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308화 (308/379)

308화

전대섭은 방을 나가려는 허덕륜에게 물었다.

“어딜 가려는 거냐.”

“나도 몰라. 그런데 알잖아. 나는 힘들게 살면 힘들게 살수록 더 강해지는 거.”허덕륜은 혼자 난관을 넘어서고 그 난관을 경험치 삼아 성장한다.

그건 바로 허덕륜의 특성인 ‘백절불굴(百折不屈)’의 효과였다.

“요즘 너무 편하게 살았어. 조금 힘들게 살 필요가 있을 거 같아.”전대섭은 마치 허덕륜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허덕륜은 언제나 과할 정도로 힘든 전투에 나서는 것을 원했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그의 특성을 알게 된 이후로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지는 말아라.”“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돌아가겠어?”허덕륜에게는 강함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강함을 갈망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 강해지는 것이 목표이자 이유였으니까.

“생각해 보면 레이지 대신 네가 분노의 좌에 올랐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구나.”

“참… 나도 그때는 멍청했지.”

허덕륜은 부끄러운 자신의 과거를 천천히 회상했다.

* * *

허덕륜은 오로지 강함만을 좇다가 칠죄신교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때 허덕륜은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며 칠죄신교의 분노의 좌에 앉을 유력한 후보가 되었다.

그 자리를 두고 허덕륜과 경쟁했던 사람이 바로 레이지였다.

둘은 끊임없이 경쟁하며 분노의 좌에 앉아 권능과 마기를 받아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허덕륜이 분노의 좌에 앉기로 결정된 다음 날, 허덕륜은 대원로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추기 위해 첫 작전을 나섰다.

허덕륜은 오로지 스스로의 힘만으로 레이지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진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을 죽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원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명의 사람은 죽여야 했기에 작전을 나선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허덕륜은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신을 막아서는 적을 죽이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죽여!”

“크하하학!”

“살려주세요!”

“꺄아아악!”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게 무슨….”

처음 작전에 나선 허덕륜은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힘없는 일반인,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기, 저항조차 하지 않는 사람을 공격하고 무참히 죽이는 칠죄신교의 끔찍한 모습에 순간 머리가 멈춰 버렸다.

“어이, 뭐 하고 있어?”

멈춰 서 있는 허덕륜에게 말을 건 사람은 레이지였다.

“기껏 날 이겨서 분노의 좌에 앉을 자격을 얻었는데… 고작 사람 죽이는 걸 껄끄러워해서 되겠어?”이때까지만 해도 레이지는 허덕륜에게 악감정이 없었다.

그는 경쟁의 상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꺄아악!”

레이지는 옆에서 도망치던 여자의 머리를 붙잡고 허덕륜의 앞에 데리고 왔다.

“빨리 죽여.”

레이지의 입장에서 이 행동은 허덕륜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저항조차 하지 않고 살려달라고 빌기만 하는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는 허덕륜에게는 레이지의 행동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때.

쾅!

어디선가 날아온 공격에 레이지의 팔이 잘림과 동시에 멀리 날아갔다.

“저 망할 칠죄신교 놈들….”

“막아라!”

“사람들을 구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라!”레이지를 공격한 사람은 바로 칠죄신교들을 막기 위해 나타난 전대섭이었다.

그리고 전대섭은 강철운과 한국의 헌터들과 함께 나타났다.

“좋아.”

허덕륜은 그들의 등장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죽이는 전투라면 사람을 죽여도 죄책감이 덜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허덕륜은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억!

“크윽…!”

가장 전선에 있던 적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는 멀리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무슨 힘이….”

그 헌터는 강철운의 직속 부하 중 한 명인 김상철이었다.

그는 A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허덕륜에 의해 멀리 날아갔다.

“원로급 강자가 있다! 조심하라!”

김상철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덕륜을 상대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싸워왔던 녀석과는 뭔가 느낌이 달랐어.’원로 중에 이 정도 힘을 가진 녀석들에게서는 원래 마기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허덕륜에게는 조금의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레귤러는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법.’김상철은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았다.

“……!”

빠-악!

허덕륜은 어느새 다가와 김상철에게 주먹을 날렸다.

김상철은 급하게 반응해 허덕륜의 주먹을 막아냈다.

“이 자식 봐라…?”

허덕륜은 조금도 몸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오로지 적을 제압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듯한 공격이었다.

‘그렇다고 뒤를 생각하지 않은 움직임도 아니야.’마기도 사용하지 못하는 녀석이 이렇게 강하다면 마기를 사용하게 되면 얼마나 강해질까.

‘공격에 체중까지 온전히 실려 있고… 다음 공격으로 이어지는 움직임까지 깔끔해.’칠죄신교를 상대하면서 자신보다 강한 적은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김상철이 내린 결론은.

‘이 녀석 위험하다.’

그리고.

‘지금 죽여야 한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김상철은 허리에서 검을 꺼냈다.

촤자자작!

“크허억!”

엄청난 속검이었다.

검집에서 검을 빼고 세 번 베는 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허덕륜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베여 버렸다.

“이 자식!”

허덕륜은 거칠게 욕을 하면서 달려들었다.

김상철은 허덕륜이 공격 거리 안에 들어오기 전에 검을 휘둘렀다.

“멍청한 놈!”

허덕륜은 상대방이 실수를 한 줄 알았다.

이대로라면 피할 것도 없이 김상철의 검에 맞지 않고 품에 파고 들어가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김상철의 함정이었다.

휘릭!

“……!”

촤악!

허덕륜은 분명 공격 반경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검이 길어진 것처럼 정확히 허덕륜의 가슴을 베었다.

“어떻게 한 거냐.”

“음?”

허덕륜은 공격을 멈추고 물었다.

당혹이나 분노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오로지 호기심에 의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김상철에게도 느껴졌다.

“나야말로 궁금하군. 왜 너 같은 녀석이 칠죄신교에 들어간 거지?”공격을 주고받으니 바로 느껴졌다.

허덕륜은 악인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강함을 추구하는 것만 보면 지금 자신과 함께 싸우고 있는 전우들보다 순수했다.

“그게 왜 궁금한지는 모르겠지만 말해주지. 마기를 얻으면 강해질 수 있다고 들었으니까.”“녀석들이 이 세상을 집어삼키려고 한다는 건 모르고 있는 건가?”“딱히 그건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세상을 인간이 지배하든 악마가 지배하든 별다를 게 없을 것 같거든.”

“그게 무슨….”

“악마보다 더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 텐데.”궤변이었지만 김상철은 반박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이 네가 상상하던 집단의 모습인가? 이 집단에 완전히 섞여 들어갈 수 있나?”

“그, 그건….”

허덕륜은 쉽게 말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칠죄신교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을 향해 테러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달랐다.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니까.

“내 생각에 너는 칠죄신교와 맞지 않아.”

“…….”

허덕륜이 입을 열지 않자 김상철은 고개를 내저었다.

“후… 뭐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네가 돌아서는 것도 아니니….”김상철은 다시 검을 잡았다.

“공격 반경 밖에서 널 어떻게 공격한 건지 궁금하다고 했나?”김상철은 자세를 잡았다.

“내가 알려주마. 들어와라.”

허덕륜은 그 말에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자신의 부족함이 그 말 한마디에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알겠다!”

허덕륜은 김상철의 말에 공격을 시작했다.

김상철의 검을 보았던 전과는 달리 지금은 몸 전체를 보기 시작했다.

“보기보다 감이 좋군.”

그 시선을 느낀 김상철은 알 수 있었다.

허덕륜이 스스로 이 공격의 방법을 깨달을 것임을.

휘릭!

촤-악!

허덕륜은 한 번 더 이 공격에 베였지만 지금은 전과 달리 웃고 있었다.

이 공격의 해답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 공격의 답은 무게 중심과 다리에 있었군.”김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게 중심을 뒤로 두고 한쪽 다리를 앞에 둠으로써 내 공격 반경을 속이는 거지. 그리고 상대방이 내 실제 공격 반경에 들어오는 순간 무게 중심을 되돌리고 뒤에 있던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팔이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거야.”김상철은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지 못했다.

자신보다 확실히 약한 적이긴 하지만 적은 적이다.

적에게 싸우는 법을 알려주다니.

이만큼 멍청한 짓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이제 할 일이 있으니… 이만 수업은 끝내야겠군.”“그래… 나도 이제 네 수법을 알았으니 여한 없이 너와 싸울 수 있겠어.”김상철은 허덕륜보다 배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진심으로 싸웠다면 허덕륜은 이미 반으로 갈라져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상철은 이제 진심으로 싸울 생각이었다.

그 순간.

푸-욱.

“이 개 같은 놈들이… 내 팔… 내 팔!!!”

김상철의 뒤에서 레이지가 나타나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런… 씨….”

투-욱.

죽었다.

김상철이 기습 한 번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야, 레이지… 너 방금 뭐 한 거냐?”

“뭐, 문제 있어?”

문제는 없었다.

적은 기습해서라도 죽인다는 게 칠죄신교의 룰이었으니까.

애초에 허덕륜은 기습을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허덕륜의 마음에 있었다.

“뭐한 거냐고 이 자식아….”

“그러니까, 뭘 말이야.”

레이지는 자신이 잘못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지금 상황에 레이지는 잘못한 게 없었다.

적이 등을 보이고 있길래 죽였을 뿐이었으니까.

“뭐 한 거냐고!!!”

허덕륜은 이 이후, 이 감정에 대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도 모르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마디를 배워도 스승은 스승.

“레이지!!!”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배움은커녕 조언조차 받아본 적 없던 허덕륜은 지금, 인생의 첫 스승을 잃어버렸다.

* * *

수 시간이 지나고 헌터들이 칠죄신교의 전사들을 제압한 뒤 캠프에 모여 사상자를 수습하고 있었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김상철 팀장님이 안 보이는데?”

“그러게. 그분이 이런 작전에서 다치실 분이 아니긴 한데…”그때, 헌터 캠프 앞으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경계!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캠프 입구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헌터가 소리쳤다.

“멈춰라! 이름과 소속을 대라!”

그는 누군가의 시체를 안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잠깐… 저거 김상철 팀장님이잖아!”

김상철 팀장의 시체를 안고 걸어오고 있던 사람은 바로 허덕륜이었다.

“저 자식이… 어, 강 대장님….”

그때, 캠프 안에서 강철운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무슨 소란이냐.”

“저 녀석이 김상철 팀장님을….”

어느 정도 가까이 오자 허덕륜은 무릎을 꿇고 김상철의 시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상의를 찢어 버렸다.

허덕륜의 왼쪽 가슴에는 칠죄신교의 전사임을 의미함과 동시에 칠죄종과의 연결 고리가 되어주는 보랏빛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여식 저놈이 김상철 팀장님을….”

“공격해라!”

“죽여 버려!”

헌터들은 그것을 보고 분노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곳에서 유일하게 강철운만이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멈춰라. 문신이 점멸하지 않는다. 녀석은 아직 사람을 죽인 적이 없는 거야.”강철운은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허덕륜을 바라보았다.

그때, 허덕륜은 김상철의 품에 있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슥. 스윽.

그리고 문신이 새겨진 왼쪽 가슴을 천천히 도려냈다.

허덕륜은 그 행동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나도 칠죄신교와 싸우겠다.”

허덕륜은 피와 함께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강철운뿐이었다.

그날따라 추적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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