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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먹는 헌터-17화 (17/379)

17화

지금까지 근육에 쑤셔 넣던 마나에 마법 시동어를 넣었고, 근육 자체가 그것을 저장하고 자동으로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의 구동 방식과 원리이지만 이 정도면 효과는 확실히 같았다.

아니, 오히려 훌륭했다.

현재 태운이 흡수, 저장하고 있는 마나는 약 15,000.

대한민국 능력자 마나양 평균의 약 10분의 1이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

마정석 저장의 레벨이 오르고 올라 150,000의 마나를 저장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전부 몸의 세포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까.

항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긴 했지만, 이 정도면 성공을 넘어 대박 수준이었다.

그때 언제 왔는지 모를 찬영이 와서 물었다.

“그러니까 근육 세포를 일부러 부수고 급회복을 통해서 근육을 단련한다는 말이지? 아이디어 좋네. 나도 해봐도 되냐?”

“너는 왜 갑자기….”

세상모르고 검을 휘두르던 녀석이 갑자기 여기 와서 왜 이러는 거지?

혜연은 의문을 삼키고 우선 말리기 먼저 시작했다.

“너 방금 못 봤냐? 죽을 뻔했잖아.”

“안 죽었으면 된 거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너 정도 수준이면 효율이… 음…. 그래도 해보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말려! 너희 친구 맞아?”

“옆에서 한 명이 봐주면 거의 안 죽어.”

“죽긴 죽는다는 거잖아!”

“괜찮다니까. 잘못해서 장기에 있는 근육을 같이 부수거나 쇼크로 즉사하거나 하지만 않으면 안 죽어.”

“…….”

서혜연은 입을 닫고 둘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태운과 찬영 모두 뭐가 문제냐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서로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해보고 싶어서 그래?”

“그러면 말을 하지 그랬어?”

“어? 그런 거 아닌….”

서혜연이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찬영이 그녀의 뒤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빨랐다.

“시작할까 태운아?”

“꽉 잡아.”

“하지 마아아!!!”

겉보기완 다르게 태운의 훈련은 매우 체계적이었다.

혜연이 쇼크를 일으키지 않게 뇌에 충격을 줄이는 마법을 써주었고 다치면 위험한 근육에는 보호 마법까지 걸어주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뇌에 충격을 줄여주는 것뿐이었고 통증은 그대로 느껴졌다.

그 외에도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준비하고 훈련을 진행했다.

그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위험이 생길 리는 없었고 ‘그 일’은 순조롭게 끝났다.

근력 스탯이 무려 14나 올라 버렸다.

태운이 그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훈련을 중단했다.

엄청난 고통과 비례해 가파르게 오르던 스탯을 보며 나름 쏠쏠하다고 생각했던 혜연은 조금 아쉬웠다.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데 이 이상하면 진짜 위험할 수도 있어.”태운의 설명은 이랬다.

각성자의 마나에는 고유의 파장이 있는데 그 파장에 따라 특화되어 있는 스탯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다른 스탯이 그 스탯과 큰 차이를 내면 신체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

예로는 중국의 한 B급 헌터가 있다.

그는 신체 능력이 특기임에도 마법을 고집하다 던전 공략 중 뇌사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이건 매우 극단적인 예이고 원래는 두통이나 근육통쯤으로 끝난다.

“그래도 지력이랑 근력 스탯이 거의 일대일이 돼서 진짜 기분 좋다.”앞으로는 전열의 멤버를 뚫고 접근해오는 적을 맞아 직접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훗날 프로 헌터가 되어서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검술도 열심히 해야겠다.”

“혹시 모르니까 지력 스탯이 근력 스탯보다 5 이상 높아졌을 때부터 검술 훈련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태운은 그 부작용에 혜연을 말려들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단단히 당부했다.

그때 태운의 전화가 울렸다.

자하르였다.

“자하르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태운의 입에서 유창한 러시아어가 쏟아져나왔다.

-덕분에 연구 속도가 확 빨라져서 말이야. 혹시 내일도 와줄 수 있겠나?

“마정석 지원되나요?”

-당연하지.

“그럼 당연히 가야죠.”

-참, 네 친구 중에 구찬영이라고 있니? 아니면 서혜연이라는 친구는?

“네?”

태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교롭게도 둘 다 주변에 있다.

“옆에 있는데요?”

* * *

“나는 왜 부른 거지?”

서혜연은 자하르가 보내준 리무진 안에서도 계속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찬영은 스타지에르, 챌린저 과정을 2년 만에 이수하고 익스퍼트 등급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학생이다.

그 반대로 서혜연은 마나양이 매우 적고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조금 뛰어나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 그 자체였다.

자하르처럼 세계적으로 고명한 연구자가 부를 만한 인물은 못 된다는 의미다.

“필요한 일이겠지. 쓸데없이 부르지는 않았을 거야.”자하르는 겉보기에 덜렁거릴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연구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엄격하고 정확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세계 최고의 연구원이라는 명성을 손에 넣었겠는가.

그런 그가 다른 곳도 아니고 자신의 연구소로 부르는 데 아무 이유가 없을 리 없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태운도 꼭 혜연을 찍어서 부른 이유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뿐이다.

능력으로나 지식 면으로나 그녀보다 뛰어난 사람은 차고 넘친다.

이것저것 생각하던 중 리무진은 이미 자하르의 연구소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태운은 문 옆에 있는 구멍으로 팔목을 집어넣어 신원 인증을 해 문을 열었다.

“안녕하신가.”

문을 열자 자하르가 러시아어로 반겼다.

혜연과 찬영도 인사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반응했다.

“오, 이 친구가 찬영 군인가? 소문은 자주 들었네. 이번 세대 유망주라고 말이야.”자하르가 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찬영이 태운을 보고 물었다.

“뭐라셔?”

“네 소문 많이 들었다네. 유망주라고.”

“오, 감사합니다.”

이런 방면에 관심이 없는 찬영도 자하르가 유명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음은… 서혜연 양인가? 이번 연구에는 마법 능력자 한 명이 필요한데 전대섭 녀석이 자네를 추천하더군. 잘 부탁하네.”

“교장쌤이?”

“뭐, 뭐라 하셨는데?”

“이번 연구에 마법 능력자가 한 명 필요한데 교장 선생님이 너를 추천했다는데.”

“교장 선생님이 나를? 왜?”

“나야 모르지.”

여기서는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서 말해주는 게 좋겠지만, 솔직히 찾는 게 힘들다.

그녀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특출난 게 없다는 의미다.

특히 마정석 관련 연구에 관련해서는 말이다.

“아무튼 들어와서 말하자고.”

태운은 혜연과 찬영을 안내하는 자하르에게 가서 러시아어로 물었다.

“이번 마정석 등급은 뭐죠?”

“상급이야.”

“상급이요?”

상급은 지금까지 흡수해 본 일이 없는 등급의 마정석이었다.

게다가 지금 흡수하게 될 것은 일반 마정석도 아닌 특수한 마정석.

만약 성공한다면 새로 태어나는 것에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정석이 내어주는 미션을 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하급 마정석도 준비해놨다. 전례는 없지만 이런 건 등급이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니까.”“뭘 못 깨요. 못 깨면 다시 도전하면 되는데.”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일 거다.”

특수한 마정석은 흡수하려는 자에게 미션을 내어준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속도의 사고 가속으로 1초에 수십 분의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 안에서 겪은 모든 고통이나 상처는 현실로 돌아오면 사라지고 정신적 피로 또한 없어진다.

즉, 도전하는 데 있어 리스크는 없다는 것이다.

안에서의 육체 또한 현실의 몸과는 연관이 없었다.

그 안에서는 그곳에서의 육체가 있었고 아무리 뭘 하더라도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현실의 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쉽게 깰 수 없다는 의미기도 했지만, 그 반대로도 적용이 된다.

아무리 현실의 몸이 약하더라도 실력만 있다면 마정석이 내어주는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근성 있게, 혹은 무식하게 들릴 말이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하면 언젠가는 클리어할 수 있다.

태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자네는 바로 시작하게. 둘에게는 따로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통역은 어떻게 하시려고?”

“사람 불러놨네.”

“이상한 짓만 하지 마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쯤 하면 걱정은 없을 것이다.

“마정석은 어딨죠?”

“조수 중에 못 보던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 친구가 러시아에 있는 연구소에서 온 수석 조수야. 마정석은 그녀가 가지고 있네.”태운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자하르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모스크바 국립 대학을 나왔으며 대학에 있을 때 던전에서 나오는 물질로 암세포의 전이와 활동을 억제하는 약을 만들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렸다.

그것 말고도 전기 신호가 엉망이 되는 던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체신호 레이더도 만들었고 마정석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분야를 넘나드는 그녀의 활약들을 보면 이 세상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안녕하세요.”

“네가 강태운이니? 마정석은 여기 있으니까 시작하자.”연구소 안에 들어가자 한 여성이 퀭한 눈으로 대충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 눈을 보면 조금 못 잔 수준이 아니라 적어도 이틀은 밤을 새운 듯했다.

피곤해서인지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게 느껴졌다.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어제 러시아에서 날아왔거든. 시차 적응도 안 되는데 비행기에선 잠이 안 오는 체질이라….”그때 자하르가 찬영과 혜연을 데리고 들어오며 말했다.

“이틀 밤샌 거 가지고…. 하여간 아직 애라니까.”“아빠가 이상한 거라니까. 이틀 동안 안 잤는데 어떻게 제정신이야?”“50살 훌쩍 넘은 아비보다는 체력이 좋아야 할 거 아니냐.”“잠 안 자고 연구한 시간으로 기네스 기록도 있는 양반이….”

그녀의 이름은 엘레나 모로조바

자하르 모로조프가 소유한 러시아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자 그의 하나뿐인 딸이다.

말이 수석 연구원이지 사실 하는 일은 연구소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자하르는 개인 연구소에서 혼자 연구하는 것을 주로 하고 있으니 다른 연구소의 총괄은 대부분 각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 하고 있다.

“빨리 자고 싶으니까 어서 시작하자.”

엘레나가 태운을 시뮬레이션 기계 옆으로 끌고 가 마정석을 쥐여주었다.

“못 하겠으면 말해. 하급 마정석으로 바꿔줄게.”그렇게 말하면서 본인도 옆에 있는 시뮬레이션 기계로 들어갔다.

태운의 손에 쥐어진 마정석에는 묘하게 불길한 마력을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더 기다리거나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마정석 흡수.”

그 순간 태운의 정신이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어?”

뭐지?

분명 정신이 끊어지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일은커녕 윤곽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번 마정석이 내어주는 시련은 기억을 잃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태운은 몇 번이고 마정석 흡수를 사용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진짜 기억을 잃고 다시 시작하는 건가?”

그래도 별 상관은 없었다.

기억은 잃어도 시뮬레이션 기계를 통해 저장되고 있으니까.

“뭐 하니?”

그때 엘레나가 시뮬레이션 기계를 밖에서 두들기며 말했다.

“시뮬레이션 기계에서 어떤 기록도 출력되지 않는데?”

“네?”

“정확히는 정보량이 너무 적어서 뭣도 안 돼. 0.1초도 안 되는데. 그것마저도 전부 검은 화면이고 다른 감각에도 신호가 없어.”이상하다.

기억은 잃는다 해도 애초에 태운의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의 행동은 전부 뇌가 내리는 명령, 뇌가 보내는 신호를 시뮬레이션 기계가 캐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시 해볼게요.”

태운은 다시 마정석을 손에 쥐고 마정석 흡수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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