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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34화 (134/379)

134화

태운은 해운대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A급 헌터로 승급했고 억 단위의 포상금까지 얻을 수 있었다.

다른 헌터들이었다면 집을 사거나 장비를 마련하는 데 돈을 썼겠지만 태운은 아니었다.

태운은 자신의 집 주변에 나타난 C+급 던전의 소유권을 구매했다.

그것도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조사가 있긴 했지만…. 허덕륜 선생님이 힘 좀 써주셨지.’협회에서 길드도 아닌 개인이 C+등급의 던전의 소유권을 구매한 것을 이상하게 보고 조사를 진행하려 했고 그 때문에 시간을 허비할 뻔했지만 허덕륜의 보증 덕분에 넘어갈 수 있었다.

대신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게 꾸준히 개체 수 조절을 하고 보고서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감사합니다.”

“괜찮다. 요새는 한국에 배반자 녀석들의 테러가 덜해서 손이 놀던 참이니 말이야.”한국은 한 아파트의 주민들이 몰살당한 이후로 협회 차원에서 용병들을 고용해 거리 치안을 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태운이 만든 골렘이 협회 헌터들의 관리하에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덕분에 배반자들의 테러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고 그 때문인지 배반자들의 테러가 줄어들었다.

“오늘은 시간이 비어서 던전 도는 걸 도와줄 수 있다만… 어찌할 텐가?”“마음은 감사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단순히 던전을 도는 게 목적이 아니라서요.”

“흠… 그렇군. 그럼 열심히 하게.”

“감사합니다.”

허덕륜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태운도 그와 함께 던전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그의 목적인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는 일’에 지장이 생긴다.

그와 던전에 들어가는 일은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천천히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일본 헌터 협회와의 회의 날짜는 10일 뒤, 전대섭 선생님이 날 수행으로 데리고 가주신다고 하셨으니 그전까지 폼을 끌어올려야 해.’일본 헌터들의 힘은 대강 알고 있었다.

전대섭은커녕 허덕륜보다 강한 사람은 없었다.

일본의 가장 강한 헌터인 카츠가 전대섭의 제자인 강일환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배반자와 손을 잡고 뭘 대가로 받았을지에 따라 달라지지.’배반자와 손을 잡은 사람이 단순히 고위 관계자가 아닌 A급 헌터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A급 헌터가 배반자와 손을 잡았다면 힘을 상당히 빠르게 기를 수 있었을 것이고 그 힘으로 사건 해결을 막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A급 헌터가 혹할 만큼 매력적인 무언가가 배반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이 그랬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니까.

‘제발 A급 헌터가 배신을 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태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소유권을 구매한 던전으로 향했다.

‘C+급 던전, 이름은 거대한 자들의 우리…. 지형은 동굴이고 나오는 몬스터들은 몬티스, 빅포, 오우거, 스피터…. 가끔 사이클롭스도 나오지.’말 그대로 ‘거대한 자들의 우리’다.

이곳에서 나오는 가장 작은 몬스터가 160cm의 키를 가지고 있는 몬티스였으니까.

사실 몬티스가 키가 160cm일 뿐, 몸길이는 2m가 넘어갔다.

게다가 세 쌍의 칼날이 달린 팔을 보면 절대 작아 보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운에게 이 정도 던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정석을 넉넉히 챙기고 마법을 마구 사용하면서 돌아다니면 아주 쉽게 몬스터들을 전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야 몸의 감각을 익힐 수 없지.’태운은 이번 던전에서는 간단한 부스트 마법을 제외한 모든 마법을 봉인하기로 결정했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하이부스트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몬스터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거나 강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경우에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감각을 살리려다가 목숨을 내놓을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태운은 그래서 C+급 던전을 고른 것이었다.

여차하면 마법으로 죄다 날려 버릴 수 있는 던전 중 가장 강한 몬스터들이 나오는 던전, 그게 C+급 던전이니까.

태운이 이것저것 생각하며 길을 걷자 금세 던전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태운은 벨트의 포켓을 터치해 아공간 입구를 열고 장비를 꺼내 착용했다.

‘이 견갑…. 대단한 성능이었지.’

태운은 해운대 전투 당시를 회상했다.

이미 피해를 많이 입은 데스나이트이긴 했지만 견갑에서 나온 충격파로 산산조각이 났으니까.

데스나이트는 B급 이상의 헌터가 아니면 상대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몬스터다.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무기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고 언데드이기 때문에 지치지 않으며 기사의 육신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능력치까지 뛰어나다.

그런 몬스터를 산산조각으로 만들었으니 이 견갑의 성능은 상당한 것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소유증서를 보여주시겠습니까?”태운이 던전으로 가까이 가자 던전을 관리하던 협회 소속 헌터가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태운은 소유권을 증명하는 문서를 보여주었고 협회 소속 헌터들은 태운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수고하십니다.”

길드가 아닌 개인이 소유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협회 헌터는 관리와 감시를 이유로 그들을 철수시키지 않았다.

‘뭐, 나야 좋지. 사람들이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사상자가 나면 뭔가 내 탓인 것 같으니까.’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협회 소속 헌터들이 필요할 것 같았다.

“후… 가자.”

태운은 잡생각을 날려 버리고 눈앞의 던전에 집중했다.

1달간 뇌를 쉬게 하는 훈련을 했더니 잡생각을 지우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폐관 수련의 성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우-웅.

태운은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동굴이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육감.’

태운은 육감을 사용했고 그러자 마치 주변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 갈래 길이군….’

태운은 두 개의 길 중 육감이 정답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길을 선택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육감의 선택은 정확했다.

육감이 말해준 길을 그대로 따라갔더니 좁은 길을 벗어나 큰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우거다.’

태운은 그 공동에서 오우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우거는 어둠 속에서 아직 태운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 기습이다.’

태운은 은신을 사용하고 천천히 오우거에게로 다가갔다.

겔릭의 마정석을 흡수하고 얻은 ‘도적의 기술’ 안에 있던 은신술이었다.

성능만큼은 전대섭이 만든 마법인 인비저블 로브보다도 뛰어났다.

시각적인 정보만 차단하는 인비저블 로브와는 달리 냄새, 소리, 기척까지 거의 모든 정보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태운은 이 기습은 100% 성공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태운의 생각일 뿐이었다.

[크륵?!]

부-웅!

예상과 달리 태운의 접근을 알아챈 오우거는 손에 들고 있던 방망이를 휘둘렀다.

‘후….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이 어둠 속에서 살다 보니 적응해서 보이는 건가?’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던전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앞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다.

즉, 태운의 눈이 감지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빛을 오우거의 눈은 감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 공평하게 빛을 없애자고!’

태운은 돌검을 뽑아 들고는 부스트를 사용해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쾅!

오우거는 방망이를 휘두르곤 애먼 바닥을 강타했다.

태운은 육감으로 오우거가 노리는 곳을 알아채고 빠르게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우거의 장점은 엄청난 회복력과 체력이다.

하지만 그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푸-욱! 푸-욱!

태운은 양손 단검을 꺼내 오우거의 두 눈에 박아넣었다.

오우거의 단점은 자신의 회복력과 체력을 믿고 급소의 방비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야를 잃었으니 이제 완전히 내 턴이다.’오우거는 금방 눈을 회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빠르게 목을 날려 버려야 한다.

태운은 서둘러 오우거의 목을 자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부웅!

오우거는 눈을 잃은 후에도 태운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 그곳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눈을 잃고도 정확한 위치에 공격을 날린다고…?’자신이 눈이 아닌 다른 곳에 단검을 꽂아 넣은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분명 안구를 찌르는 감각을 느꼈으니 이건 분명하다.

그때 오우거에게서 익숙한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바로 태운이 육감을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이런 미친….’

그렇다.

이 어두운 던전은 몬스터들로 하여금 시각은 퇴화시키고 육감을 발달시켰다.

즉,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거의 다 전투 육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거… 고작 C+급 던전이 아닌데?’

* * *

서걱!

‘8번째 오우거.’

태운은 오우거의 목을 몸통과 분리했다.

육감을 가지고 있든 시각을 가지고 있든 고작 C급 몬스터다.

태운의 계획을 망치기에는 부족했다.

‘솔직히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혼자서도 클리어 가능하지.’같은 던전에서 변수 하나 생겼다고 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계획을 짜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눈이 보이지 않아 육감에만 의존하는 싸움 방식은 태운의 전투 감각을 더욱 빨리 끌어올려 주었다.

그때 멀리서 12마리의 몬스터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몬티스 떼인가….’

세 쌍의 칼날을 가지고 있는 사마귀형 몬스터.

‘오랜만이네.’

태운과는 나름 인연이 깊은 몬스터이기도 했다.

첫 마정석 흡수에서 내어준 임무가 몬티스를 죽이고 살아남는 거였으니까.

태운은 그 마정석을 흡수하고 필사의 창술이라는 스킬을 얻기도 했다.

‘지금은 웨폰 마스터리에 흡수되어있지만… 필사의 창술, 그 움직임은 이미 내 몸에 저장되어 있어.’태운은 오랜만에 창을 들었다.

돌검을 얻은 이후로는 창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으니 오랜만에 사용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태운이 무기를 스왑하는 동안 몬티스들이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흐읍!”

퍼-억!

태운은 창을 휘둘렀고 몬티스들은 두세 마리씩 터져나갔다.

그 후, 창을 회수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시 한번 창을 휘둘렀다.

역시 몬티스의 머리통이 터져 버렸고 태운은 그 후에 창에 남아 있는 관성에 힘을 실어 그대로 한 바퀴 회전했다.

그와 동시에 창 촉의 모양을 바꾸어 몬티스를 베었다.

‘임정국이 보내준 물건들은 하나같이 쓸 만하다니까…!’태운에게 베어진 몬티스는 반으로 갈라졌고 남은 몬티스들은 태운의 힘에 움찔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놓칠 태운이 아니었다.

‘적의.’

태운이 적의를 사용하자 몬티스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태운은 그런 몬티스들을 처리했다.

‘클리어 마법 정도는 사용하자.’

몬티스의 끈적한 체액은 무기에 들러붙는다.

마법을 쓰지 않기로 했지만 이것만큼은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몬티스의 체액은 무기의 상태만 악화시킬 뿐이니까.

“자… 잊은 건 없는 거 같고…. 가자.”

태운은 무기를 손질한 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육감이 이끄는 대로, 육감이 더 많은 몬스터들이 있다고 말하는 대로.

태운은 계속해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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