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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25화 (125/379)

125화

“엄마라고…?”

태운은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잠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간다든가 그런 멍청한 일은 하지 않았다.

저들이 혈육이든 연인 관계든 태운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까.

‘조금은 편해지겠네.’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녀석들의 속도가 벅찼던 것도 사실이다.

녀석들의 ‘정’ 덕분에 단 한 명을 공격한 것으로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미안하긴 하지만 더 추격해오면 이 점을 백분 활용해야겠어.’태운은 여전히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추적자들을 확인하고 하이 부스트를 해제했다.

소모되는 마나를 최소한으로 줄였어야 했으니까.

‘평화로워 보이는 이 숲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기가 득실거리지.’평범한 숲으로 보이는 이곳은 사실 마물의 숲이라 불리는 곳이다.

숲의 심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강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문제는 여기서 탈출하려면 숲의 심부를 필연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거지.’그때를 대비해서 지금은 마나를 최대한 아껴야 한다.

마나가 남아 있어야 상황을 봐서 싸우든 도망을 치든 할 수 있을 테니까.

태운은 달리고 달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했다.

“일단 이 몸이 어느 정도 수준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겠는데.”달리는 속도를 보면 많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태운은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관찰했다.

겔릭

LV:57

마나 총량:94,305

체력(41) 근력(43) 민첩(50) 유연성(24) 지력(23) 은밀함(12)

특성

의적(LV.M)

대도(LV.3)

스킬

상급 양손 단검술(LV.9)

상급 은신술(LV.6)

상급 운반술(LV.7)

상급 생존술(LV.8)

….

‘호오…. 이런 상태창은 처음 보는데…?’

스탯만 보면 단순히 열심히 단련한 사람이지만 스킬을 보면 모두 숙련도가 어마어마하다.

‘대단하네….’

종종 신체 그 자체의 성능은 평범하지만 몸을 다루는 데에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스탯은 대부분 레벨에 비해 낮은 편이고 스킬의 숙련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스탯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단련을 더욱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스탯과 스킬이 이 정도 차이를 보이는 건 처음인데.’스탯은 고작 C급 헌터 정도의 수준이지만 스킬만 보면 그 분야의 달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겔릭이 이렇게 된 이유를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수많은 귀족들의 제물을 빼앗아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수많은 전투와 수많은 위험 상황이 있었겠지. 귀족들이 보낸 암살자들을 견제하기도 했을 거야.’살아남기 위해서는 매일 엄청난 집중력을 유지해야 했을 것이고 그 상태를 매일 같이 유지하다 보니 빠르게 기술이 숙달된 것이다.

“이제 가야겠군.”

태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속해서 걸어갔다.

녀석들의 추적을 떨쳐내긴 했지만 계속 쫓아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 위험한 숲에 계속 앉아 있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으니까.

추적자를 떨쳐낼 때처럼 달리지는 않았다.

‘몬스터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

달리다가 몬스터를 만나는 것보단 걷다가 적을 만나는 편이 더욱 대응하기 편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약 5m 앞의 나무 위에서 몬스터 하나가 태운을 노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느껴지는 기척을 보아하니 고블린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인 것 같았다.

‘일단 못 본 척한다.’

녀석은 태운이 자신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일부러 그 밑을 지나가 기습을 유도하고 그 순간을 노려 한 번에 목숨을 끊는 게 좋다.

태운은 생각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녀석의 밑을 지나갔다.

[키에엑!]

녀석이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괴성을 질렀다.

‘멍청하긴.’

이래서야 태운이 미리 눈치채지 못했더라도 녀석이 지르는 소리에 반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푸-욱.

태운은 녀석이 내려오는 곳에 단검을 가져갔다.

굳이 힘을 주어 찌를 필요없이 녀석의 무게만으로 검은 깊숙이 박혔다.

그 위치는 정확히 녀석의 목.

태운은 목을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을 바닥에 처박고 단검을 비틀면서 목에서 빼냈다.

그 후, 녀석의 목을 발로 밟아 부러뜨려 확인 사살을 한 후 앞으로 나아갔다.

‘기습을 노릴 정도로 영악한 몬스터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쉬운 임무가 되지는 않겠는데.’태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숲의 반대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 * *

푹!

“후우….”

태운은 길을 가다 만난 고블린 무리 마지막 생존자의 이마에서 단검을 뽑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급 양손 단검술…. 이거 상당한데?’

태운이 방금 긴 숨을 내쉰 이유는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태운은 방금 한 호흡에 5마리의 고블린을 처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짧은 호흡 두 번을 하나로 합쳐 하나의 긴 호흡을 했기 때문에 나온 한숨이었다.

태운은 방금 자신이 고블린을 상대하면서 보인 움직임을 다시 상기했다.

물이 흐르는 듯한 움직임이었고 움직이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단검의 경로, 그 위에 고블린의 목이 놓여 있었다.

마치 도마 위의 식재료를 손질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어쩔 수 없네.”

전투를 상기하던 태운은 이번 마정석 안에서 할 일을 정했다.

“이거 최대한 몬스터들이랑 많이 싸워야겠다.”마정석을 흡수하고 이 스킬들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계속 싸우고 계속 사용하다 보면 어느새 태운의 뇌에 움직임의 잔상이 남는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누적되면 결국에는 태운의 것이 된다.

레오의 몸에서 검술을 사용하며 알아낸 내용이었다.

‘레오의 몸에서 조금 더 기술을 익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그래도 웨폰 마스터리를 얻었으니….’태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블린들의 사체를 발로 치우고 앞으로 나아갔다.

부스럭.

그 순간, 약 50M 거리의 수풀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태운은 겔릭의 ‘상급 생존술’의 효과로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환경 요소에 굉장히 예민해져 있었다.

그 덕분에 육감이 없고 마력 실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의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이번에는 덩치가 좀 큰 편이네.’

어느 정도 숲의 심부에 가까워진 것 때문일까?

한 번에 나타나는 고블린의 수도 늘어났고 이번에는 고블린처럼 작은 녀석들이 아닌 건장한 성인 남성 정도의 덩치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녀석도 기습을 노리는 건가…?’

하지만 적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직 태운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선수를 친다.’

태운은 신속하게 나무 위로 올라가 부스럭 소리가 들린 곳으로 은밀하게 움직였다.

겔릭의 은신술 또한 상급 은신술이었다.

밟는 나뭇가지가 움직이지도 않고 몸에 닿는 나뭇잎과의 마찰음도 나지 않는 경지였다.

‘중세 버전 홍길동다운 실력인데?’

태운은 녀석이 있는 곳의 바로 위에 도착했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위에서 녀석에게 날아들었다.

‘어…?’

하지만 녀석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흐이익!”

푸-욱.

태운은 급하게 검의 궤도를 틀어 단검을 흙바닥에 꽂아 버렸다.

“사, 사, 살려주십시오오오!!!”

“조용히 하세요…!”

“제발… 전 집에 딸아이가….”

태운은 급하게 눈앞에 있는 남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죽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몬스터들이 당신을 찢어발길 겁니다. 알겠습니까?”눈앞의 남자는 태운의 손에 입을 막힌 채로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태운은 그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입을 풀어주었다.

“일단 공격한 건 미안합니다. 이곳에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어서….”“아, 아뇨, 괜찮습니다. 이런 곳에선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태운은 말을 하며 그 남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벌목용 도끼를 지니고 있는 걸 보니 나무꾼인가…? 고블린의 피가 묻어 있는 걸 보니 그럭저럭 힘은 있는 것 같고….’하지만 그럭저럭 힘이 있는 정도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라면 마물의 숲이라고 이름이 붙여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 전 잭로프라고 합니다. 이 숲 외곽에서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까 딸아이가 있다고….”

“아, 그냥 일단 질러본 거였습니다. 그러면 살려줄 줄 알았거든요.”

“…일단 알겠습니다.”

어쩐지 딸이 있다고 하기에는 나이가 어려 보였으니까.

“전 겔릭입니다. 뭐…. 그냥 모험가라고 생각하시….”“겔릭 님이시라구요? 설마 그 의적 겔릭…?”잭로프는 겔릭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태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인물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아까 그 검에 죽었어도 여한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거 맞습니까?”

잭로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운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 평생 겔릭 님만큼 존경했던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잭로프는 상당히 흥분한 상태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어떤 금고도 뚫을 수 있고 그 어떤 보물도 빼앗을 수 있는 대도, 게다가 탐관오리의 재산만 노리고 그것을 백성들에게 베푸는 의로움까지…. 저는 당신을….”태운은 잠시 귀를 닫고 기다렸다.

그래도 그의 말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의 어깨를 잡고 일어났다.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하니까요.”

“네…? 아, 넵!”

“힘은 좀 쓰시죠? 나무꾼이니까 도끼도 익숙하실 테고요.”

“네, 그런 편입니다.”

“그럼 따라오세요. 가까이 붙어서.”

그렇게 대도와 그 팬의 듀오가 결성되었다.

“정면 60m, 코볼트 3마리 있습니다.”

코볼트는 고블린보다 강한 몬스터이다.

키는 160cm 정도의 이족

보행 짐승형 몬스터.

고블린보다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빠르다.

“과감히 움직이세요. 녀석들은 영악해서 조심히 움직이면 오히려 주도권을 놓칠 겁니다.”태운은 빠르게 들어가 코볼트들과 격돌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러 한 마리를 흘려 잭로프에게 상대하게 만들었다.

‘한번 실력을 보여 줘.’

그의 실력을 알아야 어느 정도까지 보호해 줘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때, 태운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서-걱.

“어…?”

잭로프가 순식간에 코볼트의 목을 날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태운이 놀란 이유는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슨 도끼로 자른 단면이 이렇게 깔끔해…?’도끼는 나무를 여러 번 쳐서 나무를 베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검과 달리 날이 날카롭지도 않아서 이렇게 깔끔하게 베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자세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단순히 감, 몸을 움직이는 감으로만 이런 짓을 한 거야.’태운은 그 순간 잭로프라는 녀석이 엄청난 재능충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현실이든 마정석 안에서든 태운이 가르쳤던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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