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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345화 (345/379)

345화

“이게 전부라면 오늘 넌 다시 마계로 돌아갈 거다.”서걱!

태운의 검에 벨페고르의 손목이 달아났다.

“간만이라 그런지 감이 아직 안 돌아왔네. 목을 날려 버리려 했는데.”태운의 말에 벨페고르는 확신할 수 있었다.

[네놈…! 네 저주가 통하지 않는 거냐!]

강태운은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 분명 자신과 적, 그리고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벨페고르는 확신하고 소리쳤다.

“저주가 통하지 않는 건 아닌데….”

강태운은 다시 한번 벨페고르를 향해 달려갔다.

“그냥 내가 좀 잘났어.”

촤-악!

[크윽!]

강태운의 검에 벨페고르는 속수무책으로 베였다.

[젠장…!]

촤-륵!

벨페고르는 태운에게 베인 상처를 움켜쥐고 뒤로 물러나며 태운에게 마기로 된 사슬을 던졌다.

이 사슬은 닿은 모든 것을 단숨에 녹여 버리는 강력한 위력을 가진 공격이었다.

적의 공격을 간파할 수 없게 만드는 저주와 더불어 이 공격까지 사용하면 이길 수 없는 상대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력 폭풍.”

터터터텅!

태운은 마력 폭풍을 시전해 벨페고르가 던진 사슬을 튕겨냈다.

[이놈…!]

“고작 이 정도냐?”

벨페고르는 다른 세상을 침략할 때마다 가장 까다로운 적으로 손꼽혔다.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내리는 저주는 수천 명의 군세도 무색하게 만들었고 엄선한 전사들도 그 저주 탓에 손도 쓰지 못하고 죽어 나갔으니까.

벨페고르가 약한 게 아니었다.

웬만한 저주를 풀어낼 수 있고 감각의 차단에 익숙한 태운과 상성이 맞지 않을 뿐이다.

“고작 오감을 차단할 수 있는 거 가지고 날로 먹으려 한 게 참 괘씸하네.”

[고작이라고?!]

고작 오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은 인간이 세상을 감지하는 방법이다.

온갖 감각이 없다면 세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도 없으며 심하면 이 세상에 스스로가 존재한다는 것도 인지할 수 없어진다.

[너… 넌 사람이 아닌 거냐!]

벨페고르는 오감이 차단된 상태에서 계속해서 공격해 오는 태운을 보고 경악했다.

오감이 차단된 상태였지만 신이나 악마의 목소리는 뇌로 직접 전달되는 전음과 같은 것이었기에 대화가 가능했다.

“시답잖은 소리나 할 거면 빨리 죽어. 한심한 놈.”고작 저주 하나가 통하지 않는다고 저렇게 당황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한심했다.

[한심하다고…? 헛소리 마라!]

벨페고르는 태운이 자신의 역린이라도 건드린 듯 격노했다.

그도 그럴 게, 같은 편이지만 경쟁 상대라고도 할 수 있는 다른 칠죄종들이 자신에게 시비를 걸 때마다 하는 말이 누워서 자기만 하는 한심한 놈이라는 말이었으니까.

그 말을 자신보다 하등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에게 들으니 화가 날 수밖에.

[내 힘을 잃더라도 네놈은 반드시 죽여주마…!]

쾅!

벨페고르는 거대한 마기를 소환한 뒤 땅에 내리쳤다.

“크윽…!”

그 순간, 벨페고르를 중심으로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태운은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이 세상에 저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강태운! 물러나라!]

“네…?”

그때, 기억의 신에/이 태운에게 직접 말했다.

그 어떤 위험에서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던 신이 태운에게 경고한 것이다.

“저게 뭐길래….”

[강태운! 어서!]

이번에는 기억의 신이 아닌 사랑의 신이 태운에게 소리쳤다.

‘하나도 아니고 둘 이상의 신이 저럴 정도면 확실히 위험한 것 같네.’태운은 일단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벨페고르가 만들어 내는 영역은 계속해서 커져 태운을 쫓아왔다.

이 기세면 뒤에서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 헌터들도 곧 덮쳐질 것 같았다.

“저게 도대체 뭐길래 이러는 겁니까!”

[젠장…. 저 악마 놈, 힘을 얼마나 잃으려고…. 강태운, 계속 도망쳐라. 저놈은 너를 저 공간 안에 집어넣을 때까지 공간을 확장할 생각이다.]

“그럼 헌터들은 어떡하라는….”

기억의 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마계다. 직접 완벽한 마계를 끌어온 거야. 저 안으로 들어가면 악마는 강해지고 신성력은 약화된다.]

“얼마나 강해지길래 그렇게 경고한 겁니까.”

[대충 2배, 너는 0.8배 정도로 약화될 거다.]

“그 정도면 할 만했을 거 같은데….”

그때, 기억의 신은 태운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신이 인정하고 신성력을 내어준 자가 마계에 들어가 패배하면 그 반동이 우리에게까지 전달된다.]

“하….”

태운은 기가 찼다.

“참… 언제까지 그럴 생각인지.”

이제 존대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참 이기적이네.”

[뭐…?]

“어차피 우리 살겠다고 하는 일이지만… 너희도 도움받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한테 힘을 준 거고.”그것도 자신의 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준 힘이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있는데 그깟 힘 조금 잃는다고 수백 명의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려 해?”

[우린 신이다. 너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개념을 담당하고 있는 신이다. 내가 없었다면….]

“닥쳐. 신이란 것도 결국 인간의 생각과 사상이 만들어 낸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

[…….]

태운은 뒤를 돌아 벨페고르가 확장시키고 있는 공간을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훈수 집어치우고 뒤에서 안전하게 지원이나 해.”

[강태운! 뭐 하는 거냐!]

“한 번 진다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깟 힘 조금 잃는 거 가지고 뭘 그리 무서워하는 거야?”

[강태운, 진정해라!]

[지금 행동은 잘못 생각한 거다. 진정해.]

태운의 행동에 모든 신이 태운을 말렸다.

태운은 신들이란 하나같이 이기적인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걱정 마라.”

태운은 확장되는 마계 안으로 들어갔다.

“질 일 없으니까.”

마계에 들어서자마자 태운의 오감이 돌아왔다.

“멍청한 놈 직접 제 발로 마계에 들어오다니.”전음이 아닌 육성으로 벨페고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즉, 지금 태운이 보고 있는 벨페고르는 본신, 벨페고르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널 죽이면 어떻게 되지?”

“그게 왜 궁금하지? 어차피 할 수도 없을 텐데.”벨페고르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느껴지는 힘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으니까.

“깐깐하네. 의욕이라도 올려주지.”

태운은 무덤덤하게 전투 준비를 하며 말했다.

“크흐흐… 그래, 말해주마. 네놈이 지금 여기서 날 죽이면 난 그대로 소멸한다. 마계에서 제약도 없이 인간에게 죽으면 그건 악마의 자격도 없지.”

“그래…?”

태운은 미스릴 검을 뽑고 에테르를 주입했다.

쾅!

그리고 바로 벨페고르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마계에서의 벨페고르는 지구에서보다 훨씬 강했다.

“전과 같을 거라 생각하고 한 공격이라면 큰 실수를 한 거다.”벨페고르는 태운이 휘두른 검을 붙잡았다.

“실수라니.”

태운은 검을 놓고 뒤로 크게 물러났다.

그리고 미스릴 검에 있던 에테르를 활용해 폭발을 일으켰다.

“오늘 칠죄종 중 하나 없어졌다고 발표할 생각에 신나 있는데.”

* * *

“저 공간은 뭡니까…?”

“엄청난 마기가 느껴지는구나.”

권속을 하나씩 쓰러뜨린 구찬영과 전대섭, 허덕륜은 합류한 뒤 다른 권속을 죽이러 다니고 있었다.

“강태운이 저곳으로 들어가고 나서 팽창을 멈췄는데… 괜찮겠죠?”“불길하긴 하지만… 녀석이라면 괜찮을 거다. 녀석이 보여준 ‘그게’ 있잖나.”이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태운이 전대섭과 구찬영, 허덕륜에게 보여준 게 하나 있었다.

“하긴… 적이 얼마나 강하든… 그걸 파훼하는 건 상상이 되지 않네요.”“그렇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녀석은 충분히 강하니까.”전대섭의 말에 허덕륜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확실히 그건 타이밍만 잘 잡으면 뭐든 단번에 죽여 버릴 수 있는 기술이긴 하니까…. 우린 믿고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허덕륜의 말을 듣고 구찬영과 전대섭은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래. 우린 할 일을 하면 되지.”

“먼저 가겠습니다.”

허덕륜과 전대섭, 구찬영은 동시에 무기를 꺼내 들고 몬스터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때, 벨페고르의 마계 안에 있는 태운은 벨페고르와 비등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염력.”

태운은 버린 미스릴 검을 염력으로 끌어왔다.

전에도 염력 비슷한 것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전과 다른 방식이었다.

원래는 마나 실을 사용해 물건을 끌어오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일정 공간 안에 있는 물건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즉, 이런 공격도 가능하다는 거지.’

태운은 아공간 벨트 안에서 예비용 검 하나를 꺼내 양손에 검을 쥐었다.

“쌍검 같은 장난질은 그만해라!”

양손으로 사용하는 장검 두 자루를 한 손에 들고 있는 태운의 모습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웠고 벨페고르는 그런 태운을 보며 소리쳤다.

“쌍검은 무슨.”

휙!

태운은 검에 에테르를 주입한 뒤 양손의 모든 검을 앞으로 던졌다.

티팅!

벨페고르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사슬로 두 자루의 검을 모두 튕겨 냈다.

원래대로라면 닿는 순간 녹아 버려야 하지만 테운이 에테르로 보호했기에 녹지 않을 수 있었다.

‘열렸다.’

태운은 벨페고르가 대여섯 갈래의 사슬을 다루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을 파악하고 바로 검을 던진 것이었다.

그 결과, 벨페고르는 검을 막기 위해 사슬을 휘둘렀고 벨페고르의 몸은 텅 비어 버렸다.

스윽!

태운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벨페고르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폭권 64연.”

퍼퍼퍼퍽!

태운은 발과 주먹 무릎, 팔꿈치 등 온갖 신체 부위를 사용해 벨페고르의 전신을 골고루 타격했다.

그리고 주먹을 한 방 한 방 꽂아 넣을 때마다 벨페고르의 몸에 신성력을 가둔 마나가 심어졌다.

“고작 이걸 하려고 검을 던진 거냐!”

촤륵!

벨페고르는 사슬을 양손으로 붙잡은 뒤 자신의 품 안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 강태운을 붙잡으려 했다.

“안 되지.”

하지만 태운은 순식간에 물러나 벨페고르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에테르 스마이트.”

태운은 거리를 벌려 공격을 피한 즉시 벨페고르에게 달려들었다.

같은 타격 계열 마법인 에테르 건틀릿과 달리 단 한 번의 공격만 강화해주는 에테르 스마이트였지만 그 위력은 더 뛰어났다.

강해진 벨페고르도 경계해야 할 만큼.

“날파리 같은 놈!”

촤르르륵!

벨페고르는 사슬을 땅바닥에 꽂아 넣었다.

드드드드드…!

그 후, 벨페고르가 사슬을 뽑아내자 대지가 진동했고, 태운의 사방으로 수백 개의 사슬이 솟아났다.

그 사슬 하나하나가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태운은 이걸 노리고 있었다.

“염력.”

푸푹!

“크윽…!”

벨페고르의 등에 검 두 자루가 꽂혔고.

“폭발.”

퍼퍼퍼퍼펑!

두 자루의 검에 깃들어 있던 에테르가 촉매가 되어 폭권으로 심어둔 마나가 신성력과 함께 폭발했다.

하지만 벨페고르도 나름 하나의 마계를 다스리는 주축 중 하나. 이대로 죽을 리가 없었다.

치이익….

“크윽!!!”

사슬들은 태운의 팔다리를 붙잡았고 태운의 팔다리는 그대로 녹거나 절단되었다.

“에테르 뉴클리어!”

태운은 자신을 중심으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사슬들을 파괴하거나 멀리 날려 보냈다.

“크윽….”

태운의 왼팔은 그대로 절단되었고 나머지 오른팔과 다리도 녹아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이 공격을 성공하고 태운이 살아 있다면 이기는 싸움이었으니까.

“신성 감옥.”

벨페고르의 몸속에서 폭발을 일으키던 마나 안에 있는 신성력들이 순식간에 모여 벨페고르를 가뒀다.

“마지막 공격이다. 벨페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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