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 먹는 헌터-41화 (41/379)

41화

마법 파괴를 쓴 것도 아니고 그냥 마력으로 억눌러 없앤 것이었다.

“이, 이게 왜 이….”

빠-악!

태운은 신체 강화조차 하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가 그의 턱을 가격했고 그는 그 정도 공격만으로도 고꾸라졌다.

“다 나가지 말고 기다려. 너희 다 범죄자야. 알지?”태운은 전화를 들었고 경찰에 가출팸을 잡았다고 연락했다.

경찰은 생각보다 빠르게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에게 물어보니 이 주변에서 꽤 유명한 범죄조직이었다고 한다.

가출팸 멤버들이 연행될 때 경찰 한 명이 정진혁과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을 태운에게 다가왔다.

“이 아이도 조사를 해야 하니 일단 경찰서로 연행할 겁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하네요.”정진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태운에게 쥐뿔만 한 소리로 말했다.

“죄…….”

“뭐?”

“죄송합니다!”

정진혁은 스스로 사과를 하려고 온 것이었다.

“학생은 연락처 알려줘요. 나중에 연락 가면 경찰서로 출석해줘야 합니다.”

“네, 연락처는 여기 있습니다.”

태운은 연락처를 주면서도 여전히 정진혁에게 신경이 집중되어있었다.

가출팸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은 들어 알고 있었다.

가출한 아이들을 꾀어내서 돈을 벌고 이용한다고.

그런데 가출팸들은 하필 왜 나이도 어린 정진혁을 여동생을 볼모로 잡으면서까지 이용하려 했을까.

태운은 그 이유를 대강 알고 있었다.

그 결론은 간단했다.

일을 엄청 잘했을 테니까.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면.

정진혁

LV:1

마나 총량:304,735(*미각성)

체력(1) 근력(1) 민첩(3) 유연성(1) 지력(3)

특성

미래시(*미개방 하지만 영향은 받고 있음)

신장(*미개방)

마나의 주인(*미개방)

스킬

사고 가속(*미개방 하지만 영향은 받고 있음)

대충 그의 상태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괴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잡아서 돈만 돌려받고 보냈을 태운도 이걸 보고 따라왔을 정도였으니까.

태운은 뭔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대섭 선생님, 하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 * *

“그래서 하고 싶다는 말이 뭔가.”

태운은 가출팸을 검거한 후 며칠이 지나 전대섭에게 찾아갔다.

“제가 얼마 전에 가출팸 검거한 거 아시나요?”“그래, 학생이 그 정도 일했는데 교장쯤 되면 알고는 있어야지.”“그것과 관련해서 도와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선생님께도 좋은 이야기일 겁니다.”

“나에게 이득이 온다는 말인가?”

태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일단 들어나 보지.”

태운은 앞으로 나가 있던 상체를 다시 끌어들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가출팸을 검거하면서 두 명의 아이를 구출했습니다.”

“그래.”

“그 둘을 거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 난 고아원 원장이 아니야. 그리고 그게 어떻게 나에게 이득이 되는 거지?”태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전대섭은 고아원 원장도 아니고 누구를 돌봐줄 시간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진혁의 가치를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저도 평범한 아이였으면 이런 말씀 드리지 않습니다.”

“그럼?”

“둘 중 정진혁이라는 아이 말입니다. 그 아이의 스탯과 각성과 동시에 얻을 특성, 스킬까지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 괴물입니다.”

“괴물…?”

태운은 그의 상태창을 보자마자 받았던 감상을 그대로 말했다.

말 그대로 괴물, 미래시는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특성이었고 신장, 마나의 주인도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B급 헌터 확정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특성이다.

게다가 태운이 얼마 전에 겨우 얻은 사고 가속 스킬도 각성하자마자 얻게 될 것이다.

태운은 그 사실을 꾸밈없이 전달했고 전대섭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진짜 괴물이군. 어쩔 수 없군. 내가 맡겠네.”전대섭은 헌터로 살아온 날이 많았지만, 지금은 선생이다.

보통 천재도 아니고 경악스러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엄청난 천재가 제자로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 기회를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

그 모습을 본 태운은 뭔가 뿌듯함을 느끼고 전대섭에게 깐죽거렸다.

“아까는 나에게 이득이니 뭐니 하시더니 갑자기 어쩔 수 없이가 되었네요?”“스읍, 그런 녀석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에게 거두어져서 진짜 괴물이 되어 버리면 누가 감당하겠나? 내가 거둬서 정신교육부터 똑바로 하겠다는 생각이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경찰서 가서 진혁이랑 그 친구 동생 데리고 오겠습니다.”“그래, 마스터 기숙사에 남은 자리 있을 테니 그쪽으로 보내거라.”

“네”

태운은 전대섭과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정진혁이 임시로 거처하고 있는 경찰서로 달려갔다.

“김 형사님!”

“어, 그래 태운이 왔냐.”

“진혁이는 어딨나요?”

“저기 사무실에서 놀고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태운이 사무실 문 앞까지 가서 문고리를 잡자 돌리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렸다.

“봐! 내가 형 온다고 했잖아!”

“이…. 오늘 늦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정진혁과 그의 동생인 정예린이었다.

둘의 나이는 각각 12살, 7살.

처음 정진혁을 봤을 때 10살도 안 된 것 같았지만, 너무 말라서 그래 보였던 것 같았다.

둘 다 며칠 새 잘 먹고 잘 자서 보기 좋게 살이 올라 제 나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힝…. 어제 분명 늦게 온다고 그랬는뎅….”내기를 한 것 같은데 미개방인 미래시의 영향 때문에 감이 좋은 진혁은 눈치를 챘지만 그렇지 못한 예린은 어제 말한 것만 믿다가 틀린 모양이다.

“오빠가 미안해. 선생님 설득하는 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네?”

“웅….”

예린이가 아직 어려서 칭얼거리는 면이 있지만 이렇게 천천히 설명해주면 잘 납득해 준다.

“형 말대로 짐 다 싸놨어요. 근데 저희 어디로 가요?”

“명운 헌터 아카데미 알아?”

“네, 알아요!”

반색하는 그의 반응을 보니 명운 헌터 아카데미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 마스터 등급 기숙사에서 살게 될 거야.”

“네?! 말도 안 돼…. 진짜예요?”

“어, 그렇긴 한데….”

“와! 대박!”

과하게 신난 듯한 정진혁은 태운의 주변을 방방 뛰어다녔다.

이렇게까지 좋아한다고…?

“예린아, 너희 오빠 혹시 꿈이 헌터였니?”

“네.”

아, 그래서 이렇게 좋아했던 거구나.

그럼 그 마음에 불을 좀 지펴줘 봐야겠지.

“진혁아”

“네?”

“너 헌터되고 싶어?”

“네! 당연하죠!”

“왜 되고 싶은 거야?”

“음…. 멋있으니까…? 특히 그 강철운이라는 사람이 엄청 멋있었어요!”

“어…?”

태운은 갑자기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당황했다.

게다가 멋있다니…?

온 세상 사람들이 비겁자라 부르는 자신의 아버지를….

“진혁아, 혹시 강철운이라는 사람 어떻게 알았어?”“고아원에 있을 때 원장실에서 다큐멘터리로 보여줬어요.”진혁이가 혹시 다큐멘터리를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진혁아 혹시 다큐멘터리 끝까지 봤어?”

“봤어요. 마지막에 도망가잖아요.”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멋있었어?”

“네!”

“왜…?”

이 아이는 왜 온 세상이 욕하는 사람을 왜 그리도 멋있다고 말하는 걸까.

자식인 나조차도 원망한 적이 있었고 미워했던 적이 있었는데.

“도망갔다는 건 무서웠다는 거잖아요. 그전에는 무서웠는데도 싸웠다는 거니까 멋있었어요.”그때 태운의 심장은 쿵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마치 심장 위에 돌이 올려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싸우고 얼마나 많은 괴물을 죽였는데 마지막에 한 번 도망간 걸로 욕을 해요?”고마웠다.

정말로 고마웠다.

“자기들은 그렇게 싸울 수 있기나 한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지만 할 수 없었던 말들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쏟아내 주는 진혁이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뭐야, 형 울어?”

“아, 아냐. 빨리 가자.”

태운은 그때 다짐했다.

진혁이와 예린이를 자신의 동생이나 다름없게 생각하자고.

* * *

태운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법 수식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골드 A반 반장이 교실 문을 열고 태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강태운! 오늘 너 랭크전이야!”

“아, 그랬었나요?”

“그랬었나요가 아니지! 빨리 가!”

현재 태운의 랭크는 골드 A반 25위다.

최근에 두 번의 랭크전을 연달아 승리해 30위에서 25위로 올라갔다.

오늘의 상대는 골드 A반 21위, 공진영이었다.

주무기는 주먹, 속도 최상, 파괴력 중, 센스 하.

속도만큼은 찬영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다른 분야는 골드 C반 수준인 학생이다.

한마디로 속도로 골드 A반으로 올라왔다는 말.

그의 속도만 봉쇄할 수 있다면 아주 쉽게 끝낼 수 있겠지만 태운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비할 시간 많이 못 줘! 빨리빨리 해!”

“지금 바로 올라가도 돼요.”

“그래? 그럼 빨리 올라가.”

태운은 정비할 게 없었다.

딱히 장비할 것도 없었고 충분한 양의 마정석만 있으면 상관없다.

“야! 강태운이다!”

“우우~!”

“빨리빨리 다녀라~.”

태운은 같은 익스퍼트 골드 A반에선 잘 적응했지만 다른 스타지에르, 챌린지 등급의 학생들에게는 눈엣가시 그 자체였다.

“하….”

태운도 슬슬 참기가 힘들어질 때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다 조용히 해라! 대련하는 사람 멘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서 하는 소란들이냐!”태운이 스타지에르에 있을 때 도움을 많이 준 허덕륜 선생님이었다.

겉으로는 무뚝뚝한 모습으로 계시지만 태운이 대련을 할 때마다 관중석에서 보고 계신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단 태운은 상대방인 공진영에게 늦은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뭐, 난 상관없어. 덕분에 이미지를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었고.”태운은 공진영을 살펴보았다.

‘컨디션도 좋아 보이고…. 그럼 처음에 큰 공격을 시도해볼 거 같은데….’경기장 바닥 전체를 모래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후 옴짝달싹 못 하는 공진영을 마법으로 공격이렇게 하면 끝나겠지만 태운은 찬영의 속도와 비슷하다는 평가에 묘하게 관심이 갔다.

그래서 그는 속도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시…작!”

“하이 부스트.”

“신속.”

시작하자마자 태운은 자신이 개량한 하이 부스트를 사용했고 공진영은 시그니처 스킬인 신속을 사용했다.

민첩 스탯도 비슷했고 스킬의 수준도 비슷했다.

결국 스피드는 동급.

“이 자식이….”

늦은 것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공진영이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스피드가 특기인 자신에게 스피드전을 거니까 얕본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파-악!

그렇게 매우 빠른 속도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태운은 공격을 피하지 않고 막았으며 공진영은 태운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나마 모두 피할 수 있었다.

‘나에게 속도전을 걸었을 때부터 넌 진 거야.’그렇게 생각하는 공진영의 턱에.

빠-악!!

태운의 무릎이 정확히 꽂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