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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60화 (60/379)

60화

“너 마음에 안 든다. 진짜….”

“그래? 나는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다.”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은 정성현의 선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정성현이 손을 뻗자 그 방향 그대로 전류가 쏘아져 나갔고 공진영은 그것을 불꽃으로 쳐냈다.

그것을 본 정성현은 전류를 타고 공진영에게 날아갔다.

불꽃을 뚫을 수 있는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었지만.

“너 지금 검 없어.”

콰-앙!

“크헉!”

공진영은 정성현이 어설프게 내지른 주먹을 잡고 바닥에 메다꽂았다.

어마어마한 속도에 낙법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등부터 떨어진 정성현은 피를 토했다.

“허억…. 허억….”

“나 무시하지 마. 네가 검 없이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거든.”큰 데미지를 입은 정성현은 겨우 일어나 비틀거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하지만 공진영은 그 주먹을 가볍게 피해 주고 그의 안면을 가격했다.

정성현의 얼굴에 주먹에서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났다.

“방심 같은 거 안 해.”

태운과 랭크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 랭크전 이후로 공진영의 머리에는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상황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생각이 박혀 있었다.

“화권.”

퍼-엉.

염군의 활성화에 의해 강력해진 화권이 정성현의 복부에 박혔다.

“화각.”

공진영은 그의 머리를 잡고 무릎으로 턱을 가격했다.

[…….]

“와아아아!!!”

중계진은 그 압도적인 모습에 침묵했고 관중들은 그 모습을 보며 환호했다.

그의 공격이 적중할 때마다 불기둥이 솟아올랐고 폭발까지 일어났으니 관중들이 좋아할 법도 했다.

“……”

정성현은 이미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그럼에도 공진영은 그가 역소환 될 때까지 계속해서 공격했다.

그가 언제 깨어나 자신을 공격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덥석.

아니나 다를까 정성현은 고개를 바싹 들고 공진영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곤 그의 몸에 빠르게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 혼자는 못 가지….”

천장에 있는 모니터에서 보이는 바로는 정상현은 이미 모든 체력을 소모했다.

역소환되기 직전, 모든 마나를 쏟아부어 동귀어진하려는 것이다.

“이미 늦었어.”

퍼-억!

공진영은 멱살을 잡은 팔을 꺾은 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맞으면서 힘이 빠진 정성현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날아가면서 역소환 당했다.

“후우…….”

공진영은 염군의 반동으로 쑤시는 온몸을 스스로 부축하며 결승선으로 달려갔다.

싸우면서 시간을 꽤나 지체했다.

“빨리 가야겠네….”

어쩌면 뒤에 있던 선수들이 뒤로 바짝 붙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딱히 이변은 없었다.

공진영, 달리기 종목 1위.

* * *

“나이스으!!!”

“1등이다!!!”

태운과 언더독의 멤버들은 대기실에서 1등을 한 공진영의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곳에서 유일하게 표정이 좋지 못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흐으으으으으…….”

그건 바로 다음 경기인 과녁 맞히기에 나가는 김기열이었다.

경기장 전역을 날아다니는 과녁 100개를 혼자 모두 격추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기록을 재는 경기였다.

“허어어어…… 진짜 미치겠네….”

김기열은 의자에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10분 후면 대기실을 나가 경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아주 끔찍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지만 그의 상태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김기열이 대기실을 나가야 하는 타이밍이 되었다.

“나…. 나 갈게…?”

김기열은 부들거리는 다리로 몸을 지탱하면서 천천히 문으로 걸어갔다.

“1등 해라.”

“못하기만 해봐. 혼나.”

“1등 못 하면 죽는다.”

“으으으….”

하지만 언더독의 팀원들은 그의 긴장을 풀어준다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더 긴장을 하라는 듯한 말만 해주었다.

그에 태운이 한술 더 떴다.

“1등 못하면 일주일 동안 훈련 두 배.”

“……!”

계속 긴장이 쌓여가던 김기열의 긴장은 거의 최고조가 되었고 겨우 서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밖으로 들리는 것만 같은 수준이었다.

덜컥

김기열이 문을 열고 나가 경기장을 향해 걸어갔다.

경기장과 대기실 사이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상태를 걱정했지만 김기열의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좀비처럼 걸어서 경기장에 들어온 김기열은 스태프에게 팔을 내어주고 체력 스탯을 측정했다.

그때의 중계진은 과녁 맞히기의 룰을 설명하고 있었다.

[달리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종목이 시작됩니다!]

[이 종목의 이름은 과녁 맞히기! 경기장 전역을 날아다니는 과녁을 계속해서 쏴서 맞추는 게임입니다!]

[작년에는 100개의 과녁을 1분 12초 32만에 모두 격추시킨 선수가 있었죠?]

[네, 그 선수가 이번 명운전에도 참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선수가…. 역시 기사단 소속이군요.]

작년 15종목 중 8종목의 1등을 차지한 기사단의 멤버였다.

참고로 7종목의 1등은 적사단, 마지막 하나는 공성전 최강자 화송이었다.

[이번에 주목해야 할 학생은 당연히 전년도 1등인 기사단의 세인이겠죠.]

[그 선수는 물론이고 이번에는 ‘마령’의 신가연 선수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던 선수가 섬세함까지 갖추게 되었다는 평가가 자자합니다.]

태운은 중계를 보면서 김기열이 벌벌 떨던 모습을 회자했다.

“그 정도 긴장이면…. 충분하겠네.”

“그치?”

“더 할 걸 그랬나.”

언더독의 멤버들이 김기열을 왕따 같은 걸 시키느라 긴장을 가중시킨 게 아니었다.

“하여간 진짜 신기하고 불편한 체질이라니까.”“그러게. 거기서 딱 반반이면 좋을 텐데.”

태운과 언더독의 멤버들이 그에 대한 수다를 떨고 있을 때에도 김기열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으으…….”

김기열은 약간 산만하고 긴장에 매우 약한 성격이다.

그래서 훈련을 시켰을 때 가장 애를 먹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처럼 엄청난 긴장에 휩싸여 긴장이 최고조를 찍으면….

투-욱

“하, X발 오랜만이네.”

그는 괴물이 된다.

김기열은 딱히 트라우마가 있거나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선천적인 이중인격자이다.

평소에는 산만하고 겁이 많으며 긴장에 약한 성격이지만 극도의 긴장이나 충격으로 정신이 끊어지면 그 모습들이 전부 사라진다.

긴장 따위는 하지도 않고 말투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망나니가 되어 버린다.

“이야…. X나 마음에 드는데?”

김기열은 언제 긴장했냐는 듯이 흥분한 얼굴이었다.

“아따…. 사람 겁나 많네.”

오히려 관중이 많은 것이 마음에 든다는 얼굴이었다.

마음에 드는 수준이 아닌, 그냥 극도로 흥분한 상태인 것 같았다.

그러더니 급기야

“와 개 좋아아아아!!!!”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지르는 김기열을 보고 사람들은 당황했다.

중계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 그…. 목청이 굉장히 좋은 선수군요!]

[네네, 그 뛰어난 목청만큼 좋은 성적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계진들은 자연스럽게 잘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넷 댓글은 김기열의 이야기로 말이 많았다.

-쟤 뭐냐 ㅋㅋㅋㅋㅋ

└중계 당황했누ㅋㅋㅋ

└명운전 예능 다 됐네. ㅋㅋㅋㅋ

└레게노 ㅋㅋㅋㅋ

└내 위 팬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보며 비웃었지만 태운과 언더독 멤버들은 오히려 김기열을 보고 안심했다.

“일단 과녁 맞히기는 1등일 거 같은데?”

“기열이가 저 상태에선 믿을 만하지.”

김기열은 저 상태에서 성격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성격만 바뀌는 거라면 그들이 긴장을 시켜서까지 성격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겠지.

그리고 언더독의 멤버들은 이 상태의 김기열을 김지열이라 불렀다.

구분하기 편하게 정한 이름일 뿐이지만.

처음에 소리를 질렀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김지열은 여전히 시끄러운 상태였다.

그렇게 1분 정도 있으니 옆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좀 조용히 하지?”

“엉? 뭐라고?”

김지열은 조용히 하라고 말한 사람을 노려보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너 뭔데?”

“뭐…… 뭐…?”

조용히 하라고 말한 사람은 적사단 대표인 ‘진용명’이었다.

그는 자신이 적사단 소속으로 나온 첫 대회가 하필 유례없는 적사단의 위기인 탓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건 졸업 후 길드에 들어갈 때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녀석이 나타나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너 뭐냐고, 새꺄.”

“아니….”

하지만 상황이 그의 생각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시끄럽게 하고 있는 녀석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해주고 나름대로 호응을 얻으려고 했지만 김지열이 도리어 역정을 내자 본인이 당황한 것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쭈글쭈글하던 녀석이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사람이 바뀌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당황한 티를 내기 싫었다.

둘 다 큰소리를 낸 이상 먼저 소리를 낮추는 건 자존심이 상했으니까.

“뭐…. 뭐긴! 네가 시끄러우니까 방해가 된다는 거잖아!”

“아, 알겠다니까. 씨….”

“어…?”

맞대응으로 화를 낸 진용명이 민망할 정도로 빠른 수긍이었다.

진용명은 왜인지 우쭐해져선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그래~ 앞으론….”

터-업.

“너 뭐 하냐.”

“뭐야?”

꼬리를 내린 것 같아 툭 쳤는데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손목을 잡는 것 아닌가?

진용명은 손을 빼려고 팔에 힘을 줬지만 김기열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야, 죽고 싶냐?”

김지열은 그의 손목을 잡고 공격적으로 노려보더니 갑자기 머리를 흔들고 혼잣말을 시작했다.

“아씨…. 내가 알아서 하면 안 되냐?”

“뭐…. 뭐야…?”

“하…. X발…. 알았어!”

파악!

김지열은 신경질적으로 그의 손목을 집어 던지고 뒤를 돌아 걸었다.

“뭐…지…?”

싸울 기세더니 갑자기 혼잣말을 하고 성질을 내면서 뒤돌아간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 김지열은 진용명에게는 화를 낸 것 말고는 다른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가 알겠다고 한 것은, 바로 지금 그 안에 있는 김기열이 하도 벌벌 떠는 게 짜증 나서 한 말이었다.

[잠깐의 소란이 있었지만 바로 과녁 맞히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후우….”

기사단 대표인 세인, 마령의 대표 신가연도 눈을 감고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과녁 맞히기는 다른 종목에 비해 한순간의 집중력이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마인트 컨트롤이 매우 중요하다.

그 때문인지 그들뿐만 아니라 방금까지 김지열과 싸우던 적사단의 대표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지금 얘네 뭐 하는지 아냐?”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김지열은 여전히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아, 집중하고 있는 거야? 근데 왜?”

김지열은 아직 과녁 맞히기에 대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그런 김지열의 안에서 김기열은 열심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 과녁 맞히기 그걸 하라고?”

김지열의 실력만큼은 최고, 그가 제대로만 해준다면 세인과 신가연 못지않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내가 왜?”

하지만 김지열은 전혀 의욕을 느끼지 못했다.

이것을 해서 이득은 얻는 건 언더독과 그곳에 소속된 김기열이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기열은 거기서 태운이 알려준 필살기를 하나 꺼냈다.

“무……뭐…? 잠깐 그건 아니지! 왜 널 기절시켜서 날 꺼내고 훈련시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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