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2)
"차압!!"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자신에게 다사 돌아온 강기를 피하기 위해 진천명은 급히
뒤로 몸을 날렸는데, 애석하게도 전에 말했던 바와 같이 뒷 쪽은 계곡의 벼랑이
였던 것이다.
"끅? 끄아아악!!"
자신의 몸이 땅에 닿을 때쯤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닿을 생각을 하지 않
자 놀란 진천명은 그제서야 뒤로 몸을 날린 곳이 낭떠러지의 허공이라는 것을
알고는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간신히 몸을 회전하여 벼랑을 끝자락을 잡을 수 있었지만, 현재 그의 몸은 밑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벼랑의 끝에 매달린 상태이기 때문에 위태롭게 그지 없다
고 할 수 있었다.
"호호호 천하의 진천명의 꼴이 말이 아니군요."
여사랑은 진천명이 벼랑에 매달리자 간드러진 웃음을 내며 천천히 그가 매달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상시 같으면 손가락 하나만 매달려 있어도 내력을 돋구어 뛰어 오를 수 있었
지만, 지금은 큰 부상을 당한데다가 강기를 날렸을 때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내력을 전부 집중했던지라 도저히 올라올 힘이 없는 진천명은 이제 끝났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벼랑의 앞에선 여사랑은 자신의 손으로 매달려 있는 진천명의 손에 가져가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들어내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흑흑.."
죽기 싫은 진천명은 여사랑에게 눈물로 호소했지만, 참으로 냉정한 여자인지 그
녀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천하의 진천명이 목숨을 구걸하시다니 놀랍네요."
"흑흑. 장가도 못 가고 죽긴 싫어..."
"으음...정파의 무사로서 당당하게 죽을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젠장 정파의 무사는 인간도 아니냐!"
명예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이 보통 정파의 무사들의 마음가짐
이라고는 하지만 실상 그것은 허울좋은 이념에 지나지 않다.
세상 어떤 인간이 자기 목숨을 버려서까지 명예를 지키려 하겠는가? 뭐 개중에
그런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예를 소중히 한다고 이름 난 인물치고, 실
제 상황에서 죽을레, 명예를 지킬레 하는 경우가 닥친다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는 다는 인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실추된 명예를 위해 살인멸구할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뭐 명예를 지킨다고 한다면, 정말 타의 모범을 받을 인물이기는 하다.
인의검수 진천명이 정파의 이름난 후지기수로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자이
기는 하지만, 역시 남자는 장가도 가기 전에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다.
"호호호 당신의 손에 죽은 사파의 뭇 고수들 중에서도 장가 못 가고 죽은 이들
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집착하시는 가요. 그냥 조용히 저 세상으로 가서
처녀귀신이랑 짝을 이루세요."
여사랑은 냉정하게 한 마디 하면서 천천히 남은 손가락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는
데,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푸른색의 섬광을 번쩍하고 일었다.
"헉?"
여사랑은 갑작스럽게 머리 위에서 푸른색의 섬광이 일어나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게 뭐지?"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섬광에 여사랑은 진천명의 손가락을 들어 내는 것을 멈
추고는 하늘을 처다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 섬광 속에서 무엇인가가 떨
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악!!"
"꺅!!"
섬광 속에서 떨어져 내려온 것은 바로 인간이였다. 여사랑은 갑작스럽게 그 곳
에서 사람이 떨어져 내려오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쿵!!]
"끄억!"
"꺄악!!"
하늘에서 떨어진 자는 순식간에 여사랑의 몸과 부닥쳤는데, 애석하게도 그 앞은
바로 낭떠러지였던 것이다.
충격을 받은 여사랑은 그 순간 앞으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기에 도저히 비명
을 질렀는데, 다행히 공중에서 떨어진 남자가 그것을 보고는 재빨리 그녀를 잡
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잡은 여사랑의 신체는 바로 머리채였던 것이다.
"아악!!"
머리채를 잡힌 채 떨어지는 여사랑은 고통에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그녀를 잡아 주던 남자는 그녀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으악!"
중력의 법칙에 의하여 밑으로 하강하던 남자는 간신히 무엇인가를 잡을 수 있
었는데, 애석하게 그것은 여사랑에 의해 다섯 개의 손가락 중 검지손가락 하나
만을 간신히 끝자락에 걸치고 있던 진천명이였던 것이다.
아무리 무공을 연마한 자라 해도 자신의 몸무게와 합쳐 두 사람이 되는 몸무게
를 견딜 수 없었던 진천명은 마지막 남은 삶의 한자락은 검지 손가락마저 놓치
게 되었으니 세사람은 속절 없이 밑으로 하강하는 날개 꺽인 새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으악!!"
푸른색의 섬광에서 떨어진 인물, 그는 바로 창조주에 의해 알파 1067차원계로
떨어진 루드웨어였다.
루드웨어는 차원통로를 타고 간신히 이 차원계로 도착할 수 있었지만, 재수 없
게도 떨어진 곳이 바로 낭떠러지의 바로 앞이였던 것이다.
자신에 의해 휩쓸린 두 사람의 동료와 함께 속절없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 질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마법을 알고 있는 루드웨어는 추락사를 면할 수 있
는 마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레비테이션!!"
천길의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던 그는 간신히 바닥에 도착하기 전에 부유주문인
레비테이션의 시동어를 외칠 수 있었기에 세 사람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헉헉..."
계곡의 밑바닥에 도착한 세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헐떡
이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문득 이 곳이 엄청나게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생각한 여사랑과 진천명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경계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
다.
"만사곡(萬蛇谷)!!"
"젠장 영락없이 죽을 수 밖에 없겠군."
루드웨어는 두 사람이 만사곡이란 희한한 이름을 외치며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경계를 하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얼굴로 일어서서는 잠시 흙먼지가 묻은 옷을
털고는 물었다.
"만사곡이라니요?"
"만사곡은 수많은 뱀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죽음의 계곡이요. 지금까지 수
많은 무림인들이 이곳에 내려와 사라진 전대고인인 신검수사 요의와 백나도살
굉천의 무공비급을 찾기 위해 내려왔지만 단 한명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곳
이지요......그런데...당신은 누구시오?"
루드웨어의 질문에 진천명은 만사곡에 대한 것을 설명했는데, 한참을 설명하다
보니 자신에게 물어본 이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전 서장에서 중원무림을 견학하고자 온 루드웨어
라고 합니다."
루드웨어는 자신의 정체를 묻고 있는 남자를 보며 악수를 하기위해 손을 내밀
며 말했다. 진천명은 그의 머리색이 초록색인 것을 보며 서장에서는 저런 머리
색의 인간도 하는 생각에 가볍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어쩐지 이목구비가 중원사람과 틀리다고 생각했더니 서장에서 오신 분이군요.
전 인의검수 진천명이라고 합니다."
"진청명님이셨군요. 그럼 저 여자분은..?"
루드웨어는 진천명이라 자신을 소개한 사람에게 이곳의 인사법이라 생각하고는
그의 모습에 따라 어설픈 포권을 취하며 여사랑을 보며 말했다.
"흥!"
적련화는 이 뻔뻔스러운 남자를 보며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사실 여사
랑으로선 이 자만 아니였으면 진천명을 죽이고 자신의 교로 돌아가 큰 상을 받
을 수 있었는데, 이 자 때문에 일이 꼬인 것은 물론이요. 살아 돌아갈 확율이
절대 없다고 할 수 있는 만사곡에 떨어져버렸으니 당장 이 자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만사곡에 빠진 이상 살아 돌아가기 위해선 한사람의 힘이라도 더 필요
하기 때문에 일검에 베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 이 여자는 원래 성격이 더러우니 상대 안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그나저
나 벼랑에 떨어질 때 저희를 안전하게 떨어뜨린 그 기술은 무엇입니까? 처음
보는 무공의 일종 같았는데 말입니다."
"그 레비테이션을 말씀하시는군요. 그 수법은 서장에서 마법이라 말하는 일종의
주술과도 같은 것입니다."
"주술이라...서장의 무공은 우습게 여기고 있었는데, 루드웨어님의 주술을 보니
결코 경시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상의 어떤 무공으로도 천길의 낭떠리지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안전하게 착지
할 무공은 없다고 생각한 진천명은 그의 마법이란 주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
었다.
"흥! 대체 언제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거죠?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
가야 할 것 아니에요!"
여사랑은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자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고,
그녀의 말에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었다.
"여사랑. 그렇다면 당분간 싸움은 휴전인가?"
"만사곡을 빠져 나갈 때 까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을 당신도 아시지 않나요?"
"그렇겠군."
그녀의 말에 진천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루드웨어는 그를 보다가 어깨
에 큰 검상이 난 것을 보며 말했다.
"진천명씨는 상처를 입으신 것 같군요."
"예. 검에 조금 어깨를 베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데로 조금 베인 것 같지 않은 상처에선 아직도 피가 낭자하고
있었기에 루드웨어는 손을 들어 그의 상처에 가져간 후 조용히 치료주문을 외
웠다.
"리커버리!"
그 순간 그의 손에선 푸른색의 빛이 일더니 진천명의 상처를 감싸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상처는 애초에 그런 검상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럽게 흉
터하나 없이 말씀하게 치료될 수 있었다.
"헉! 이럴수가!!"
진천명은 자신의 상처가 말끔하게 치료되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루
드웨어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도 서장의 주술 중에 하나입니다. 상처를 치료하는 주술인데 고위 주술사
만이 가능한 고급 치료술입니다."
"그렇군요. 아! 이거 서장의 마법이란 주술에 대해 경이감 마저 들 정도입니다."
자신이 검상이 있었던 부분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그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
는데, 더욱 놀란 것은 여사랑이였다.
그의 어깨에 난 검상은 바로 그녀가 낸 상처였기 때문이다.
'서장의 주술이라 했나? 멍청한 얼굴과는 달리 굉장한 능력을 지니고 있군. 음..
어떻게든 저 주술을 훔쳐야 겠군. 치료의 주술만 알아도 교에서 나의 입지는 상
당히 높아질테니까..'
여사랑은 루드웨어의 마법을 보며 상당히 군침이 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 만사곡이란 곳을 빠져 나가는 것이 급했기 때문에 고개
를 돌려 생각을 지우고는 말했다.
"뭐하는 거에요. 빨리 만사곡을 빠져나가야 될 것 아니에요!"
"그렇군. 루드웨어님 갑시다."
"예."
루드웨어는 진천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갔다. 사실 루드웨어의 마법이
라면 아무리 천길 낭떠러지라 해도 플라이마법을 사용하여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일단은 우연히 라고는 해도 이 곳의 사람들을 만나 어느 정도 견식을
가졌기에 그를 따라 이 곳을 모험하는 것도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 이계의 인간들과 모험이나 해볼까?'
노는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루드웨어 그는 이제 새로운 세계에서 새
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