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58화 (258/379)

258화

“우우욱!”

“우웨에엑!”

던전의 출구에 도달한 헌터들이 일제히 위장에 있던 것들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다들 왜 그래!”

“또 다른 이상 기후인가…?”

전에는 비교적 멀쩡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도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허덕륜은 태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신호를 보내지 않았는데 벌써 던전 외벽을 부순 건가…? 아니. 그건 아닐 거야.’태운은 자신이 던전 외벽을 열었을 때 헌터들에게 갈 피해를 계산하고 또 계산할 정도로 헌터들의 안위를 신경 썼다.

그런 태운이 신호를 보지도 않고 던전 외벽을 부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던전 외벽을 부숴 그것과 연결이 된 거라면… 고작 토하는 걸로는 끝나지 않았을 거야.’허덕륜은 생각을 멈추고 일단 태운이 부탁했던 일을 시작했다.

“심중현 헌터, 부탁하네.”

“사일런스 필드, 블라인드 필드.”

심중현이 허덕륜의 신호가 떨어지자 사일런스 필드와 블라인드 필드를 사용했다.

그러자 밖과 완전히 분리된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시각과 청각을 차단한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헌터들의 상태가 여전히 안 좋군. 사실 나도 상당히 어지럽거든.”“흠… 그래도 앞으로 더 나빠지는 일은 없을 거다.”“음… 나는 잘 모르는 이야기이니 당신과 강태운을 믿어보지.”허덕륜의 말대로였다.

상황이 단번에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건 던전 출구로 간 헌터들의 이야기였다.

모우데라투스와 싸우고 있는 태운은 오히려 더욱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다.

“후욱… 후욱….”

태운은 단 한 번의 정타도 허용하지 않았고 모우데라투스는 태운이 하는 공격을 그대로 맞아주었다.

정확히는 태운이 피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정확한 곳을 노려 피할 수 없었던 것이지만 말이다.

“벌써 지친 건가.”

“크윽….”

하지만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쪽은 정타를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은 강태운이었다.

“사실 좀 놀랐다. 필멸자의 몸으로 날 여기까지 상대했다는 것에.”

“후우….”

태운은 모르고 있었지만 필멸자와 단순히 필멸자에서 한 걸음 벗어난 불멸자와의 차이는 엄청났다.

태운은 고작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6~7년을 훈련했을 뿐이지만 불멸자는 자신의 힘을 수백, 수천 년 동안 끌어모을 수 있다.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역시 안 싸워본 놈은 뭘 모르네.”

태운이 돌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났다.

“싸움은 기회가 있을 때 끝내야지.”

태운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양의 에테르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 양은 모우데라투스도 놀랄 법한 수준이었다.

“같이 가자.”

“잠깐…!”

동귀어진을 각오한 듯한 태운의 모습에 모우데라투스는 깜짝 놀랐다.

“잠깐 기다려…!”

모우데라투스는 갑작스럽게 앞으로 뛰어나가 태운을 말리려 했고 그 순간 태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걸려들었다.”

태운은 자신의 몸에 저장할 수 있는 에테르와 돌검에 저장할 수 있는 에테르, 메테리얼로 만들어놓을 수 있는 에테르까지 전부 합친 후 몸에 흡수시켰고 그것을 팽창시켰다.

이대로라면 던전 자체가 부서질 수준의 폭발이 일어났을 것이고 태운은 물론 모우데라투스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자신의 가치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이 던전 안에서 죽거나 앞으로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입게 되면 대한민국과 인류는 큰 손실을 입는다.

태운의 죽음은 칠죄신교와의 전쟁을 앞당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그 전쟁이 더욱 힘들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태운이 이런 곳에서 동귀어진이라는 멍청한 수를 선택할 리가 없지 않은가.

기-이이잉!

태운은 온몸에 퍼져 있던 에테르를 검으로 몰아넣었다.

엄청난 양의 에테르에 의해 태운의 돌검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태운은 이것을 대비해 검을 땅에 박아두었던 것이다.

“무슨….”

그때까지만 해도 모우데라투스는 태운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크윽…!”

태운도 엄청난 양의 에테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틱….

순간, 돌검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태운은 직감했다.

지금까지 써왔던 돌검이 지금 공격을 마지막으로 부러질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줘라!’

태운은 정신을 똑바로 붙잡았다.

돌검은 내구도는 태운의 의지력에 비례한다.

태운의 의지가 꺾이지 않으면 돌검은 부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에테르가 인지를 벗어나는 힘이기에 태운의 의지가 꺾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돌검이 부러지는 것이다.

태운이 아무리 정신을 붙잡는다고 해도 이 파괴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이 일격이 완벽하게 모우데라투스에게 들어갈 때까지는 파괴되지 않도록 버틸 수는 있었다.

“제발 죽어!”

태운은 땅에 박힌 돌검을 뽑아 내며 위로 올려 베었다.

그 순간, 태운의 일격에 땅과 하늘이 반으로 갈라졌다.

“이런… 무식한 녀석…!”

하지만 모우데라투스는 죽지 않았다.

“죽일 기세로 휘둘렀는데….”

태운은 모우데라투스를 정확히 반으로 가를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지금 모우데라투스는 왼쪽 팔이 잘렸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하… 너는 과다출혈 같은 걸로는 안 죽냐….”“헛소리 하지 마라. 방금 네가 무슨 일을 벌일 뻔한 줄 아느냐!”“…에테르로는 던전 외벽을 부술 수 있지…. 그것 때문에 그런 건가.”“잘 알고 있구나. 네가 방금 칠죄종을 이 던전으로 끌어들일 뻔한 거다!”태운은 잘린 왼팔을 붙잡고 있는 모우데라투스의 말에 깜짝 놀랐다.

“뭐라고…?”

“말 그대로다! 지금 당장 이 세상이 칠죄종에게 먹힐 뻔했다는 거다!”칠죄종이라니?

태운의 머리가 갑자기 굳어 버렸다.

“하지만 던전 외벽 너머에는 칠죄종이 아니라 신들의 세상이 있었는데….”“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이 던전은 칠죄종에게 먹혀 버린 던전이다. 이곳에 라이칸이 왜 있었겠나. 나중에 자신들이 부활했을 때를 대비해 병력을 숨겨둔 거지.”

“그게 무슨….”

태운은 여전히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그래서 모우데라투스가 태운에게 말해주었다.

“신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좋아한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 생각이 신의 존재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니까. 그래서 인간을 죽이려는 악마들을 싫어하지. 그리고 너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악마는 칠죄종들만 있는 게 아니야.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마가 칠죄종일 뿐이지.”악마가 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태운도 알고 있었다.

이름 모를 영웅의 마정석에서 보았던 ‘아수라’도 한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해 선발된 악마였으니까.

“하지만 신과 악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들은 직접적인 관여를 할 수 없다는 것이고 악마는 직접 세상에 나와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 탓에 강력한 힘을 가진 신도 악마를 한 번에 단죄할 수 없는 거지.”

“하… 이제야 머리가 좀 굴러가는군.”

태운은 패닉 상태가 어느 정도 지나가자 조금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간이 스스로 악마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 던전을 만들었고 그중 일부를 악마가 점령해 전초기지로 쓰고 있다… 그거 아닌가?”

“맞다.”

태운은 지금까지 자신이 미친 듯이 해왔던 일들이 신들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장기 말처럼 움직였던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의욕을 잃어버릴 뻔했지만 다시 정신을 붙잡았다.

신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살았어도 움직인 것은 자신의 의지다.

의욕을 잃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막지 않았으면 이미 던전 외벽이 모두 부서져 이 던전으로 칠죄종이 넘어왔을 가능성이 생긴다. 높진 않지만 말이야.”

“…고맙다.”

이쯤 되자 모우데라투스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모우데라투스는 태운을 죽일 기회가 두세 번이나 있었음에도 죽이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은 태운에게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고 있지 않은가.

“너는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싶은 거지?”

의문은 또 다른 의문을 낳을 뿐이다.

최대한 빨리 해소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 태운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말하지 않았나. 신들의 세상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겠다고.”모우데라투스는 대화를 하며 잘린 팔을 지혈했다.

“나는 신들의 세상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자는 지금까지 단 두 명을 보았다. 아수라와 싸웠던 그 영웅과…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 노인. 둘의 공통점은 하나의 세상을 구했다는 거다. 세상을 구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말이야.”

“아수라와 싸웠던 영웅….”

태운은 아수라와 싸웠던 영웅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의 몸에 들어가 아수라와 싸워본 적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왜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

“말하지 않았나. 신들의 세상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단 두 명이었고 그들은 세상을 구했다고. 난 네가 칠죄종들을 상대로 이 세상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이게 추방당한 나의 역할이니까. 추방당한 나는 악마를 막을 법한 인물에게 내 힘을 넘겨주는 것으로 소멸한다. 그게 신의 분노를 산 존재의 속죄다.”태운은 그 말을 듣고 부러진 돌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 이해됐어. 그래서… 나는 자격이 있는 것 같아?”“처음에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했다만… 이젠 모르겠군. 어차피 내 판단에 납득하고 돌아갈 것 같지는 않군.”

“당연하지.”

“네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난 더 이상 너에게 신경 쓰지 않을 거다.”

“그래도 난 널 계속 공격할거다.”

“그럼 자넬 죽일 수밖에 없다. 악마를 막을 가망도 없는 녀석에게 죽어서 내 힘을 낭비할 생각은 없으니까.”

“상관없어.”

어차피 던전 밖으로 나가려면 모우데라투스를 죽여야만 한다.

그리고 태운은 자신이 인류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모우데라투스의 힘을 얻고 싶었다.

“방금 공격에서 네 가능성을 보았다. 지금부터는 더 유심히 보도록 하지.”태운은 아공간 벨트에서 마정석을 꺼내 흡수했다.

“잘됐네. 이제 좀 뭔가를 깨달은 것 같거든.”“부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군.”태운은 마나를 메테리얼로 만들고 고위력의 마법을 많이 시전했다.

태운은 마나에서 에테르를 추출할 수 없다.

경험을 더 쌓고 연습을 한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에테르를 마나에서 뽑아내는 게 가능하다면 마법을 사용해 에테르를 흡수하는 방식보다 더 많은 양의 에테르를 빠르게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은 지금 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전부 똑같으면 답이 안 나오지.’

펑!

태운의 공격을 모우데라투스는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소멸시켰다.

그래도 모우데라투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태운과 싸우며 한 번의 약한 공격 뒤, 제대로 된 공격이 온다는 것을 눈치챘으니까.

하지만 태운의 공격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퍼-억

“……!”

모우데라투스의 어깨가 위치한 공간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어깨가 뜯겨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