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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35화 (135/379)

135화

‘스읍….’

태운이 육감을 사용하며 던전을 공략한 지 벌써 3시간이 지났다.

육감이 이끄는 곳으로 다가갈 때마다 몬스터의 수는 점점 늘어났지만 감각을 한 번에 끌어올릴 만큼의 강한 위험은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감각의 날이 천천히 세워지고는 있었지만 뭔가 아쉬웠다.

‘내가 그렇게까지 강해진 건가….’

하지만 B-급 던전에 홀로 들어갈 수는 없다.

던전 등급에 B가 붙은 순간 그 스케일이 달라지니까.

C+급 던전과 B-등급 던전은 단 한 단계 차이이지만 그 규모부터 공략 난이도가 차원이 달라진다.

‘예전에 강원도 던전 사건, 그게 B-급 던전이었으니까.’수천 마리의 리자드맨, 그리고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 리자드맨이 있던 그 던전은 지금의 태운이라면 혼자서 클리어할 수야 있겠지만 상당한 위험을 무릅써야 할 것이다.

‘괜히 B-급 던전에 혼자 들어갔다가 어디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일본 헌터 협회에 가서 배반자와 내통하고 있는 자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그런 일 만큼은 벌어져선 안 됐다.

태운이 슬슬 강력한 몬스터가 나오길 바랄 즈음, 태운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줘야지.”

[끄륵….]

성대가 녹아내린 듯 끓는 목소리, 양팔에 달린 기다란 칼날 같은 팔“지옥 병정이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신체 능력만큼은 A급 헌터를 능가하는 지옥 병정이다.

이 정도면 충분한 상대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한두 놈 정도는 상대도 안 되겠지만….’태운은 머리를 비우고 강해지기 전에도 지옥 병정 수십 마리를 죽인 적이 있다.

때문에 지금 태운의 눈에 지옥 병정이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 생각은 버려야 해.’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하이 부스트도 사용하지 않은 채로 상대할 것이다.

그러면 신체 능력 자체는 녀석에게 밀릴 것이고 양손검 하나를 든 태운은 양손에 무기를 든 지옥 병정에게 공격 수단에서도 밀릴 것이다.

[끄륵…!]

지옥 병정은 태운에게 달려들었고 태운은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크윽….’

하이 부스트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녀석의 공격에 맞서보니 녀석이 신체 능력만큼은 엄청나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나름 강한 편인데….’

태운도 자신만의 특별 훈련법으로 근력을 강화했고 마정석을 흡수하며 스탯도 다른 사람에 비해 빠르게 올려왔다.

게다가 트롤의 피의 효과로 보다 높은 스탯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태운이 지옥 병정과의 힘 경합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키-잉!

태운은 녀석의 검을 흘려내고 지옥 병정의 가슴을 길게 베었다.

[크륵….]

지옥 병정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태운의 공격에 생채기만 났을 뿐 큰 상처는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쯧….”

태운은 혀를 찼다.

지옥 병정의 몸통은 방어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태운의 공격에 타격을 입지 않을 정도의 방어력은 가지고 있었다.

‘뭐, 오히려 잘됐어.’

태운은 다가오는 지옥 병정을 보며 생각했다.

‘이 녀석을 활용해 전투 감각을 살린다.’

* * *

“이제 도움도 안 되는 거 같고…. 슬슬 끝을 내야겠네.”태운은 지옥 병정과 만난 후 8시간 후에도 녀석과 싸우고 있었다.

물론, 8시간 동안 계속 싸우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지옥 병정과 싸우다 보니 녀석도 체력이 무제한은 아닌지 지쳐 쓰러졌고 태운은 그사이에 가볍게 끼니를 해결했다.

그 후, 4시간 동안 지옥 병정이 쓰러지고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자 녀석은 태운에게 질려 도망치려 했지만, 태운이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태운은 프로텍트 돔을 사용했고 녀석은 애먼 방어벽만 두드리다가 결국 태운과 계속 싸워야 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녀석은 살벌하던 첫인상과 달리 태운을 보고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몸에 옅은 상처가 수만 개가 있다는 것만 빼면 몸에 큰 차이도 없었지만 지옥 병정은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태운은 돌검에 마나를 주입해 절삭력을 높인 후 녀석의 목을 잘라 버렸다.

그러곤 혹시나 목을 잘라도 살아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떨어져나온 머리도 두 동강 내었다.

“일단 슬슬 집으로 돌아가 볼까….”

오늘은 난데없이 나타난 지옥 병정 덕분에 감각을 되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지옥 병정이 나타났다는 것은 전대섭에게 알려야 하는 중대 사항이다.

태운은 던전 밖으로 나가면 바로 전대섭에게 연락을 넣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마주치는 몬스터들은 죄다 쓸어버려야지.”태운의 눈 앞에 빅포 세 마리가 눈에 띄었다.

태운은 빅포들에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눈은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육감을 활용해 정확히 빅포의 얼굴에 검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근질근질했는데… 저질러 버릴까?’

감각 훈련도 끝났겠다.

그동안 쌓인 것들을 시원시원하게 질러줄 때도 됐다.

‘하이 부스트.’

태운은 하이 부스트를 사용하고 빅포의 안면에 박힌 검을 위로 들어 올리며 뽑았다.

빅포의 안면은 두 동강이 났고 태운은 쓰러지는 빅포의 몸을 발판 삼아 다른 빅포에게로 날아갔다.

태운의 표적이 된 빅포는 겨우 반응하는 데 성공해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태운은 몸을 회전하는 것으로 가볍게 방망이를 피해냈고 녀석의 팔을 잘라냈다.

[쿼어어엉!!!]

녀석은 고통에 소리쳤지만 태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의 머리를 검으로 베었다.

얼굴이 반으로 갈라진 빅포는 그대로 절명했고 남은 빅포 한 마리도 곧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후….”

태운은 방금 그 전투에서 지금까지 약 12시간 동안 쌓아왔던 답답함을 전부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자신의 신체를 능력과 함께 적극 활용해 최대의 속도로 빠르게 몬스터들을 처리한다.

이것에서 오는 쾌감은 태운의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힘을 억제하고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태운은 하이 부스트가 끝나기 전에 던전 밖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걸어서 4시간이 넘게 걸린 길이었지만 하이 부스트를 사용한 태운의 발로는 1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였다.

“후!”

태운은 던전에서 나왔고 어느새 해는 저물어 있었다.

던전을 관리하는 헌터도 교대해 있었다.

“수고하십니다.”

태운은 그들에게 인사를 해주곤 전대섭에게 문자를 보내두었다.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도 받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내일 아침에나 읽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문자를 보내둔 것이다.

하지만 태운의 생각과는 달리 전대섭은 태운이 문자를 보낸 직후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

-지금 당장 만나지. 명운 헌터 아카데미 총장실로 오게. 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겠다.

“네? 일단 알겠습….”

뚜-욱.

고압적인 전대섭의 목소리에 순간 위축된 태운은 말을 더듬을 뻔했다.

‘급한 일이 있는건가…?’

태운은 최대한 빨리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붙잡아 탔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로 가주세요.”

20분 정도가 지나고 태운은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정문에 도착했고, 태운은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는 학생증을 사용해 정문으로 들어갔다.

졸업생 권한으로 정문의 문을 열 수 있었다.

“마스터 기숙사 꼭대기 층이었지….”

태운은 총장실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누구십니까?”

태운이 엘리베이터로 가려고 하자 직원이 태운을 막아섰다.

“강태운입니다. 전대섭 선생님께서 부르셨습니다.”

“그러십니까?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직원은 수화기를 들고 총장실에 전화를 걸었다.

“강태운 헌터께서 오셨습니다. 총장님께서… 아… 알겠습니다.”직원은 전화를 끊고 태운에게 돌아왔다.

“확인되었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태운은 직원에 안내를 받으며 총장실로 갔다.

“여기서부턴 혼자 가시면 됩니다.”

직원은 엘리베이터에서 태운을 내려주고 자신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돌아갔다.

“흠…. 일단 가보자.”

태운이 총장실의 문을 연 순간 엄청난 마나의 압박이 느껴졌다.

“크윽!”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의 압박감, 전대섭은 태운을 마나로 짓눌러 버릴 기세였다.

“움직이지 마라!”

전대섭은 태운을 마나로 압박해놓고 어떤 마법을 사용했다.

그건 바로 지옥 병정으로 변해 버린 사람을 구분하는 마법이었다.

“…미안하다.”

전대섭은 태운이 지옥 병정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자 마나의 압박을 풀어주었다.

“크허억! 크하악…….”

태운은 압박에서 벗어나자마자 숨을 거칠게 내쉬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게 무슨….”

“미안하네. 만약 자네가 지옥 병정이었다면 큰일이 날수도 있었으니 말이야…. 이해해주게.”전대섭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않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신체 능력, 자신의 몸에 호르몬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옥 병정이 태운의 뇌를 빨아먹고 태운에 준하는 지능과 지식을 가지게 된다면 끔찍한 괴물이 탄생할 테니까.

“이해하겠습니다만… 좀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제가 고작 지옥 병정 한두 마리에게 당할 인물로 보이십니까?”전대섭은 태운의 반응에 가볍게 웃어 보였다.

다른 게 아니라 그게 서운했던 거냐,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자네는 고작 지옥 병정 정도에 당할 인물이 아니야.”전대섭은 그렇게 말해주곤 소파에 앉았다.

태운에게도 앉으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한국 헌터 협회에 자네가 추리했던 내용을 이야기해주었네.”태운이 추리했던 내용이라고 한다면 일본 헌터 협회에 배반자와 내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헌터 협회의 비밀 회의 당시 그 이야기를 꺼냈고 비밀 회의 멤버들의 반응을 살폈어. 다행히 그들 중에는 배반자와 내통을 하고 있는 듯한 사람들은 없었지. 하지만.”전대섭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국 헌터 협회에서도 그런 정황을 포착한 사람이 있었다.”

“네…?”

신유승과 장민혁처럼 아예 돌아선 케이스는 다른 국가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부에서 공작 활동을 하는 케이스는 일본이 최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있었다고?’

태운은 일단 생각하는 것을 접어두고 전대섭의 말에 집중하기로 했다.

“강원 지부의 지부장이 말한 내용이다. 과거 강원도 던전 사건은 잊지 않았겠지?”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그 사건이니까.

“그때 그 배반자들의 은신처를 제공한 것이 협회 직원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더군…. 그 장소가 애초에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던 곳이었는데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고 말했네.”

“그럼….”

전대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린 앞에만 적을 두고 있는 게 아니야.”이제 등 뒤에서 언제든 화살이 날아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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