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42화 (42/379)

42화

공진영의 다리는 완전히 풀려 버렸고.

“파이어 랜스, 아이시클 랜스.”

그 틈에 재빠르게 마무리했다.

“끝! 강태운 승리!”

대련이 끝난 후 정신을 차린 공진영은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순간적으로 빨라진 거야…?”

그때 태운이 슬쩍 와서 알려주었다.

“매직 미사일의 추진력이요.”

“추진력?”

“발바닥에 매직 미사일을 붙이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쏘면 됩니다.”“그게 말처럼 쉬운 게…. 잠깐 너 그럼 처음에 속도로 밀리던 것도….”“용케 알아채셨네요. 원래 속도는 비슷했는데 일부러 속도에 못 따라가는 것처럼 연기한 거예요. 한 번에 끝내려고.”“하…. 쪽팔리네. 고맙다. 그래도 많이 배웠어. 추진력이라…. 연구해볼 가치가 있을 거 같아.”태운은 그 말에 괜히 골드 A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등수가 내려가고 많은 사람 앞에서 한 대련에서 패배했는데 고맙다고 하고 오히려 배우려고 하는 모습은 누구나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익스퍼트 골드 등급에는 대련하고 서로 피드백을 해주는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더욱 위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태운아, 21위 축하한다.”

“어, 찬영이냐. 너야말로 2위 축하한다.”

찬영도 오늘 골드 2위를 꺾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올라갔다.

이번 달 내로 1위와의 랭크전이 있을 거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내가 올라가기 전에 1위 찍어놔. 그래야 그림이 좀 살잖아?”

“그래.”

“얼마 안 걸려.”

태운과 찬영은 가장 친한 친구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경쟁자, 라이벌이었다.

“그럼 오늘 랭크전 3명 다 이긴 기념으로 같이 저녁이나 먹으러 갈래?”찬영과 태운이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을 때 갑자기 서혜연이 나타나서 말을 걸었다.

서혜연도 오늘 대련을 치르고 왔었다.

오늘 대련의 승리는 서혜연에게도 기념적인 사건이었다.

“헤헤, 이거 봐!”

혜연은 어느새 금빛으로 변한 자신의 학생증을 내밀었다.

“드디어 골드 등급이다!!!”

비록 태운, 찬영처럼 익스퍼트의 골드는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매우 값진 것이었다.

“축하해. 골드니까 내년이면 익스퍼트 올라오겠네?”

“응!”

“이야, 2년 만에 챌린저 패스는 진짜 빠른 건데….”

“네 옆에 있는 놈은 1년 만에 패스했어.”

“얘는 이상한 놈이고.”

우연히도 하루에 대련이 겹친 태운과 찬영, 혜연은 수다를 떨면서 대련장을 나갔다.

그들은 각자 종례를 하고 3승 기념으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그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 * *

태운과 찬영은 종례를 마치고 정문에서 혜연을 기다렸다.

“혜연이 오늘 골드 반으로 올라간 거 때문에 교무실 다녀온다는데.”

“아, 그래?”

혜연이 문자로 보내온 내용에 따르면 반을 옮겨야 해서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먼저 가 있으라고 했지만 태운과 찬영은 기다린다고 했다.

“찬영아, 그럼 잠깐 진혁이 보러 갈래?”

“아, 네가 괴물이라고 했던 그 애 말하는 거지?”“응, 지금 아마 허덕륜 선생님이랑 체력 단련하고 있을 거 같은데.”전대섭은 정진혁을 아주 거물로 키워 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고작 12살에 불과한 녀석에게 벌써 훈련을 시키고 있다니.

정진혁 본인도 좋아한다니 별수는 없었다.

“그래, 한 번 구경이나 가보자. 시간도 좀 남았으니까.”태운과 찬영은 마스터 등급의 훈련장으로 갔다.

그 안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고 저 구석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정진혁이 보였다.

“진혀….”

태운이 진혁을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려 할 때 누군가가 태운의 어깨를 잡았다.

“뭐야, 너 강태운이지? 대박! 얘들아 여기 마스터키 있어!”

“마스터키…?”

누군지 모를 그녀는 갑자기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누구지? 그리고 마스터키는 또 뭐야?’

태운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옆에서 찬영이 태운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너 마스터 등급에서 엄청 유명인이야.”

“왜?”

익스퍼트 골드 A반에서 근접 딜러, 탱커, 웨퍼, 마법 등등 각 분야에서 최고라 불린 학생들만 모인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에게 자신이 왜 환대를 받는 건지 이상했다.

오히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찬영이 더 유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에 대한 의문은 눈앞에 자신을 불러세운 사람이 풀어주었다.

“챌린저 2연속 낙제, 갑자기 강해져서 특별 승급으로 익스퍼트 골드 A 21위. 안 유명한 게 더 신기하지.”

“아….”

“내 소개가 늦었지? 나는 고수연이야.”

“알고 있었어요. 마법사에 가까운 검사. 얇은 세검을 쓰면서 약한 방어력을 마법으로 극복하는…. 마스터 등급 내에서 쉽게 보는 사람이 없는 마검사잖아요.”“호오…. 내가 그렇게 유명한지는 몰랐는데.”“제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이라.”

“흠, 마음에 드네.”

태운과 고수연이 수다를 떨고 있으니 자신의 훈련 루틴을 마친 다른 학생들도 다가왔다.

“여긴 왜 왔어?”

“와, 진짜 마스터키네.”

“오, 강태운! 나 네 팬이다?”

모두 환영하는 말이었지만 그사이에 좀 거슬리는 게 하나 있었다.

“근데 마스터키가 무슨 소리예요…?”

“우리끼리 네 별명 지었거든. 그게 마스터키야.”

“근데 왜 하필 마스터키예요?”

오글거리기는 엄청 오글거리면서 멋있지도 않은 별명이다.

다른 별명을 지어줄 수는 없었던 건가?

“만능이라서.”

“마법도 잘 쓰고 신체 능력도 준수해…. 창 쓰는 실력도 좋아…. 센스도 있어…. 뭐 하나에 치우쳐진 게 없이 두루두루 잘하잖아.”“그래서 혼자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만능열쇠라는 뜻으로 마스터키. 어때 괜찮지 않아?”파티를 맺는 이유는 자신이 모든 것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탱커는 후열을 보호하고 웨퍼들은 후방에서 공격을 열심히 한다.

마법사들은 던전에 함정이 있으면 해제하고 문제를 풀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태운은 위의 어떠한 역할도 맡을 수 있었고, 그 말은 성장만 한다면 혼자서도 던전을 깰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별명인 마스터키는 그런 의미였다.

“좋은 뜻이어서 감사하긴 한데요…. 그…. 헌터 활동할 때도 마스터키라 불리기는 싫은데 안 불러주시면 안 됩니까?”“네가 싫다면 그렇게 하겠는데…. 이미 늦었을걸?”

“네? 그게 무슨….”

“얼마 전에 취재 나와서…. 기자한테 별명 말해줬거든. 그거 오늘 저녁에 보도 나올 텐데….”

“아아….”

태운이 자신의 활동명이 정해지는 순간을 알아채고 절망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정진혁이 달려오면서 태운을 불렀다.

“형!”

“진혁아!”

이젠 진혁과 거의 형제나 다름없는 태운은 그를 안아 올렸다.

“뭐야, 우리 기숙사 겸둥이랑 아는 사이였어?”

“네, 어쩌다 보니 알게 됐네요.”

그렇게 태운이 정진혁을 안고 있으니 갑자기 정진혁이 몸을 떨었다.

“진혁아 왜 그래? 추워?”

“아니, 그건 아닌데 갑자기 소름이….”

그때 태운의 관찰력에서 기인한 직감에도 안 좋은 신호가 잡혔다.

“야, 지금 무슨 일 났는데?”

옆에서 러닝머신 위에서 TV를 보던 한 명이 다가왔다.

“드라마 재방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뉴스로 바뀌네.”태운과 진혁의 기우가 현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서울 홍대에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홍대에서 가장 가까운 ‘백운 길드’의 주요 전투원들은 던전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 제압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필 지금….”

“지금 백운 길드 B급 던전 처리하러 갔잖아?”헬리콥터로 중계 중인 화면을 보니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았다.

테러의 규모는 전혀 작지 않았다.

그리고 저건… 분명하다.

“목적성 없는 학살. 애들아, 알 것 같지 않냐.”

“맞네. 그놈들”

“배반자들 말하는 거 맞지?”

“배반자라….”

현재 명운 헌터 아카데미는 배반자들에게 엄청난 적의를 품고 있었다.

다름 아닌, 얼마 전에 있었던 명운 던전 습격 사건 때문이다.

“야, 가자.”

“그래.”

뉴스를 보던 사람들이 한 무더기로 훈련장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10명이 넘지 않았다.

“지금 저기 가시는 거죠?”

“그래.”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가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 마스터 등급 학생증은 B급 헌터의 헌터증이랑 별다를 게 없어.”그럴 만했다.

전국 최고, 세계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최고들이니까.

그들은 익스퍼트 등급에서 졸업해 F~C급으로 시작하는 학생들과 달리 지금 당장 헌터 사회에 나가도 B급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니까.

두-근.

태운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진심으로 그들이 멋있어 보였으니까.

“찬영아.”

“왜.”

명운 헌터 아카데미의 위치는 홍대까지 뛰면 10분 거리

“나도 간다. 혜연이한테 말해줘.”

“뭐? 아니, 야!”

찬영이 말려보려 했지만 태운은 이미 그들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 후였다.

“아…. 씨…. 나도 간다!”

찬영은 무작정 따라 달린 태운과는 달리 일단 서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혜연아, 뉴스 봤어?”

-아, 아니 못 봤는데. 무슨 일 있어?

“뉴스 한번 봐. 그거 때문에 우리 약속 다음으로 미루는 거야. 알겠지?”-아니, 그게 무슨….

“그럼 끊는다.”

찬영은 일단 어디에 간다고 말하지는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말했다가는 말릴 게 분명하니까.

‘사실 나도 가고 싶은 거 참고 있었거든.’

그 마음을 태운이 부추겨 주었으니 가는 게 예의 아니겠는가.

“부스트.”

역시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마법사들을 제외하고 그냥 달리고 있는데 태운은 부스트를 써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부스트를 쓰고 열나게 쫓아오는 찬영이 보였다.

역시 신체 능력 괴물답게 잘 따라오고 있었다.

“넌 왜 왔어!”

“나도 가려고 했었어.”

“긴장 빡세게 해라.”

“알겠어.”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 보니 점점 사람들의 비명과 폭발음, 충격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지금 여기는….”

다행히 대처는 빨랐는지 경찰들과 군인들이 방어선을 만들어두었다.

그들이 일행들을 막자 마스터 등급의 학생들이 일제히 학생증을 꺼내 들었다.

“명운 헌터 아카데미 마스터 학생들입니다. 지원 나왔습니다.”“아, 정말이십니까? 덕분에 정말 살았습니다.”

그때

“저기가 방어선이다! 뚫어!”

“최대한 많이 죽이고 빠져야 한다!”

“이 자식들이….”

그들은 사람을 죽일수록 강해지는 배반자들의 특징 자체가 혐오스러웠다.

그리고 어떤 충동에 의해 강요되는 것이 아님에도 힘을 키우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는 것.

그것이 가장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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