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으아! 역시 힘든가….”
태운은 몇 시간이고 계속 골렘의 가동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걷는 것과 팔을 들어 올리는 것만 어느 정도 성공했을 뿐 내리치는 건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강하게 내려치자니 팔이 빠져서 바닥에 처박히고 팔이 빠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어려운데….’
지금까지 많은 수의 고난도 마법들을 시전하고 만들어낸 태운조차도 골렘 제작만큼은 쉽지 않았다.
‘이제 와서 다른 걸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골렘이 위력도 뛰어나면서 약점이 없잖아. 어떤 적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골렘이 최고야. 그리고… 명성도 있어야 하니까.’태운이 골렘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든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도 있었지만 골렘을 최초로 만든 사람이라는 타이틀도 탐났기 때문이었다.
이미 힘은 A급 헌터의 수준에 도달했고 실적만 쌓으면 곧바로 A급 헌터로 승급될 것이다.
태운이 계속 명성에 신경 쓰는 이유는 개인 만족
때문이 아니었다.
태운의 목표, 배반자들의 만행을 저지할 수 있는 강한 길드를 만드는 것에 드높은 명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칠죄신교의 테러나 무엇인지 모를 계획들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 아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대 길드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드장이 될 태운, 본인도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최소 전대섭 선생님 수준의 명성은 가져야 해.’최초의 골렘 제작자라는 타이틀은 그 명성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었다.
-뭔가 마음대로 안 되나?
자하르가 실험실 밖에서 스피커를 사용해 말을 걸었다.
“참…. 미치겠습니다.”
태운은 항상 어려운 난이도의 과제들을 해결해왔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과제는 없었다, 자하르는 태운이 이렇게까지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태운이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했을 뿐, 그 정도의 고민은 자하르에게 일상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골렘들 중에서는 가장 잘 움직이는 것 같다만.
“그게….”
태운은 현재 골렘의 문제점을 말해주었다.
-음…. 골렘의 설계도를 가져와 봐라.
자하르는 태운의 말을 듣더니 설계도를 요구했다.
태운은 골렘의 전원을 끄고 설계도를 가지고 자하르에게로 갔다.
“흠….”
자하르는 태운에게 설계도를 받아들고 펼쳐보았다.
약 5분 동안 설계도를 보던 자하르는 계산이 끝났다는 듯 설계도를 정돈했다.
“골렘의 최고의 무기는 무게지. 그걸 살리는 공격인 내려치기를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인 건가.”
“네.”
“자기력을 강하게 만들어서 세게 공격을 하면 팔이 빠져 버리고 약하게 하면 위력이 안 나온다는 말이지.”태운은 자하르의 말에 경청했다.
“무게라는 장점을 극한으로 사용하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장점을 만드는 게 어떤가?”
“네…?”
“대충 설명하마.”
자하르는 설계도를 펼쳐서 태운에게 보여주었다.
“보니까 모형 로봇을 조립할 때처럼 A-0, A-1, A-2 이런 식으로 연결 부위를 만들어뒀더군.”100kg에 육박하는 엄청난 무게의 부품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자기력이 필요하고 그 자기력이 다른 부픔에 영향을 주게 되면 부품끼리 꼬여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네오디뮴 자석이 들어간 철구에는 A-0, B-0, C-0 등의 이름을 붙여주고 각각 같은 알파벳이 붙은 부품에만 영향을 끼치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오직 구동을 위해서만 그런 방법을 사용하겠다는 건가?”
“아…!”
태운은 그 순간 머리에 무언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태운은 설계도와 팬을 챙겨 설계도에 수식을 추가했다.
“서우야, 이리와 봐.”
“응?”
“이거 할 수 있겠어?”
신서우는 설계도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30분이면 될 거 같은데? 지금 귀속해놓은 거랑 별다른 게 아니라.”
“그럼 부탁할게.”
“오케이.”
태운은 신서우에게 설계도를 넘겨주고 소파에 누웠다.
지금까지 몇 시간 째 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포기하고 내일 이어서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미루기에는 오늘이 끝나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조금 자고 있게. 이럴 때 쪽잠을 자놔야 밤도 샐 수 있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태운은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고 눈을 감자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태운아, 끝났어.”
태운이 잠깐 쪽잠을 잔 사이 신서우가 태운의 설계대로 인챈트를 끝내놓고 태운을 깨웠다.
“아, 그래? 수고했어. 잠깐 나 세수 좀 하고 올게.”태운은 찬물로 세수를 해 잠기운을 날려 버리고 실험실로 들어갔다.
‘무게가 유일한 무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지.’골렘의 무기 중 가장 우월한 것이 무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다른 무기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단단함이나 크기의 우위 등이 있다.
그런 것을 활용하려면 단순히 내려치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태운은 골렘에 전원을 넣고 일으켰다.
“좋아….”
태운은 골렘의 오른팔은 위로 왼팔은 아래로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방금 새로 추가한 기능을 사용했다.
꽈-앙!
골렘의 왼팔과 오른팔이 매우 빠른 속도로 부딪히며 큰 충격파와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냈다.
“와우…. 생각보다 엄청난데…?”
아마 골렘의 팔 사이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게 누구더라도 단번에 죽었을 것 같은 힘이었다.
“와…… 저게 뭐야…?”
신서우도 카메라를 통해 보고는 감탄했다.
아까 태운이 설계도에 추가한 내용은 양팔과 양다리 끝에 X-1~4의 번호를 붙이고 서로 자기력이 통하게 한 것이었다.
즉, 방금의 공격은 골렘의 팔과 팔이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팔의 연결 부분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조정하면 되니까 출력 조절 난이도는 해결. 이제 발동과 해제 타이밍만 익혀서 프로그래밍만 해주면 끝이다.’
“이번엔 양팔과 양다리의 자기력을….”
쾅!
팔과 다리의 자기력을 활성화했지만, 골렘의 구조상 팔이 다리로 내려가는 길에 바닥이 있었기에 골렘은 양팔로 바닥을 내려치는 동작을 구사했다.
그다음에는 왼 어깨와 팔꿈치의 자기력을 강하게 만들어 움직이지 않게 만든 후 오른손과 왼손의 자기력을 활성화했다.
부-웅!
그러자 골렘의 오른팔이 전방을 길게 쓸어냈다.
“이거… 숙련만 되면 거의 사람처럼 움직일 수도 있겠는데…? 좋아. 이번에는….”태운은 골렘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에 들떠서 골렘을 열심히 굴렸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나자 태운은 골렘을 이용해 내려치기, 주먹 휘두르기, 박수 치기 등등 간단하지만 위협적인 동작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끝났구나.”
“네, 덕분에 힌트를 얻었습니다.”
자하르가 아니었다면 골렘을 만드는 데에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 했을 수도 있다.
“가끔 보면 넌 우직과 무식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다.”태운은 가끔 누가 떠밀지 않아도 어리석은 일에 몸을 던질 때가 있다.
훨씬 쉬운 길이 있음에도 그 길을 무시하고 직진으로만 길을 개척할 때가 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통하는 때와 통하지 않는 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언 감사합니다.”
태운은 자하르의 말에 깊이 공감했고 그 말을 새겨듣기로 했다.
실제로 오늘 일은 우직하게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무식하게 일한 것에 가까웠으니까.
“서우야. 오늘 수고했어, 수고비는 계좌로 보낼게.”
“응, 고마워.”
태운은 둘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하르의 연구소를 나왔다.
그때, 연구소의 앞에 서서 태운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연정아….?”
“태운아. 할 말이 있어.”
* * *
연정아는 전대섭에게 목숨을 부지 받은 적이 있고 지금도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 연정아는 전대섭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자신이 알고 있는 칠죄신교에 대한 비밀 정보를 전부 알려주었다.
“근데 이제 그게 비밀이 아니게 될 것 같아서 너에게는 미리 말하려고. 전대섭 선생님도 그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음…?”
연정아는 사일런스 필드를 깔고 말을 이어나갔다.
“칠죄신교 녀석들이 데블스 에이지를 다시 일으키려 하고 있어.”
“그거야….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어.”
칠죄신교는 칠죄종의 악마들이 나타나 세상을 멸망시키면 자신들은 구원받는다고 믿고 있으니까.
“근데 그게…. 앞으로 빠르면 2년 안에 나타날 것 같아.”
“뭐…?”
“이것도 네 덕분에 늦어진 거야.”
우중충한 늪에 갔을 당시 마르기가스가 하고 있던 의식은 바로 칠죄종의 악마들을 깨우기 위한 의식이었다.
만약 그것이 성공했다면 그 의식으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칠죄종의 악마들이 세상에 나타나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네가 제단을 부숴준 덕분에 2년으로 유예 기간이 늘어났어. 하지만… 지금 인류의 힘으로는 칠죄종의 악마들을 이길 수 없어.”연정아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피의 주인인 아스모데우스, 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몸속에 흐르는 피 덕분에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인류의 힘을 전부 합쳐도 칠죄종의 악마를 두 명 이상 이기기 힘들 거야.”전대섭, 허덕륜, 검성 셀.
연정아는 그들 정도가 아니면 칠죄종의 악마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후…. 정말 미친놈들이네.”
태운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연정아는 그런 태운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
“네 계획, 길드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길드에 들이고 강하게 만들어 칠죄신교에 대항하겠다는 그 계획…. 조금 당겨줬으면 좋겠어.”연정아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안 돼.”
하지만 태운은 거절했다.
“그게 무슨….”
연정아가 너무나도 단호한 거절에 당황해하고 있을 때 태운이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내가 너무 유명해지면 녀석들은 몸을 사릴 거야. 그리고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겠지. 지금처럼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편이 견제하기 좋아. 그리고….”태운은 지갑에서 두 번째 신분증을 꺼내고 마스커레이드를 사용했다.
“봐. 녀석들을 은밀하게 방해하기 위해 이중 신분까지 만들었어. 허덕륜 선생님이 하던 일들이지.”
“…….”
“허덕륜 선생님은 혼자 배반자 녀석들을 막아오셨어. 이젠 내가 도와드릴 거야. 길드는 녀석들이 큰 타격을 입고 활동이 움츠러들었을 때, 그때가 적기야.”태운은 여전히 배반자들에 대한 역겨움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배반자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냉정하게 판단했다.
분노에 휩쓸려 충동적인 판단을 한다면 그것 또한 녀석들의 노림수에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녀석들이 이곳저곳에서 깽판을 치며 돌아다니게 할 생각은 없어. 나름대로 계획이 있거든.”
“계획…?”
“마침 그 계획의 기틀이 만들어졌어.”
태운이 골렘을 만들려고 한, 명성과 지하 훈련장의 보호에 이은 세 번째 이유, 그건 바로 배반자들의 테러를 막기 위함이었다.
“내일 바로 특허 내러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