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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68화 (68/379)

68화

‘하이딩 포스.’

신가연은 트리플 미사일을 사용함과 동시에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마나의 흔적을 지웠다.

‘나는 모든 마나를 소모했다’라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그녀는 연기의 리얼함을 더하기 위해 부러진 숏소드를 들고 일어섰다.

검을 들고 있었지만 등 뒤로는 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성현의 공격은 어찌어찌 막은 것 같지만 내 공격은 막기 힘들 텐데.”알고 있다.

60cm짜리, 그것도 부러진 검으로 어찌 180cm의 묵직한 검을 막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가만히 누워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야 나을 거 같아서.”“…뭔가 예전의 너와 생각이 많이 달라졌네.”“이 마인드를 5년 전 입학했을 때 가지고 있었으면 지금 랭킹 1위는 나였을 수도 있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1년 더 있었는데…. 멍청했지.”신가연은 시간을 끌기 위해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적은 양의 마나로 김민준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마법을 만드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었으니까.

‘조금만 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적은 양의 마나로 최대한의 공격력을 내기 위해선 다른 기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마력으로 자기력을 만들고 그 안에 금속으로 된 무언가를 넣고 쏘아내는 것처럼.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나중에 언제든지 들어줄 테니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

“내가 괜한 얘기를 하고 있던 것 같아?”

“뭐?”

“얘들아, 공격해!”

신가연은 김민준의 등 뒤를 향해 소리쳤다.

“어느새…? 음…?”

그는 뒤를 돌아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아무런 공격도 날아오지 않았다.

신가연의 허세였던 것이다.

김민준은 머리를 헝클어트리더니 무표정으로 신가연에게 달려갔다.

이런 허세로 시간을 끄는 그녀의 추태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일도양단.”

김민준은 신가연을 마무리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됐다.”

전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방심이고 그 방심이 최고조를 찍었을 때는 이번 공격이 마지막 공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신가연은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등 뒤에 만들어두었던 자기장 레일 위에 올렸다.

그러자 검은 마치 레일건처럼 쏘아졌다.

쾅! 서-걱.

“윽…. 이게 무슨….”

자기장에 의해 쏘아지는 검의 속도는 무려 초속 2km, 음속의 6배.

그것이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것이다.

인간의 반응속도로는 피하는 것은커녕 인지하는 것조차 무리다.

자기장으로 쏘아진 검은 그의 갑옷을 관통하고도 힘이 남아 김민준의 심장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물론 신가연은 김민준의 검에 몸통을 베였지만.

“후…. 이제 쉬자….”

신가연은 김민준이 역소환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눈을 감았다.

김민준을 처리했으니 기사단의 공격대는 물러날 것이다.

[신가연 선수와 김민준 선수! 동시에 리타이어 당합니다!]

* * *

마령과 기사단의 전투는 처절했고 반전 또한 있었다.

그 영화 같은 전투의 전개에 시청자들은 환호했으나 그것과 별개로 깃발 빼앗기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약속대로 깃발은 5 대 5, 3개씩 가지는 걸로.”백화의 본거지가 있는 동굴, 그곳에는 언더독 멤버와 시저, 김진성만 남아 있었다.

백화는 16명 중 5명이 공격대 지원을 나가고 남은 11명이 본거지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백화의 핵심이자 그 자체인 장현수는 남아 있었다.

공략이 어렵지는 않았다.

공진영이 빠르게 깊숙한 곳으로 침투해 장현수를 방해했고 시저가 도발기로 적들을 시선을 끌었다.

결국 장현수는 룬의 주인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리타이어 당했고 그가 리타이어 당하자 다른 팀원은 전의를 잃어버렸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은 실버급인데 반해 언더독과 적사단의 연합은 골드 A급과 그에 버금가는 실력자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익스퍼트급은 훈련한 시간이 많은 만큼 재능에 따른 실력의 차이도 엄청나다.

실버급 이하는 졸업해도 F나 E급, 잘해 봐야 D급 헌터 수준의 힘을 가지고 헌터 일을 시작하지만 골드 A반의 상위 1~20%는 졸업하자마자 C~B급 헌터와 맞먹는 실력을 가질 정도니까.

‘그러고 보니 졸업하자마자 A급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 있었다는데…. 누굴까?’명운전을 단신으로 제패한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는 설도 있었고 현재 정부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설도 있었다.

‘실존 인물이라면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하네.’태운은 그가 도대체 누구고 무슨 일을 하길래 그의 정체를 숨기는 것인지, 그리고 그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보고 싶었다.

“지쳤어…. 일단 돌아가서 깃발 꽂고 재정비하고 다시 나서자.”

“그래, 일단 돌아가자.”

언더독과 적사단은 깃발 점수를 제외하고도 꽤 괜찮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언더독은 7명을 리타이어 시켜 210점을 얻었고 적사단은 나머지 4명을 리타이어 시켜 120점을 얻었다.

지금 언더독의 점수는 690점, 방어팀이 전투 중 6명을 리타이어 시켜 점수를 얻은 것이다.

꽤 많은 점수를 얻은 언더독이었지만 태운은 안심할 수 없었다.

기사단의 점수는 990점, 1,000점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깃발을 꽂는다면 750점으로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테지만 그동안 기사단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 더욱 집중해야만 한다.

태운의 계획이 통한다면 단숨에 역전을 노릴 수도 있으니까.

“팩 인 디바인 포스.”

태운은 언더독의 멤버보다 시저와 김진성을 먼저 회복해주었다.

어쩌면 적이 될지도 모르는 자들을 먼저 회복해준다는 행위가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다.

이 작전의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저와 김진성의 경계심을 허무는 것이었으니까.

“태운아~ 깃발 얼마나 벌어왔어?”

“세 개요.”

백화 팀의 본거지가 있던 동굴에서 언더독과 적사단의 본거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태운의 회복 마법 덕에 빠르게 본거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그들은 빠르게 깃발을 꽂고 휴식을 취했다.

깃발을 꽂자 깃발의 색이 변했고 회복되는 마나의 양이 전체적으로 늘어났다.

“이야…. 점수 750점인데 기사단은 못 따라가네.”750점이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기사단과 적사단 2강 체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깃발을 뺐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 탓에 최종 1위의 점수가 100점대였던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그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섬 전체에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 현재 순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위는 990점을 얻은 명불허전 기사단! 2위는 언더독! 750점을 기록하며 기사단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습니다!]

“바짝은 무슨…. 240점 차인데….”

사회자의 말에 적사단의 케빈이 빈정거렸다.

“하, 본인 점수 먼저 보고 이빨 털어라.”

아직 김기열로 돌아오지 않은 김지열은 케빈의 말에 바로 시비를 걸었다.

[그 뒤로는 적사단이 600점으로 3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시 적사단은 적사단인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3등을 유지한다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사회자의 말을 들은 김지열은 그것으로 적사단원들을 자극했다.

“방금 들었지? 너희는 지금 3등 유지하는 것도 대단한 거야. 너희가 작년에는 어땠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딱 그 정도라는 거야. 지금 너희 받아준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뭐? 듣자 하니 이게 아주 돌아서….”

챙!

케빈은 검을 뽑아 들고 적사단과 언더독, 두 영역의 교집합으로 걸어갔다.

“그래, 한번 해보자.”

김지열도 박성윤이 들고 있는 단검을 하나 빼앗아 들고 케빈의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김기열은 섬세한 마법을 활용한 전투를 좋아하지만, 김지열은 달랐다.

압도적인 센스와 실력으로 전투 스타일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검을 처음 잡아도, 창을 처음 잡아도, 수년간 단련한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김지열이었으니까.

“발각(發角).”

케빈은 손바닥에서 뿔을 쏘았고 김지열은 그것을 단검으로 갈라 버리려 했다.

검과 뿔이 닿기 직전.

티-잉!

“그만하시죠.”

태운이 둘 사이에 배리어를 치고 싸움을 중재했다.

“케빈, 너도 그만해라.”

시저도 싸움을 말렸다.

지금 싸우면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긴 쪽도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적사단은 싸워서 이겨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 분명했다.

“으아아아!!!”

케빈은 소리를 지르며 주변에 있던 애꿎은 나무를 검으로 베어 넘어뜨리고 뒤돌아섰다.

사실 김지열에게 화가 나지 않는 적사단원들은 없었다.

그것을 참지 못하고 표출한 게 케빈일 뿐.

탁탁.

셀은 돌아오는 케빈의 어깨를 치며 그를 위로했다.

그리고 케빈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네…?”

‘기다려라. 기회가 있을 거야.’

기회가 이번 종목에서 올지 다음 종목에서 올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올 거다.

그 기회를 잡아 그들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주고 이득을 얻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형, 잠깐 나와봐요. 동연이 형도.”

태운은 둘의 싸움이 끝나자 김지열과 신동연을 데리고 숲 안으로 들어갔다.

“사일런스 필드.”

태운은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을 사용했다.

이제 여기서 소리를 질러도 밖에선 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땠어?”

김지열은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의 얼굴을 하고서 태운에게 물었다.

“성공인 거 같아요.”

“그럼 훈련 강도 절반은….”

“한번 생각해볼게요.”

“아니….”

“전 제안했을 때부터 생각해본다고 말했습니다.”태운은 김기열이 김지열이 되어 과녁 맞히기 종목을 끝내고 대기실을 돌아왔을 때 그에게 제안한 것이 있다.

김지열이 되었을 때 받는 훈련의 강도를 낮춰주는 것을 보상으로 적사단을 최대한 자극해달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사실 제안을 하지 않았어도 잘해줬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운은 신동연에게 작전을 다시 세밀하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일단 적사단 방어대를 맡고 있는 셀이 기회만 온다면 우리를 공격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쳤습니다. 기회만 준다면 공격하겠죠.”셀이 했던 말을 태운은 관찰력 스탯으로 예민해진 육감 덕분에 아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럼 다음에 공격대가 출발하면 방심한 모습을 보여줄까?”“음…. 괜히 어설프게 기회를 줬다가는 오히려 경계심만 줄 수 있습니다. 셀이 멍청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음…. 그럼 어떻게 할까?”

태운은 어설프게 틈을 줘서 의심의 여지만 주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확실하게 속여야만 한다.

“일단 기회를 한번 잘 봐요. 그리고 괜찮은 기회가 보인다 싶으면 바로 잡아주세요.”

“뭐…. 일단 알겠어.”

“명심해요. 절대 먼저 공격하면 안 된다는 거.”언더독은 이번 종목의 1등만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공격해서 명운전 참가자와 대중들에게 신뢰를 잃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그럼 믿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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