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88화 (188/379)

188화

“하…. 미치겠구만….”

“이번 녀석한테도 별 소득이 없었나?”

“네, 그렇습니다.”

“참….”

수사를 시작한 지 벌써 1달이 넘었다.

하지만 수사가 크게 진행되지 않았고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그건 태운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의 구조는 대충 알겠는데… 우두머리의 정보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알 수 없는 게 우두머리의 정체뿐이라면 다행이다.

판매책과 그 직속상관들만 잡고 다녀서는 공장의 위치도 알 수 없었다.

“지금 위에서도 빨리 잡으라고 난리 치고 있다는데….”“마약으로 힘을 기른 범죄자들이 테러를 벌이고 있으니까 위에서도 똥줄 타는 거겠지.”“언론 보도 막는 것도 이제 한계일 테니…. 그쪽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우리 빡세게 굴리는 거 말고는 없잖아요.”설상가상으로 마약 판매 조직이 온라인상의 판로도 개척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정보가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아이피 주소는 외국에 잡혀있어서 잡기 곤란해….’이래서야 조용히 수사를 진행해 녀석들을 일망타진하겠다는 계획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보한 ‘변이체’들 있잖아? 과수대에 넣어봤는데 인간의 DNA 조직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하더라고. 늦게 변이한 변이체일수록 점점 인간보다 오히려 몬스터에 가까운 인체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네.”“그럼 마약도 점점 발전시키고 있다는 거야? 아니지…. 부작용을 강화시키고 있는 건가…? 굳이 그러는 이유가 있는 건가?”“정말 세상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싶은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만든 거 아닐까?”

“설마….”

휴식을 취하고 있는 형사와 헌터들이 무서운 상상을 하고 있을 때, 파견을 나갔던 강인철이 급하게 방으로 들어왔다.

“녀석들의 꼬리를 잡았다.”

“네?”

강인철은 들어오자마자 두서없이 그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든 좋으니 제발 놈들을 잡을 수 있는 힌트를 가지고 오기를 바랐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녀석들이 일본에 능력 강화 마약을 수출하고 싶어하는 것 같더군.”

“그럼….”

“일본에 공조 수사를 요청해서 녀석들을 잡으면 어떻게든 녀석들의 핵심 인물 중 하나는 잡을 수 있을 거다.”강인철이 가져온 정보는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하지만 그가 말한 대로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

“타국으로 가는 첫 거래에 말단 판매책만 보낼 리는 없겠지만… 우두머리나 마약 공장의 위치를 알 법한 사람이 가긴 할까요?”“사실 그것 때문에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한 거다. 단순히 일반 거래 현장을 덮치는 것보다 확률이 높을 뿐,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음… 일본이라….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태운은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확실히 떠오르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일본으로 거래를 하러 오게 할 방법이 있을까…. 많은 돈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그런 사람 중에 태운이 그런 일을 부탁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람은 없었다.

‘전대섭 선생님이라면 부탁을 들어주시겠지만 전대섭 선생님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녀석들도 의심을 하겠지. 함정임을 알아채고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어.’전대섭은 과거 데블스 에이지를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쉽다고 마약에 손을 대겠는가.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라면 분명히 함정인 것을 눈치챌 것이다.

‘음…. 일본에서 나름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런 사람과 친하지 않…. 잠깐만…. 친하지 않아도 그런 일을 시킬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그 순간, 태운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일본에서 굉장히 높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청렴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뒷세계에서는 그의 실체를 알 만한 사람…. 그런 사람이 하나 있다.’그를 활용하는 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 일, 저한테 한번 맡겨보시는 거 어떤가요?”

“그 일이라면…?”

“그 조직의 우두머리를 일본 거래 현장으로 끌고 오겠습니다.”

“가능하겠나?”

“네, 믿어만 주세요.”

태운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일본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리고 일본 헌터 협회 소속 헌터 중 한 명의 위치를 수소문했다.

그의 위치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일본에서 가장 강하다고 인정받고 있으며 가장 인기가 좋은 헌터였으니까.

‘카츠…. 이 세상에서는 네가 도움이 되기도 하겠네….’그건 바로 일본 헌터 협회를 자신의 손으로 주무르며 헌터들을 죽이고 힘을 빼앗던 악질 중의 악질A급 헌터 ‘카츠’였다.

* * *

“크크큭….”

“카츠 헌터님…?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수많은 사체 속에서 광기에 물든 채 웃고 있는 헌터 한 명이 있었다.

그는 12인의 C급 헌터로 구성된 던전 공략대에 끼어든 A급 헌터, 카츠였다.

“카츠 헌터님이 참여하신다길래 저희 힘으로는 부족한 B-급 던전에 들어온 건데… 갑자기 이러시면…. 저희가 뭔가 크게 잘못한 게 있다면….”

“크큭…. 멍청하긴….”

눈앞에서 자신의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C급 헌터는 카츠에 대한 이미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10번의 선행도 한 번의 악행에 지워진다지만 1,000번, 10,000번의 선행은 한 번의 악행으로는 지워지지 않는다.

“난 이럴 때가 너무 좋아…. 행복하다고…!”

“헌터님…?”

C급 헌터는 그제야 자신이 알고 있던 카츠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

“어딜…?”

하지만 카츠에게는 도망가는 그를 가만히 둘 생각이 없었다.

촤악!

카츠는 C급 헌터의 다리를 잘라 버렸다.

“끄아아아악!!!”

“크흐흐흣…!”

“제발… 살려… 살려주세요…! 제 전 재산을 드릴 테니까 제발…!”“네 전 재산을 다 합쳐도 내 시계값도 안 나올 텐데?”

“그럼 제 모든 걸 드릴 테니….”

“네 아내는 어때? 네 딸도 괜찮고.”

“네…?”

카츠는 C급 헌터의 다리를 하나 더 자르며 말했다.

“끄아아아악!!!”

“내가 네 혀와 팔다리를 모두 자르고 살려주마. 대신 네 아내와 네 딸은 내가….”“그냥 죽여! 그 더러운 입 놀리지 말고 죽이란 말이다!”그 말을 들은 카츠는 씨익 웃었다.

“생각보다 인심이 좋구나. 살려주지 않아도 된다니…. 널 편하게 보내주고 네 아내와 딸은 내가 잘 가지고 놀아….”

“이 개자…!”

“넌 내 생각보다 쓰레기였구나.”

퍼억!

태운은 더러운 입을 놀리는 카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주었다.

태운의 주먹에 맞은 카츠는 몇 미터나 날아가며 바닥을 뒹굴었다.

“팩 인 힐링 포스.”

태운은 C급 헌터의 잘린 다리를 잘 맞춰 회복시켜주었다.

“앞으로 헌터 일은 하지 못하겠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곳으로 오면서 만난 몬스터들을 죄다 처리해두었으니 던전 밖으로 도망치면 살 수 있을 겁니다.”상태창상에서는 언어 통달을 잃기는 했지만 가장 많이 사용했던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등 12개국어 정도는 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구사할 수 있었다.

발음이나 악센트는 조금 어눌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가… 감사합니다!”

“빨리 가세요. 녀석은 제가 막겠습니다.”

“저 헌터… 카츠 헌터입니다. 방금은 운이 좋게 한 방 먹이신 것 같지만….”C급 헌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츠의 주먹이 태운에게 날아들었다.

쾅! 퍽!

태운은 침착하게 카츠의 공격을 막아내고 다시 주먹을 내질러 카츠를 멀리 날려 보냈다.

“뭐라고 하셨죠?”

“어… 음…. 감사합니다!”

C급 헌터는 태운의 강함을 직접 눈으로 보고 안심한 후 던전 입구로 달려갔다.

“어딜 가! 이 밥버러지 새끼야!!!”

카츠의 주변에서 빨간 점이 무수히 떠올랐다.

“블러드 블리자드!”

표표표표표푝!

붉은 점에서 마치 레이저가 쏘아지듯 태운과 C급 헌터에게 날아갔다.

‘위력은 높지 않지만 피하는 게 불가능한 속도와 양이군…. 화폭과 비슷한 스킬이야.’화폭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긴 했지만 그 수준은 훨씬 높았다.

속도와 양도 우월했고 위력이 높지 않다고는 해도 결코 약한 건 아니었다.

태운은 그 마법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아니, 카츠를 처음 본 순간 이미 조치를 취해놓았다.

터터터텅!

C급 헌터의 몸에 카츠의 붉은 투사체가 닿는 순간 모두 튕겨 나왔다.

태운이 미리 그의 몸에 하이 솔리드 아머를 씌워둔 것이다.

“앙? 이게 뭐야?”

“뭐긴 뭐야. 방어 마법이지.”

쾅!

태운은 어이없어하는 카츠의 측면으로 순식간에 다가가 안면에 주먹을 질러 넣었다.

카츠도 이번에는 반응해 태운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나마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칫…. 넌 뭐야?”

“난 한국의 헌터 아카데미인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마스터 등급 생도인 강태운이다.”

“뭔 자기소개가 그리 길어?”

태운은 나름 부탁을 하러 온 입장에서의 최선의 예의를 지켜 보였다.

이미 얼굴에 주먹을 몇 번이나 날린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말이다.

“쯧… 조센징이었다니…. 한국 같은 국가의 생도 따위한테 공격을 허용하다니…. 은퇴라도 해야겠네.”“그냥 쓰레기인 것도 모자라 그쪽 성향도 가지고 있었나 보네? 어휴…. 너 같은 놈한테 대화를 요청한 내가 바보였다.”“풉…. 무슨 말을 그렇게 어눌하게 해? 일본어 진짜 못하네. 저능아 같아.”

“그러게 말이다.”

태운은 그 자리에서 오버 부스트를 사용하고 움직였다.

“무슨….”

카츠가 눈을 깜빡인 순간에 움직였고 그 짧은 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졌으니 카츠의 입장에서는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일 것이다.

빠악!

“크억!”

태운은 카츠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수치심이 상당할 것이다.

“이 조센징 자식이!!!”

“조센징이고 나발이고 죽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거다.”태운의 말이 뒤에서 들리자 카츠는 급하게 뒤를 돌아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곳에 태운은 없었다.

뿌-득!

“크아악!!!”

태운은 카츠의 오른 다리의 무릎을 옆에서 발로 밀어 차버렸고 카츠의 무릎은 인체 구조상 움직일 수 없는 각도로 꺾여 버렸다.

퍼억!

태운은 무릎을 꿇은 카츠를 한 번 걷어차 주었고 카츠는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크윽….”

‘현실에서 붙었을 때보다 약한데…? 칠죄신교와 계약을 하지 않아서 힘이 더 약해진 건가…?’현실에서 붙었을 때보다 사람을 적게 죽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그런 건 상관없고.”

태운은 오버 부스트로 생긴 약간의 근육통을 회복하며 벽에 처박힌 카츠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사, 살려 주세….”

압도적인 강함에 순식간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 치졸한 악역의 최후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널 쓰고 싶은 곳이 있다. 내 말대로만 하면 죽이지는 않으마.”이제 미끼는 마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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