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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98화 (298/379)

298화

콰아아!

“크윽…!”

태운의 에테르 블레이드와 열화로 둘러싸인 가웨인의 성검이 격돌하는 순간 주변의 사람들이 날아갈 정도의 충격파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가도도 그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으윽….”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열기와 강력한 충격파.

둘 중 더욱 위험한 것을 고르라면 금방이라도 몸이 녹아 버릴 것 같은 열기였다.

‘태운아 괜찮은 거냐…!’

그 충격의 중심부에 있는 태운이 걱정되었지만 가도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에테르와 신성력, 마나보다 큰 성능을 가진 두 가지 힘의 격돌이었으니까.

이미 가도가 손을 떠난 수준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가도도 그건 알고 있었다.

‘일단 살아야 한다.’

손 쓸 수 없는 상황에 괜히 해결해보겠다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으니까.

가도는 신체 재구성 스킬을 사용, 열과 충격에 강한 금속으로 온몸을 바꾸었다.

그리고 열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서 충격파에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겼다.

충격파만으로 수백 미터나 날아간 가도는 그 와중에도 태운이 이 공격을 버텨내고 살아남았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때, 태운은 말 그대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거의 모든 마나를 에테르를 생성하는 데 사용했고 온몸에 퍼져 티끌같이 남아 있던 마나를 끌어모아 성벽 갑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벽 갑주는 열화의 열기를 온전히 막아주지 못했다.

‘에테르를 만드는 건 어떻게든 성공했는데….’태운은 전대섭이 에테르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 에테르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에테르의 양은 한정되어 있었고 고작 에테르 블레이드를 생성하는 데 모두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격돌 직후 온몸이 찢겨나갈 것 같은 충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몸의 마나를 모두 끌어다 성벽 갑주까지 사용했다.

“제법이구나!”

가웨인은 태운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정말 생각을 바꿀 의향이 없는 거냐?”

자신과 같이 세상의 위기를 지킬 생각이 없냐는 것이다.

태운도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실에서도 할 일이 있는데 마정석 안에서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릴 수 없다.

“나도 내 일을 해야 해서 말이야!”

“그거 정말 유감이군.”

가웨인은 성검을 한번 회수했다가 다시 태운을 향해 휘둘렀다.

“미친….”

태운은 다시 한번 가웨인의 검을 막아냈다.

이번에도 엄청난 열기가 태운을 덮쳤다.

“크윽….”

충격파와 열기를 성벽 갑주가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었지만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했다.

성벽 갑주 너머로 느껴지는 열기만으로도 살이 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대로면 죽을 게 뻔해….’

지금은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서너 번 정도 더 격돌한다면 사지 중 하나가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 생각을 하는 사이에 가웨인이 한 번 더 태운을 공격했다.

가웨인의 공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태운은 오른팔의 힘줄이 끊어진 것을 느꼈다.

‘젠장… 어떻게든….’

태운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도박을 시작했다.

“난 미래에서 온 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가웨인은 순간 멈칫하며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헛소리 마라!”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가웨인은 다시 태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한 번의 공격을 더 막아내자 태운의 오른팔은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

그 탓에 가웨인의 검을 온전히 막아내지 못했고 열화에 의해 상반신의 절반이 불타 버렸다.

검까지 놓쳐 버린 상태에서 가웨인의 검이 움직였고 태운은 죽음을 직감했다.

‘피할 수도 없다.’

다리에 힘도 풀렸고 고통 때문에 정신도 아득하다.

지금 상황에서 가웨인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죽음을 각오한 순간, 태운의 눈앞에 한 가지 알림창이 떠올랐다.

[대량의 신성력에 노출되었습니다.]

[신성력의 영향으로 본체 ‘강태운’에게 있는 스킬 ‘열화’를 획득합니다.]

태운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열화.’

태운은 즉시 열화를 시전했다.

열화를 시전하면 열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것을 순간 떠올리고 열화를 얻은 즉시 사용한 것이다.

푸-욱!

가웨인의 검이 사선으로 태운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그대로 검이 지나간다면 태운의 몸은 반으로 갈라질 터였다.

하지만 가웨인의 검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무슨….”

태운이 왼손으로 검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던 것이다.

“흐읍!”

가웨인은 힘을 줘서 태운을 베어 버리려 했지만 태운은 더욱 강하게 검을 붙잡았다.

성검이 태운의 손바닥으로 파고들었다.

가웨인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열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열화는 사람을 바로 태워 버릴 정도의 열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태운은 열화의 열기에 타버리지 않고 검상만 입었다.

그리고 가웨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태운이 열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네놈이 어떻게 열화를….”

태운의 몸에서 열화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눈으로 본 것이다.

가웨인은 열화를 가이아 교단의 용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자 권능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강태운이 열화를 사용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말하지 않았나. 미래에서 온 너라고.”

“무슨….”

태운이 열화를 사용한 모습과 거짓말 덕분에 가웨인의 공격은 멈췄다.

“지금부터 20년 안에 아수라가 이 세상에 강림한다. 헤온 제국의 황제는 아수라가 분노할 것이 두려워 아수라와 맞서지 않았지.”태운도 모른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가웨인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였으니까.

“…그럴 리가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너도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황제가 얼마나 무능하고 멍청한지.”

“…….”

가웨인도 알고 있었다.

지금의 황제는 자신이 죽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주변에 있는 뛰어난 기사들을 전장에 내보내지 않은 겁쟁이였으니까.

태운도 그 사실을 대충 알고 그런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전 대륙에 있는 수십 개의 나라가 무너진 후, 아수라는 마지막으로 헤온 제국을 공격했고 헤온 제국의 황제는 그제야 손을 쓰기 시작했지. 하지만 수십 개의 나라를 멸망시키며 수천만, 수억의 사람을 죽인 아수라는 강림 당시보다 한층 더 강해져 있었고 헤온 제국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지.”“…그렇다면 그렇게 되기까지 넌… 아니, 난 뭘 한 거지?”“아수라와 계속해서 싸웠다. 아수라는 자기 자신을 분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 수만 개체로 분열해 이 세계 전체로 흩어진 아수라를 혼자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넌… 정말 나의 미래인 건가?”

아수라에게 스스로를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얼마 전에 교단에서 알려준 정보다.

정말 자신의 미래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정보다.

“사실 나도 잘은 모른다.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서 말이지.”완전히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태운은 이렇게 가웨인을 설득한 뒤 마정석 밖으로 나가면 그만이지만 가도와 잭, 라온, 레일로프에게는 아니었으니까.

나중에 자신의 말이 거짓임이 밝혀져도 가웨인이 변심하지 않을 정도의 거짓말만 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아수라에 의해 이 세상의 모두가 죽는다는 것과 나 또한 아수라와 싸워 겨우 이긴 후 홀로 남은 세상에서 외롭게 죽어간다는 것이다.”

“…….”

태운의 말에 가웨인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수라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갖추는 데에만 신경을 썼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수라를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무너졌다니.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선택을 해야지.”

“선택?”

“펜달 왕국과 헤온 제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거다.”

“펜달 왕국….”

가웨인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헤온 제국이 더욱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펜달 왕국에는 방금 나와 같이 싸웠던 가도 장군보다 더욱 강하고 젊은 기사들이 많다. 잭이라는 천재 마검사와 강한 의지와 뛰어난 검술을 지닌 레일로프라는 검사도 있고 마법의 창조자라고 알려진 벨자하보다도 뛰어난 천재성을 지닌 라온이라는 마법사도 있다.”“…하지만 그 정도만으로 헤온 제국을 버리기에는 너무….”“기사의 표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알레한드로라는 기사도 있으며 너보다도 어린 나이에 그 어떤 기사와 싸워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지닌 케일과 제빈이라는 아이들도 있다.”가웨인은 태운의 말을 경청했다.

펜달 왕국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로지 정당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왕위를 노리는 헬켄이라는 군주도 있다.”헬켄은 힘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고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챙기는 세상을 없애기 위해 왕위를 노리고 있다.

“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그 헬켄이라는 군주는 헤온 제국의 헬리온 2세보다 10배는 나을 거다.”

“…….”

가웨인이 고민하는 사이, 헤온 제국군의 후방에서 후퇴를 알리는 북이 울렸다.

“…조금 더 고민해보겠네. 나는 가이아 교단의 용사이기도 하지만 헤온 제국의 기사이기도 하니까.”“알겠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네.”가웨인은 뒤로 돌아서서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후퇴다!”

태운도 병사들을 공격하던 그림자 괴물들을 불러들였다.

그렇게 짧고 굵었던 전투가 끝났고 태운은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했다.

하지만 태운이 가웨인을 다시 만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운이 가웨인을 만난 것은 바로 다음 날 아침이었으니까.

* * *

헤온 제국 헬리온 2세의 알현실.

그곳에서 가웨인이 무릎을 꿇고 헬리온 2세에게 전투의 결과를 보고했다.

“죄송합니다. 적장의 목을 가져오려 했으나 적들의 저항이 너무 거셌기에….”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적장에게 큰 부상을 입혔고 3만 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가 1,000명을 잃고 적군 10,000명 정도를 사살했으니까.

오히려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잃고 어찌 살아 돌아올 수 있느냐!”하지만 헬리온 2세는 그런 전공을 세운 기사를 오히려 몰아세웠다.

“네놈이 가이아 교단의 용사라고 언제까지 봐줄 줄 알았느냐! 여봐라!”헬리온 2세가 소리치자 밖에서 수많은 병사들과 인테로, 포터스가 들어와 가웨인을 결박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 녀석의 무장을 해제하고 마나 억제복를 입힌 뒤 지하 감옥에 가두어라! 내일 아침 적국과의 협상할 때 사용하겠다.”

“그게 무슨….”

“시끄럽구나! 녀석의 입에 재갈을 물려라!”헬리온 2세는 그대로 뒤를 돌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인테로와 포터스는 가웨인을 끌고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그때, 인테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나대고 다니니 이렇게 되는 거다, 멍청한 놈아.”그제야 가웨인은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군…. 녀석이 말한 게 이런 거였나…. 헤온 제국의 윗물이 이렇게 썩어들어가고 있었다니….”그것을 깨달은 가웨인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이 되어 성 밖으로 끌려 나간 가웨인은 태운의 앞에 무릎 꿇렸다.

그리고 헬리온 2세는 성벽 위에서 소리쳤다.

“너희의 병사들을 수없이 학살한 우리의 기사 가웨인이다. 녀석을 내어줄 테니 이만 본국으로 돌아가 줬으면 좋겠군.”헬리온 2세는 아주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지금 헤온 제국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병사도, 높은 성벽도 아닌 바로 가웨인임을 간과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테로와 포터스의 짓이었다.

인테로와 포터스가 헬리온 2세에게 정신 장악 마법을 사용해 헬리온을 설득하고 세뇌한 것이다.

가웨인을 넘겨 헤온 제국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자신들은 가웨인을 생포한 공을 인정받아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허… 참….”

너무나도 뻔히 읽히는 수법에 태운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태운은 가웨인에게 천천히 다가가 말했다.

“어때? 지금도 헤온 제국의 기사로 남고 싶나?”가웨인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팔에 힘을 주어 구속을 풀어냈다.

“…그럴 리가 있겠나.”

가웨인은 구속을 풀고 마나 억제복을 찢으며 헤온 제국의 성벽 위에 있는 헬리온 2세와 인테로, 포터스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스킬을 시전했다.

“열화.”

악인에게는 정화의 불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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