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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27화 (27/379)

27화

샤머니즘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선 충분히 기적이라 불릴 법한, 마법이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다음 날 새벽, 태운은 잭을 지하 창고로 불러냈다.

창고지기를 시켜 잭이 지낼 만한 구색을 갖춰두라고 말해두니 침대와 탁자 정도는 마련해주었다.

잭에게 기적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자 잭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저더러 샤먼이 되라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기적 같은 것에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말만 기적이지, 사실 마법이라는 건 네 몸에 있는 마나를 몸 밖으로 방출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바꾸어 발현해내는 일종의 체술이다.”“체술이라면… 알겠습니다. 제가 열심히만 한다면 확실하게 성과를 낼 수 있겠죠?”

“그래.”

잭이 마법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게 체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 덕분인지 잭은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메테리얼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메테리얼이 무엇입니까?”

“메테리얼은….”

태운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듯이 천천히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알려주었다.

머리가 좋은 잭이었기에 이해를 빨리했지만 메테리얼을 생성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창에 마나를 담아내는 것은 어떻게 본능으로 해냈다고는 하지만, 형체가 없는 허공에 마나로 된 공을 만드는 것은 난이도와 별개로 아예 다른 영역의 이야기다.

하지만 복수심과 잭이 가지고 있는 의외의 학구열 덕분에 그는 하루 만에 메테리얼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제 뭘 해야 합니까?”

“이제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태운은 3줄의 수식이 적혀 있는 종이를 내밀었다.

그곳에 적혀 있는 것은 매직 미사일의 정석 수식과 변수가 포함된 수식 두 가지였다.

초등학생 6학년 정도만 되어도 풀 수 있는 수준의 수식이었지만, 교육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이 세상에서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웅, 터엉!

“이, 이게 뭐죠…?”

“잭?”

하지만 잭은 단번에 이 수식을 이해해 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매직 미사일을 시전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 태운은 깨달았다.

그가 바로 천재라는 사실을.

‘잭은 내가 마법을 안 알려줬어도… 계기만 있었다면 충분히 혼자 마법을 만들어서 사용했을 거야.’태운은 그때부터 생각을 바꾸었다.

“잭, 계획이 바뀌었다. 너는 오늘부터 이 방에서 나오지 말고 내가 써주는 수식으로 마법을 연습해라.”원래는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 불릿 정도만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성과를 보여준다면 그의 전매특허인 화폭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태운은 빠르게 종이를 꺼내 수식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레일로프 내가 시킨 건 다 해두었나?”

“예, 커다란 가마솥 스무 개에 바퀴를 달아 준비했으며, 성벽 위로 이르는 경사 또한 만들어두었습니다. 또한, 성벽 아래에는 불을 피울 부녀자들 또한 준비되어 있습니다.”

“좋다.”

헤온 왕국군 선발대 도착 1시간 전, 태운은 병사들 앞에 섰다.

폭풍이 오기 전의 밤은 고요하다고 했던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태운이 아닌, 가도가 입을 열었다.

“두려운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 또한 두렵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나는 내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렵다.”전쟁이란 지배층의 욕심에 백성들이 고통받는 불합리한 싸움“그 속에서 내 이기심과 실수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고통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사람은 수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이기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나는 이미 큰 실수를 저질렀다.”

동생들을 살리고자 수천수만의 백성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실수를.

“그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내가 가도가 아닌 진짜 이름인 베이람을 되찾을 수 있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가도는 고개를 들어 좌중을 살폈다.

“그대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겠는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도의 약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본 백성들이 눈물을 훔쳤다.

가도가 용맹한 전사이고, 장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었던 것이다.

중간에 있던 병사 하나가 소리쳤다.

“돕겠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저도 돕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이젠 저희가 장군님의 도움이 되겠습니다!!”테렌군의 사기는 최고조가 되었다.

“““와아아!!!”””

그 함성에 화답하듯 저 멀리서 큰 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선발대 1,000명은 무슨… 거의 2,000은 되겠네.”태운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모두 자리로!!!”

레일로프의 고함으로 모두 정신을 차리고 사전에 배치한 대로 움직였다.

“레일로프! 너는 성벽을 돌며 구멍이 생긴 곳을 메워라!”

“알겠습니다!”

“궁수대 발사 준비! 발사!”

궁수들이 활을 쉼 없이 쐈지만 적의 진군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

터-터터턱!

결국에는 성벽 위에 헤온 군의 사다리가 걸렸고, 그들이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궁수대! 사다리에 붙은 놈들 먼저 쏴!”

“비켜! 뜨거운 물이 데워졌어!”

“열탕 올라간다!”

촤-아악.

“끄아악!!”

“흐어억!”

“저놈들이 뜨거운 물을 뿌린다! 조심해!”

열탕에 맞은 적군들은 사다리에서 떨어져 즉사했고 밑에 쌓인 시체는 앞으로 적군의 진격에 방해될 것이다.

“물 다시 데워 와! 효과가 있다!”

“화살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어! 손이 남는 사람들한테 돌이라도 가져오라고 해!”한마디로 아수라장, 그 속에서 태운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촥!

성벽 위로 올라온 적군 3명을 순식간에 처치하고 괴력을 발휘해 사다리를 거꾸러뜨린 것이다.

그러곤 적군의 창을 던져 다른 라인의 사다리 위까지 도달한 적을 죽여 진군을 느리게 했다.

레일로프 또한 도끼를 가져와 사다리를 하나 부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사다리 수가 적어서 다행이야.’

적군의 수에 비해 사다리의 수가 적지 않았더라면 이미 함락 직전이지 않았을까.

이미 적군의 피해는 300에 가깝게 난 것 같았다.

“열탕, 한 번 더 간다!”

촤아악!

“끄아악!”

“저 더러운 놈들이!”

열탕은 꾸준히 사다리를 올라오는 적군들의 속도를 늦춰주었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허억… 허억….”

“흐으윽….”

최전방에서 적군과 싸우는 병사들의 수도 꽤 많이 줄었으며 남아 있는 병사들도 굉장히 지친 상태였다.

3인 1팀으로 총 9명이 30분씩 3교대로 전방을 막고 있었지만, 고작 1시간으로는 최전방을 막고 있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없어질 리가 없었다.

후방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으니까.

점점 밀리는 구간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사상자의 발생으로 더는 3교대가 불가능해 2교대로 전환한 팀도 많았다.

그런 곳은 태운과 레일로프가 가서 도와주었지만 둘의 기동력에서 한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곧 한계가 찾아와 성이 함락될 것이다.

‘읏… 내가 마법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잠깐, 못 할 게 뭐야?

일단 가도는 각성자다.

마력 회로가 노후되어 막힐 대로 막혀 버린 상태라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막혔으면 뚫어 버리면 되는 거잖아!’

태운은 회로가 막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몸속의 마나에 감응하여 그것을 빠른 속도로 진동시켰다.

우-우우웅!!

옆에 있던 병사들이 놀랄 정도로 엄청난 진동음이 가도의 몸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많은 양의 마나가 폭발을 일으키며 마나 회로를 막고 있는 것들을 파괴하며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태운은 엄청난 고통을 호소했지만 절대 멈추지 않았다.

‘가도의 마나양은 엄청나게 많아… 거의 30만은 될 것 같아….’이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이용해 마나 회로를 뚫고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절대 정상적인 발상이 아니었다.

강제로 막힌 마나 회로를 뚫는 행위는 앞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으니까.

우우웅!!!

발끝의 마나 회로까지 모조리 뚫어버린 태운은 3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마나양을 한 번에 쏟아내기로 했다.

이것 또한 태운이 직접 만든 마법이다.

소모되는 마나가 너무 많아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던 마법.

과연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있을까 싶었던 그 마법이 지금 발현된다.

“뇌우(雷雨)”

쾅!

적진 한가운데에 거대한 낙뢰가 떨어졌다.

“비도 오지 않는데 벼락이 왜….”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쿠구구구구궁!!!

마치 소나기, 벼락으로 된 소나기가 내리는 듯, 수많은 벼락이 적진을 난타했다.

헤온 왕국군 선발대의 머리 위로 수많은 낙뢰가 내리쳤다.

빈 곳 없이 빼곡히 내리치는 낙뢰에 헤온 왕국군은 자신이 죽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뭐, 뭐야…?”

성벽 위에 있는 아군들조차 공포에 질릴 만큼 압도적인 광경이 벌어졌다.

헤온 왕국군을 쓸어버리고 뇌우가 그치자 적들의 말이 들려왔다.

“으…으….”

“도망쳐!!”

가장 최전방에서 달려들던 병사들만 살아남아 있었다.

아군이 휘말릴까 염려했던 태운이 좌표를 뒤로 설정한 덕분이었다.

이제 남아 있는 적들의 수는 눈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

수천의 병사들이 한순간에 몰살당한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승리.

“이, 이긴 건가…?”

병사들 또한 어리둥절한 상황.

하지만 지금은 승리를 즐겨야 할 때다.

“자연이 헤온 왕국의 만행에 분노하여 저들에게 벌을 내린 거다. 자연은 우리의 손을 들어준 게야!”태운은 마나 회로를 전부 망가뜨리고 빈사 상태에 돌입해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즉, 우리의 승리다! 기뻐하라!”

“““와아아아!!!”””

‘고압 전류에 전부 타버렸으니 따로 태울 수고는 덜었군.’짧은 승리 선언 이후 태운은 벽에 기대어 이 광경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레일로프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방금, 그 벼락들, 장군께서 하신 것 아닙니까?”역시, 눈치 빠른 레일로프라면 알아챌 거라 생각했다.

“그래.”

“지금 잭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도 이것과 비슷한 것 아닙니까?”

“맞아.”

레일로프는 그에 불만이 있는 듯했다.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을 왜 잭에게만 알려주느냐고.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레일로프가 각성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을 뿐더러 그가 자신이 써주는 마법의 수식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다.

각성자를 판별할 기계와 시스템이 없는 이 세계에서 각성자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연습해 마나를 방출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족히 일주일은 필요해 지금으로선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하지만 무작정 레일로프에게 안 알려주겠다고 말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된다.

“지금은 시간이 촉박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한 잭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 전쟁이 끝나고 네게도 그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가 알려주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이 전쟁이 끝나면 나는 없겠지만…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태운이었지만, 상황이 좀 다르게 흘러갔다.

태운의 뇌우에 크게 한 방 맞은 헤온 왕국군이 휴전 신청을 한 것이다.

테렌 왕국은 당연히 그에 응했고 잠시지만 평화를 되찾았다.

그 와중에 태운의 퀘스트는 변화를 맞이했다.

[헤온 왕국을 무너뜨릴 기반을 완성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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