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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3화 (3/305)
  • 제3화

    안마를 마치자 김 씨 아저씨는 몸까지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하셨다.

    “와! 한 십 년은 젊어진 거 같아!”

    “거 과장도.”

    “진짜라니까 그러네? 오십견이 날아갔어!”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어깨를 붕붕 흔들면서 소리쳤다.

    “순서대로 앉아 봐요. 전부 해 줄게!”

    전문가가 하는 것같이 시원하다며 다들 놀라는군.

    그런 걸 공짜로 해 준다고 했으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정작 아저씨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엄 씨, 그러다 쓰러져.”

    “좋은 구경 했으면 됐지, 뭘.”

    공짜로 뭘 받는 것에 익숙지가 않은 분들. 게다가 오랫동안 가장 밑바닥에서 함께해 왔던 동료 아닌가.

    막노동과 똑같다.

    일하다 쓰러지게 되면 며칠은 꼬박 정양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당장 벌이가 흔들리게 되지.

    일당을 병원비로 날리는 걸 볼 수 없기에 다들 망설이는 거다.

    “이따가 같이 깨지기로 했잖아요. 어서 어깨 대요.”

    김 씨 아저씨가 말했다.

    “엄 씨 쓰러지면 내가 대신 작업해 줄게. 내 어깨 상태 보니까 그래도 돼!”

    콧김까지 뿜으며 으쌰! 으쌰! 포즈를 취하신다.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 씨 아저씨가 용기를 냈다.

    “그래. 엄 씨 쓰러지면 나도 대신해 줄게. 하나보다는 둘이 낫지.”

    정씨 아저씨도 덩달아 말했다.

    “셋도 괜찮지?”

    “아, 전부 오라니까요? 일곱이서 저 대신 일해 주면 되겠네요.”

    그렇게 하나씩 안마를 해 나갔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다들 엄지를 치켜든다.

    당연하다.

    엄지를 먼저 안 들면 내가 먼저 엄지를 척 들면서 ‘좋죠?’라고 말하니까.

    사람 심리가 그렇다. 엉겁결에 따라 하게 되고, 그게 또 분위기가 된다.

    또 한 가지.

    ‘이거 안마하면서 마력을 좀 넣어 보면 어떨까?’

    안마 스킬 자체에는 마력이 들지 않는다.

    수영이나 물구나무서기처럼 패시브 스킬이니까.

    하지만 마력 설명에 스킬을 사용할 때 쓰면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했으니까.

    “크으…… 몸에서 힘이 나는데? 이런 기분이 얼마 만인지 몰라.”

    반응은 즉각 터져 나왔다.

    고작 한 방울의 마력에도 시원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제대로 된 마력이다.

    원래라면 오크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를 썰 때나 쓰는 마력.

    그걸 고작 어깨 안마에 불어넣고 있으니 미친 짓이지.

    ‘헌터들이 알게 되면 이게 무슨 사치냐고 물으려나. 아저씨들에게는 비밀이지만.’

    그때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몸이 안 좋은 환자를 크게 호전시켰습니다!

    -숙련 경험치 보너스!

    -안마 랭크가 올랐습니다!

    -안마 랭크 E!

    -스킬의 효과가 상승됩니다!

    ‘이게 무슨……?!’

    오오, 몸이 안 좋은 사람을 치료할수록 더 보너스가 붙는 모양이네?

    생각해 보니 여기 있는 아저씨들 중에 몸이 축나지 않은 사람이 없지.

    나만 해도 파스가 생활화가 되어 있지 않나.

    나보다 더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우스갯소리로 인간 종합병원이라고 서로 부른다.

    “뭐지? 너무 좋은데……. 평생 받아 본 것 중에 가장 좋은 거 같네. 엄 씨, 대체 안마 어디서 배운 거야?”

    우드득!

    그 순간, 아저씨의 팔이 뒤로 확 젖혀졌다.

    “헉, 강 씨, 담 심하게 와서 팔이 뒤로 안 넘어간다고 하지 않았나?”

    “한의원 가서 침 맞아도 계속 남아 있던 게 다 풀렸어!”

    다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마의 비의를 깨달으셨습니다.

    -안마 랭크가 한 단계 성장합니다.

    -안마 랭크 D가 되었습니다.

    -치유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다 와 봐요. 내가 싹 풀어 줄게.”

    “약손이네, 약손이야.”

    “세상에…… 이게 무슨…….”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1따봉을 받으셨습니다.

    안마를 받은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내게 따봉을 날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운전해 주시는 정 씨 아주머니도 오셔서 내게 안마를 받으셨다.

    우드득-!

    “이번에는 소리 크네. 안 아파?”

    정씨 아주머니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신기하네. 하나도 안 아파. 시원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엄 씨.”

    나는 대답 대신 엄지를 치켜들었다.

    “시원하시면 저도 보람 있네요.”

    정씨 아주머니는 엉겁결에 날 따라 같이 엄지를 들었고.

    심지어 양손으로 따봉을 하셨다.

    “어후, 피로가 싹 다 날아갔어.”

    -2따봉을 받으셨습니다.

    -몸이 안 좋은 환자를 크게 호전시켰습니다!

    -숙련 경험치 보너스!

    이 자리에서 34따봉을 먹었다.

    안마 스킬비 2따봉, 마력 15따봉을 투자해서 두 배를 회수한 셈이다. 거기다 스킬 숙련도는 보너스. 그야말로 미친 회수율!

    와, 이게 진짜 되네.

    * * *

    “바디 캠이라고요? 그래서 부탁하러 다 함께 오신 겁니까?”

    일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모두 함께 정지한 팀장을 찾았다.

    얇은 은테 안경에 단정한 가르마.

    잘 관리한 몸에 블랙 슈트, 고급 스킨 냄새까지 나는 게 차가운 도련님 관상.

    거기다가 책상 아래에 대충 놓여 있는 가방도 세계에서 몇 개 되지 않는 최고급 브랜드 가방.

    거대 샐러맨더 가죽으로 만들었단다.

    갓튜브에서 경매가 30억에 소개되었을 때 얼이 빠지게 봤었지.

    ‘짭이겠지? 설마 진짜겠어?’

    설마하니 30억짜리 샐러맨더 가방을 대충 팽개쳐 놓는 놈이 있을라고.

    여기에 잘생긴 얼굴까지 합쳐지니 어디 잡지에 나올 것 같다.

    모델이네, 모델이야.

    정지한이 말했다.

    “관리 쪽은 다른 분도 계시지 않습니까? 왜 하필 가장 어린 제게 이렇게 부탁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짬이 안 돼서 권한이 없다는 말을 돌려 하고 있다.

    김 씨 아저씨가 그랬다.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있어. 정지한 팀장, 우리 그룹 회장 정만득 손자라고. 미간이 똑 닮았잖아. 그도 그럴 게, 입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팀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게 말이 되냔 말이지.

    -진짜요?

    -응응, 거기다가 정지한이 퇴근할 때까지 전무들도 먼저 퇴근을 안 하더라니까? 기분 탓 아니여. 내가 봤어. 그…… 뭣이냐, 경영 수업 있잖아? 그런 거 시키는 거 같던데.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들었냐고 물어보니까 김 씨 아저씨가 답했다.

    -건물 청소하는 진 씨가 말해 줬지. 진 씨가 원래 빠삭해. 다 알아.

    넓은 팀장실에 용역들이 전부 다 들어온 상황.

    저마다 웃거나 무표정하거나 찌푸리고 있었지만 뭐, 느끼는 감정은 똑같지.

    긴장감이다.

    딱딱딱.

    정지한 팀장은 생각에 잠겼는지 볼펜을 탁자에 두드렸다.

    침묵이 영원처럼 이어지는군.

    아주 기다리다 말라 죽겠어.

    “엄지척 씨의 계약 갱신일이 다다음 달인가요?”

    “네, 네! 그렇습니다.”

    계약 끝나면 자른다는 뜻인가?

    벌써부터 명치가 따끔따끔해지는데, 이거.

    각성자가 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전투에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 아닌가.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판국에 밥줄 끊기는 건 아니지?

    정지한이 말했다.

    “다들 잠깐 나가 주시지요.”

    “자, 잠깐…… 이게 내가 괜히 부추겨서 그런 거라……!”

    김 씨 아저씨가 다급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

    대신 독박이라도 쓰려고 하시는 걸까.

    그건 안 되지.

    가뜩이나 정 많아서 문제가 많은 양반, 처자식은 어떻게 먹여 살리려고 여기서 미운 털이 박히려고 그래!

    급히 김 씨 아저씨의 팔을 밀어냈다.

    “알겠습니다!”

    눈짓을 보내니 다들 김 씨 아저씨 팔을 잡아당겨 주는 게 아닌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준 셈.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몸을 사려야 하니까.

    나는 괜찮아. 아직 젊으니까.

    그리고 헌터 능력을 익혔으니까 아쉽지만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어.

    달칵-

    모두가 나갔다.

    방금까지 좁다 싶었던 팀장실이 이렇게 넓게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정지한과 나, 단둘밖에 안 남았다.

    정지한은 몸을 일으켜 내 맞은편에 앉았다.

    “솔직히 헌터 보조원들 중에 그런 부탁을 하는 분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거기다 다 같이 몰려오기까지. 참…… 용기가 대단하시다고 해야 할지.”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 * *

    정지한과의 대화는 꽤 길었다.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탈 때쯤 되니 이미 막차네.

    가장 뒷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멍하니 서류첩을 만졌다.

    정지한이 줬던 서류다.

    -저는 찬성입니다. 오히려 부탁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인데요? 하지만 그동안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죠.

    그는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즉답을 했다.

    권한이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미리 준비라도 해둔 걸까.

    -수익 셰어를 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 다 엄지척 씨가 하기 나름이죠. 대신 말입니다만…….

    그 뒤에 깔린 조건이 참 거시기해서 문제지.

    그래도 못 들어줄 건 없으니 상관없는 일.

    ‘회장 손자라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정확히는 회장의 몇 번째 손자쯤 되겠지.

    정씨 일가는 SSS 헌터라 불리는 정만득과 그의 자식, 그리고 손자들로 이루어지니까.

    정만득의 배우자 역시 미국의 뛰어난 헌터였으나 사망.

    자세한 내막은 아무도 몰라.

    갓튜브에서 여러 BJ들이 추측성 보도를 엄청 해댔는데, 정만득과 70인의 변호단이 칼을 치켜드니 싹 들어갔지.

    -저도 제 누나와 형들처럼 슬슬 나설 생각이거든요. 이걸 어떻게, 제가 인기 있게 잘 찍어 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럴 거면 전문가를 쓰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으니 그가 피식 웃는 게 아닌가.

    -아닙니다. 초라할수록 좋습니다. 자연스러운 환경일수록 좋고요. 착수금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자금 흔적이 남으니까 지금 단계에서는 어렵겠군요.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크게 보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네.

    정지한에 대해 아는 거? 있을 리가. 일 때문에 멀리서 몇 번 스친 게 전부.

    회사 평판은 뭐…… 당연히 좋은 편.

    딱히 회사 직원에게 사적으로 손을 댄 적도 없고, 구설수도 없고, 파벌도 없다고 들었다.

    더 주는 것도 없지만 덜 주는 것도 없고.

    딱 실무 이야기만 하고 업무 외적으로 얽히지 않는다고.

    한번 약속한 건 어지간하면 지키는 타입.

    대신 표정이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 같아서 어째 잘 웃는 법이 없다고 들었는데, 오늘 만나 보니 글쎄다? 평범하던데.

    어찌 되었건, 이 피라미드 헬반도에서 아랫사람들에게는 유니콘이라고 불린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

    ‘잠룡인지 잡룡인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찍게 해 주고 돈도 안 떼어간다니 그만큼 좋은 게 없지.’

    서류철에는 촬영 허가서가 들어 있다.

    정지한과 전무 몇의 직권 도장이 찍혀 있다.

    정지한이 서류를 전자 서명해서 위로 올리니 전무가 바로 도장을 찍어서 내려보내더라.

    그걸 정지한이 프린트해서 건넸는데, 누가 보면 정지한이 전무 상사인 줄 알겠어.

    아니 뭐, 생각해 보니 그게 사실이지. 트루.

    정하 그룹은 회장 정만득과 그의 아들과 손자로 경영하는, 그야말로 현대의 왕족이니까.

    덕분에 그날로 헌터들이나 쓰는 소형 바디 캠까지 받아서 가슴에 달지 않았나.

    전원 끄고 켜기도 쉽고, 어지간한 충격에도 강하단다.

    ‘생각해 보니 오늘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

    오늘 받은 따봉만 87개.

    점심 이후로도 틈틈이 안마를 했다.

    나중에는 딴 팀 보조원들까지 와서 어깨 안마를 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 더 나중에는 내 몸이 하나라 더는 안 되는 지경까지 왔고.

    ‘이 정도면 쓸 만한 공격이나 방어 스킬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허생전도 아니고, 초기 따봉 17개를 투자해 87개를 벌었으니 나도 참 나야.

    의외로 잔머리에 재주가 있네.

    어쩌면 맨날 누워서 보던 소설과 갓튜브 덕분일지도 모르겠네.

    거기다 무엇보다 이 직종 해먹은 짬이 꽤 도움이 돼.

    서울 밤거리. 도심이라서 그런지 막차 시간인데도 아직 차가 많은걸?

    그때 빠아아앙- 누군가 경적을 울렸다.

    뭔가 싶어 창밖을 보는데 먼 곳에서 유성 같은 게 날아오네?

    ‘빛?’

    그리고 그 빛이 떨어졌다.

    콰과과광!

    그 소리와 동시에 버스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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