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79화 (179/379)

179화

“네…?”

태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왜 그래?”

마스터 등급 학생들도 태운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들어놓고 왜 그러느냐는 반응이었다.

“칠죄신교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는데….”“칠죄종이 봉인 당하면서 칠죄신교에 가담한 사람들은 전부 죽었잖아.”

“아… 예 그랬죠…. 꿈을 꿨나 봅니다.”

태운은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몇몇 의문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이곳에 와서 첫 번째로 생겼던 의문은 전대섭 선생님이 현실에서와는 달리 아버지에 대해 잘 알려주셨다는 거다.’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대섭 선생님은 칠죄종 중 한 명인 레비아탄의 저주에 의해 강철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다고 한다.

전대섭뿐만 아니라 강철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에 대해 왜곡된 사실만을 입에 담을 수 있었고 강철운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의지만 보여도 저주에 의해 입을 열 수 없게 되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한 가지 가설이 있어.’

칠죄종의 저주를 유지하기 위해서 칠죄신교의 대원로들이 무슨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칠죄신교가 없는 이 세계관에서는 저주가 몇 년간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저주가 풀렸다는 것이다.

‘다음 의문은… 이거지. 라일렌의 갑작스러운 실력 향상.’이 세계에서는 갑자기 실력이 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태운의 입장에서는 라일렌의 실력이 갑자기 향상된 것처럼 보였다.

태운은 라일렌을 봤을 때 놀랐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라일렌이 관심 종자라는 특성을 얻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명성을 쌓았을 때 마침 칠죄신교의 전사들이 전 세계적인 테러를 일으키기 시작했지.’칠죄신교가 없는 이 세계에서 원래는 그들에게 갔을 관심의 대부분이 라일렌에게 갔고, 그 때문에 라일렌의 힘이 상당히 강해진 것이다.

그로 인해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마스터 등급으로 스카웃을 받았고 이런저런 임무를 다니면서 실전 경험까지 길러 실력도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칠죄신교 하나 없어졌다고 이렇게 일이 잘 풀리다니….’역시 만악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는 집단이다.

지금 태운이 이 마정석을 흡수하며 급하게 힘을 기르고 있는 것도 칠죄신교가 일으킨 기간트 에이지 때문이지 않은가.

‘그나저나 여기서 제대로 된 능력을 얻어야 드래이그 고흐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1차 작전 때보다 상황은 훨씬 좋아지긴 했다.

거대 몬스터들은 전부 처리했고 B팀에 속해있던 A급 헌터들도 드래이그 고흐의 공략에 합류할 테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셀 헌터님과 허덕륜 선생님의 합류. 게다가 나도 아주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은 아니야.’태운이 개량한 하이 부스트를 잘만 사용하면 원래 드래이그 고흐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던 사람도 녀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예 다른 마법이 된 것처럼 확 변한 건 아니지만 마나의 효율도 좋아졌고 강화 한계치도 늘었어. 이 정도면 A급 헌터 20명 정도한테 강화를 걸어줘도 마나가 모자라지는 않겠어.’전대섭 선생님에게 말해 마정석도 많이 챙겨왔다.

드래이그 고흐와 싸우면 전처럼 마냥 끌려다니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드래이그 고흐를 죽이기 위해서는 퍼즐 한 조각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난 그 조각을 찾기 위해 마정석을 흡수하고 있는 거야.’그 조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태운의 직감이 강렬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퍼즐 조각은 바로 지금 흡수하고 있는 이 마정석 안에서만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태운아?”

라일렌이 멍때리고 있는 태운에게 말을 걸었다.

“아, 응.”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불러도 반응을 안 하냐.”“아, 미안. 내가 생각에 잠기면 다른 말이 귀에 안 들어와서 말이야.”

“아하, 회로가 하나뿐이구나?”

“회로…?”

“그냥 하는 말이야.”

라일렌은 태운의 등짝을 때리며 말했다.

“일단은 네가 1승, 내가 1패다.”

“응?”

“여기서 끝낼 생각은 아니겠지?”

라일렌은 원래보다 성격이 조금 어두워진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성격도 충분히 밝은 편이었지만 원래는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밝았으니까.

많은 임무를 다니면서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고 텐션이 조금 정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색하지는 않아.’

라일렌과 매일 같이 훈련하던 날만 3달이 넘었다.

그 기간 중에 언더독의 멤버들과 굉장히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거의 10년은 알고 지낸 친구가 된 것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

두 달 정도는 가족인 윤아보다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친해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조금 달라지긴 했어도 라일렌은 라일렌이네.’태운은 아주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지금 당장 한 번 더 하든가.”

라일렌도 태운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콜”

그렇게 태운과 라일렌은 8번이나 더 대련을 했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 * *

“마스터 등급 교사에서 밥 먹는 건 처음인데…. 와… 진짜 장난 아니네.”태운은 점심시간이 되어 마스터 교사의 급식을 받아들더니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무슨 급식으로 랍스터가 나와…?’

밥으로는 리조또가 나왔는데 죽처럼 다 풀어지지 않고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 있는, 전문점에서나 나올 것 같은 퀄리티의 음식이었다.

“게다가 학생들마다 다 메뉴가 다른데?”

다른 사람의 식판을 봤더니 스테이크와 필라프가 있기도 했고 고기가 없이 채소로만 구성되어 있는 식판도 있었다.

벌크업을 하는지 닭가슴살과 고구마, 계란만 가득 쌓여 있는 식판을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아, 마스터 등급 식단은 특이해. 기본 식단은 있지만 학생의 요구는 거의 다 들어주거든. 뭐… 엄청 기름지고 몸에 안 좋은 식단만 요구하는 학생의 요구는 영양사의 재량에 따라 기각할 수는 있지만 말이야.”태운의 혼잣말을 듣고 라일렌이 태운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와… 그게 가능한 일이야?”

“마스터 등급의 학생은 30명 정도밖에 없잖아. 조리사는 10명이고. 덕분에 요구도 들어줄 수 있고 음식도 전문점 같은 퀄리티를 낼 수 있지.”

“진짜 꿈의 아카데미네.”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아카데미 운영비의 2할에서 3할은 우리의 임무 수수료에서 나오는 건데.”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마스터 등급 학생들이 받는 복지 수준을 보고 차별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됐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마스터 등급은 이름만 같을 뿐 법적으로도 아카데미와 분리되어 있다.

즉, 명운 헌터 아카데미라고 말할 뿐, 사실상 아카데미의 상급 교육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명운 헌터 대학교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이 의뢰를 받고 그 수수료를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내어준다.

그 수수료로 익스퍼트 등급 이하의 학생들이 더 나은 복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차별을 운운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밥 진짜 맛있네. 진짜 레스토랑에서 먹는 거 같아.”“그렇지? 여기 조리사분들은 전부 호텔조리학과 출신으로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 그래서 조리사분들이 자주 바뀌긴 하는데 셰프님 한 분은 안 바뀌고 있어서 맛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오…. 이렇게 들으니까 되게 대단한 거 같네.”“아무튼 급식 맛있으니까 졸업하기 전에 많이 먹어두라고.”

“그래야겠네.”

태운이 라일렌과 함께 맛있게 급식을 먹고 있으니 옆에 공전하와 조강현이 들러붙었다.

태운이 멀뚱히 둘을 바라보고 있으니 공전하가 입을 열었다.

“너도 발도술을 연구하고 있던 거야?”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행동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년간 단련해 이 분야에서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을 가뿐히 뛰어넘어 버린 사람이 생겼으니 말이다.

상심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음…. 발도술을 따로 연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냐…. 푸우….”

그 말을 들은 공전하는 진심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진짜 천재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게 된 것 같았으니까.

태운은 그런 공전하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발도술의 연구는 딱히 하지 않았지만 공전하 선배에 대한 것은 엄청나게 연구해왔습니다. 4년 전부터요.”

“4년 전?”

“예.”

4년 전이면 태운이 아직 아카데미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었다.

태운이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공전하는 익스퍼트에서 명운전을 치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때 유명하던 사람이 이설아, 공전하, 조강현이었지만 그중 태운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공전하였다.

다른 사람은 가지 않는 길을 스스로 개척하며 나아가는 것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발도술의 유용함을 깨닫고 의식한 지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공전하를 보아온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공전하에게 해주니 공전하는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웃기 시작했다.

“야, 너 개 재수 없어. 그렇게 웃지 마….”

조강현이 옆에서 은근 꼽을 주었지만 공전하의 입꼬리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발도술의 유용함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발도술에 관심은 있었어요.”“그럼 나중에 같이 발도술에 대해 이야기나 좀 나눠보자.”“그래요. 얼마 전에 깨달은 건데 발도술은 이미지가 엄청 중요하더라구요. 같이 이야기 나누다 보면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좋아.”

태운과 공전하가 그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태운의 학생용 단말기에 알람이 울렸다.

“빨간색 알람이네? 빨리 열어봐. 빨간색 알람은 의뢰 알람이야.”“아이고… 우리 아카데미 님은 뭐가 그리 바쁘다고 오늘 올라온 신입한테 의뢰를 다 맡기고 그런다냐….”

“그러게 말이다.”

태운은 단말기의 알람을 클릭해 열어 보았다.

“우즈베키스탄에 B급 던전 열렸다네요. 자력으로 해결하기는 힘들어서 지원 요청한 것 같아요.”“우즈벡…. 최근에 미국 길드한테 A급 헌터 둘이나 빼앗겨서 엄청 불안정해졌다고 들었는데….”“가서 잘해주고 와. 거기 많이 힘들다고 그러더라.”그들은 타 국가에 파견 나가는 것을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근데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별이냐…. 일주일은 못 보겠네.”

“그러게 말이야.”

태운은 그들의 말에 뭔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이 말했다.

“일주일이요?”

“던전 공략하는 데 4일은 걸릴 테니까. 왔다 갔다 하는 데 일주일은 걸리겠지.”태운은 그들에게 웃으면서 호언장담했다.

“던전 공략 8시간 안에 끊고 3일 만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때 발도술에 대한 이야기 조금 합시다.”태운은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고 아카데미를 떠났고.

[던전 공략 최소 4일 예상했던 우즈베키스탄의 던전, 5시간 12분 만에 공략 완료. 그 중심에는 한국의 학생이 있었다?]

그리고 태운은 그 약속을 아주 완벽하게 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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