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대, 대장!”
순식간에 목이 달아난 자신들의 대장을 본 도적들은 굉장히 당황했다.
“도, 도망가야 합니다! 저, 저놈은 위험합니다!”과거 레일로프에게 쓴맛을 본 도적들이 도망가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운은 그들만큼은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자들의 힘을 빌리고 뒤에 숨어 있다.
그 꼴을 보자니 너무나도 역겨웠다.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습격을 막고 있는데 정작 그 일을 일으킨 장본인은 뒤에 숨어 비웃고만 있었다니.
태운은 레일로프의 기억 속,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약 2주 전, 이 마을에 들어왔던 그 도적놈들, 14명이 있을 거다. 그들만 넘겨주면 너희들은 살려 보내주마.”
“뭐라는 거야!”
“학습 능력이 없군.”
촤-악!
태운은 소리를 지른 도적의 목을 베었다.
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데리고 와.”
그들의 수준에서는 방금 태운의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레일로프의 힘 자체는 이 정도가 아니었지만 태운의 마법이 더해지니 이 세상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뭐, 지금 시점의 레일로프는 나에게 마법을 배우지도 않았으니 이 정도면 잘 성장한 거지.’검을 휘두를 때 자연스럽게 마나를 운용하고 있었고 검술 실력은 대륙 최고 수준이었다.
용병이 된 후 온갖 상황에서의 싸움을 겪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경험까지 얻었다.
레일로프는 가도의 부하였을 때부터 자질은 남달랐다.
태운에게 마법을 배웠을 때는 대륙 내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최고의 기사가 되었다.
태운은 지금의 레일로프에게 제대로 된 스승이 없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선택해.”
태운은 도적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다 뒈질 건지 그놈들만 내놓고 갈 건지. 정해.”
“…….”
도적들은 태운과 자신들의 힘 차이를 실감했다.
이기기 위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와 싸우는 순간, 모두 죽는다.
“저놈들 잡아!”
“뭐, 뭐?”
부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이 명령하자 도적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최근에 들어온 14명! 다 잡아!”
“이거 놔!”
“너희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
“이렇게 된 거… 칼 들어! 도망이라도 친다!”그렇게 도적들끼리 전투가 벌어졌다.
“창고에 가서 밧줄을 가져오게.”
“네, 넵!”
케일은 창고로 달려가 밧줄들을 가져왔다.
케일이 밧줄을 가져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였다.
14명의 도적들은 반쯤 죽은 상태로 태운의 앞에 엎드려 있었다.
“묶어.”
“네!”
케일과 마을 청년들은 그들을 밧줄로 속박했다.
“이제 돌아가 봐라. 다시 내 눈에 보이면 너희는 그날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그들은 태운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그대로 뒤로 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다들 수고했네.”
태운은 마을 청년들에게 말해주고 하나의 밧줄로 묶여 있는 도적들을 끌고 마을 밖으로 걸어갔다.
“곧 돌아올 테니 기다리지 말고 쉬게나.”
태운은 마을이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곳까지 걸어가 도적들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라.”
“끄으으….”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체인 라이트닝.”
태운은 체인 라이트닝을 굉장히 약하게 시전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테이저건을 맞은 것처럼 발작했다.
“흐억… 흐어억….”
“거봐. 일어날 수 있잖아.”
태운은 약간의 고문으로 일어난 그들을 보고 말했다.
“어떻게 죽고 싶지?”
“살려주십쇼, 나리! 저는 기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되었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앞으로 착하게 살겠습니다!”도적 중 하나가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음… 그래? 일단 넌 옆에 열외.”
태운은 자신의 사연을 말한 도적을 옆으로 열외시켜 두었다.
그것을 본 도적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 저는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탐관오리 탓에 소작농하던 땅을 잃고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두 명의 도적들은 빌지는 못하겠는지 가만히 입을 닫고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흠… 그렇군. 사연이 있는 자는 모두 옆으로 열외하라.”
“가, 감사합니다!”
태운은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바라보고 있던 도적 둘의 목을 잘라 단번에 목숨을 끊어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남은 12명의 도적들에게 다가갔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나리. 앞으로는 절대 도적질 따위는….”푸-욱.
“끄아아아악!”
태운은 가장 먼저 자신의 사연을 말했던 도적의 허벅지에 칼을 깊숙이 박아넣었다.
“내가 거짓말을 못 알아차릴 줄 알았나?”
그들이 혼신의 연기를 펼쳐 봤자 태운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다들 연기는 잘하더군. 차라리 무대에 서지 그랬나?”
“무, 무슨 소리십니까….”
뿌드득.
“끄아아악!”
태운은 허벅지에 박혀 있는 검을 비틀어 그의 뼈를 부러뜨렸다.
“흐어억… 끄아아악!!!”
“지금까지 네가 내뱉은 말 중에 진실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말일 뿐이지.”태운은 애초에 그들의 말이 진실이었다고 해도 그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을 살려주는 행위는 힘든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행위였다.
게다가 거짓말이라니.
태운은 그들이 하는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들을 절대 곱게 죽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배리어 트라이던트.”
태운은 검을 뽑아내고 배리어로 삼지창을 만들어 검이 박혀 있던 허벅지에 다시 꽂아 넣었다.
“끄아아아악!!!”
“너희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가 쇼크로 죽을 거다. 그건 내가 장담하마.”그렇게 태운의 잔인한 처형식이 시작되었다.
* * *
“후우… 후우….”
“저런 미친놈이 다 있냐….”
“그런 괴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그놈들이 기다리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어….”
“후우….”
살아남은 도적들은 자신들의 산채로 부리나케 도망쳐왔다.
“대장이 그렇게 죽을 줄이야….”
“괴물…. 사람이 그렇게 강할 수 있는 거야?”
“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았어….”
도적들은 자신들의 산채에 도착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부두목이었던 도적이 말했다.
“하여간 겁쟁이들… 이제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이다. 그만 이야기해라.”“혹시… 산채를 버리고 떠날 생각이십니까?”“아니지…. 이대로 도망치면 우리 체면이 어떻게 되겠나?”부두목은 사악하게 웃었다.
“레일로프라 했나? 그놈이 떠나길 기다린다.”
“예…? 오늘도 그랬다가….”
“멍청한 놈! 이번에는 녀석이 떠나고 30분이 지났을 때 급하게 습격하지 않았냐!”
“그, 그럼….”
“그놈이 떠나고 3일이 지난 후에 다시 습격한다. 그러면 녀석이 돌아오기 전에 우리는 그 마을을 털고 산채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오오… 똑똑하십니다!”
“이 정도 머리는 되어야 부두목 하는 거….”
“뭐가 똑똑하다는 거냐? 멍청한 놈들.”
누군가가 부두목의 말에 딴지를 걸자 부두목은 뒤를 돌아보며 역정을 냈다.
“뭐? 이 새끼가 누구한테….”
푸-욱.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두목의 가슴은 칼에 꿰뚫렸다.
“레, 레일로프… 네가 어떻게….”
“흔적을 그렇게 많이 남겨놓고 어떻게 따라왔냐니.”그는 바로 처형식을 끝내고 달려온 태운이었다.
“괴, 괴물….”
“내가 말했지? 다시 나를 보는 순간 너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고.”
“이 비겁한….”
“누가 누구한테 비겁하다고 하는 건지….”
태운은 녀석의 등에 꽂은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반으로 갈라져 죽었고 그 모습을 본 도적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프로텍트 돔.”
하지만 태운은 단 한 명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태운은 도적의 산채 전체를 프로텍트 돔으로 둘러싸 버렸다.
퉁!
“마, 막혀 있어…!”
“이게 뭐야!”
그들은 산채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투명한 벽에 가로막혔다.
터벅터벅.
그들은 태운이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힘 빼. 아프다?”
태운은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날 밤, 산채 안에서 살아나온 것은 레일로프, 단 한 명뿐이었다.
* * *
[‘레일로프의 후회: 1차 목표, 그날 밤의 후회’를 완수하셨습니다.]
태운이 도적들을 모두 죽이고 산채를 떠나는 순간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1차 목표…?”
임무가 갱신되거나 바뀐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1차 목표라고 표기되었던 적은 없었다.
‘첫 임무를 내어줬을 때부터 계획을 세워놨던 건가? 아닌데… 레일로프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럴 리가 없는데.’레일로프는 평소에는 굉장히 차분하고 신중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으니까.
실제로 태운이 과거 마정석을 흡수할 때 레일로프에게 벨 공국이라는 국가에 속국화를 목적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 감옥에 갇히자 그대로 빠져나와 벨 공국을 다스리고 있는 공작의 면전으로 쳐들어가 실력 행사를 했다.
‘생각해 보면 옛날부터 앞만 보고 달리는 놈이었네.’태운이 과거 레일로프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 있을 때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레일로프의 후회: 2차 목표, 그 아이’를 시작합니다.]
[약 60일 뒤, 마을 청년 케일은 한 기사에게 그 자질을 인정받아 종자가 되어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기사는 곧 영지전에 선봉장으로 차출되어 전쟁에 나가게 되고 그 전쟁에서 케일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안타깝긴 하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안타까운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자질이 뛰어난 청년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레일로프의 한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레일로프는 수년간 전장을 누비며 형제처럼 지내던 병사들을 수없이 잃어왔다.
그런데 그 병사들을 잃은 것도 아닌 한 마을의 청년이 죽은 것이 한이라니.
태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태운은 레일로프의 입장에서 레일로프에게 케일이 특별한 이유를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물론, 계속 생각해봐도 레일로프에게 케일이 특별한 이유는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뭐… 나야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긴 하지만….”부하들의 한을 풀어달라는 가도의 부탁 때문인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태운은 할 일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고 기다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발견했다.
“기다리지 말고 쉬고 있으라니까 왜 이러고 있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크게 소리쳤다.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전에 마을을 위해 희생한 청년을 위해 기도하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워준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해주세요. 전투가 길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싸워본 만큼 많이 긴장해서 몸 상태가 안 좋을 겁니다.”
“…….”
태운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묵고 있던 방으로 걸어갔다.
무뚝뚝한 레일로프의 성격상 이런 상황에 이렇게 반응했을 것 같았다.
레일로프와의 동기화율 덕분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았다.
그때, 태운의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레일로프 님! 저에게 검을 가르쳐주세요!”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케일이었고 태운의 머릿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서 레일로프에게 케일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