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회: 5장 - 모든 길은 센터를 향해서(All the ways go to the centre) -->
벌써 밤이다.
아이들은 자고 있고 칸은
조용히 혼자 운전을 하고 있다.
사실 이때쯤이면 벌써 K.S.C 혹은
비밀 통로에 도착할수도 있겠다만
그렇지도 않은게, 길이 미로였다.
길이 미로라는 뜻은,
일단 칸은 이번 임무에 한국에
처음 와본다.
그래서 길을 잘 모른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도로에
버려진 차들이 하도 많아서,
아예 차들로 막힌 길이 한둘이
아니였다.
길이 막힐 때마다 이리가고 저리가고
하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좀비들을 피해 가기도 하다보니까
목표지점 까지 가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였다.
으으음...
야시가 몸을 뒤척이다가 깨어난다.
밤이 하도 조용해서 칸은
야시가 깨어남을 알수가 있었다.
"왜? 잠이 안오니?"
칸이 물었다.
며칠 전에 만난 사이 치고는
상당히 다정스러운 목소리다.
"오줌이 마려워서요."
"오줌? 물도 많이 안마셨으면서..."
라고 말하면서 백미러로 야시의
얼굴을 보니 급해보인다.
이 주위는 산길이다.
작은 산에 위치한 비밀통로를
향하는 중이라 그렇다.
"여기는 인적이 드문 산길이니까
아마 감염된 사람들도 없을거야.
여기서 내려서 후딱 싸고 와."
"예....."
말은 그렇게 하고 나가지만
어깨가 축 쳐져있다.
아무래도 무서운 모양이다.
"스테파니도 있고 하니 나갈수는 없어.
숲으로 들어가지 말고 그냥 길에서
아무대나 싸.
내가 봐주고 있을께."
칸이 창문을 열고 총을 꺼내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야시가 허리를 쭉 펴고
길 가장자리에 가서 오줌을 누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온다.
어두운 밤에, 그것도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한국의 거리에서 오줌을 누고 있으니
바람소리가 다 무서웠다.
스스스스스.......
수풀들이 움직인다.
마치 무언가가 있기라도 한것처럼...
야시는 설마 이런 산길에도 좀비가
있겠어 하고 마음을 달랬다.
스스스스스......
야시가 오줌을 싸는동안 나뭇잎들과
수풀은 끊임 없이 움직였다.
원래 오줌을 누면, 오줌에 있던 온도가
빠져나감으로 인해서 순간적으로
한기를 느껴서 몸을 부르르 떨기 마련이다.
허나 오줌을 다 눈 야시는 오한까지
느꼈다.
방금 수풀사이에서 무언가가 번쩍
하는 것을 보아서 였다.
"칸! 숲 속에 무언가가 있는데요?"
"뭔데? 좀비야?"
"아니 좀비는 아닌데 무언가가
번쩍였어요!"
"다이아몬드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요!"
"다 쌌으면 그냥 빨리 돌아와!"
야시는 그 반짝이는 무언가를
다시한번 보고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차로 걸어가는데.....
샤삭!
탕!
무언가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칸이 총을 쏘았다.
"뭐, 뭐야?!"
야시가 놀라 고개를 돌리니
바닥에 머리가 뚫린체
쓰러진 개 한마리가 보였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까딱 했으면 골로갈 뻔 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칸이 구해주었으니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터벅 터벅 터벅......
수풀에서 수많은 빛이 번쩍였다.
야시는 알았다.
그것이 눈동자 들이라는 것을...
크르르르........
야시가 알아채자마자 수풀에서
흉성을 흘리는 성난 들개들이
8 마리나 걸어 나왔다.
"헉...."
"뭐해 야시! 어서 차로 들어와!"
야시는 칸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돌아서 달렸다.
파바밧!
그 순간 들개들도 튕겨져 나왔다.
탕! 탕! 탕!
칸이 열심히 들개들, 정확히 말하자면
좀비견들을 총알 쏘는 동안 야시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다행히도 차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다.
야시는 겨우 겨우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
쾅!
캐개갱!!!
문을 닫는 순간 들개 한마리가
차 문에 들이 박고 나가 떨어졌다.
"무슨일이야?"
시끄러운 소리에 스테파니가 깨어났다.
칸은 창문을 닫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항상 이렇다.
앞으로는 긴장을 풀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뭐야 저 개들은?"
"모, 몰라."
"걱정마라. 개들이 차를 따라잡을리가 없잖아?"
"칸! 앞을 보세요!!!"
칸이 여유롭게 아이들을 달래려는데
아이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뭐야?... 헉!"
칸도 따라서 앞을 보더니 경악했다.
모두의 입이 떡 벌어지게 한 그 존재는...
무언가 엄청 거대한 것이였다.
거대한 생물체.
그것은 마치 개와 같았다.
"개? 늑대?"
야시가 그 괴생물체를 추측해 내려고 했다.
이에 대한 스테파니의 답변은 이러했다.
"아무튼 괴물이잖아! 그냥 좀비가 아니라고!"
일단 기본적으로는 개의 모습을 하고있는데
덩치가 곰보다 크고 털이 하나도 없는데다가
피부가 검은색이였다.
그리고 특별히 더 설명할게 있다면 굉장히 큰,
거의 일반 성인 남성의 손바닥 길이의 송곳니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발톱도 크고 날카로우며
기다란 꼬리의 끝에는 이상한 철퇴 비슷한게 달려 있었다.
스테파니 말이 맞다.
이 생물체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괴물임은 틀림 없다.
"도데체 뭐야?"
모두들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칸은 차의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허나 멈추지는 않았다.
속도를 줄이는 것은 단지 저 괴물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커허헝!
"!!!"
갑작스럽게 발을 퉁겨서 지프쪽으로
뛰어오르는 그 괴생물체.
"꺄악!!!"
스테파니가 비명을 질렀다.
야시와 칸은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눈동자를 크게 떴다.
칸은 놀라면서도 급히 후진을 하며
핸들을 돌려 방향을 꺽었다.
그러자 지프의 방향이 틀어졌다.
마침 두갈래 길이 존재하기는 한데...
괴물이 있는 길 말고 다른 길로 가면
비밀 통로가 나올지가 의문이다.
그래도 괴물에게 정면으로 달려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놈으로 부터 비해야 하기도 하니까
일단은 다른쪽 길로 돌진했다.
부우웅!!!
칸이 액셀을 힘차게 밟자 지프가
순간적으로 튀어나갔다.
"헛?!"
그런데 방금 방향을 후진을 하느냐고
이제 막 속도가 30 km 밖에 안된
상태에서 괴물이 지프를 따라 잡았다.
아무리 30 km 라지만 그 사이에
따라 잡히다니......
괴물이 아무래도 여간 빠른게 아닌가 보다.
물론 시속 30 킬로미터면 자동차의
속도로 봐선 굉장히 느린 속도지만
이런 일반적인 생물체의 달리기 속도로
보자면 굉장히 빠른 속도인것이였다.
"뭐 저렇게 빠르지?"
칸은 이에 당혹감을 느끼면서 속도를 올렸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해야만 한다.
괴물을 피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지만
산길이 조금 험하니 정신줄 잠깐만 놓쳐도
바로 끝장나는 것이다.
쿵!
막 속도가 올라가는데 지프차가
뒤흔들렸다.
"우아악!"
"꺅!"
칸은 놈이 어디서 박았나 싶어서
두 사이드 미러와 백미러로
옆과 뒤를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프가 제대로
달리지를 못한다.
마치 무언가에 짓눌린것 처럼....
'설마?!'
하고 생각하며 위를 보니 천장이 찌그러져 있다.
놈이 위에 올라탄 것이다.
끼기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리길레 아이들이
천장을 보니 괴물의 손톱이 천장을
뚫고 들어와서 천장을 가르고 있었다.
"칸! 천장이 괴물의 발톱에
베어지고 있어요!"
야시가 외쳤다.
놈이 위에 올라탄게 확실하다.
앞창문으로 놈의 턱이 보인다.
하지만 칸은 놈을 무시하고 계속 차를 달렸다.
"크아!"
쿵! 끼기기기기긱!!
놈은 또다시 앞발로 지프차의 지붕을 찍은뒤
그것을 손톱으로 긁어내었다.
그 쇠가 긁히는 요란스럽고도 짜증나는 소리에
스테파니와 야시가 귀를 막았고 칸은 위를 올려다 보았다.
"헉!"
이제서야 놈의 발톱이 긁힌 잘 베여나가져
있는것을 본 그는 헛바람을 들이 삼켜야 되었다.
무슨 철로 된 천장을 종이짝 잘라내듯
글어내고 있다는 말인가?
놈은 그런식으로 차 천장을 몇번 긁었고
칸은 이상하게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그냥 속도만 계속 올리며 달리기만 했다.
"칸! 어떻게좀 해봐요!"
놈이 또한번 차 천장을 내리찍을때 스테파니가
울상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천장이 다 뜯겨져 나가겠어요!"
"총으로 놈을 쏴!"
스테파니가 하도 다그치자 칸이 외쳤다.
"예?"
"난 운전해야 하니까 어서 위를 쏘라고!
너네 총 한자루씩 있잖아!"
"예."
스테파니는 겁먹어서 가만히 있고
야시가 품속에서 총을 꺼냈다.
비상용으로 지니고 있었다만 이 총을
꺼낸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쏴!"
차가 심하게 덜컹 거리니 칸이
야시를 보챘다.
"어서 쏴!!!"
그리고 또 한번 보챌때 야시가
천장에 총알을 퍼부었다.
탕!
탕!
탕!
탕!
탕!
총알들이 천장을 뚫고 지나가서
괴물의 몸을 파고들었다.
"크릉!"
이에 놈이 차를 흔드는 것을 멈추고
얌전해졌다.
크릉! 하는게 마치 괴로워서 내는
소리 같았다.
죽은것은 아니다.
다만 총에 맞아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뭐지? 그냥 좀비하고는 다르군.
고통을 느끼잖아?'
덜컹! 덜컹!
놈은 얌전히 있다가 다시금 움직였다.
그리고 앞창문에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앞창문을 깨고 안을 공격
하려는것 같았다.
"야시! 가까우니까 네가 놈을 쏴!"
야시가 떨리는 손으로 막 놈을 조준하니까
놈이 앞발을 들어 올렸다.
칸의 예상대로 안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놈의 앞발이 움직인다면 창문이 깨지고
칸이 즉사할 것은 뻔한 일이였다.
놈의 앞발이 휘둘러질때!
탕!
팟!
야시가 쏜 총알이 앞창문을 뚫고 나가서
놈의 눈을 스치고 날아갔다.
"카아아아아악!"
놈은 눈에서 피를 뿜어내며 괴로워 하면서도
차의 앞유리를 앞발로 내리쳤다.
다행히 힘이 빠지는 상태에서 친것이라
창문을 관통하지는 못하고 거미줄 모양의
금만 세겨놨다.
"떨어져라!"
놈이 차 정면에서 중심을 못잡고 있을 이때
칸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안그래도 빠르게 달리고 있던 상황이라서
놈은 속도의 급변화로 인해 앞으로 튕겨져
나가 데굴데굴 굴렀다.
얼마나 심하게 굴렀는지 두드득 하는 뼈 부러지는
소리가 칸과 아이들에게 들렸다.
"휴우~"
칸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놈이 일어난다.
피를 흘리며 비틀비틀 일어났다.
"크르...."
그렇게 까지 했는데도 놈은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정말 질기군!"
칸이 차의 방향을 꺽어 다시 움직이려는데
놈이 달려들어서 지프를 자신의 몸으로 박았다.
쿵!
"꺄아아아악!"
차가 심하게 비틀거린다.
스테파니가 비명을 질렀고 지프차의
옆쪽이 심하게 구부러지고 창문은
완전히 깨져나갔다.
스르르르...
무언가가 박살난 지프의 오른쪽을
타고 흐른다.
찐덕찐덕 하고 악취를 풍기며 붉은색을 뛰는
그 액체는 바로 괴생물체의 혈액이였다.
"크으으..."
놈은 방금전 차에 정면으로 박은 충격 때문인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차를 돌려서 지프의 정면이 놈을 향하게 했다.
놈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마치 술취한
중년남자 처럼 비틀 거리고 있었다.
"흠!... 네가 아무리 그래봐야
머리를 맞으면 결국 죽겠지?"
처컥!
"크르...."
"!!!"
칸이 심한 충격을 네번이나 먹고도 살아있는
놈을 대단히 질기다고 말하며 총을 장전하는데
갑자기 놈이 두눈을 부릅 떴다.
아마 아직까지 남은 힘으로 다시한번 지프를
박으려나 보다.
물론 이번엔 정면으로 박을테고 그렇다면
칸은 바로 골라간다.
지프도 무사하지 못할수도 있다.
파밧!
놈이 지프를 향해 힘차게 퉁겨져 나갔다.
칸은 이에 빨리 후진시키면서 괴생물체를
조준했다.
한손으로 운전하고 한손으로 놈을 조준하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였다만 놈을 죽여야만 한다.
후진을 해도 역시 놈이 빠르게 가까워진다.
놈이 막 차의 정면에 닿으려고 할때
칸이 완벽히 놈의 머리를 조준했다.
"가까이 와줘서 고맙다 똥개야."
탕!
총알이 놈의 머리를 뚫었다.
놈은 그 반동으로 뒤로 퉁겨져 나갔다.
이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것을 보니
드디어 죽은것 같다,.
놈이 확실히 죽은것을 본 칸은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말이지..........
한평생 해왔던 모든 임무들중에서
이번 임무만큼 힘든 임무가 없었다.
좀비들에 이어서 이번엔 괴물까지.....
모두들 잠시동안 헤벌레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칸이 아까 보았던 다수의
좀비견들을 상기 시켜 내고는
다시 지프를 몰았다.
안그래도 왼쪽 창문이 다 깨져나가서
안좋은 상황이다.
조류 좀비라도 오면 막아줄 것이
없다.
아니면 또다른 괴물이 등장하면 그땐
정말 끝장이다.
그러니 서둘러 목표 지점에 도착해야 한다.
칸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서
아까 가지 가지 못했던 길목을 통해
지프를 몰았다.
어두운 밤길을 달리는 동안
모두 졸려운줄 몰랐다.
순수한 공포를 느끼는 와중이라서
졸음이 오지 않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