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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75화 (75/379)

75화

배반자들과 싸우는 것에 굉장히 특화되어 있는 그의 특성이 그들의 은거지에 들어와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마력 실로 단검을 움직이는 공격 스타일 자체가 매우 변칙적이고 막기 힘든데, 그의 센스와 집중력이 더해지니 적들은 말 그대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터프 부스트, 밸런싱 버프.”

태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섬세하지 않지만 많은 양의 버프를 줄 수 있는 터프 부스트를 사용한 후, 대상의 움직임에 따라 버프의 분포가 조절되는 밸런싱 버프를 사용했다.

“음…?”

조강현은 벽에 던져 버리려고 목을 잡은 배반자가 갑자기 목이 부러져 죽은 것을 보고 당황하고는 이내 태운의 버프 덕분임을 깨닫고 감탄했다.

‘오는 길에 마정석 창고에 들러서 마정석들을 많이 챙겨왔어.’태운의 가방, 주머니에 두둑이 들어 있는 마정석을 전부 흡수하면 총 400만의 마나를 얻을 수 있다.

‘마나가 이만큼 넘쳐나는 건 처음인 것 같아.’태운은 여유가 넘쳐흘렀다.

모두에게 버프를 주면서 마이클의 마법 시전을 도와주고 간간이 공격도 했다.

“수가 상당히 많은데요!”

“그러게 말이다!”

지금까지 그들이 죽인 배반자들의 수만 해도 20명이 넘어간다.

그 순간 뒤에서 배반자 수십 명이 한 번에 나타났다.

“둘러싸!”

“공격해!”

수십 명의 배반자들의 공격에 마이클과 태운이 완전히 노출됐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이클은 마법을 기반으로 삼은 웨퍼다.

“어스 스파이크.”

마이클이 마법을 시전하자 동굴의 벽과 바닥에서 수십 개의 돌로 된 송곳이 솟아나 배반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아이스 사이트.”

직후 태운이 그들을 얼려 버렸고 정일준이 나섰다.

“16연격.”

정일준은 어스 스파이크와 엉켜 같이 얼어 버린 그들의 목을 전부 날려 버렸다.

“으…. 미친…!”

“하늘 성에서 내려온 지 일주일 만에 왜 이런 일이….”일부 겁에 질린 배반자들이 도주를 시도했지만 그것마저 쉽지는 않았다.

“유령 기사, 추격해.”

정일준의 유령 기사에 의해 모두 몸이 두동강이 나버렸으니까.

“퇴로는 다시 확보했으니 다시 앞으로 전진합니다.”정일준이 뒤의 적을 처리하고는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올해 라인업이 역대급이라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김현우는 저들의 전성기를 상상하며 웃음을 지었다.

* * *

“허억…. 허억…. 괴물 같은 놈들….”

“진짜 죽을 뻔했잖아….”

배반자 두 명이 동굴 밖으로 나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은신을 사용해 운 좋게 유령 기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도망칠 수 있었다.

“도망가자. 어디든 숨을 곳을 찾아서 본 교에 연락을 취할 수 있으면….”

“아직 멀었구만, 멀었어.”

겨우 살아나온 둘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잔챙이 둘을 놓치다니…. 김현우 그 녀석도 아직 많이 부족하단 말이지….”

“누구냐!”

“노인네가 미쳐서 여기까지 온 건가.

“버르장머리도 없고…. 멍청하기까지….”

그의 정체는 허덕륜이었다.

“너희는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

허덕륜은 배반자들이 인지하지도 못할 속도로 다가가 그의 얼굴에 러시안 훅을 날렸다.

쾅!

사람의 몸에서 나면 안 될 소리가 난 후 땅에 처박힌 배반자의 몰골은 처참했다.

땅에는 마치 작은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지름 50cm가량의 크레이터가 생겼고 그 중심에 있는 배반자의 얼굴은 반쯤 으스러져 있었다.

당연히 즉사.

“이…. 이 미친……뭐야……! 으아아아!!!”

허덕륜은 겁에 질려 도망치는 그를 보고 주머니에서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쇠구슬을 꺼냈다.

“오랜만이구만.”

퍽.

허덕륜은 쇠구슬을 던져 도망치는 배반자의 뒤통수에 적중시켰고 쇠구슬은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즉사한 배반자는 달리다가 실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전대섭 형님도 참…. 태운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으실까….”허덕륜은 그들의 시체를 대충 구석에 치우고 다시 바위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뭐…. 훈련만 시키기는 좀 아까운 재능이긴 해….”전대섭은 태운의 재능을 실전에서 꽃피우는 재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괜히 태운을 이런 위험한 곳에 보낸 것이다.

물론 혹시 몰라 배반자와 싸울 때만큼은 A급 헌터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는 김현우를 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때 동굴 안에서 이상한 마나의 기류가 흘렀다.

“잠깐 이건….”

동굴 안에서 이질적인 마나의 흐름이 요동쳤다.

“던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금까지 미국에서 단 한 번 있던 사례다.

원래 있던 지역이 바뀌어 던전이 된 사례.

허덕륜이 한국 대표로 가서 관찰한 경험이 있었기에 분명했다.

허덕륜은 급히 전화를 꺼내 전대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지금 애들이 들어간 동굴이 던전화되고 있어. 나는 지금 들어가 봐야 하니 만일에 대비해서 지원을 요청해둬.”-뭐? 알겠다. 지원을 요청해두지.

던전의 입구가 열리자마자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이미 안에 많은 인원의 사람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겠지.

“문이 닫힌다. 난 지금 들어간다.”

-믿고 있겠다.

허덕륜은 전화를 끊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허덕륜을 맞이한 것은 무너진 입구를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배반자 무리였다.

그리고 그들을 죽이려고 따라오고 있는 녀석들은 B-1티어 몬스터인 리자드맨들이었다.

* * *

“정일준, 아직도 아티팩트에 마기가 남아 있어?”

“네, 아직 남아있습니다.”

“흠…. 희한하네. 이렇게 많이 죽였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니….”정일준은 다시 한번 전대섭이 알려준 마법을 사용했다.

그 마법을 다시 한번 마기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려주었다.

마법의 결과는 이 동굴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확실한 건 그놈이 아직 여기 있다는 겁니다.”

“그래? 그럼 계속 가보자.”

그 순간 동굴 안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뭐지? 내분인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과 배반자들 뿐이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분밖에 없었다.

“그럼 지금이 찬스다. 빨리 가자.”

김현우는 발걸음을 빨리하여 그들을 잡아내고 입구를 막은 후 돌아다니며 곳곳에 숨은 배반자들을 소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현우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끄아아악!!!”

“살려줘!”

동굴 깊숙한 곳, 커다란 공동에 도달한 그들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미친….”

[크르르….]

[크륵….]

2m 30cm의 키와 300kg에 가까운 커다란 몸집, 그리고 그 큰 몸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근육들, 큰 턱, 두꺼운 꼬리, 단단한 표피….

B-1티어 몬스터인 리자드맨이었다.

“이런 미친….”

하지만 그 녀석이 나타났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무엇보다 이 상황을 심각하게 만든 것은 리자드맨의 숫자였다.

“이게 다 몇 마리야…?”

커다란 공동을 가득 채운 수의 리자드맨, 족히 1,000마리는 넘을 듯했다.

본래 리자드맨은 많아도 10마리 이상으로 무리를 짓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파벌이 생겨 무리가 반으로 나뉘거나 전쟁을 일으켜 자멸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리자드맨은 강력했지만 위험 수위가 그리 높지 않은 몬스터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리자드맨은 한 마리가 B-1티어 집단 몬스터 서너 마리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몬스터가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건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아이스 솔리드 아머.”

태운은 모두에게 아이스 인챈트가 된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었다.

“리자드맨은 온도에 예민합니다. 우리 체온을 감지해서 위치를 발각당하면 위험해요.”

“고맙다.”

김현우는 조용히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태운은 고개를 끄덕여 주곤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미국에서 있던 던전화 사건 아십니까?”

“알고 있어. 미국의 싱크홀에서 갑자기 몬스터들이 나와서 들어가 봤더니 던전이 되어있었다는 사건.”태운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들어온 이곳이 지금 던전화된 거죠.”

“흠…. 어쩌지.”

“사실 이 녀석들을 저희가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국가적으로 처리해야 할 수준이죠.”이 정도 규모의 던전이라면 B급 혹은 B+급 던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정도 규모의 던전은 자국 헌터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을 정도다.

“돌아간다.”

태운의 말을 거기까지 듣고 김현우가 결정을 내렸다.

“미국 던전화 사건에 따르면 던전화로 생겨난 던전은 타 던전과 달리 출입이 자유로웠다. 사례가 하나뿐이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애초에 감당할 수 없는 던전이다.

괜한 객기를 부려 목숨을 잃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때 뒤에서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가도 의미는 없을 게야.”

“……!”

뒤를 돌아보자 피투성이가 된 허덕륜이 서 있었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이거 내 피가 아니거든.”

태운은 팩인 디바인 포스를 사용해 허덕륜을 치료해주고 아이스 속성이 인챈트된 솔리드 아머를 씌워주었다.

“후…. 이제 살겠군.”

“방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돌아가도 의미가 없다니.”허덕륜은 숨을 한번 고르고 대답을 해주었다.

“동굴이 던전화하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들어왔다. 들어온 순간 리자드맨 무리의 습격을 받아 싸우고 나니 던전의 입구가 닫혀 있더군.”

“무슨…. 그럼 어떻게 해야….”

허덕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법이 없어.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 말고는.”

“이런 젠장…!”

모두 출중한 실력을 가지긴 했지만 B급 던전이다.

원래 B급 헌터 50명 이상의 큰 규모의 공격대를 꾸려 공략해야 하는 던전을 이 멤버로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 김현우에게는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제 계획에 한 명이 부족했는데 허덕륜 선생님이 들어와 줘서.”하지만 태운에게는 보였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법이.

“제가 던전 공략 키트를 하나 가져왔습니다.”태운은 가방에서 손바닥만 한 키트를 꺼냈다.

하나에 1,500만 원에 달하는 던전 공략 키트였다.

“그럼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태운의 특성 ‘정직한 사냥꾼’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 * *

“이게 가능할까?”

“안 되면 우린 죽는 겁니다. 제 머리에서 나온 건 이제 최선입니다.”태운은 거짓말쟁이 용병, 가일의 마정석 안에서 겪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그때는 수십 번의 실패로 한 번의 성공을 얻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한 번의 실패가 죽음을 불러오기에 다른 기회는 없다.

하지만 태운의 직감이 말하기를, 절대 실패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럼 지금 당장 계획을 실행합니다.”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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