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언더독: 1,110점
기사단: 990점
“역전이다!”
박성윤이 기사단을 추월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가 무섭게 기사단의 점수가 올라 1,020점이 되어 버렸다.
“…….”
“아직 1등 한 게 아니라는 뜻인가.”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이제 기다리는 수밖에….”
그때 기사단과의 격전지에서는 홍유리의 리타이어 때문에 겨우 유지되던 힘의 균형이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정일준만을 상대하고 있는 태운은 생각보다 수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할 만한데…?”
아카데미 익스퍼트 2위인 찬영이 이기지 못한 사람이라기에 자신보다 강할 것이라고 생각한 태운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상성 차이였을 뿐, 정일준이 찬영보다 강한 것은 아니었다.
태운은 파이로 컨트롤과 오버 서플라이를 활용해 계속해서 정일준을 괴롭혔다.
오버 서플라이로 파이어 윔블의 위력을 높이고 파이로 컨트롤을 활용해 위력이 약해지고 소멸할 것 같은 것들을 뒤로 빼는 등의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흠….”
아티팩트에서 나오는 유령포는 시전자인 정일준이 직접 컨트롤 하는 것인지 성가셔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파이로 컨트롤로 정일준을 계속 견제하고 있으니 정일준이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태운은 섬찟했다.
“하이 프로텍트, 오버 서플라이.”
태운은 섬찟함에 공격을 멈추고 하이 프로텍트를 다중 시전하고 마나를 불어넣어 강화했다.
그 순간.
콰-앙!
정일준이 들고 있던 단검이 어느새 태운이 시전한 하이 프로텍트를 공격하고 있었다.
“미친…. 저기서 여기까지 던졌다고…?”
태운이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일준과 태운 사이의 거리는 50m가 넘었으니까.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사거리와 정확도였다.
‘게다가 이 파괴력은 뭔데…?’
단순히 신체 강화를 하고 마력이 담긴 단검을 던진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운이 시전한 방어 마법에 금을 낸 것이다.
“준비 다 됐어! 다 빠져!”
그때 김진성이 소리쳤다.
유령마를 한 번에 없앨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전방에서 싸우고 있던 공진영은 그 말을 듣고 뒤로 물러났고 김진성은 그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검을 뽑고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가까이 가지도 않은 채로 검을 가로로 베었다.
“퇴마.”
영체 계열의 몬스터에게 큰 데미지를 주는 김진성만의 스킬, 퇴마의 발현이었다.
김진성의 검에서부터 보라색 검기가 나오더니 유령마의 다리를 모두 잘라 버리고 정일준을 향해 날아갔다.
“…….”
정일준은 그것을 자신의 검기로 받아치려 했지만, 그것을 태운이 가만 보고 있을 리는 없었다.
“화폭.”
태운은 정일준의 주변에 떠 있던 파이어 윔블에 남아 있는 마력을 폭발시켜 화폭을 시전했다.
“크읏….”
정일준은 화폭에 완전히 노출되었고 화폭의 약하지만 확실한 데미지 탓에 검기를 쏘아내지 못했다.
결국, 정일준이 타고 있던 유령마도 역소환 당했다.
그 순간, 태운은 창을 꺼내 든 후, 자신의 온몸에 마나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하고 순식간에 정일준에게 달려갔다.
매우 빠른 속도로 정일준의 눈앞에 도착한 태운은 달려온 속도에 근력을 실어 창을 내질렀다.
채-앵!
“…빠르군. 그리고 강해.”
정일준은 그 공격을 검면을 활용해 흘려냈고 후속타를 날렸다.
태운은 필사의 창술이 알려주는 움직임대로 움직여 그 공격을 피해냈다.
“센스도 좋아.”
정일준은 유령마를 잃고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기계와 같은 느낌이었다.
전투를 속행하려는 태운에게 정일준이 상상도 못 한 제안을 했다.
“자네, 우리 기사단에 들어오는 게 어떤가.”
“음…. 갑자기…?”
그것은 기사단에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태운은 갑자기 헛소리를 하는 정일준에게 의문을 표했다.
“내가 올해 마스터로 올라가면 단장의 자리가 공석이 된다. 그 자리의 적임자로 구찬영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너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구찬영보다 제가 더 나을 거라는 말입니까?”“그건 모르겠지만, 구찬영 수준의 재목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기사단장의 스카웃 제의.
그 장소가 이상하긴 했지만, 아카데미 내에서 그 누구도 거절하기 힘든 매력적인 제안이겠지.
하지만 태운에게는 아니었다.
“거절합니다.”
태운은 그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
“흠, 지금 이야기한 내가 잘못이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눠보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정일준은 강태운이 상황 때문에 거절한 것이라 생각해 다음에 또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제안했지만, 태운은 거절했다.
태운에게도 기사단장의 자리가 주는 메리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태운은 내년의 기사단장직을 맡을 수 없었다.
“저는 올해 졸업할 예정이라 아쉽게도 내년 기사단장 자리는 찬영이 맡아야겠네요.”
“올해? 많이 급한 일이 있나 보군.”
익스퍼트에 올라와 그 해에 졸업을 할 수는 있다.
실제로 그러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의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급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 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태운은 돈이 부족하지도 재능의 한계에 부딪히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태운이 빠른 졸업을 하려는 이유는 충분했다.
더 이상 아카데미를 다니며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운에게 마법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카데미 내에서 전대섭 말고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아카데미에서 공부할 시간에 자하르의 연구소에서 마정석 흡수를 하는 것이 더욱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고 행동도 더 자유로워질 테니 졸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던 것이다.
“흠…. 그래도 아쉽군. 너 같은 재능은 본 적이 없는데 빨리 졸업을 하다니….”
“그럼 이야기는 이쯤하고 시작합시다.”
“그 얘기를 기다렸네.”
정일준은 잠시 해제한 유령포를 다시 전개했다.
유령마를 소환하지 않은 정일준의 유령포는 더욱 촘촘해지고 거대해져 있었다.
“솔리드 아머.”
터엉!
태운이 섬뜩함을 느껴 급하게 방어 마법을 사용하자 유령포의 촉수가 그 위를 강타했다.
솔리드 아머를 깨기에는 부족한 공격력이었지만 기사단의 단장만 사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의 성능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터터터텅!
수십 개의 촉수가 태운의 솔리드 아머를 연타했고 아머의 내구도와 관계없이 태운의 몸은 균형을 잃어갔다.
그 순간에 정일준은 검을 뽑아 들고 태운의 품으로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크흐….”
태운은 겨우 검을 피해내고 정일준의 실력에 감탄했다.
빠른 속도와 검에 담긴 위력뿐만 아니라 멀리서 달려와 검을 휘두르는 동작 자체가 매우 깔끔했다.
“마력탄.”
태운은 마력탄을 쏘아내지 않고 손으로 잡고 정일준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퍼-엉.
하지만 태운의 공격은 유령포에 의해 막혔고 정일준은 아무렇지 않게 공격을 이어갔다.
훙- 훙- 챙!
태운은 공격을 계속 피하고 막아냈지만 반격할 틈을 찾지 못했다.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카운터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유령포에 의해 막혔다.
구찬영이 정일준에게 패배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정일준이 몸을 움직여서 공격할 때는 방어 말고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아. 동시에 공격해왔으면 정말 힘들었겠어.’태운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정일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생각할 여유는 있나 보군.”
“그러는 당신도 딱히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거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채-앵!
태운의 창과 정일준의 검이 크게 한 번 부딪혔다.
정일준은 생각보다 묵직한 태운의 공격에 감탄했다.
“크윽….”
단순히 무기를 부딪치며 싸우는 것에서는 태운이 정일준에게 밀린다.
하지만 태운은 정일준을 이길 필요는 없었다.
“진영이 형! 이제 가세요!”
“오케이!”
공진영이 이곳을 빠져나갈 때까지 시간만 끌면 된다.
“어딜…!”
기사단의 단원 하나가 빠른 속도로 전장을 이탈하는 공진영을 잡으려 했지만 공진영은 기사단의 단원 중 가장 빠른 정성현을 달리기 종목에서 이긴 사람이다.
호락호락하게 잡힐 사람이 아니었다.
빠-악!
공진영은 따라오는 기사단원을 뿌리치고 앞으로 계속 달려갔다.
정일준은 언더독의 꿍꿍이를 알지 못했지만 멋대로 행동하게 놔둘 생각은 아니었다.
“유령 기사.”
정일준은 유령마를 탄 유령 기사를 소환해 공진영을 쫓도록 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만 있을 태운이 아니었다.
[우우우….]
공진영을 추격하는 유령 기사들의 앞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벽이 세워져 유령 기사들의 추격을 막았다.
그것은 태운이 예선에서 선보인 적이 있는 대현자, 처칠의 결계를 분석해 만든 결계였다.
“저한테만 집중해야 할 텐데요.”
“…재밌군.”
태운은 공진영에게 사용하고 있던 신체 강화 마법을 풀었다.
그것을 눈치챈 정일준은 태운의 창을 검으로 가격하고 거리를 벌렸다.
“메테리얼 두 개를 공진영에게 쓰고 있었군. 나를 상대로 여유가 있었다는 건가.”“전력을 다하지 않은 건 그쪽도 마찬가지일 거 같은데.”지금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교만이나 만용이 아니다.
지금 자신의 힘을 숨기고 가장 중요한 1 대 1 대련 종목에서 자신의 전력을 쏟기 위함이다.
“그럼 이제 조금은 더 써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친절히 알려줄 필요는 없었을 거 같은데 말이죠.”
“동의한 걸로 생각하지.”
쿵!
태운과 정일준의 무기가 다시 한번 크게 부딪쳤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공진영은 기사단의 진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 * *
“정일준을 포함한 다른 기사단원들이 기사단의 진영을 대거 이탈했어. 지금 남아있는 기사단원은 6명뿐이야.”
“그럼 마지막 역전을 노려보자.”
“정성현도 안 보여. 우리가 깃발 훔쳐서 달리면 한두 개 정도는 훔칠 수 있을 거야.”현재 3등인 흑단과 50점 차이밖에 나지 않은 강유의 멤버들의 대화였다.
그들은 깃발 두 개면 흑단을 제치고 3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아…. 씨…. 떨리네. 그냥 흑단 치러 가면 안 돼?”“흑단은 깃발을 지키는 데 온 힘을 싣고 있어. 걔네한테 두세 명만 리타이어당하면 역전은 물거품이야.”
“하…. 알겠어.”
하지만 그들은 전력의 저울질을 잘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흑단에게 단 한 명도 리타이어당하지 않고 깃발을 빼앗는 것보다 기사단의 깃발을 하나라도 빼 오는 것이 더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기사단에 의해 모두 리타이어당해 기사단의 1위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의 수는 7명, 그들이 모두 기사단에 의해 리타이어당한다면 210점을 기사단이 얻게 된다.
그러면 언더독의 역전도 꿈에서 그치게 된다.
“바로 시작한다.”
강유의 멤버들이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시작하긴 뭘 시작해!!!”
“뭐…. 뭐야!”
“뭐긴 뭐야!”
그건 바로 공진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