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246화 (246/379)

246화

“월령, 가세해!”

룬의 사용자, 장현수.

그는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불가능할 것 같은 버프를 걸 수 있는 사람이다.

장현수는 한국뿐만 아니라 이 세계 모든 국가에서 탐낼 인재였으며 명운 길드 측에서도 영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선봉장의 룬, 백독불침의 룬.”

장현수는 명운 아카데미에서 자신이 동아리장을 맡고 있는 월령의 동아리원들에게 룬을 걸어주었다.

그러자 월령의 멤버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키메라의 살을 깎아가기 시작했다.

“사, 살았다.”

현웅 길드의 길드원들은 명운 아카데미 학생들이 나타나자 긴장과 함께 다리가 풀려 버렸다.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어…”

현웅 길드의 길드장인 현우중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체력은 빠질 대로 빠져 버린 상태. 마지못해 정신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던 현우중의 앞에 아군이 나타나자 힘이 모두 풀려 버린 것이다.

“중소 길드 연합 2팀! 모두 독성 가스가 없는 곳으로 빠지세요!”장현수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백독불침의 룬을 사용했지만 백독불침의 룬은 마나 소모가 심한 마법 중 하나다.

더 이상 싸우지 못하는 현웅 길드의 사람들에게 계속 걸어주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아, 알겠다!”

현우중은 다리가 풀린 길드원들을 들쳐메고 독성 가스 밖으로 옮겼다.

그렇게 모든 길드원이 독성 가스의 밖으로 나왔고 장현수는 현웅 길드의 길드원에게 건 백독불침의 룬을 해제했다, 그리고 장현수는 남은 마나를 키메라와 싸우고 있는 헌터들에게 집중했다.

“와….”

현우중과 현웅 길드의 멤버들은 키메라를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감탄했다.

왜냐면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B급과 비슷한 힘을 가지고 뛰어난 조직력으로 키메라를 천천히 죽여 가고 있었으니까.

가장 놀라운 것은 무너진 건물 위에서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엄청난데…? 대형 길드 소속 헌터들인가? 저런 얼굴은 본 적이 없는데.”“형, 아까 월령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요. 그런 길드 들어봤어요?”

“아니, 못 들어봤…. 잠깐, 월령이라고?”

현우중은 모른다고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과거 방송으로 명운전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명운전에서 월령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맙소사… 그럼 저게 학생들이라고…?’

현우중은 경악했다.

명운 아카데미 익스퍼트 상위 1%의 학생들은 B급 헌터와 비교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상 이상이지 않은가.

수년간 합을 맞춰온 것처럼 서로의 움직임에 반응해 다음 행동을 선택했다.

“하… 하하….”

“형?”

현우중은 본인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괴물들이야.”

“네…?”

지금 키메라와 싸우고 있는 사람은 모두 월령의 원년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태운이 아카데미에 있었을 때만 해도 그들 중에는 익스퍼트 골드 A반은커녕 브론즈에서 실버로 올라오지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익스퍼트 B급에 올라왔다.

그들이 익스퍼트 B급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장현수가 작년에 룬을 걸고 훈련을 진행하면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알아낸 덕분이다.

성장 한계점이 크게 높아지진 않지만 성장을 빠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익스퍼트 B급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장현수의 룬 훈련법으로 강해진 그들은 장현수의 룬 버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버프의 효과를 잘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원래 약팀이었던 만큼 서로 간의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연계를 집중적으로 훈련했고, 덕분에 웬만한 프로도 흉내 내기 힘든 조직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그들은 개개인의 강한 힘과 뛰어난 조직력을 가진 훌륭한 팀이 되었다.

촤자자자작!

[키에엑….]

계속 공격당하던 키메라는 결국 힘이 빠져 천천히 재생력을 잃어갔다.

키메라가 체력이 다해 촉수도, 독성 가스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월령의 멤버 중 하나가 헌터복 옆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푸-욱!

그 후 칼로 키메라의 몸통을 깊숙이 찔러 틈을 만들고 그 틈 사이로 옆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을 집어넣었다.

그 물건은 폭발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광물로 마나에 의해 큰 충격을 받으면 큰 폭발을 일으키는 물건이다.

“전부 빠져!”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키메라에게서 멀리 떨어졌고 소리친 사람이 매직 미사일을 사용해 폭발석을 저격했다.

퍼-엉!

그러자 키메라의 몸 안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고 키메라의 몸이 완전히 산산이 조각났다.

재생력을 잃어버린 키메라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끝났네.”

월령 멤버들이 전투에 합류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고맙습니다.”

전투가 끝나자 현우중이 장현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죽음을 각오하고도 쓰러뜨릴 거라 장담할 수 없었던 적이었다.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고통 속에서 결국에는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었다.

그런 선택을 하긴 했지만 그들도 죽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아뇨.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었고…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그냥 두고 볼 만큼 무신경한 사람은 아니라서요.”장현수는 무심하게 대꾸하며 주변을 정리했다.

키메라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 조각 하나하나가 꾸물거리며 재생하려고 했으니까.

재생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뭔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불로 태워 재로 만들고 있었다.

“여긴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다른 곳을 지원하러 가주세요.”현우중은 뒤처리를 자처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예, 사실 저희는 많이 지쳐서 키메라를 잡으러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동료들의 시신도 수습해야 하기에….”“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죠. 얘들아! 정리 그만하고 가자!”장현수는 현우중에게 그 장소의 정리를 맡기고 빠르게 빠져나가 키메라들을 찾으러 다녔다.

“하….”

현우중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 주변에는 동료의 시신뿐만 아니라 키메라에 저항조차 하지 못한 서울 시민의 시신도 많았다.

‘내가 키메라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더라면….’아니면 머리가 더 좋아서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작전이 떠올릴 수 있었다면.

하다못해 조금 더 빨리 죽음을 결심하고 스스로를 버릴 수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젠장….’

주변의 처참한 시신들을 보며 현우중은 이를 갈았다.

앞으로 강해질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 같았다.

‘강해져서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지켜내고 싶어.’하지만 현우중은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강해진다고 해도 모든 것을 지킬 수는 없다는 것을.

현우중이 그것을 깨닫는 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 * *

A급 던전 안의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다.

바람 한점 없이 뜨거운 햇살이 헌터들의 살을 태웠고 헌터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헌터들이 각자 준비해온 물은 이미 다 소진된 상황.

이제는 마법사들이 물을 만들어 동료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후우… 미친….”

“스태미나 포션을 넉넉하게 챙겨와서 다행이야….”“근데 그것도 이런 던전일 줄 몰랐을 때나 넉넉한 거지…. 지금은 오히려 부족해.”이젠 슬슬 A급 헌터들도 지쳐 가기 시작했다.

“스태미나 포션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세요. 전투가 벌어지면 마시고 바로 전투에 돌입해야 합니다.”

“알겠다.”

“A급 던전 클리어하는 데 보통 2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리는 걸 생각해보면… 미래가 없어.”던전에 들어온 지 고작 1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헌터들은 이미 지쳐서 축 퍼져 버렸고 전투력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금까지 전진하다가 전투가 벌어지면 스태미나 포션을 마시고 전투를 하는 방식으로 3번의 전투를 넘겼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스태미나 포션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고 아무리 아낀다고 해도 3일이면 동이 나 버릴 것이다.

“미쳐 버리겠네….”

태운도 체력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했다.

트롤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태운도 이럴진대 다른 헌터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때,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또 뭐야….”

“돌겠네….”

“이런 던전 들어오는 게 아니었는데….”

헌터들은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고 이번에는 어떤 지옥 같은 환경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한숨만 내뱉었다.

전투 자체는 다른 A급 던전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굉장히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게 아니라 상대할 만한 몬스터가 나왔으니까.

그 수가 많아 굉장히 까다롭긴 했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환경이었다.

수없이 변화하는 이 지옥 같은 환경에 체력을 빼앗기다 보니 평소보다 전투력이 크게 떨어졌다.

헌터들이 이런 변화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뭐지…?”

방금까지만 해도 지옥 같았던 더위에 스트레스를 받던 헌터들을 시원한 바람이 감싸기 시작했다.

너무 춥지도, 강하지도 않은 시원한 바람이 헌터들의 뜨거운 몸을 식혀주고 있었다.

“아….”

“흐아….”

그러자 헌터들은 본인도 모르게 몸에 긴장과 힘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본 허덕륜은 크게 소리쳤다.

“긴장해라!”

던전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경계해야 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지만 힘든 몸을 위로해주는 듯한 바람에 경계를 풀고 말았다.

“경계!”

“다들 주변에 이상한 것이 없는지 확인해라!”허덕륜의 말에 헌터들을 그 사실을 상기하고 모두 경계심을 되찾았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하고 5분이 지났다.

하지만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시원한 바람에 헌터들의 마음만 풀어졌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지금이 기회입니다. 헌터들을 쉬게 해야 합니다.”“음… 알겠다. 모두 경계를 풀고 쉬기 좋은 장소를 물색한다.”허덕륜은 고민 끝에 휴식을 선택했다.

이런 쉬기 좋은 환경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몰랐으니까.

“휴식이다!”

“와… 드디어….”

“진짜 이러다 싸우다 죽는 게 아니라 지쳐서 죽는 줄 알았다….”“그러니까…. 이런 환경도 있었구나. 하긴 그런 지옥 같은 환경만 있었다면 아까 그 트롤들도 못 살아남았겠지.”태운도 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기후였으니까.

실제로 힐러 계열 헌터 한 명이 행군을 하다가 기절하기도 했었다.

“일단 다들 쉬고 다시 기후가 바뀌면 움직이기 시작한다.”헌터들은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텐트를 설치한 후 헌터들은 바로 그곳에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잠이 들었다.

딱딱한 바닥에 침낭을 하나 놓고 잔 것뿐이었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던 헌터들에게는 편안한 침대와 같았다.

그건 A급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A급 헌터들과 길드장들은 한데 모여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위해 같은 텐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기후가 하루에 한 번씩만이라도 찾아와준다면… 던전 공략이 한결 수월해지겠어.”

“하지만 이 기후도 경계해야 할 겁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니 마음도 평안해지더군.”A급 헌터들과 길드장들도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가장 큰 사건은 항상 이럴 때 터지는 법.

“큰일입니다! 입구 쪽에서 거대한 수인족

몬스터가 떼거리로….”

“뭐라고…?”

지금 들어온 이 A급 던전은 절대 침입자를 가만히 두지 않는 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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