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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47화 (147/379)

147화

태운은 어두운 숲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돌아다니는 거대한 전갈을 쫓아갔다.

‘몬스터 도감에 기재되어 있던 콜드 스콜피언과 겉모습은 완전히 같아.’하지만 콜드 스콜피언은 기껏해야 몸길이가 5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30미터가 넘는 콜드 스콜피언은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었다.

“처음에는 기간틱 스콜피언인 줄 알았는데… 외형을 보니 그 녀석은 아니야.”기간틱 스콜피언은 덩치만 클 뿐 별다른 공격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본래의 공격 능력도 뛰어난 콜드 스콜피언이 저런 덩치를 가지게 된다면?

“내가 아니라 C급 헌터들로 구성된 공격대가 들어왔으면 괴멸당했겠는데.”콜드 스콜피언은 그 이름에 걸맞은 공격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이 전갈의 독침에는 10초 안에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무서운 독이 있다.

그 능력은 지금까지 많은 헌터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래도 저런 덩치를 가지곤 날 맞출 수 없지.’독침의 크기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찔리면 독에 당하는 게 아니라 몸에 구멍이 나서 당할 것이다.

“후… 그래도 독침이 위협적인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태운은 검을 뽑은 후 마나를 주입했다.

‘오러를 사용할 수만 있었다면 이런 고생 안 해도 됐을 텐데.’태운은 검에 주입한 마나와 검에 저장해놨던 마나를 채찍처럼 길게 늘어뜨렸다.

“샤프니스 인챈트.”

마나 자체는 그 어떤 공격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폭발을 일으키거나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무언가로 변형시켜 공격을 하는 것이다.

태운은 이번에 마나 자체에 절삭력을 부여했다.

“하이 부스트, 제로 그래비티.”

태운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한 후 자신에게 중력 저항 마법을 쓰고 날아올랐다.

수십 미터를 뛰어오른 태운은 독침이 있는 꼬리의 관절 부분을 마나 채찍으로 휘감았다.

“흐읍!”

그러고는 검을 몸 반대편으로 끌어당겨 채찍으로 감은 관절을 조였다.

서걱!

그러자 절삭력을 가진 마나 채찍은 전갈의 독침을 잘라냈다.

[키시시시시싯!!!]

그 순간 거대한 콜드 스콜피언은 온몸을 비틀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저 덩치로 그렇게 몸부림치면 공격하기 힘들어지긴 하지.”하지만 태운에게는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사고 가속, 육감.”

육감과 사고 가속을 활성화한 태운은 천천히 떨어지는 시야 속에서 마법을 준비했다.

‘아예 내장까지 익혀주마.’

태운은 빠른 속도로 콜드 스콜피언의 약점인 열 속성 마법을 시전했다.

‘열탕, 가열, 비열 상승, 라바 스피어, 다중 시전.’태운은 뜨겁게 끓는 물을 소환한 후 그것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물의 비열을 강제로 높였다.

[키시시시싯!!!]

그것만 가지고도 콜드 스콜피언은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쳤다.

콜드 스콜피언의 몸을 뒤덮고 있는 얼음 같은 외골격, 그것이 열탕에 의해 천천히 녹았고 녀석은 확실한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 위에 라바 스피어를 다중 시전 했고 열탕에 의해 빠르게 녹은 표피 위에 라바 스위프가 적중했다.

열탕에 의해 약해진 외골격 속으로 라바 스피어가 깊게 파고들어 녀석을 속부터 천천히 익혔다.

“이걸론 부족해.”

태운은 8개의 라바 스피어를 소환했다.

그 크기는 작았지만 열에 약한 콜드 스콜피언에게 피해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라바 스피어, 다중 시전.”

“라바 스피어, 다중 시전.”

“라바 스피어, 다중 시전.”

…….

태운은 계속해서 라바 스피어를 소환했고 그것을 계속해서 녀석의 몸에 박아 넣었다.

그렇게 사고 가속의 지속 시간이 끝났고 그 순간 라바 스피어에 의해 고슴도치가 되어 버린 콜드 스콜피언이 보였다.

태운은 천천히 녀석의 머리 위에 착지했고 그곳에서 녀석이 죽어가는 모습을 관찰했다.

“거의 200발은 쏜 거 같네.”

마나가 꽤 많이 소모되는 라바 스피어를 연사했음에도 태운이 사용한 마나는 고작 80,000 정도였다.

과거의 태운이었다면 300,000 정도의 마나를 사용했겠지만 태운은 마법 시전 과정에서 낭비되는 마나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보통 마법은 1/3 정도의 비율로 줄어들었지만 자주 사용하는 마법들은 더욱 효율이 좋지.”태운은 뿌듯해하면 녀석의 죽음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숨통이 끊어지자 태운은 녀석의 머리 위에서 내려왔다.

“그나저나… 이만한 크기의 콜드 스콜피언이 나타났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 필름 카메라도 안 챙겼는데….”이 안에서 무언가를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디지털로 기록이 남지 않는 필름 카메라나 즉석카메라가 필요하다.

일반 스마트폰의 카메라로는 던전 안의 무언가를 찍을 수 없다.

“흠. 밖에 나가서 빠르게 사 올까?”

태운은 콜드 스콜피언의 위치를 까먹지 않게 기억해놓았다.

‘뭐, 이만한 덩치를 가진 녀석을 못 찾는 게 더 어렵지.’태운은 그 직후 빠르게 던전의 입구로 달리기 시작했다.

몇 분 달리지도 않고 던전 입구에 도착한 태운은 바로 입구 밖으로 뛰쳐나왔다.

“나왔다!”

“강태운 씨!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안에서 어떤 몬스터를 봤습니까?”

“강태운 씨! 여기도 봐주세요!”

“뭐, 뭐야?”

빠르게 던전 입구로 뛰어나온 태운을 기다리는 건 텅 빈 공터와 대기하고 있던 협회의 헌터들이 아닌 한국 최강 길드인 가온의 헌터들이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카메라와 눈이 따가울 정도로 많은 양의 플래시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태운이 상황 판단을 하기도 전에 몰아치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황해하고 있을 때, 한 기자의 질문이 귀에 들어왔다.

“5개월 동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5개월이요…?”

* * *

태운이 던전에 들어간 직후, 그 던전의 입구는 빨갛게 변했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막혔었다고 한다.

던전의 입구를 지키던 협회 소속 헌터들은 협회에 즉시 보고했고 골렘들을 수십 대나 배치했다.

그러기를 5개월, 태운은 밖에 나오지도 않았고 던전도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변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던전 입구에서 아무런 징조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안에서 무슨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니까.

태운이 아직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태운이 던전에 들어가 행방불명이 된 지 딱 5개월이 된 순간 던전의 색이 붉은색에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고 한국 최강의 길드인 가온은 공격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공격대 투입 직전, 태운이 던전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타이밍도 참….”

태운은 그때 기자에게 들은 질문 덕에 현실에선 5개월이나 지났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던전 안에서는 고작해야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태운의 말을 들은 가온 길드의 길드장인 심중현은 즉시 공격대 투입을 취소했고 철수시켰다.

그대로 들여보냈다가는 최소 몇 달 동안은 길드 1군 공격대를 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니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리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흐음. 근데 그 던전을 누가 클리어해야 하려나….”던전 안에서 수개월이나 시간을 날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C급 던전 공략에는 평균적으로 12시간에서 하루가 걸린다.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는 몇 년이 지나있을 터.

헌터들은 수억을 줘도 그 던전에 들어가기를 꺼려 했다.

“게다가 그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 약한 것도 아니니 말이야.”태운은 집에서 혼잣말을 하며 자신이 들어갔었던 던전에 대해 고민했다.

“나도 들어가긴 싫은데….”

자신이 그 던전 안에서 5개월이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한국에 나타난 A급 던전의 공략 예정일이 4개월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날 포함한 A급 헌터들은 전부 그 던전 공략에 꼭 들어가야 하니 전부 제외해야 하고….”그래도 다행인 점은 태운이 콜드 스콜피언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녀석이 도심에서 행패를 부렸다면 피해가 장난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몬스터들을 많이 잡아냈으니 던전 브레이크가 빨리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일단 태운은 A급 던전의 공략에 대비해 힘을 길러야 했다.

1년 안에 전대섭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으니 말이다.

태운은 눈을 감고 과거에 만났던 마르기가스의 힘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지금의 내가 마르기가스를 상대할 수 있을까?’냉정하게 생각해보아도 싸움을 성립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 싸움이라는 것이 성립하기야 하겠지만 녀석이 진심을 내는 순간 사지가 찢겨 죽을 것이다.

“후… 미치겠네.”

칠죄신교 대원로들은 죄다 마르기가스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최소 6명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전대섭 선생님, 허덕륜 선생님, 그리고 검성 셀. 마르기가스를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이 정도뿐이야.”검성 셀의 힘을 직접 목도한 적은 없었지만 전대섭이 말하기를 ‘마법에 내가 있다면 검에는 셀이 있다’라고 할 정도로 강한 사람이다.

게다가 셀도 과거 최전선에서 칠죄종과 맞서 싸운 사람이다.

그의 힘을 의심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었다.

띠리리링.

그때, 태운의 집 전화로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다.

“집 전화가 울리는 건 오랜만이네.”

태운은 바로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휴대폰을 왜 꺼놨어?

“연정아?”

목소리를 들어보니 연정아인 것 같았다.

태운은 그녀의 말을 듣고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아, 던전에 들어가면서 꺼놨다가 지금까지 안 켰었네.”-하여간…. 아무튼 할 말이 있어.

“뭔데?”

-전화로 하기에는 좀 그래. 더 비밀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어.

“음, 알겠어. 자주 만나던 그 카페에서 만나자.”-그 카페, 네가 던전 들어가 있던 사이에 망해서 음식점 들어왔어. 그냥 내가 주소 찍어주는 대로 와.

“오케이, 알았어.”

태운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꺼내 연정아가 보내준 주소로 출발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원이었다.

태운이 공원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연정아가 태운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연정아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태운도 그 옆으로 가서 앉았다.

‘사일런스 돔.’

태운은 그 자리에 앉자마자 소리 차단 마법을 사용했다.

연정아는 그것을 보고 태운에게 핀잔을 주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정도 없이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자 그거냐.”“아, 너한테는 5개월 만에 만난 거겠구나.”

“아무튼 네가 바라는 대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게.”태운은 연정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뉴스를 봤을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중국에 있는 사막에서 몸길이가 30m에 육박하는 오크가 나타났어.”

“뭐? 잠깐 설마….”

태운은 그 순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리고 연정아는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게 칠죄신교 놈들의 짓이라는 정황이 밝혀졌어.”태운이 설마 했던 그 스토리가 진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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