌터가 맞선 제의를 했던 기억이 났다.

    상대가 누군지는 몰라도 뜬금없이 사위가 되라니, 듣고 다리가 후들거렸지.

    결국 내가 거절했지만.

    -[썬주란] :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엄지척 헌터님. 응원 수고한 팬클럽 [검지]들에게 모두 별다방 커피 한 잔씩 쏘겠습니다. ^^

    -라이브 시청한 [검지]들에게 모두 별다방 커피 교환권이 지원됩니다.

    수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저 조건을 충족한 [검지], 즉 엄지척의 팬덤 모두에게 커피를 쏘겠다는 발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호쾌한 후원이었다.

    -설마 썬주란? 진짜? 실물임? 썬주란이 이거 보고 있었다고?

    -언니 우와! 언니 사릉해요! 언니이이이이이이--!!

    -썬주란이 신인 헌터 보러 오는 일이 거의 없지 않나?

    -반년간 한 번도 못 봤음. 거기다가 팬클럽 전원 후원이라니… ㅁㅊ…….

    -검지들 계 탔네!!!!!!!!!!!!!!!!!!!!!!!!!!!!!!!!!

    -와 클라스 보소!!!!!!!

    -엄지야 사랑해!!! 썬주 언니도 사랑해요!!!!!!!!!!!!!!!!!!!!!!!

    “허허허, 꿈인가?”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라이브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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