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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60화 (260/379)

260화

* * *

“하오, 아직도 던전 출구가 약해지지 않았나?”태운과 모우데라투스가 싸우던 그 시각, 던전 출구로 간 헌터들은 태운의 말대로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던전의 출구가 약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해지지 않는군. 가설이 틀린 것 아닌가?”

“…그렇다면 큰일인데.”

만일 그렇다면 태운이 이 던전을 클리어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대로 태운이 던전을 클리어할 때까지 기다리다간 신들의 세상에 영향을 받아 모두가 죽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 태운의 상황을 모르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 * *

“시간이 많이 지났군. 더 물어볼 게 없으면 이제 슬슬 내 힘을 너에게 넘겨줄 때가 된 것 같군.”

“물어볼 것이 하나 정도 남아 있는데.”

“그게 뭐지?”

“칠죄종 각 개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까?”“칠죄종에 대한 자세한 정보라면 나도 모른다. 내가 칠죄종과 직접 싸웠던 게 아니니까.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네가 내 힘을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만족해 더욱 발전하지 못한다면 칠죄종은 절대 막지 못할 것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태운만큼 끝없이 노력하며 강해지는 것을 갈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럼 이제 슬슬 준비해볼까.”

“그런데 내가 네 힘을 전달받으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지?”“그건 나도 모른다. 배 이상 강해지는 극적인 성장을 이룰 수도 있고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효과가 드러날 테니까.”

“…알겠어.”

태운은 되도록 이 일이 바로 자신의 힘에 영향을 주었으면 했다.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면 그 효과를 볼 수 있다고는 했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몰랐으니까.

그 힘을 얻게 된 시점이 칠죄종이 깨어나 세상을 파괴한 직후라면?

그 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좀 많이 아플 거다. 자비의 신의 힘은 따스하다 못해 뜨겁다. 내 힘은 자비의 신에게서 비롯된 것, 비록 신과 멀어져 나 자신의 힘이 되었지만 그 특성은 남아 있다.”

“크윽…!”

모우데라투스가 손을 대자 태운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태운의 몸이 엄청나게 뜨거워졌다.

“참아내라. 그러지 않으면 내 힘을 온전히 전달받지 못한다.”“이깟 고통… 지금까지 수도 없이 겪어 봤어…!”마정석을 흡수할 때마다 느껴지던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 마정석 안에서 싸울 때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과 사지가 절단되는 고통.

태운은 수많은 고통을 겪어왔다.

고작 이 정도 고통에 무릎 꿇을 인물이 아니었다.

“잘 버티는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 아닌 것 같아.”모우데라투스는 태운에게 힘을 넘겨주며 천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그 상태로는 대답하기 힘들 테니 듣기만 해라.”

“…….”

“잠깐이지만 너와 싸우면서 인간의 한 가지 장점을 깨달은 것 같다.”모우데라투스는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해 준 태운에게 자신이 깨달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이 많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은 드워프보다 손재주가 좋지 못하고 엘프보다 약하고 단명하며 인어족보다 어리석고 마법에 능하지 못하다.”그것뿐이겠는가.

몬스터인 오크보다도 힘이 약하고 트롤에게 잡히면 사지가 뜯겨 나가는 나약한 종족이다.

한겨울에 밖에서 굶주린 늑대라도 만난다면 저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죽는 게 인간이다.

“난 지금까지 그런 종족이 어떻게 한 세계를 지배하고 사는지 알 수 없었다. 또 매번 그런 종족에서 영웅이 탄생한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었지. 방금까지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어.”모우데라투스는 인간을 가까이서 보고 직접 대화를 나누며 싸워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데… 너와 싸우다 보니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어리석은 인간이 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어리석다.

모우데라투스는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이기적이기에 이해관계로 한데 뭉칠 수 있었고 탐욕스럽기에 한계를 넘어 자신의 힘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며 어리석기 때문에 더욱더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그런 종족이었던 거다. 타고난 재능에 안주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다른 종족과 달리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발전해나가는 종족인 거다.”모우데라투스의 말에 고통 사이에서 태운은 시건방진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 고작 그것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

“……?”

“인간은 감정이라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는 종족이야.”

기쁨, 행복, 슬픔, 분노 등등

인간은 엄청나게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태운은 고통 속에서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야생동물과 맨손으로 싸우는 게 두려워 무기를 만들었고… 기쁨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겪었기에 그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겪었기에 그 감정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 나 스스로를 발전시킨다….”태운이 생각했을 때, 인간이 다양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강해지는 엘프

태어난 순간부터 엄청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는 드워프태어나자마자 물의 정령과 대화를 하며 마법에 대한 재능을 타고 나는 인어족.

그들이 가질 수 없는 나약함과 부족함은 인간이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모우데라투스는 태운의 말에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 마지막으로 내 의문을 풀어줘서 고맙다.”어느새 모우데라투스의 신체는 얼굴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고 슬슬 태운의 몸을 데우던 열기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 역할은 다했다. 이제 남은 건 내 힘을 네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걱정하지 마. 이 세상의 위험은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까. 나뿐만 아니라 강한 사람은 수두룩해.”“그거 다행이군. 이 세계는 다른 세계와 다르길 빌어보지.”스스슷….

모우데라투스는 그 말을 끝으로 한 줌 빛이 되어 사라졌다.

“이제 던전 출구가 열렸겠네.”

태운은 모우데라투스가 사라진 곳을 보며 잠깐 눈을 감았다.

그러곤 다시 몸을 돌려 던전 출구가 있는 곳으로 달라기 시작했다.

태운이 던전 출구로 돌아가는 길에는 적들이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트롤크의 왕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트롤크만 조금 나타났을 뿐 트롤크의 왕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트롤크…. 이번에는 크게 붙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태운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던전 출구로 달렸고 이틀 내내 달린 후에야 던전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 지긋지긋했다. 전대섭 선생님이 밖에 일은 다 처리하고 기다리고 계시겠지?”태운은 뻐근한 몸을 풀며 던전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강태운 헌터 나왔어!”

“강태운 헌터다!”

“강태운 헌터님! 안에서 무슨 일을 하신 건가요?”“이번 던전의 진짜 보스의 정체가 무엇이었죠?”태운이 던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었고 태운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태운은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태운은 그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앞에 있는 기자에게 물었다.

“칠죄신교의 서울 공격… 어떻게 되었죠?”

“예… 예? 아, 네 그게… 사망자는 1,200여 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그것보다 많지만 테러 규모에 비하면 그렇게 큰 피해는 아닙니다.”

“칠죄신교 측 피해는?”

“그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백 명의 전사들과 수십 명의 원로들이 죽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키메라라는 놈들도 수천 마리는 죽었구요.”태운은 머릿속에서 칠죄신교의 피해 규모를 대강 예상해보았다.

그리고 그 정도 피해 규모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곧 칠죄신교와 대대적인 전쟁을 벌일 겁니다.”그 순간,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일순간에 멈췄다.

“그리고 그때까지 저는 공식적인 활동을 멈출 생각입니다.”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강태운 헌터님!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뭔가요!”“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신 건가요!”“강태운 헌터님! 질문에 대답 부탁드립니다!”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태운은 무시했다.

대중들에게는 모우데라투스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데 지금 당장 대답을 하면 허점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건 나중에 기자 회견에서 말하겠습니다.”그리고 지금 자세한 것을 말해주면 관심이 분산된다.

지금은 ‘칠죄종과 대대적인 전쟁을 벌일 생각이며 그때까지 공식적인 활동을 멈출 생각이다’라는 사실에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야 한다.

“비상의 룬.”

태운은 비상의 룬을 사용해 하늘로 날아갔고 기자들은 그런 태운은 카메라로 찍으며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 * *

“너는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한 거야?”

“하하….”

태운은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일단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그런 태운의 옆에는 언제나 그랬듯 서혜연과 구찬영이 남아 있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창영우도 함께였다는 것이다.

창영우는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지금 인터넷보면 전부 네 얘기밖에 없어.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미국 러시아 등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전부.”

“내 의도대로 됐네.”

태평한 태운의 말에 찬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참…. 나는 네 생각을 아직도 모르겠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발이야. 칠죄신교를 향한 도발.”

“그래서 너에게 가는 이득이 있어?”

“많지. 어차피 칠죄신교는 이번에 큰 피해를 입고 속에서 열불이 끓는 상태일 거야. 그때 나 정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전쟁을 벌인다고 하면 불안해하면서도 더욱 화나겠지. 그럼 판단력이 흐려지고 앞으로 무슨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나를 의식하게 될 거야. 그것만으로도 내게 큰 이득이지.”쟝은 굉장히 이성적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속에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또 똑똑한 사람이기에 태운이 이렇게 전쟁을 선언한다면 무슨 계획을 실행해도 태운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네가 생각이 있다고 하면 나는 이견이 없어. 하지만….”“너희한테 상의하지 않고 말해서 미안해. 던전 밖에 나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거든.”

“그래, 이제야 제대로 사과하네.”

찬영은 태운의 말에 웃으며 반응해주었다.

그때, 찬영의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훈련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었다.

“다들 훈련 시간이잖아.”

“하… 던전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훈련 재개라니….”“너희 둘은 던전에서 나온 지 나흘이나 됐잖아. 빨리 훈련 복귀해. 나도 퇴원하자마자 바로 훈련 복귀할 거야.”“그래, 알았다. 너도 몸조리 잘하고 복귀해.”구찬영과 창영우, 서혜연이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태운은 확인하는 것을 미뤄두었던 모우데라투스의 힘을 떠올렸다.

“이번에 새로 얻은 힘… 뭘까?”

태운에게는 새로운 힘을 얻고 그것을 확인할 때만큼 설레는 순간이 없었다.

태운은 약간의 걱정과 설렘을 안고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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