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113화 (113/379)

113화

[무너진 신전에서 도굴을 하던 모험가들을 공격한 ‘지옥 병정’에게 몸을 빼앗긴 사람을 찾으십시오.]

‘지옥 병영이 있는 던전에서 얻은 마정석이라 그런가 지옥 병정에게 죽은 사람의 마정석이 나왔어.’태운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음….”

무너진 신전 안에 태운을 포함해 5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직업이 다양하지 않았다.

애초에 같은 도적 길드에서 신전을 도굴하기 위해 온 것이었으니까.

‘일단 나는…. 평범 그 자체군. 키도, 체형도 딱 평균이야. 이름은 필이군,’

LV:21

마나 총량:127,518

체력(20) 근력(32) 민첩(27) 유연성(12) 지력(15)

특성

냉철(LV.4)

마법 고자(LV.M)

스킬

초급 방패술(LV.8)

초급 한손검술(LV.7)

‘한손검과 작은 방패를 사용하는 단순하고도 효율적이면서 안전한 전투 스타일. 아무래도 필이라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었던 거 같네.’아무래도 검 하나를 가지고 싸우는 것보단 방패를 든 편이 공격력은 약해질지 모르지만 안전하고 쉬우니까.

평범한 사람이 고르기 좋은 무기 중 하나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고 거슬리는 것은 역시나 ‘마법 고자’였다.

‘마법을 못 쓴다니…. 이번에는 마법으로 쉽게 쉽게 갈 수는 없겠어.’태운은 지금까지 마정석을 흡수하다가 힘든 일이 있으면 마법으로 극복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법을 쓸 수 없는 몸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덩치 큰 도적 하나…. 일단 마법사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저 녀석이 이곳의 실세가 되겠어.’그는 큰 덩치에 근육까지 잘 단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등 뒤에 걸려 있는 잘 벼려진 배틀 액스, 그 도끼는 방패로 막아도 방패를 박살 내고 몸에 박힐 것 같았다.

‘적어도 저 사람은 지옥 병정이 아니길 바라야겠어. 지옥 병정을 잡으려면 저 사람이 필요해.’지옥 병정은 기술이 없지만 그 힘과 속도만으로도 엄청난 괴물이다.

저 덩치마저 없다면 나머지 4명이 지옥 병정을 잡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태운과 비슷한 체형에 창을 손에 쥐고 있는 남자였다.

체형은 비슷했지만, 몸 위로 보이는 근육을 보면 힘은 태운이 조금 더 강할 것 같았다.

“으으음….”

그때, 마침 쓰러져 있던 여자 도적이 일어났다.

“일어났네.”

“네….”

덩치는 작지만 재빠르고 단단한 인상을 주는 여자였다.

허리에 차고 있는 두 자루의 단검을 보면 재빠르게 움직이며 적의 급소를 노리는 전투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죽고 우리만 남은 모양입니다.”

“정말…이에요…?”

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는 태운을 속일 수는 없었다.

“내숭 부리지 말고 손 내려. 입꼬리 올라가는 거 구경이나 하게.”

“오…. 안 속네?”

그녀는 손을 내리고 한없이 올라간 입꼬리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뭐가 그리 좋아서 웃어?”

“다른 놈들이 싹 다 죽었다는 건 신전의 보물을 팔았을 때 내 몫이 늘어난다는 뜻이잖아?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네.”“일단 살아나가는 게 먼저 아닌가? 그 괴물이 우리 5명 중에 숨어 있는 것 같던데.”

“그 괴물이? 확실해?”

아직 동기화율이 높지 않아 필의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무너지는 신전 사이로 괴물이 꾸물거리면 무언가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 기억만큼은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했다.

“확실하고 말고. 사실 너도 의심스러워.”

“뭐어? 내가 의심스럽다고?”

둘이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일어났다.

“으윽….”

그다음으로 일어난 사람은 덩치 큰 남자였고 그다음은 창을 든 남자, 그다음은 장검을 들고 있는 여자였다.

태운은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지옥 병정이 변하는 것을 본 덩치의 말 덕분에 태운의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그때 창술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다들 그 괴물 잡을 수 있겠어? 길드원 50명에 용병 30명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괴물인데 우리 5명이 뭘 할 수 있겠어?”“그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길드장이 녀석의 가슴에 필살기를 꽂았거든. 아마 녀석도 회복 중일 거야.”검사가 창술사의 질문에 답하자 도적이 거기에 동조했다.

“녀석이 완전히 회복이 돼서 우릴 죽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서 죽여 버리자.”

“그래.”

대세는 괴물을 찾자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태운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지금 괴물이 가장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다.

“괜한 추측으로 사람의 수를 줄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엉? 무슨 개소리야? 녀석이 힘을 회복하면 우린 바로 죽음이라고.”“괴물이 힘을 회복한다고 해도 우릴 죽이지는 않을 거야.”괴물의 목적은 100% 생존 및 자손의 번영이다.

여기서 모두를 죽이고 혼자 살아나간다고 해도 도적 길드에서 그를 예의주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괴물은 오래 살지 못하고 죽게 된다.

지옥 병정은 본능대로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상상 이상으로 똑똑한 생명체였다.

“그런 녀석이 멍청하게 바로 모두를 죽이고 탈출할 거라는 생각은 하기 어려워.”“아…. 잘은 모르겠지만 네 말이 헛소리라는 건 알겠군.”갑자기 덩치가 배틀 액스를 들고 태운에게로 다가갔다.

“난 네놈이 의심스러워…. 괴물을 찾아서 족치자는 게 누가 봐도 정답이다. 그런데 그걸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논리로 반대하는 게…. 얘들아! 나만 의심스러운 거냐!”덩치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곳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저 덩치다.

저 녀석이 괴물이라면 다들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강제로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저 녀석이 의심스러워.”

“아까 갑자기 날 의심하더라니까?”

“내 생각에도 그래.”

‘쯧….’

이런 상태라면 태운이 뭐라고 말해도 상황을 뒤집을 수가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죽여. 대머리 새꺄.”

태운은 담담하게 중지 손가락을 올려주었다.

지금 죽는 것에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흡수를 시작하면 똑같이 겪을 일들이니까.

‘얼마든 죽여 봐라. 언젠가는 깨줄 테니까.’그렇게 생각한 태운의 정수리에 덩치의 배틀 액스가 꽂혔다.

현실에서 눈을 뜬 태운은 자하르에게 신호를 보내고 다시 마정석 흡수에 도전했다.

* * *

“후…. 힘드네.”

지금까지 30번 정도 도전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아직까지 지옥 병정을 본 적은 없지만, 매번 다시 시도할 때마다 지옥 병정이 누구로 변했는지가 바뀌는 것 같았다.

확실히 감을 잡지는 못했지만, 태운이 똑같이 행동해도 꼭 누군가는 전 회차와는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지옥 병정이 변한 사람의 성격, 말투까지 카피한다지만 입장이 다르면 같은 사람이라도 행동이 달라질 수밖에.’마피아 게임을 할 때 마피아에 걸리면 말투부터 행동까지 전부 바뀌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매 회차마다 지옥 병정이 누구로 변해있는지 바뀌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하필 랜덤이냐…. 머리 아프게….’사실 이런 임무는 굉장히 쉬운 편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한 번씩 죽이면서 누가 지옥 병정인지 알아보면 되는 임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매 회차마다 이렇게 바뀐다면 말이 달라진다.

몇 번을 해도 누구라고 특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매번 지옥 병정의 숙주가 변한다는 것을 알아챈 이후 공책에 수상한 사람에 대해 정리해 보았지만 패턴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뭐 별수 있나. 계속해보는 수밖에 없지.”태운이 다시 마정석 흡수를 하려 했을 때 태운의 손이 멈췄다.

‘아니, 잠깐…. 내가 좀 멍청했는데?’

지금 내가 지옥 병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이러고 있는 거지?

안다고 해봤자 그들의 생태 정도다.

그들이 어떻게 개체를 유지하는지만 알고 있으면서 이러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정보를 찾은 다음에 해도 될 것 같은데….’지금 계속 붙들고 있는 건 끈기가 아니라 객기고 시간 낭비다.

‘오늘은 좀 쉬고 내일 전대섭 선생님이나 허덕륜 선생님께 지옥 병정에 대한 정보를 좀 얻은 다음에 진행해야겠어.’열심히 하는 것과 비효율적으로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니까.

“드디어 쉬는 거냐.”

“네, 오늘은 쉬고 정보를 조금 더 모아서 내일 도전해 보려구요.”언뜻 보기에는 어렵긴 해도 단순해 보이는 내용의 임무지만 태운은 방심하지 않으려 했다.

필의 마정석은 헥티르의 마정석과 똑같은 상급 마정석이니까.

최소 그 정도 난이도는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급하게 깨다가 내 성향과 다른 보상이 나와 버리면 곤란하니까.’태운은 연구소를 나와 집까지 가볍게 뛰기로 했다.

가볍게 뛴다고 해도 일반인의 전력 질주보다 빠르겠지만 말이다.

타타타탁!

태운이 달리자 늦은 밤에 사람이 없는 골목에 태운의 발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렇게 3분 정도 달리자 예전에 처칠과 처음 만났던 골목에 도착했다.

태운이 그때를 회상하며 짧은 웃음을 짓고는 계속 가던 길을 가려 할 때, 그 골목에서 누군가 나왔다.

“잘 지냈는가.”

역시나 처칠이었다.

언제나 신출귀몰하며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잊고 지내다가 떠오른다 싶으면 눈앞에 나타난다.

게다가 항상 인사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사라지고는 한다.

처칠은 갑자기 나타나서는 대뜸 태운에게 말했다.

“지옥 병영을 잡았더구나.”

“그걸 어떻게….”

“다 방법이 있단다.”

그는 항상 무슨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슨 방법인지 알려주기는커녕 알려준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대섭, 허덕륜…. 특히 전대섭의 역할이 컸겠구나. 덕륜이는 예전만 못하고 그 거대한 지옥 병영을 처리하기에는 상성이 좋지 못하니까….”

“네…?”

처칠이 전대섭과 허덕륜을 안다는 것에 놀란 게 아니었다.

태운이 놀란 이유는 처칠이 전대섭과 허덕륜을 어린아이로 대하듯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대섭은 마법을 꾸준히 개발해서 더 강해진 것 같았고….”처칠은 둘에 대한 평가를 꾸준히 하다가 갑자기 태운을 보고 말을 걸었다.

“아무튼 자네가 그렇게 얻고 싶어 하는 것을 하나 가지고 있다네.”

“네?”

태운은 자신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가지고 싶거나 필요한 물건은 너무나 많았지만, 그중에 가장 급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아공간 주머니였다.

“그래, 필요할 줄 알고 가져왔네.”

“또 생각을….”

처칠이 태운의 말을 끊고 캐리어에서 꺼낸 것은 자그마한 포켓이 달린 벨트였다.

태운은 관찰력 스탯을 흡수한 감각 스탯을 활용해 그 아티팩트를 관찰했다.

하지만 관찰할 필요도 없이 처칠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총 20,000L 부피의 아공간과 연결되어 있는 벨트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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